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례
1. 경상북도 민요의 문화의 사회적 기능
2. 경북민요의 기능
1) 사회적 기능
2) 현장적 기능
3) 소리꾼의 기능
4) 민요의 시계성
3. 연구 시각과 권역화의 기준
4. 권역별 민요의 전승양상
1. 경상북도 민요의 문화의 사회적 기능
민요는 전통사회의 생활양식 속에서 자생하여, 민중이 즐겨 부르는 과정을 통하여 전승된 노래로서, 그들의 삶의 애환과 바램 등이 표현된 소리다. 민요에는 사설과 가락과 몸짓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사설에는 문예적 의의, 가라과 장단에는 음악적 미, 그리고 몸짓의 춤사위에는 무용적, 극적 효과까지 어우러져 있는 복합적인 미분화예술체(종합예술체)다.
민요의 사설이나 가락은 창작자나 형성년대는 알 수 없어도 오랜 역사를 두고 민의 삶속에서 거듭되는 가운데 고쳐지고 다듬어져, 한 민족이나 지역 특유의 정감을 표출하며, 민족예술의 한 기층을 이루게 된 것이다.
민요는 그러나 생활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생성되고, 구전자의 재능, 그 연행환경에 따라 사설과 가락이 변할 수 있는 유동성을 가지며, 또한 공동체 성원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회성을 갖는다. 민요의 대부분은 굿(제의)과 일(노동)과 놀이(유희)에 관련되어 있고, 그 기원도 여기서 찾아야 하겠으나, 대체로 그 발생시기를 알 수는 없다.
민요가 ‘민’의 삶을 표현하는 소리라면, 그 사설과 가락에서 특정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엿볼 수 있다. 이번 문화방송사의 조사에서도 촌락단위의 미시적 지역차는 적지만 경북지방의 특성을 찾을 만한 민요들이 많이 채록되었다. 채록된 민요는 ‘모찌는 소리’, ‘모심는 소리’, ‘논매는 소리’, ‘보리타작소리’, ‘방아타령’ 등 농요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다음으로 놀랄만큼 여성들의 기상․동물․식물 등에 관한 놀이소리가 많다.
농요는 원래 농경노동의 현장에서 가창되던 소리다. 그러나 농업 생산양식의 변화로, ‘두레’ 노동은 완전히 소멸되고 ‘품앗이’도 거의 사라져 그 가락과 사설의 일부만이 잔존하고 있다. 전통적 농경 생활약식에서 우러나온 농요는 농어촌 생활에 밀착되던 맥락에서 떠남으로서 농민들의 의식 속에서도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희요들은 부녀층의 희귀한 전승자들과 함께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2. 경북민요의 기능
애초에 문화방송사가 수집한 엄청난 민요의 대강을 그 사회적 기능면에서 勞動謠, 儀禮謠, 遊戱謠, 童謠로 대분하여 논의하기로 한다. 이외에도 그 공간적(현장적)기능으로 들소리, 집소리, 산소리의 기능도 있고, 가창자의 기능을 선소리꾼을 비롯하여 합창, 독창, 남녀혼창으로 나누어 볼 수도 있으며, 또 민요의 세시적 성격에도 접근해야 하겠으나, 지면의 제약으로 이들 기능에 대해서는 아주 간략하게 언급해 두는데 그치기로 한다.
1) 사회적 기능
가. 일소리(勞動謠)
노동요에는 농요가 압도적으로 많다. 농요는 농경노동의 고됨과 단조로움을 이기고, ‘농군’이 보조를 맞추어 농사일을 효율적으로, 또 흥겹게 치러내기 위해서 자아낸 일정한 율동과 가락과 사설로 이루어져 있다. 사설은 남․녀의 연정, 남편에 대한 원망, 늙음에 대한 탄식, 신세타령 등이 주된 내용으로, 전통사회 성원들의 감정과 욕구, 생활고 등을 노래로 표현하고 있다.
농악기가 동반되는 경우도 많으나,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농사는 크게 밭농사와 논농사로 나눌 수 있다. 농사일 중에서 중요한 것은 밭농사의 갈이, 씨뿌리기, 밭매기, 거두기와 논농사의 모찌기, 모심기, 논매기, 거두기라 할 수 있다. 밭소리는 극히 적고 남은 것은 희귀한 예다.
농업노동요로서 대표적인 것은 보리타작소리, 모심는(모심기) 소리, 논매는 소리이다. 이 세가지 민요는 널리 분포되어 있고, 전승상태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경북에서는 논매기는 원래 세 번하였다. ‘아이논매기’, ‘두벌논매기’, ‘세벌논매기’가 그것이다. 논매기는 그 시기에 따라서 일이 균일하지 않다. 논매는 소리도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지역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길쌈은 혼자 할 수도 있으나,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면 능률이 오르고 지루함을 덜 수 있다. 모인 사람들은 각기 자기 일을 할 수도 있지만, 한사람 일을 분담해서 같이 하고 다음에는 딴 사람의 일을 하여 차례로 돌아가며 일을 마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하는 일을 경북에서는 ‘둘게’라 하고, 둘게를 하는 사람들을 ‘둘게꾼’이라 한다. 둘게삼을 삼을 때면 둘게꾼 뿐만 아니라, 집안 사람들까지 동원되어 일을 도운다. 삼을 많이 가꾸는 고장에서는 삼삼을 때가 되면 다른 일을 중단하고 삼을 삼는다. 삼가리가 길어 일이 벅차다. “진보 청송 진 삼가리” “청도 밀양 진 삼가리”등 긴 삼가리를 나타날 때 흔히 보이는 말이다.
같은 삼삼기라도 삼베를 짤 때 부르는 소리들은 한이 서린 독창으로 베틀소리가 된다.
나. 놀이소리(遊戱謠)
이번 조사 수집에서 놀라운 사실은 유희요의 대량 발견이다. ‘비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에 관한 민요, 꿩, 까치, 사슴, 물고기 등의 동물, 달팽이, 이, 잠자리, 징거미 등의 곤충, 수많은 나물, 꽃, 곡식 등 식물에 관한 노래들은 거의가 순수 유희요라 할만한 것들이다. 민요에는 노동요이면서 유희요의 성격을 지니고, 유희요이면서 노동현장에서 부르는 소리가 많은데, 순수한 ‘놀이소리’가 많다는 것은 경북민요의 기능적 특징이 될 만하다.
그리고 놀이와 소리가 아우러질 경우에도 유희요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영덕 노물리의 ‘월워리청청’, 안동지방의 ‘놋다리밟기’, 의성지방의 ‘지애밟기’등은 악기없는 여성의 군무(群舞)이므로 노래를 필수적으로 동반한다. 이들은 놀이의 명칭이면서 소리의 명칭이다. 이런 놀이는 소리 때문에 가능하게 되고, 소리의 힘을 빌어서 즐겁게 놀며, 노는 사람들이 소리로써 자기 표현을 하게 된다. 안동군 금소동의 ‘꼬리따기’, ‘대문열기’ 등도 마찬가지다. 소리들은 주로 경북 북부지방 산록지역에서 많이 불려지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월워리청청’은 경남 울산지방의 ‘재넘자’, 남으로 전남 해남지방이나, 남해안의 ‘강강술래’에 맥이 닿고, 북으로는 강원도 해안지역 그리고 내륙으로는 소백산 기슭을 따라 안동지방의 ‘놋다리밟기’, 의성지방의 ‘지애밟기’등과 그 형식과 내용이 흡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해안선과 산기슭을 따라 벼농사와 더불어 전파․분포하게 된 민속연회와 이에 따른 민요의 한 유형으로도 보인다.
다. 굿소리(儀禮謠)
굿소리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세시의례화 되기도 하고, 때로는 통과의례의 한 양식이 되기도 한다. 농악이 수반되는 지신밟기소리와 장례 때의 상여소리, 달구소리 등이 이 범주에 든다고 볼 수 있다. 농악대의 상쇠가 앞소리를 메기고, 나머지 농악대원이 뒷소리를 받게 된다. 이번 수집범위에서는 다루지 않고 있으나, 무가에서 잘 불러지고 경북 일원의 남성 유희요라 할만한 ‘노랫가락’도 그 뿌리는 의례요였다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장례는 엄격한 유교적 절차에 의해 거행되면서도 상여소리나 달구소리 등이 반드시 등장한다. 이것은 상여를 매거나 무덤을 파고 다지는 일꾼들이 이 소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상여소리나 달구소리는 죽음의 슬픔과 인생의 무상함을 표현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삼고 있다. 또한 망자의 처지에서 살아있는 자손이나 친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상여소리나 달구소리에 담아 앞소리꾼이 대신해서 부르기도 한다.
라. 애들소리(童謠)
순수한 유희요라 할 수 있는 민요다. 아이들이 ‘놀이(play)’나 ‘싸움(game)’을 할 때 부르는 수가 많으나, 현재 남은 순수 동요는 극히 적은 듯이 보인다. 그러나 순수한 유희요로 보이는 동․식물․곤충류 등에 관한 소리들은 대부분 아이들도 동요로서 즐길 수 있는 소리들로 생각된다.
2) 현장적 기능
소리가 자생하여 전승되는 공간, 즉 현장적 기능을 알기 위해서는 들소리와 산소리와 집소리로 나누어 볼 수도 있을 법하다. 동해안의 어촌들에서 들을 수 있는 어로관계 민요나 ‘노젓는 소리’들은 정밀한 수집과정에서도 찾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가. 들소리
논이나 밭에서 부르는 대표적 노동요들로 그 수효도 압도적으로 많다. 한여름의 고된 밭매기와 모심기, 논매기 등의 고된 노동의 보조를 맞추고, 신나고 흥겹게 일을 치르기 위한 농민의 연희적 지혜가 가장 잘 표현되는 소리들이기도 하다.
나. 산소리
산야에서 풀을 베거나, 나무할 때 부르는 소리로 ‘어사용’이 대표적인 것이다. 주로 태백산맥 기슭이나 소백산맥 산록의 산야에서 들을 수 있는 ‘어사용’은 지역에 따라 ‘어생이’, ‘어사랭이’, 초부가(樵夫歌)로도 불리는 한 많은 신세타령을 담은 처완하고 구슬픈 가락이다.
다. 집소리
들이나 산보다 일상적 가사(家事), 가내의 노동현장에서 주로 여성들이 부르거나 여성의 모임에서 불려지는 놀이소리다. ‘삼삼는 소리’, ‘베틀노래’ 등은 대표적인 여성 노동요라고 할 수 있겠다. 순수한 유희요라 할 수 있는 ‘이노래’, ‘사슴노래’, ‘징검이타령’ 등도 집소리 범주에 들 것이다.
3) 소리꾼의 기능
논매는 소리의 앞소리꾼은 노래의 사설을 많이 알고 목청이 좋아야 한다. 그래야만 일을 하지 않고 노래만 하면서도 우대받을 수 있다. 안동 저전동의 조차기, 청도 풍각 차산리의 김오동, 대구 평광동의 송문창, 예천 통명리의 이상휴 같은 분은 마을에서 크게 자랑하는 앞소리꾼이며, 그 소리로서 인근 각처로 불려다니기도 한다. 이들은 대체로 농악의 상쇠로서도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다. 논매는 소리 이외에도 ‘상여소리’, ‘달구소리’, ‘망깨소리’ 등을 도맡아 부르는 거의 전문적인 소리꾼들이다. 이런 전문적인 앞소리꾼들의 역할은 한 사람이 은퇴하거나 타계해야 다음 사람이 계승하게 된다.
앞소리꾼의 기능 외에 가창 형식에 따라서도 소리꾼들의 기능은 다르다. 즉, 합창요는 들소리 가운데서도 논소리가 대부분이며, 과거에 있었던 두레소리는 대표적인 것이었을 것이다. 독창요는 주로 집소리와 산소리 밭소리, 남창요는 논소리, 여창요는 집소리와 밭소리, 그리고 놀이소리가 주가 되며, 남녀 혼창요도 들소리가 주를 이룬다. 선후창, 교환창, 연창(連唱)등의 형식에도 논급해야겠으나 여기서는 줄인다.
4) 민요의 시계성
세시 구조에 따른 민속세시상의 분포와 그 기능을 시계성(時季性)이라 일컬어 본다. 농경세시와 민요의 상관성을 말하는 것이다.
자연력에 규제되는 생업력(生業曆)은 제의력(祭儀曆)을 낳게되나, 이 제의력은 생업력에 일정한 리듬을 주고, 생산활동이 달라지는 시기에 이른바 명절이 자리한다.
농작물의 생산주기에 따른 농민의 율동적 생산활동은 대체로 농사의 준비․파종․성장․수확으로 반복된다. 이들은 모두 자연력(自然曆)에 의존하여 일년 중의 일정한 시간에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해 온 것이다. 농사의 준비는 이른바 농한기인 건기(乾期)이자 한기(寒期)인 음력 11월에서 다음해 2월경까지다. 파종은 대개 3월에서 4월경에 이루어진다. 성장관리는 서기(暑期)이자 우기(雨期)에 해당하는 5월에서 7월경까지이며, 8월에서 10월에 수확한다. 물론 농작물은 그 종류에 따라서는 중하절(仲夏節)에 수확되는 것도 있으나, 생업력에 따른 농민의 생활주기는 대체로 이상과 같은 생업주기와 궤(軌)를 같이한다.
민요의 분포도 이 생업력과 제의력에 밀접한 상관성을 가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집단적 노동요가 서기이자 우기에 집중되어 있고, 한기이자 건기에는 집소리와 굿소리가 집중되어 있으며, 놀이소리와 애들소리도이 시기의 집안에서 들리는 수가 많다. 민요의 총체적 리듬이 생산과 의례의 리듬에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3. 연구 시각과 권역화의 기준
민요를 조사, 분류, 연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본고에서는 다층적으로 민요를 파악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1) 지역적 조건: 토박이민요인가 아닌가. -토속민요, 유입민요, 혼합민요, 유출민요
2) 시간적 조건: 생산된 시점이 언제인가. -중세민요, 근대민요, 현대민요
3) 기능적 조건: 고유한 기능인가 전용되었는가. -본기능민요, 전기능민요
4) 장르적 조건: 장르의 어느 요소가 중시되는가. -사설형민요, 가창형민요, 기능형민요
5) 기능형 민요라면 어떤 기능이 중시되는가. -노동요, 의식요, 유희요
6) 가창의 주 담당층이 누구인가. -남성요, 여성요, 동요
거시적 차원에서 각 권역별 민요의 특질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전승되는 민요를 토속민요, 유입민요, 혼합민요, 유출민요로 나누어 살필 필요가 있다. 유입민요는 타지역의 민요가 흘러들어 온 것이고, 혼합민요는 토속민요와 유입민요가 섞여 새로 만들어진 소리이다. 혼합 민요는 문화의 교류가 활발한 전이지역에서 파생할 가능성이 높다. 유입, 유출민요는 지역성과 장르수행기능이 강한 민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각 지역별로 매우 오래된 토속민요가 있는가 하면, 근대에 형성된 민요가 있다. 물론 중세의 것이든 근대의 것이든 그 지역을 대표하는 토속민요로 존재할 수 있고, 유입 혹은 혼합민요의 성질을 띨 수도 있다.
그리고 동일 지역 내에서 어느 한 소리가 기능의 전용을 일으키는 현상도 있다. 이는 그 소리가 그 지역의 대표적이며 강한 전승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또는 기능이 유사하기 때문에, 그리고 장르적 속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다른 기능을 수행하며 불려질 수 있다. 강원도의 “아라리”가 다양한 기능으로 가창되거나 영남의 “어사용”이 여러 기능으로 불려지는 것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장르적 특성에 따라 사설이 중심되는 민요가 있고, 가창이나 기능이 중심되는 소리가 있다. 사설 중심의 경우, 사설이 유형화되는 경우가 많다. “모심는소리”, “풀써는소리” 등이 그 예가 된다. 가창 중심의 노래는 뒷소리 중심의 노래(“상여소리”, “논매는소리” 등)와 가락 중심의 노래(“어사용” 등)로 나눌 수 있고, 기능 중심의 노래로는 일의 현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여 노랫말나 창곡에 크게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경우, 단지 일의 진행을 위하여 노래가 필수적일 경우에 불려지는 소리이다. 단순한 선율에 짧고 동일한 사설을 반복적으로 가창하는 “목도소리”, “그물당기는소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본고에서는 논의의 범위를 줄이는 의미에서 “모심는소리”, “논매는소리”, “밭매는소리”, “어사용”, “상여소리”, 타령류 유희요를 선택하여 영남민요의 권역별 특질을 고찰하기로 한다. 이들은 위의 여러 기준을 비교적 다양하게 충족시키는 민요들이다.
연구를 위한 자료는 1980-90년대를 전후하여 조사된 것을 대상으로 한다. 산업화, 근대화 이후 농경사회가 변화한 후의 자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유는 현세대에 전승되는 민요에 초점을 두기 위함이다. 그래야 오늘날 어떤 노래가 어떤 기능을 하며 어느 지역에서 주로 전승되고 또 소멸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전승민요를 통시적, 공시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연구 시각에 따른 것이다. 이런 시각을 유지한다면 민요는 계속 조사되어야 하며, 조사된 자료는 그 조사 시점에서 일정한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다. 본고에서는 전국 단위로 조사된 「한국구비문학대계」 경북, 경남편과 문화방송이 실시한 「한국민요대전」 경북, 경남편을 주로 이용하기로 한다. 이외에 이소라의 「한국의 농요」, 기타 향토 자료를 참고 자료로 활용한다.
민요 권역화의 기준
민요의 권역화는 지역별로 민요의 독자적 전승양상과 작시원리, 구연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권역간의 체계를 비교하여 영남민요의 보편적인 특질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권역별 문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하여 지역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을 제고하고 바람직한 전통계승의 구도를 잡는 데 일차적 목적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영남 이외 지역 민요와의 비교를 통하여 한국민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파악하는 데 긴요하다.
영남민요의 권역화를 위한 기준으로는 (1)지리, (2)행정 (3)언어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시되는 것이 1), 2), 3)을 통합하는 개념으로서의 문화이다. 문화는 이들을 유기적으로 조직하는 지역 구성원의 공통된 정신이라 할 수 있는데, 민요를 통하여 지역문화를 추출할 수 있을 것이다.
지리적 조건
영남의 북과 서는 태백과 소백산맥에 의하여 자연히 충청권과 전라권으로 구분되며, 동과 남은 바다를 끼고 있다. 내륙에는 낙동강이 영남을 좌우로 갈라놓으며 흐르고 있다. 영남 좌도는 황강, 남강을 기준으로 경북 서부권, 경남 서부권, 경남 남해권 등으로 권역화된다. 영남 우도는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 북부지역, 금호강을 중심으로 하는 경북 내륙지역, 그리고 경북동해 및 경남 동해권이 동일 문화권으로 묶여진다.
역사 정치적 조건
영남지역의 행정적 자취를 개관해보면, 995년(성종 14년)에 상주 소관으로 영남도, 경주 소관으로 영동도, 진주 소관으로 산남도를 두었다. 따라서 이 세 지역은 이후 영남문화의 중심을 형성하는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되었다. 1106년(예종 1년)에 다시 경상진주도로 통칭하였고, 1314년(충숙왕 1년)에 경상도란 명칭이 확정되었으며, 1896년(고종1년)에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로 분리되었다. 따라서 ‘경상도’ 혹은 ‘영남’이라는 개념은 조선조 500년 동안 유지되어온 독자적 문화지역이며 행정단위였다. 특히 조선조에 경상도에는 6개의 진이 있었는데, 상주, 안동, 대구, 경주, 김해, 진주가 그것이다. 이들 지역은 인근 지역을 통합하는 중심되는 문화를 지니고 있었으며 정치의 중심지 역할을 하였다.
언어적 조건
민요는 또한 그 지역민들의 언어에 따른 권역화를 고려해야 한다. 방언구획을 연구한 결과를 참고할 때, 경북지역은 의문형 어미의 분포를 기준으로 ①‘-능교’ 지역-남부지역-대구 경주, ②‘-니껴’ 지역-북부지역-안동, 의성, ③‘-여’ 지역-서북부지역-상주 선산 등 3개 하위방언권으로 설정할 수 있다. 한편, 경남지역은 ①동북방언권(울주 양산 밀양 창녕 합천). ②서남방언권(거창 함양 산청 하동 진양 사천 남해 거제 통영 고성)으로 양대별된다. 그리고 ③중부방언권(창원 함안 김해 창녕 고성 일부)은 전이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경상남․북도를 통합하여 방언구획한 박지홍은 서술형어미와 의문형어미를 기준으로 ①상주방언권, ②안동방언권, ③경주방언권(경주, 부산방언), ④대구방언권(대구, 밀양방언), ⑤김해방언권(김해, 통영), ⑥진주방언권의 6개 하위 방언권으로 구획하였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적으로 살필 때, 영남민요는 그 문화적 속성에 따라 대개 다음과 같이 권역화된다.
(1)경북 서부권, (2)경남 서부권, (3)경남 남해권 -영남우도
(4)경북 북부권, (5)경북 중부권, (6)경남․북 동해권 -영남좌도
그런데 경남민요를 낙동강을 기준으로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으로 나누기도 하고, 서부권을 더 세분하여 낙동강 서부권(의령, 함안, 창원, 김해), 지리산 이동권(거창 합천 함양 산천), 지리산 이남권(진주 사천 남해), 중남부 해안 도서지역(통영 고성 거제)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경북민요권은 동부해안권과 중앙내륙권, 남부권으로 삼분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남권 전체를 민요권역화할 때에는 경북과 경남을 행정적으로 구분하기보다는 경북과 경남의 전이지대까지 염두에 두고 지리적, 언어적, 행정적 조건을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영남의 보리타작소리만으로 그 전승지역을 구획하자면 경북 북부권과 남부권, 그리고 경남 동부권과 서부권으로 4분화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영남민요의 권역화 작업은 거시적으로 혹은 미시적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본고에서는 여러 조건을 고려하여 위에서 언급한 6개 영역으로 나누고자 한다.
4. 권역별 민요의 전승양상
- 경북 서부권 민요
경북 서부권은 상주를 중심으로 ①상주, 문경 ②선산, 금산(김천), ③성주, 고령으로 三分된다. 낙동강을 끼고 상주, 김천, 선산, 성주, 고령 등에 넓은 평야 지대가 형성되어 일찍부터 논농사가 발달하였다. 그 결과 “모찌는소리”, “모심는소리”, “논매는소리”가 고루 전승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모심는소리” 사설 중에서 ①‘이물꼬 저물꼬 다 헐어놓고’, ②‘서마지기 이논빼미’, ③‘우리야 부모 산소에’, ④‘상주함창 공갈못에’ 형이 가장 많이 전승된다. ①은 영남권 전체에서 두루 전승되는 사설 유형으로, 첩과 관련된 사설이 계속 이어져 나온다. 반상의 구별이 있던 시절에 양반의 행세를 풍자하면서 일의 지루함을 잊고 성욕의 간접적 해소를 위해 불려졌다. ②, ③은 부귀영화와 효 사상이 묻어있어 유교적 색채가 강하다.
상주, 고령에서는 논일을 마칠 때 ‘조루자(저루세)’ 노래를 부른다. 이는 상주와 고령이 경북 서부권내에서는 지리적으로 멀지만 같은 농사권에 속함을 의미한다. 전남의 “모심는소리”는 주로 “상사소리”를 쓰는데, 이에는 “늦은상사소리”, “잦은상사소리”가 장르적으로 보완관계를 가진다. 영남의 경우에는 ‘조루자’와 같은 소리가 ‘잦은소리’의 기능을 한다.
“모심는소리”가 사설중심의 소리라면 “논매는소리”는 창곡이 중심되는 소리이다. “논매는소리”는 지역성이 가장 강한 소리 중의 하나로서, 작은 마을에서부터 큰 지역단위까지 그 변별성이 강하게 나타나며 뒷소리(후렴, 받는소리)의 유형에 따라 지역적 분포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 민요의 뒷소리는 그 민요의 장르적 정서를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요소인 동시에, 그 소리를 가창하는 구성원의 결속과 일체감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경북 서부권의 “논매는소리”를 뒷소리 중심으로 볼 때, 문경, 상주, 구미, 김천 등지는 ‘소호니소리’권에 속한다. 상주에서 출발한 ‘소호니소리’가 위로는 문경, 아래로는 김천, 선산을 거쳐 군위, 칠곡까지 이어지다가 대구지역에서 그쳤다. 대구 이하의 지역은 대구권의 영향을 받는다. 성주는 ‘에헤에- 오헤에오우’권에 속하고, 고령은 ‘옹헤야’와 ‘상사디야’를 부른다. 이로 보아 성주, 고령은 경북서부와 경북내륙의 문화를 동시에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경북 서부권 민요는 “논매는소리”로 볼 때 ①과 ② 지역이 친연성이 강하고 ③지역은 경북서부권, 그리고 경산, 대구권과 전이지대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성주, 고령은 대구와의 상관성이 높다. 성주는 대구와 함께 “논매는소리” 뒷소리가 ‘에 해-해야 조호-이’, ‘에헤에- 오헤에오우’를 쓴다. 그리고 고령은 대구 화원과 함께 ‘옹해야’권이다. 상주의 ‘소호니’권과는 완전히 다르다. 반면에 “상여소리” 후렴은 상주권과 가깝다. 따라서 성주, 고령은 상주문화와 대구문화의 전이지대라 할 수 있다. 민요의 전이지대는 눈여겨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는 곧 문화의 전이지대이기 때문이다.
영남의 “논매는소리”는 [긴소리-짜른소리-방아소리-옹해야-쌈싸는소리-캐지나칭칭나네(집으로 오는 소리. 장원질소리)]로 연쇄적으로 짜여져 있다. 경기도의 “논매는소리”가 [긴소리-방아타령-월월이-상사디야-몸돌소리(쌈싸는소리)]로 구성되는 것과 비교할 때 그 차이가 분명하다. 상주 지역 “논매는소리”의 작시원리도 [긴소리-자른소리-방아소리-매조지는소리]로 구성되어 있어 영남의 보편적 “논매는소리” 구성과 같다.
“논매는소리”가 남성전용 노동에 동원되는 웅장한 남성 합창이라면, “밭매는소리”는 여성의 애잔한 음영 독창에 해당한다. 전자가 선율이 발달한 가창중심민요라면 후자는 노랫말이 중심되는 민요이다. “밭매는소리”는 특히 영남권에서 많이 전승되고 있다. 이는 “시집살이노래” 혹은 “내방가사”처럼 여성의 문학적 행위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보여진다. “밭매는소리”의 전승분포를 보면, 상주, 선산, 성주에서 출가형이 우세하게 전승되고 있다. 반면에 문경, 김천, 고령은 “밭매는소리”의 전승이 약하다. 밭이 논보다 많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지리적 조건만으로 소리가 형성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즉, 상주, 선산, 성주는 다양한 소리가 많이 발달한 지역이기에 “밭매는소리”도 자연히 발생, 가창된 것으로 보인다. 소리문화가 강한 지역이 다양한 장르의 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사용”은 영남의 대표적 소리이다. 주로 신세한탄의 사설을 노래하는 “어사용”은 불교 “범패”의 선율과 거의 일치하는데, 그 유래가 매우 오래된 것이다. 경북서부권 지역에서도 이 소리는 활발히 전승되고 있으며, 영남의 민요를 대표하는 소리로서,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까지 깊숙이 전파되었다.
의식요의 대표격인 “상여소리”는 그 사설이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산 자가 취해야 할 삶의 자세 등을 망자의 입을 빌어 표출하는 언술방식을 지닌다. 그 사설은 전국적으로 유사하여 지역적 특성을 추려내기가 어렵다. 반면에 “상여소리”의 뒷소리는 지역별 특성이 뚜렷하여 민요권역화에 유용하다. 상주, 선산의 “상여소리” 뒷소리는 ‘어허’ 계열, ‘어허넘차’ 계열이 드러나며, 성주지역도 이들 지역과 같은 뒷소리 분포를 보인다. “상여소리”와 같은 의식요는 고유한 형태를 비교적 오래 간직하는데, 성주지역은 대구보다는 상주의 의식요와 영향관계가 깊다. 이는 서부권의 “상여소리”가 대구권의 그것보다 전파, 전승의 친연성이 강하다는 증거이며, 의례문화의 전파 경로와도 유관하다.
근대민요 중에서 유희성이 강한 것이 ‘타령’ 계열의 노래이다. 경북서부 지역 중에서 성주, 고령지역에 특히 “장타령”을 포함한 여러 타령류가 활발히 전승되며, 문경의 “아리랑타령”이 주목된다. 이 지역에서 조사된 타령을 내용별로 분류할 때 돈이나 놀이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성주, 고령의 타령 중에는 “님타령”이 많다. 불교관련 노래(“염불타령”, “중타령”)와 자연물 노래(“강산타령”, “바람타령”), 동물과 사람을 소재로 하는 타령(“꾀꼬리타령”, “토끼타령”, “할멈타령”, “아들타령” 등)도 많이 전승되고 있다. 유교문화가 우세한 성주지역에서 불교문화의 영향이 강한 민중의 소리가 전승되는 것은 상층문화와 하층문화의 공존 및 불교문화와 유교문화의 적층적 공존을 의미한다.
한편, 유능한 가창자에 의하여 소리가 돌발적으로 전파되는 경우도 있다. 고창군 웅양면 동호리 신점숙(여 54)은 “진주단성 안림고개”를 친정인 김천에서 들었고, 거창에 살면서 김천의 소리인 “쟁피훑는소리”를 불렀다. 이 같은 현상은 김천과 거창의 문화적 교류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유능한 제보자에 의한 소리의 전파현상으로, 점진적 전파와는 무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