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심상치 않다.
2006년부터 하던 모임이 있다.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이라고, 초등교사들의 모임이다.
어찌나 말빨들이 쎈지, 한 이빨하는 나도
그 모임에서 3년동안 서당개였다.
교과서를 믿지마라,
행복한 혁신학교 만들기,
초등교육을 재구성하라
함께 고민하고 수다 떨면서 풀었던 내용을
그런 책에 담았다.
학교 현장에서 고민하던 내용을 좀더 대중화하기 위해
작년에 '에듀니티'라는 원격연수원과 교육과정 강의를
만들었다.
성장과 발달을 돕는 초등교육과정1과 2
나는 영어교육 관련해서 4시간인가 찍었다.
그런데 책만큼 잘 팔리지는 않았다.
내용이 무겁고(요즘엔 힐링이랑 멘토만 찾으니...)
양이 많고, 고민할 게 많아서 그렇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런데 대구교육청에서 이 연수프로그램을 교육청 연수로 지정해서
무료로(온라인으로 들으면 1강좌에 10만원, 다 들으면 20만원이다)
대구교육청 소속 교사들이 들을 수 있게 한단다.
연수를 같이 운영한 선생님들은
얼마전부터 대구교육청 강의를 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 모임 샘들이 어떤 분들인가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절대 쓰지 않는 이빨들이다.
물론 곽감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곽감 시절에 교장 연수에 가서 강의했는데
평교사가 교장단 연수에 와서 강의한다고
비분강개한 교장들이
강사 만족도 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주는 바람에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이후의 어떤 서울시교육청 연수에도
한번 낙인으로(그 평가가 몇년간 유효하다고 했다)
강사섭외가 절대 들어오지 않는 이빨들이다.
근데 줄줄이 대구교육청에서 섭외가 들어오는데
몇 백명이 모인 자리, 거기에 장학사, 교장, 교감까지
다 와서 듣더란다.
처음 강의하러 가신 샘이
가서 할 말 다하고 와야지, 속 시원하게,
상명하달식 조직 문화 자체가 문제 있다고....
하시더니만 이어지는 섭외 행렬에 다들 약간은 감동하는 눈치다.
에듀니티와 만든 원격연수는 벌써 2차까지 진행했다고 하니
그 속도도 장난아니다.
그런데 서울은 문용린이 교육감 되더니 교육청 주관 연수에서
우리 모임 샘들은 나를 비롯 모두 강사 명단에서 댕강 잘라져버렸다. ㅎㅎ
아, 그리고 평화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문재현 소장님을 지난 9월 초에 한 번 뵈었는데
대구에 가서 강의를 했는데 천명이 모였더라,
그런데 교육감이 끝까지 앉아서 경청하고
끝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꽤 진지하더라는 말씀을 하셨다.
다른 지역의 진보교육감들은 인사만 하고 나갔다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다. ㅋ
대구가 학생들의 피로 좀 달라지려나?
학교평가, 교육청 평가에서 좋은 점수 받으려고
사서가 도서관에 앉아 빌리지도 않은 책을 대출증에 대고 찍는다는 얘기,
저체력 학생수를 줄이기 위해 조작도 불사한다는 얘기
그런 흉흉한 얘기만 나돌던 때도 있었는데,
만약, 그래서 대구의 교육이 달라진다면,
일찍 떨어진 꽃, 너희들의 공이다.
피눈물나는 공.
내일 노동자 대회를 앞두고,
일찍 진 꽃들을 생각하며
주저리주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