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 그건 아니겠지. 농담도 지나치네. 마흔 번쯤 되겠지."
백 번 올랐다는 사람은 더러 봤지만 어떻게 사천 번을 오른다 말이야. 과장이겠지. 사백 번도 아니고 .. "
"아니 맞다니까."
"이 형님 매주 3회씩. 합쳐서 45~50km 정도. 30년을 (관악산에) 올랐다고. 계산해 봐. 1년이 52주 잖아."
계산해 보니 대략 그렇게 나왔다. 그제서야 필자는 수긍 할 수 있었다.
관악산을 등산한 횟수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희의 연배에 접어 든 그 형님은 지금도 매일 팔굽혀펴기 300회, 턱걸이 50회씩 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젊은이처럼 근육질에 날렵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누가 그를 칠십 노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언젠가 지상파 TV 뉴스에서 67세 남성이 20여년에 걸쳐서 매주 2번씩 등산하여 한라산을 모두 1,950번 올랐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다. 한라산 정상 높이와 같은 숫자 만큼 오른 것이다.
30년에 걸쳐서 관악산을 사천 번 오른 사연이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가까운 사람으로 부터 배신을 당해서 그것을 잊기 위함이었다. 왜? 안그러면 화병 날 것 같았기 때문에.
수 십년 동안 주구장창 관악산을 오르면서 그 고통을 이기고 배신감을 잊고 용서하기 까지 얼마나 긴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내며 노력했을까. 오죽 힘들었으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삼 년도 아닌 삼십 년을, 사백 번도 아닌 사천 번을 오르다니...
산행중에는 무심한 상태로 걷기만 하니 많은 것들을 잊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번 관악산과 삼성산 11개 국기봉 찍기 23km 산행을 할 때 "(산행중의 ) 고통을 즐겨야 한다."는 교훈적이고 철학적인 말씀을 하셨구나.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런 연유와 오랜 경력, 그리고 내공에서 그런 말씀이 나왔음을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필자도 관악산을 여러번 오르긴 했지만 같이 산행했을때 관악산에 이런 등로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 번도 못 가본 비지정 등산로로 리딩하시더니 ...
옆자리에 있던 필자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구레나룻을 기른 남성이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이 영웅이야.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 세상을 원망하고 배신자에 대해 복수의 칼날을 갈며 날밤을 샐만도 한데 .. 용서와 관용으로 불운과 모욕을 산행으로 승화시켰으니... 그런 의미에서 자 한 잔 받으세요. 형님."
"옳소"
"와 ~"
우렁찬 박수소리가 식당 구석구석에 펴져 나갔다.
마침 TV에서 저녁 뉴스를 하고 있었다.
25년 교직 생활을 10년전 청산, 명예퇴직 후 등산에 올인하고 있다는 콧수염을 기른 50대 후반 남성이 뉴스를 보다 말고 현 시국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이게 나라야. 전직, 현직 할 것 없이 권력자의 마누라와 관련된 시시콜콜한 가십거리로 날밤을 새는 이게 나라냐고."
"선거만 하면 지구상에 있을 수 없는, 수천년 통계학의 역사에서 해석이 안되는 개표 결과가 나오는데도 그것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도 안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야. 양당제 가면을 뒤집어 쓴 일당 국가로 선거 결과를 조작하는 한심한 나라. 가면 무도회 같으니라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학 이론은 내가 잘 모르지만 거짓이 진실을 가리고 가짜가 진짜를 심판하겠다는 요지경 세상이 말이 되느냐고."
평소 직업이 노가다라면서 겸손해 했지만 첫 인상이 스님처럼 머리를 빡빡 깎아서 그런지 개성이 무척 강해 보이는 단단한 체구의 남성이 맞장구를 쳤다.
"썩을대로 썩었어."
"여야, 보수 진보를 떠나 국민앞에서 정직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서 국민 심판을 받는 것이 자유민주국가에서의 선거 아닌가."
"한쪽은 공범이요 반대쪽은 부역자. 대국민 사기 피해자는 무고한 우리 민초들."
"시정잡배 보다 못 한 놈들이 사회지도층, 아니 특권층이라도 된 듯이 나대고 있으니 .. 나 참. 역겨워서 술 맛이 떨어진다."
"가짜 금뱃지 달고 잘 난척 우쭐거리는 여의도에 있는 저 놈들 보다 우리 형님이 몇 배로 위대하다. 내말이 틀렸습니까."
"와~ 잘한다."
"옳소.~"
"백 번 맞는 말이다."
다시 두번째 박수 소리가 우렁차게 터져 나왔다.
그렇다. 누가 진정한 애국자며 영웅인가. 그것은 멀리 있지 않다.
부귀영화를 누리고 권세를 휘두르고 거짓과 위선으로 민초들을 등치고 간 빼먹는 인간들이 사회 지도층이라고 ?
지나가는 소가 웃고 개가 코웃음 친다. 누가 누구를 지도하나. 개혁과 계몽의 대상이 누구인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고 사실에 눈 감고 양심 팔기를 밥 먹듯이 하는 파렴치한 비겁자들. 찌질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 설쳐되다니...
"우리도 공천인지 뭔지 하는 간판만 목에 걸면 지역 감정에 기대어 당선될 수 있다고."
"말뚝을 박아 놓아도 당선되는데 우리가 왜 안돼 ? 하하."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호모 사피엔스 잡놈들아"
짐승들이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점잖게 술만 들이키고 있던 60대 중반 암벽 등반 전문가도 입을 열었다.
"역사와 진실앞에 양심을 걸고 부끄러운 줄 알아라. 쓰레기 같은 놈들"
"가짜가 진짜 행사해도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다니 국회의사당은 양심 불량자, 위선자들의 집합소요, 파렴치범들의 소굴 아니던가."
"전과 몇 범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고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피의자 정도는 되어야 방귀나 뀌고 다니는 곳."
"정치 수준이 국민 민도만큼이라고 하면 할말 없다만... 참, 우리 국민이 안스럽고 불쌍하구먼."
그들은 꼭 "진실과 사실, 민주와 자유는 다 필요 없다. 금뱃지 달고 떵떵거리며 부귀 영화를 누리면 되지 뭐가 더 필요해. 국가와 민족의 미래 ? 아 그런건 난몰라."
"186개에 이른다는 특혜나 누리고 적당히 살면 되지. 국가 예산으로 외유도 가능한 많이 즐기고... 그럴려고 선거 당선됐지. 아니면 왜 ?" 라고 말하는 것 같다니까요.
"그래 맞아 나도 저 놈들 금뱃지 달았다며 돌아 다니는 꼴 볼 때마다 '가짜 아니야'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40대 젊은 여성 산꾼이 거들었다.
설악산 비탐방길을 어찌나 잘 가던지 남자들이 못따라 갈 지경이어서 천천히 가자고 했던 그녀였다.
이번에는 지난달에 한 달간 안나푸르나를 갔다 온 평소 점잖다고 소문났던 남성이 벌떡 일어났다.
"이 놈의 나라 내가 비자만 나오면 이민 간다. 영어 ABC를 몰라도, 걸식을 하고 살아도 위선과 거짓, 사기가 판치는 K로 시작하는 나라에서는 못 살겠소. 이건 정말 해도해도 너무 한 것 아닙니까. 어떻게 국민을 이렇게 속일 수 있어요. 세계에서 사기죄 소송건이 제일 많은 나라라더니 .."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발언이 이어졌다.
"최소한 정치 영역에서 만큼은 대단히 비과학적, 비합리적, 비논리적, 비상식적인 나라. 여생을 이런 엉터리, 모순 투성이 나라에서 아웅다웅, 아귀다툼을 하면서 보내고 싶지는 않소."
"둘째라면 서러울 불륜 공화국, 과학으로 설명이 안되는 선거 결과 조작국,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는 압도적 자살률 1위의 국가, 북조선은 핵무기 수출, 남조선은 부정 선거 개표기 수출 등. 참 여러가지 합니다. 다 열거하기가 힘드네. "
갑자기 현시국 대 성토장이 되었다.
그동안 가슴속에 꾹꾹 눌러 참아왔던 울분과 불만이 터진 둑에 물 쏟 듯 분출하고 있었다.
줄곧 침묵을 지키면서 필자 건너편에 앉아 있던 베테랑 산꾼이 잔을 높이 들었다.
"자 자 우리 기분 좋은 뒤풀이에 일정표에 없는 정치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즐겁게 한 잔 합시다. 대장님, 안 그래요. 오늘 일정에 시국 토론 뭐 이런것 있었습니까. 아니 잖아요."
"제가 오늘 산행의 피날레를 하겠습니다. 그런데 저도 이 한가지는 말해야 되겠네요."
"왜 지상파 방송에서 한라산 등산 천구백 번은 보도 하면서 우리 형님 관악산 사천 번 등산은 보도 안하나 이겁니다. "
"선택적 정의가 있다더니 편집이라는 이름으로 자의적 선택적인 보도 ? 악의적인 무시전략 ? 이것이 말이 됩니까. 한라산 천구백 번 보다 우리형님 관악산 사천 번이 훨씬 더 위대하지."
"여러분 안 그렇습니까. "
"우리 형님이 영웅입니다. 이 시대 우리들의 진정한 영웅. 혼탁한 시대에 유명세를 떨치지는 않아도 어둠속에 길을 밝히는 소리 없는 히어로.
그 불빛으로 우리가 비탐방길 야등(야간 등산)을 즐기는 겁니다."
"응"
"그럼"
"맞는 말이고 말고"
"최고야 최고"
"우리 형님 ! "
모두가 머리 위로 한 껏 들어 올린 잔의 높이 만큼 분위기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관음사 국기대
거북바위
남근바위
관악사
버섯바위
첫댓글 오늘 훈풍 고문님과 별이 누님이 발군의 산행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5시간 30분 예상했던 산행을 불과 4시간 10분만에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어 1시 40분에 하산을 완료 했습니다. (산행거리 약 13~14km, 고문님 계산)
제가 참석한 서산클 산행중에 특별 산행을 제외하면 이렇게 빨리 산행을 마친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두 분의 산행 실력에 경의를 표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