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졸업식 42년 후
“누구신지?”
“한 번 알아 맞춰봐!”
“자알 모르겠는데......”
초등학교 졸업식 직후 이사를 가는 바람에 동기들과의 만남이 끊겼다.
40여 년 동안 만나지 못하고 지내다가 얼마 전에 부산에서 은사님들을 모시고 동기회 모임 한다는 소식을 보내와 참가 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끝내 참가하지 못하고 은사님들과 동기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독도가바쌀만 보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친구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보내왔다.
그 친구의 언니는 우리 학교에 선생님으로 근무하셨는데, 내가 책읽기를 좋아해서 방학에도 추위나 더위에 상관없이 집에서 3km가 되는 학교도서관을 줄기차게 드나드는 것을 보다 못해, 아예 도서관열쇠를 주셔서 내가 학교 도서관 책을 한 권도 남김없이 다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분이었다.
집에서 볼 책이 귀하던 그 시절 유난히 책읽기를 좋아했던 나는 선생님이 제자인 나를 믿고 도서관 열쇠를 맡겨주셨기 때문에 마음껏 독서에 심취할 수 있었고 교내외에서 실시되는 각종 글짓기 대회에 참가하여 상을 받았다.
‘아무리 바빠도 이 장례식에는 참가해야겠다.’
작심하고 시간을 내어 2012년 5월 19일 오후 부산으로 향했다.
인창병원 엘리베이터 안에서 앞에 섰던 사람들을 따라 내려 화환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복도를 따라 들어가 분향하고, 조의금을 넣고, 상주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서로 통성명을 하다 보니 이 상주들은 조씨 집안이 아닌 박씨 집안사람들이 아닌가?
내가 4층이 아닌 3층에 내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못 찾아왔다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조의금 돌려달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해 나오려는데 상주 중 한 사람이 재빠르게 내가 낸 조의금을 꺼내주면서 4층으로 안내했다.
4층에 갔더니 화환 중에 낯익은 글귀가 눈에 띄었다.
‘낙동초 4회 동기회’
‘이제야 바로 찾았구나......’
내심 안도하면서 분향하고 조의금을 넣고 바로 친구와 선생님을 찾았다.
상주중에 한 사람이 나를 검은색 한복을 입은 여자에게로 안내했다.
42년 만에 만나고 보니 반가워서 끌어안고 인사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장소가 장례식장인지라 내심 자제하면서 나는 친구에게
“내가 누구인지 알아 맞춰봐!”
했다.
내말을 들은 친구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계속 탐색을 하더니 끝내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때 갑자기 저쪽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미경아!!!”
갑자기 잘 모르는 여자가 달려와 덥석 내손을 잡았다.
“미경이 맞지? 나야! 은경이야! 이 분은 내 언니 조은숙 선생님이고......”
순식간에 사태는 역전되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몰라봐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던 선생님께 이제는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했고, 선생님은 그런 나의 모습을 웃으시며 바라보셨다.
그 웃음 속에는 지난 40여년의 세월에도 전혀 바래지지 않는 제자에 대한 사랑이 녹아 있었다.
‘선생님은 이제 하얀 머리카락에 허리는 좀 꾸부정하시겠지......’
전형적인 할머니의 모습을 연상하고 찾아갔던 나에게 나타난 선생님의 모습은 까만 파마머리에다 허리는 반듯하고 얼굴에는 주름살이 없어서 그야말로 50대 아주머니의 모습이었다.
나는 사과를 하면서도 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선생님을 몰라 뵌 제 탓도 있지만 선생님이 너무 젊으셔서 몰라 뵈었으니 선생님 탓도 있습니다. ”
나의 볼멘소리에 곁에 서서 지켜보고 있던 친구가 웃으면서 말했다.
“언니가 너무 젊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오늘 먹는 모든 음식비는 언니가 다 내어야겠다!”
“그래! 내가 낼께!!!”
엄숙해야 할 장례식장에 웃음보따리가 터졌다.
42년 전에는 부르기도 어려운 선생님이셨지만 바로 그 순간만큼은, 세월의 벽을 뛰어 넘는 스승과 제자의 사랑으로 우리는 친구처럼 마냥 흐뭇했다.
“조은숙 선생님!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뵙지 못해 실수한 이 부족한 제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선생님의 제자답게 이 나라와 민족의 소금이 되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남은여생 더욱 건강하시고 후손과 제자들을 위해 끝까지 축복을 빌어주는 고운 선생님이 되어 주십시오. 선생님!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미경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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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 좋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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