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쓴 자유 서설 (自由序说) / 조태일
1
우리들의 눈은
허름한 날품팔이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이 시대의 눈물을 본다.
우리들의 입은
뚜껑 덮인 청계천처럼 더럽고 컴컴한
야간 완행 열차를 바다로 끌고가
파도 끝에다 함성을 보태고
우리들의 귀는
닫아도 닫아도 거듭 열려서
말 못하는 침묵을 듣기도 한다.
2
어느 비린내 나는 시장 모서리
포장도 없이 썰렁한 싸구려 음식점에서
이십 원짜리 멀건 수제비 한 사발과
깍두기 두어 점으로 배를 채우고
험란한 팔다리를 끌며 생활을 찾아
일어서는 우리들의 형님과 누나들
웅크리고 있던 겨울 바람도 일어나
윙윙 거리며 따라 나선다
3
간 (肝)이 콩알 만 해지는
우리들의 메마른 땅 우리들은
두서없는 말이라도 뿌린다.
기왕에 두서없는 땅
순서가 뒤바뀌어서 뿌리가
하늘로 솟는 땅
솟아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 하나님께 비나이다
우리들의 머리 위로 내닫는
고압선 고압선 고압선을
우리들 목에 걸어 주시옵소서
발버둥 치며 이 땅의 구석구석을
더운 가슴으로 더듬으며
이 겨울을 불 지피며 기어 다니리니.
연 가
조태일
너, 들끓는 쬐그만 가슴을
흐트리지 않고 용케도
여기까지 달려왔구나.
무슨 소문 듣고파서
다투며 밀려오는 파도에
큰 눈을 맡기고 설레이는 마음 맡기고
기대어 있는 너의 곁에까지
숨 할딱이며 나 또한
용케도 따라왔구나.
지평선 끝에 타오르는
이 시대의 그리움들은 파도치고,
저녁놀로 타오르고.
별들이 하나 둘 떠오를 때까지
순한 서로의 눈들은 불꽃이 되어
포개지고 얼싸안고 함께 나뒹굴 때
그렇게 그렇게
사슴의 눈에 사슴의 눈이
어른거릴 때
우리는 입을 열지 않은 채
두고 온 온갖 소문들을
파도에게 별빛에게 퍼뜨렸다.
거듭 사슴의 눈에
사슴의 눈이 포개질 때,
우리의 눈이 어른거릴 때,
파도는 소문이 되어
더 큰 바다를 향해 떠나고
별들도 소문이 되어
하늘에 바다에 웅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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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일 시인에게 - 조병화
![](https://t1.daumcdn.net/cfile/cafe/123DD8034B7621FC19)
조태일 시인 年譜
1941년 : 9월 30일 전남 곡성군 죽곡면 원달 1리 동리산 태안사에서 대처승인 조봉호와 모친 신정임 사이에서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남
1947년 : 동계초등학교에 입학했으나 1948년 여순사건을 만나 2학년 때 광주로 피난
1950년 : 4학년 때 6•25가 일어나 수창초등학교, 극락초등학교,
다시 수창초등학교를1957년에 졸업(6•25와중에 3년간 휴학)
1959년 : 광주서중학교 졸업
1962년 : 광주고등학교 졸업
1964년 : 경희대 2년 재학 시 경향신문 신춘문예 詩 당선
1965년 : 제 1시집 『아침선박』간행(선명문화사)
1966년 :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육군소위로 임관(R.O.T.C 4기)
1969~1970년 : 월간 시 전문지 『詩人』을 창간하여 주재했으나 당국의 압력으로 폐간
1970년 : 제 2시집 『식칼론』간행(시인사)
1973년 : 창제인쇄공사에 취직, 덕성여대 출강
1974년 : 11월 18일, 뜻 있는 문인들과 함께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창립, 간사직을 맡고 유신독재 체제와 맞섬
1975년 : 제 3시집 『國士』를 간행(창작과 비평사)했으나 긴급조치 9호로 판매금지 당함
1977년 : 양성우 시집 『겨울공화국』발간 사건에 연루되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시인 고은과 함께 구속
1979년 : 4월, 한밤중에 자택 장독 위에 올라서 박정희와 유신독재 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한 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투옥, 29일 만에 석방됨
1980년 : 詩論集 『고여 있는 시와 움직이는 시』를 간행(전예원) 했으나 판매금지 당함
1980년 : 7월,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임시총회와 관련 계엄법 및 포고령 위반으로 신경림•구중서 등과 함께 구속,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확정
1982년 : 항일민족시선 『아아 내나라』간행(시인사) 제1회 신동엽 창작기금을 받음
1983년 : 제 4시집 『가거도』간행(창작과 비평사)
1984년 : 경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논문「김현승 詩 연구」) 경희대•단국대에 출강
1985년 : 시선집 『연가』 간행(나남)
1987년 : 제 5시집 『자유가 시인더러』간행(창작과 비평사)
1988년 :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민족문학작가회의로 바뀜과 함께 초대 상임이사 취임
1989년 : 광주대학교 조교수로 임용됨
1991년 : 경희대 대학원에서 “김현승 시 정신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 취득 제 6시집 『산속에서 꽃속에서』(창작과 비평사) 간행, 이 시집으로 제1회 편운 문학상 수상. 한국 대표 시인 100인 선집 중 66권 『다시 산하에게』간행(미래사)
1992년 : 제35회 전남도 문화상 문학 부문 수상
1993년 : 성옥 문화상 예술 부문 대상 수상
1994년 : 2월, 민족 문학 작가회의 부이사장 피선
3월, 광주대학교 예술대학 초대 학장에 취임
(광주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시론집 『시 창작을 위한 시론』과 『시인은 밤에도 눈을 감지 못한다』간행(나남출판사)
1995년 : 제 7시집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간행(창작과 비평사)
이 시집으로 제 10회 만해 문학상 수상
1998년 : 『김현승 시정신 연구』간행(태학사)
1999년 : 『알기 쉬운 시 창작 강의』간행(나남출판사)
제 8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인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간행 (창작과 비평사)
〈섬진강 여름 문학 학교〉 초대 교장,
9월 7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타계, 보관 문화 훈장 추서
2001년 : 광주 너릿재 시비 공원에 조태일 시인의 시 ‘풀씨’시비 건립
2003년 : 9월 7일 전남 곡성군 태안사에 <조태일 시문학 기념관> 건립 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