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한달걷기 8일차 13코스
용수포구에서 저지오름까지 15.9킬로
오늘 새로 오신 길동무 쌤이 직접 만드셨다며 하나씩 나눠주심. 별책부록에도 없는 희귀템
절부암이라 새긴, 이동네에서 신성하게 여긴다는 곳. 차귀도에 나무하러 간 남편이 조난을 당했는데 시신조차 찾지 못하자 고씨부인이 죽은 남편을 따라 가겠노라 여기 나무에 목을 매었답니다. 그러자 바로 앞 연못에서 남편의 시신이 떠올랐다고. 마을 주민들이 부부를 합장하고 매년 음 3월5일에 나무 앞 제단에서 제를 드린답니다.
통영에는 해평열녀가 있습니다. 해평이란 동네에 금슬 좋은 부부가 살았는데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풍랑을 만나 죽자 아내도 그 바다로 나가 물에 뛰어들었습니다. 사흘만에 남편의 시신을 안고 마을 앞 바다로 떠밀려 왔기에 합장을 해줬는데 그 후 마을의 나뭇잎에 벌레들이 열녀 라는 글자를 새겼다는. 통제사가 이를 조정에 알려 열녀 칭호를 받자 마을에서 비각을 세우고 봄가을로 제를 올리고 있습니다.
옛날 열녀, 효자, 효부 이야기는 계몽의 성격을 띱니다. '너네도 이런 이들을 본 받아라' 라는. 남편이 죽으면 따라 죽어야 한다는 이런 시절이 우리 역사에 있었습니다.
가우라..라는 바늘꽃
양파 수확 중, 삼춘~소감수다~
이 마을 밭에서는 비트와 콜라비도 자라고 있습니다
마을 고샅길을 지납니다
고목숲길. 오늘 길은 긴 포장길 사이사이 짧은 산길이 이어집니다
날은 화창하여 좋은데, 햇살이 육지의 햇살과 다릅니다. 밖에 나온 모든 피부가 타들어가는 듯...모자에 마스크 썼다고 얼굴에 썬크림 안 발랐더니 마스크 옆과 귀 사이가 얼룩덜룩 시커매지고, 어제는 더워서 마스크 대신 넥스카프를 올려 썼더니 얇은 스카프 사이로 파고들은 햇살에 얼굴이 약간 그슬렸습니다. 오늘은 썬크림을 듬뿍 바르고 넥스카프를 마스크 대신 썼습니다. 마스크 보다 땀이 덜 차서 숨 쉬기 용이합니다.
고사리 숲길로 들어섭니다. 초입에 고사리가 양옆으로 우거져 있습니다
짧은 숲길을 나오면 다행히 차가 잘 다니지 않는 도로가 나옵니다. 나무며 주변 분위기가 남다른
아홉 개의 저수지가 있는 마을, 아홉굿 마을. 굿은 제주어로 물통이랍니다. 요즘은 굿을 good으로 풀어 스토리텔링 한답니다. 정자에 앉아 길동무 쌤을 시작으로 각자 살아온 이야기 조금씩 풀어 놓기
밀 몇 포기 너머 황금보리 밭. 아홉굿 마을로 가는 길
아홉굿 의자마을. 갖가지 형태의 의자가 있습니다
마을 부녀회에서 점심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제주 토속음식. 식사 후 잠시 쉬는 시간. 누울 수 있는 의자에 편히 몸을 뉘고 잠시 눈을 붙입니다. 잠깐이었는데 집중 조명을 받은 허벅지가 벌겋게 되어 있더군요. 해가 그리 강합니다
돌담이 굽이져 길이 예쁘더라는
뒷동산 아리랑길을 지나
저지오름으로 오릅니다. 닥나무가 많은, 가운데 분화구 주변으로 길을 만들어 놓은 그리 높지 않은 오름입니다
저지오름 오르는 계단은 186개 ㅋ
오름 전망대에 오르면 360도 조망이 가능합니다. 멀리 바다와 우리가 걸어온 길, 한라산 설문대 할망의 턱까지 보입니다. 그 사이의 너른 드르와 오름들
포장길이었던 것만 빼면 놀멍 쉬멍 걸으멍 여유로웠던, 점심식사 후 늘어질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는 게 좋았던 하루입니다.
오늘 아침은 김치죽
점심은 아홉굿 마을 부녀회에서 준비한 제주 현지 도시락. 돼지고기 산적은 제사상에 올라가는 제주만의 특색이랍니다. 비계 살코기 비계 살코기 이렇게 꽂아서 굽습니다. 햇 고사리 나물도 맛있게
올레 셰프의 오늘 저녁은 옥톰튀김 두부구이 김칫국 가지 미나리 나물. 옥돔 엄청 부드러움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길동무 쌤이 들려주신 서명숙 이사장 님의 말씀입니다. 종점인 저지마을 안내센터에 계신 분은 첫날부터 5일 동안 길동무 해주신 김 쌤의 부인이시랍니다. 오늘 길동무 쌤의 남편 분도 올레길 아카데미를 수료하시고 14코스 올레지기 하신다하고.. 3일째 길동무 해주시는 제주 토박이이신 이 쌤도, 오늘 걸은 길 예초해 주신 탐사대며 올레지기들, 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연령대의 올레꾼들 모두, 오늘 센터에서 만난 또 한 분의 완주자도. 그들이 있어 제주올레가 더 빛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주올레를 챙기는 제주올레 스탭들, 여러분 모두가 제주올레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