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글을 계속 읽으신 님들은 저와 500원의 인연이 새삼스럽지 않을 거여요.
저의 이름이 어릴 적에 영수(永壽)에서 성호(聖昊)로 어떤 스님께 당시 돈
500원 시주하고 바뀐 거였죠.
당시에 쌀 한 가마니(80kg)에 5,000원 가량 했다니까, 8kg 살 돈이었겠어요.
지금으로 치면, 2만원쯤 되려나...?
그런데, 오늘 글도 500원 얘기입니다.
때는 1983년 3월 9일, 제가 군대 입대한 날(12일)의 사흘 전이었죠.
그 당시 제 상황은 2월 25일에 대학을 졸업하고, 군 입대를 앞두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을 때였어요.
군대 2년 몇 개월을 건강하게 잘 마치기를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었다죠.
펜팔로 사귀던 아녜스도 아쉬움이 커서, 당시에 있던 전라도 광주(지금은 광주광역시가
되었지만) 월산동에서의 직장생할을 그만두고,
자기 고향인 경북 상주(용화)에서 착실하게 농사일을 돕기로 하였었어요.
나중에 제가 군대 입대한 후에 용화에서 일을 얼마나 많이 도와드렸나 몰라도... (ㅎㅎㅎ)
재래시장이 전국적으로 아직도 열리고 있는 곳이 많을 텐데,
대형 할인매장이 생겨나서 인정이 넘치고 에누리가 있으며 서민의 삶을 실감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쇠락해져 가고 있어 안타깝지요.
저도 고향 동두천에서 어릴 적에 어머니와 시장에 장보기 가면, 팥죽 한그릇
먹는 재미로 행복해 졌던 기억이 납니다.
어디나 재래시장 5일장에서는 훈훈하고 풋풋한 인정에 사람이 더불어 사는 존재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죠.
지금도 열리고 있는 유성 5일장이 매 4일과 9일인 데,
저와 아녜스는 제 입대를 코앞에 두고 그해 3월 9일 장날 시장구경을 갔었죠.
아녜스의 따뜻한 손을 맞잡고 유성 5일장을 누비다가 만난 방물장수 아저씨.
요즘으로 치면, “악세사리 전문좌판”이었어요.
제 주머니를 뒤졌더니, 알량하게 잡히는 1,000원짜리 지폐 몇장.
제가 대학 졸업하고 취직이라곤 해 본 일이 없이 그저 부모님 용돈 타쓰는 신세
였으니, 돈을 많이 갖고 있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애인에게 군입대를 앞두고 해줄 게 없으니... (쩝!)
그런데, 아녜스가 “이거 예쁘네!”하며, 반지를 두개 고르더라구요.
알이 큰 게 박힌 악세사리 반지.
싸구려 지만, 모양이야 근사했죠.
요즘 젊은이들은 좋아하는 연인끼리 커플 반지로 비싼 것도 잘 하고 다닌다는 데,
(ㅎㅎㅎ)
가격을 물어보니, 개당 500원.
제 것과 아녜스 것까지 1,000원 지폐 한 장으로 해결됐습니다요. (ㅋㅋㅋ)
저희 둘이 손가락에 끼고서 무슨 약혼반지라도 되는 냥 마냥 행복했습니다.
제가 아녜스에게 싸구려를 선물로 줘서 미안하다고 말했더니,
이 다음에 군대 제대하고서 결혼 할 때 좋은 걸로 해달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싸구려 악세사리가 티를 내는 지, 손가락에 끼고 지낸지 이틀 만에
달려 있던 유리알이 빠져버려 그냥 내버리고 말았던 500원이었어요.
하긴, 500원짜리 싸구려 장난감(?) 반지가 어련하겠어요.
그때의 “500원의 약속”이 별 볼일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후로 군대생활을 잘 마치고 무사히 결혼하여 지금껏 꿋꿋하게 살고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 아니려나요?
500원의 약속을 몇 만배 아니 몇 십만배 크게 만들었다고 해도 되겠죠? (하하하)
지금도 20대에 취직이 힘들어 “이태백” 소리 듣는 세대에 가난한 연인들이
있겠지만,
남들이 보면, 소꿉장난 같고 하찮은 약속일 지라도, 소중히 여기며 젊은 시절
희망을 갖고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함 노력해 보세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댔는 데, 억지로 만들어 할 고생은 아니겠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생기고, 최선을 다하는 삶에 좋은 일이 많아 질 겁니다.
그러니, 소중한 젊음을 재산으로 용기를 갖자구요.
살다보면, 누구나 어려울 때를 겪는 겁니다.
저는 40대 중년의 나이로, 많은 인생을 살아보지 않았지만,
저역시 누구만큼은 힘든 시절에 고생 많았다고 생각하기에
지금 부자는 아니라도 젊은 친구들에게 인생의 선배로 감히 말씀 드려요.
오늘은 3월 15일.
봄의 시작이라는 3월도 반이 지나고 있네요.
꽃샘추위가 가시고, 언제나 화사한 봄날씨가 되려는 지?
일기예보에는 오늘 밤에 또 눈비가 내리겠다는 데...
그래도 대전 중앙로에 지나다니는 이뿐 아가씨들 옷차림을 보면 벌써 봄이 시작됐나봐요.
(헤헤헤)
제 세실리아도 봄옷 한 벌 더 사달라던데...
모두모두 파이팅! 오늘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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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름다운 추억이네요.....대전으로 이쁜 아가씨들 구경가야쓰것네...거기 가면 누가 있더라??? 같이 보신탕 먹자고 했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