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 중지 끝마디 주부 습진이 나아질 낌새가 없어 할 수 없이 피부과를 찾았다. 오늘로 두 번째 방문.
근데. . . 어찌 오늘 의사샘(오십대 중반) 컨디션이? 바로 앞 환자가 큰소리로 꾸중을 듣길래 뭔 사고(?)를 쳤나?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피부과는 비뇨기과와 같이 진료하니. . . 그렇다고 동네 의원에서 저렇게 의욕(?)적인 의사의 지적질을 들어보는게 얼마만인가?
암튼 내 순번이 돌아와 의관을 단디하고 들어가면서 정중하고 절도있게 인사를 드리고 의자 착석. 반창코를 풀고 의사 앞에 중지를 들이밀었다.
"흐흠, 역시 병원 진료를 받으니까 좋아지지요?" "우리나라 사람들 피부과 진료를 우습게 보는데, 이거 오래가고 불편해봐야 사람들이..."
더 길어지기 전에 딴에는 기분 풀어준다고 "예. 맞습니다. 제가 소홀히 여기다가 한참 고생하고 샘 찾아뵙고 이제야 살것 같습니다. 감사..."
두번은 더 와야하고 어쩌구저쩌구~ 난 뜻없이 예~ 예~ 던지고
"흠 그건 그렇고 연고는 남아있지요? 약은 다 드셨을테고..."
난 바로 "예 먹는 약은 다 먹었습니다(사실은 뻥) 연고는 다 바르고 없습니다(남았지만 병원 처방 연고가 효과가 좋고 싸서 쫌 챙겨둘려고 또 뻥)"
갑자기 의사 인상이 변하고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고는 입술에 힘을 잔뜩 묻혀서 댐벼든다. "누가 연고를 그렇게 막 바르라 했느냐? 왜 의사가 하루 두세번이라 했으면 지시에 따르지 맘대로 하느냐? 당신, 의사가 일주일치 먹는약 주면 한번에 그걸 다먹겠느냐? 연고도 엄연히 약인데...전문의! 응? 전문의 지시를 무시하고... . . ."
첫 날 진료시에는 정작 환부도 보지않고 18초만에 약처방 내리시고 동냥온 거지 좇아내듯 보내시곤 오늘 의사 샘 지대로 의료 의지가 하늘을 찌르신다. ㅎㅎ
"예! 예! 전문의 선생님~ 아이고 오늘 부터는 샘 말씀 하느님 말씀으로 여기고 실천하겠습니다. 부디 노여움 푸시고 어리석은 중생을 ..."
하느님 부처님 팔아 위기를 모면하고 주사실로~ 간호사가 ㅋㅋ 웃는다. 내가 눈짓으로 왜? 하니까 사왈 샘도 웃기지만 환자분도 ㅋㅋ 실례지만 직업이?? 같이 웃고 나와 결재하는 직원하고도 서로 소리없이 ㅎㅎㅋㅋ 웃는다.
오늘 일진을 보니 이양반 일주가 癸丑이리라~
그려. 공간 제한에 官에 사무침이 있으니 서럽고 서운했구나! 마눌한테 인정 못받고 자식들마저 엄마(의사 부인)한테 덤탱이로 무시당하니 분했겠구나!
나라도 말씀 잘듣고~ 담엔 꼭 차라도 한잔 들고와 덕분에 정말 애먹이던 손가락(그것도 중지를 들이밀며)이 이렇게 좋아지고 이뻐졌다고 감사해야지!
첫댓글 손가락이 하필ㆍㆍㆍ
ㅋㅋ
우짜든둥 후딱 나으십쇼~~
계축:관의 사무침~~!!
흰가운이 사무침을 보상하는건 아닌지ㆍㆍㆍ^^
ㅎㅎ
그렇게 깊은 뜻이~~ㅋㅋ
평소 한 맺힌 분풀이 같은데...해몽이 좋으시니
유구무언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