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을 떠올릴 때면, 명창 임방울이 잘 풀렀던 단가 <호남가> 첫 대목이 들려온다. "함평(咸平) 천지 늙
은 몸이 광주 고향 바라보니…"로 시작되는 노래다. 호남 지명을 두루 담아 풀어놓은 유장한 노래인데,
그 첫 대목을 영광스럽게도 함평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오래도록 나는 "함평 천지"라는 말 뜻을 모르고 있었다. 한평 천지를 뜻하는 것인지, 뭔지 도대
체 사전에도 나와 있질 않았다. 그래서 함평문화원에 물어보았다. 전화를 받은 사무국장이 "함평은 1403
년에 함풍과 모평이 합해지면서 생긴 지명입니다. 함평은 다 함(咸)자와 평화로울 평(平)자를 씁니다.
그 뜻은 모두가 평화롭다는 거죠. <호남가>의 함평 천지 늙은 몸은, 모두가 평화로운 땅 즉 이상향에서
살아온 늙은 몸을 뜻합니다"고 했다. 사무국장은 <호남가> 첫 대목을 풀어주면서, 은근히 함평을 이상향
으로 비유하고 있었다.
뙤약볕이 내리던 날 그 함평 땅에 들어섰다. 시원하게 뚫린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서였다. 함평 나들목
(인터체인지의 우리말 표현, 나들목은 나고 들어오는 길목을 뜻한다.)에서 빠져나와 함평읍으로 향하는
데, 돌머리 해수욕장 표지판이 나온다. 돌머리해수욕장은 광주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으로 알려져 있
다.
돌머리해수욕장 돌머리 해수욕장은 바위가 해안 쪽으로 툭 불거
져 나온 석두(石頭) 마을에 있다. 그 툭 튀어나는
돌부리가 해수명당과 연결되어 있다고 해서, 광산
김씨들이 묘자리를 잡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돌머리 해수욕장은 머리를 아주 잘 써서 조성
해놓았다. 나무 그늘 밑에 초가 원두막을 지어놓
았고, 바닷물을 방조제 식으로 막아 2700평의 수
영장을 만들어 놓았다. 바닷물이 멀리 달아나버리
는 썰물 때에도 해수욕을 할 수 있게끔 천연의 노
천 바다수영장을 만들어둔 것이다.
서해는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 그래서 해수욕장이
라는 이름을 달긴 했지만, 썰물 때에 갯벌이 2-3km나 들어나서 뻘밭만 뒤지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흔하
다. 게다가 들고나는 물에 뻘흙이 일어서 바닷물까지 탁하다. 돌머리에서는 이런 문제를 야외 바다 수영
장으로 말끔히 해결하고 있다. 수영장의 둑도 높지 않아서, 밀물 때 바닷물이 넘쳐 들어와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된다. 게다가 수영장의 물은 갯벌흙이 다 가라앉아서 맑다. 해수욕장의 풍경을 해치지 않는다
면, 서해안의 다른 해수욕장들도 따라해 볼만한 시설이다.
함평 해수찜탕 돌머리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2km쯤 올라가면 해수찜 원조
동네가 나온다. 해수찜을 하는 집이 세 군데 모여 있다. 그
중에서 주포해수찜을 운영하는 이는, 선대부터 해수찜을 즐
겨왔는데 확인된 역사만도 108년이 되었다고 말한다.
함평 해수찜은 독특하다. 이 동네에 많이 매장돼 있는 유황
석을 캐다가, 해풍을 많이 쐰 소나무 장작으로 달군다. 아궁
이에서 벌겋게 달군 유황석을, 끌어온 해수에 담는다. 그러
면 수증기가 하얗게 피어오르면서 해수가 뜨거워진다. 그 물
에 쑥이나 약초를 담궈서 약효를 높인다. 사람들은 사우나복
을 입고 해수에 수건을 적셔서 어깨나 관절부위를 찜질한다.
찜질을 하다가 물이 식으면 탕에 들어간다. 탕을 하나 빌리
면 4명이 사용할 수 있는데, 가격은 25,000원 한다. 2시간
정도 하게 되는데, 찜질을 하고나서는 따로 샤워를 하지 않아
야 약효가 오래 간다. 신경통과 산후 조리에 좋다하여 여자들
이 관광차를 빌려타고 몰려오는 곳이다. 이 해수찜이 인기를
끌면서, 전국의 해안가로 해수찜이나 해수탕들이 생겨났다.
명실공히 원조다. 함평 바다 끝에 와서 이 해수찜을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다 평화로워져서 진정 함평
땅에 든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여행 정보 문의 (지역번호 061)
함평해수찜
주포해수찜(322-9489) 주포신흥약찜(322-9487) 신흥약찜 (322-9900)
함평군곤충연구소 (323-8979)
한국민물고기 생태관 (323-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