-산소카페/문혜진-
그들은 모두 북쪽의 차가운 숲을 생각하네
강남역 뉴욕제과 2층
순도 92퍼센트의 산소를 주문하고
코에 튜브를 끼운다
미국에서 직수입한 산소는
야생 커피 카페인보다 자극적이다
그곳에서 나는 보철을 낀 소녀처럼
말을 아낄 수 있다
누군가 기다리며 시계를 보는 사람들
밀려오는 자동차들
그곳에서는 누구나 코에 산소 튜브를 낀 채
차를 마신다
수면 위로 입을 내밀고 떠오르는
미지근한 어항 속 물고기의 심정으로
중환자실 폐암 환자의 절박한 눈빛은 아니어도
그곳에서는 누구나 말을 아낄 수 있다
빵꾸 난 대기
오존 주의보
지하도에서 빠져나온 무리들이
어디론가 구름처럼 밀려가는 오후
사막 낙타들을 홀리는
오아시스의 북소리
이 카페에서 저 카페로 이동하는
도시 유목민들
신선한 이온 산소 바람 한 줄기
소파에 늘어지는 산소 취객들
<감상>
퇴근하고 산소카페에서 산소 한 모금 어때? 휴대용 산소 다 떨어졌는데 오늘 어떻게
숨 쉬지? 지금은 산소마스크 착용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어제는 미세먼지
사망자 수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앞질렀대. 우리 카페에서는 100% 북극 산소만 사용
합니다. 언젠가 이런 풍경을 보게 될지 모른다.
인간이 아무리 개발하고 훼손해도 자연은 말을 하지 않으며 비명을 지르지 않으며 저
항하지 않는다. 아무리 겁탈하고 유린해도 오랜 세월 지켜온 제 순결한 몸을 묵묵히 내
어줄 뿐이다. 아름답고 청정한 몸이 병든 흉물과 치명적인 독성과 난폭한 재해가 되도록
고분고분하게 파괴되어줄 뿐이다. 그 흉측한 모습으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생겼는지
거울처럼 비춰줄 뿐이다. 자연의 순한 침묵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우리는 뼈아프게 경험
해가고 있다.
-김기택(시인, 경희사이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