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화장품 파우치를 펼쳐놓고 수다떨기 좋아하고, 화장품 커뮤니티에서 사용후기 쓰기를 좋아하고, 백화점이나 로드샵에서 이것저것 테스트해보기 좋아하고, 잡지에 난 기사는 빼놓지 않고 읽어보는 20대.
그리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머리로 고민하고 몸으로 부대끼며 일하고 있는 마케터.
2005년의 vivid. 순수한 소비자도, 잔뼈가 굵은 능숙한 마케터도 아닌 그 중간 즈음에서 정신 없이 달려가고 있다. 그러면서 올해에 ‘아하. 이런거였구나.’ 싶은 내용들을 참 많이 경험했다.
나도 궁금했었고, 내 친구들이 지금 궁금해하고, 어쩌면 당신도 궁금해할 내용들. 이참에 그 중에서 몇 가지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물론, 남들 다 아는 얘기나 원론적인 얘기는 빼고. 그러므로 별로 근사하지는 않을 몇 가지 이야기들
[리얼스토리] 화장품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
1. 첫번째 궁금증 : 홈쇼핑과 화장품
홈쇼핑은 95년 이후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시장으로, 2004년 홈쇼핑 주요 5개사의 총매출은 약 4조원대. 이 가운데 화장품이 약 7.5% 수준인 3천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홈쇼핑이 하나의 유통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에 시판과 백화점 유통을 주로 하던 국내외 메이저급 브랜드에서 홈쇼핑을 새로운 채널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솔깃한 가격적 혜택. 그리고 회사의 입장에서는 한 시간 만에 억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홈쇼핑. 누구나 한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한 시장이 아닐까.
그러나 홈쇼핑의 화려한 조명발 뒤에는 무수히 많은 애환이 함께 따르고 있으니… 홈쇼핑과 화장품에 대해 궁금했을 내용을 리얼하게 정리해보자.
홈쇼핑에서 파는 화장품 어때요?
보통 ‘브랜드 샵에서 파는 제품 어때요?’ 라던지, ‘백화점에서 파는 제품 어때요?’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홈쇼핑에서 파는 화장품 어때요?’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은 꽤나 많다.
한마디로 대답하자면 당연히, ‘제품마다 달라요~’.
그런 의문을 갖는다면 우선 홈쇼핑 방송은 교양 프로그램이나 정보 프로그램이 아닌 ‘한 시간 짜리 광고’라는 사실을 생각해주길 바란다.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방송이기 때문에, 제품의 좋은 점만을 최대한 부각시킨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므로 홈쇼핑에서 방송하는 제품들이 입을 모아 자기네 제품이 제일 좋다고 한다면, 너무 혼란스러워 하지 말고 그냥 광고로 받아들여주자.
제품에 대한 가치 판단은 소비자 스스로가 해주면 된다.
물론, 방송의 특성상 해외에서 인지도가 별로 없는 수입 제품을 다양한 방송 기술을 이용해 과장해서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스타 마케팅과 드라마틱한 메이크업 시연을 통해서 국내 홈쇼핑에서 엄청난 매출을 기록했던 모 메이크업 제품이, 알고 보면 현지에서는 거의 인지도가 없는 ‘화상 피부 커버용’ 제품이라는 것은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 (그만큼 국내에서의 판매 전략이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는 얘기도 되겠다)
하지만 동시에,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뜨고 있는 제품들, 유명 에스테틱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고품질의 제품들을 홈쇼핑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아덴, 부르주아, 블룸, 달로이스 등 소위 말하는 ‘백화점 브랜드’도 파격적인 구성으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설화수, 아이오페, LG 후, 엔프라니, A3F on, 참존 등 국내 백화점 및 시판을 통해 유통되는 수많은 브랜드 역시 홈쇼핑에서 판매 중이다. 특히 이런 국내 브랜드는 시중에 비해 솔깃한 구성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그리고 동시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홈쇼핑용 화장품은 따로 제작 된다던데…’ 라는 소문이 진실처럼 떠돌기도 한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라는 것.
물론, 세트 위주로 판매하는 홈쇼핑의 특성상, 홈쇼핑 유통용 패키지를 별도로 구성하는 경우는 많지만, 제품 자체는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나 소비자나 모두 바보가 아니므로, 다른 제품을 판매한다는 빤히 보이는 장난은 힘들다.
특히 홈쇼핑 시장 환경 변화와 함께, 근래 심의와 품질관리가 대폭 강화되고 극도로 까다로워지고 있다. 홈쇼핑 방송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방송에서 설명할 수 있는 제품의 기능에 대한 이야기도 굉장히 한정적이며, 사용할 수 있는 홍보 자료에 대한 심의도 상당히 엄격하다.
따라서 최소한, 신원불명의 제품을 드라마틱하게 꾸며서 최고의 제품인양 판매하는 것은 힘들어졌다고 보면 되겠다.
홈쇼핑 화장품, 이렇게 판매된다.
그럼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화장품들, 어떤 과정을 통해서 유통될까.
홈쇼핑에서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화장품 유통과 관련된 기본적인 업무에 방송적 요소를 적절히 혼합시키는 기획/운영 능력이 요구된다.
홈쇼핑에 처음 입점해서 방송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1. 상품 기획 & 입점 단계
방송에 적절한 브랜드와 아이템 선정. 입점 미팅을 통해 제품 구성 및 공급률 등 기본적인 사항을 협의한다.
홈쇼핑 유통을 위한 실무는 제조업체나 수입업체가 직접 진행을 하는 경우도 있고, 홈쇼핑 전문 중간 밴더를 두고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던 입점을 위해서는 MD와 수많은 미팅을 거치며 협의해나가게 된다.
특히, 홈쇼핑의 경우 제품을 진행하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입점을 원하는 브랜드는 무수히 많으므로 입점 자체에도 어려움이 많은 편이다.
2. 방송 기획
일반적인 오프라인 유통이 제품 판매를 위해 별도 매장을 운영한다면, 홈쇼핑에서는 방송에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 제품 판매를 위한 방송 컨셉을 결정하고, 제품 설명을 위한 자료 준비, 브랜드 설명을 위한 자료 촬영 등 방송에서 실재로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을 기획하고 준비한다.
CF와 자료 촬영에서부터 판넬 및 소품 제작, 게스트 섭외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은 다양하다.
실제 방송에서 보여주는 내용을 준비하는 것이므로, PD와 쇼핑호스트 미팅을 통해서 내용을 정리하게 된다.
3. 방송 편성
홈쇼핑은 시간이 곧 매출이기 때문에 편성이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실제로 홈쇼핑 측에서는 매출이 큰 제품을 중심으로 편성을 하기 때문에, 판매업체 입장에서는 늘 예민하게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방송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MD 요청을 바탕으로, 편성팀이나 마케팅팀에서 편성을 진행한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방송 시간을 돈을 주고 사는 ‘정액제’ 진행도 함께 이루어진다.
* 홈쇼핑에서 일반적인 프라임 타임은 주말 낮 11~1시, 평일 밤 11시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고객 타겟에 따라서 제품별로 가장 알맞은 시간은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젊은 층을 대샹으로 하는 제품이라면 낮 시간대보다는 심야 시간대가, 주부 층을 주요 타겟으로 한다면 평일 낮 시간대가 유리하다.
4. 실제 방송
그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방송하는 날.
무대와 소품 세팅, 제품 진열 등을 꼼꼼하게 준비하고 특히 화장품의 경우 모델 시연 등도 직접 체크해야 한다. 보통 생방송이 시작되면 진행은 방송 스텝들이 전담하게 되며, 브랜드 관계자들은 모니터실에서 방송을 보며 실시간으로 주문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홈쇼핑에서는 ‘분당 매출’로 매출을 따질 정도로, 그야말로 1분 안에도 매출이 눈에 보인다.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매출을 어느 정도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극도로 즉각적인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셈이다.
* 여기서 잠깐!
얼마 전 엄청난 시청률과 함께 종영했던 드라마 ‘장미빛 인생’에서 이태란이 맡았던 캐릭터를 아직 기억하는가? 화장품 회사의 이사로 능력 있는 캐리어 우먼인 그녀는 홈쇼핑에서 화장품을 판매해 큰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그녀가 그랬듯이 생방송 중 PD박스에 올라가서 간섭하거나. 방송이 끝난 후에 방송 스텝들을 이끌고 화끈하게 뒷풀이를 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되겠다. (실제로 방송이 시작되면 스튜디오 안에는 방송 스텝 외에 출입이 어렵다.)
엄연히 동반자의 관계이지만, 실제로 방송 스텝들과 판매 업체 사이에는 묘한 긴장 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
5. 이후 진행
홈쇼핑 특성상, 판매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취소 및 반품율을 체크하고 여러 사항을 계산하여 최종 매출을 예상하게 된다.
홈쇼핑사마다 내부 정책에는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런칭 방송 이후에 장기적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상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2~3회 정도 방송을 진행하며 매출을 검토한 후에, 반응이 좋지 않으면 바로 편성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판매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모니터링과 방송 개선, 제품 및 브랜드 관리, 프로모션 전략 등이 필요하다.
우리가 홈쇼핑에 중독되는 이유
집에서 별 생각 없이 TV를 보는 시간. 딱히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어서 채널을 돌리다 보면 중간중간 홈쇼핑 채널이 눈에 들어온다.
신기한 상품이 눈길을 잡아 끌고, 막힘 없는 입담의 쇼핑호스트와 연예인 게스트가 술술 풀어내는 얘기들, 거기에 다양한 모델 시연까지. 딱히 볼만한 TV 프로그램도 없을 때, 눈요기 삼아, 재미 삼아 보기에도 좋은게 홈쇼핑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채널 돌리다가 잠깐씩 스쳐 지나 보내지만, 또 일부에는 홈쇼핑 매니아가 있을 정도다.
* 여기서 또 잠깐! ^^
국내 5개 메인 홈쇼핑사 채널은 공중파 채널들 사이에 위치한다.
조금만 눈 여겨 보면, 이 위치 역시 그들이 지불하는 비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EBS와 MBC 사이에 있는 농수산홈쇼핑보다는 KBS와 MBC 사이에 있는 GS홈쇼핑이 훨씬 유리한 위치이고, 비싼 자리라는 얘기.
또한 무엇보다 소비자를 혹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구매욕을 자극하는 혜택이다.
시중 가격과 비교했을 때 한결 좋은 구성, 가격적 혜택, 무이자 할부, 전화 한 통화면 제품 상담부터 구매까지 한번에 해결되며, 거기에 고객에게 유리한 배송 및 반품/교환 조건까지.
저렇게 많이 주면서 팔면 대체 얼마나 남는거냐 싶겠지만,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홈쇼핑은 매력 있는 시장이다.
오프라인 유통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판매수량 예상이 어느 정도 가능하므로 재고를 유동적으로 조절해서 재고부담이 적고, 무엇보다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눈에 보이는 매출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방송 자체가 전국적인 광고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소위 홈쇼핑에서 한번 판매를 성공한 브랜드들은 이 매력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홈쇼핑 조명발의 이면에는..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편안한 서비스로 제품을 구매하고, 판매자는 초기 투자비용과 재고부담을 줄이면서 단기간에 확실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홈쇼핑. 그렇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니냐 싶겠지만, 홈쇼핑의 화려한 조명발 이면에는 그림자도 그만큼 짙게 드리워지기 마련이다.
홈쇼핑 판매자의 애환. 높은 수수료율, 반품 및 취소율
홈쇼핑에서 물건을 사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소비자에게 얼마나 편리한 시스템인지.
이를 판매자 입장에서 다시 얘기하자면, 그만큼 어려움이 많은 시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직접 사용해보고 구매를 할 수 없다는 홈쇼핑 특성상, 많은 브랜드들이 샘플이나 무료체험의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그야말로 일단 사서 사용해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하세요! 라는 얘기. 배송과 반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류 비용은 홈쇼핑에서 부담을 하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혹할만한 조건이다.
물론 주문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프로모션이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히 않다. 이러한 프로모션이 익숙해진 고객들은 홈쇼핑에서 파는 제품에 대해서 반품이나 취소를 당연히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제품 수령 후 방송에서 본 것과 다르다 라는 이유로 반품하는 고객은 차라리 애교스럽다. 제품을 사용한 후에 단순 변심을 이유로 반품을 하거나 심지어 거의 다 사용한 후에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반품하는 고객도 많다.
일반적으로 화장품의 경우 취소 및 반품률이 15~35%, 심하게는 40~50%까지 되기도 한다. 이렇게 반품된 화장품 중 재판매가 불가능하게 훼손된 제품이 절반 이상이다. 따라서 이 비용은 고스란히 판매자의 부담이 되며, 이런 반품에 대한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제품을 운영하는 경우 타격이 치명적이다.
또한 홈쇼핑은 여러 유통채널 중에서도 수수료가 높기로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수입 화장품은 평균 38~42% 수수료로 진행을 하며, 높게는 그 이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단기간에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송을 진행해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유통 수수료보다는 높게 책정될만하지만, 동시에 이런 높은 수수료는 판매자 입장에서는 과중한 부담이기 마련이다.
시간이 곧 매출, 그러나 내일을 예측하기 힘든 시장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홈쇼핑에서는 편성이 곧 매출로 연결된다.
바꿔 말하면, 편성이 되지 않는 제품은 매출도 없다는 얘기다.
방송을 위해서 여러 자료를 제작하고, 제품을 다량 확보했지만 방송에서 편성을 받지 못하면 매출을 일으킬 방법이 없는 것.
특히 홈쇼핑에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오늘날, 매출이 조금만 저조해도 방송사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만 운영을 할 것이고, 소위 방송에서 “빠진” 제품들은 그대로 유통망을 잃게 된다.
가끔씩 정말 저렇게 팔아도 남을까 싶을 정도로 강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방송을 보게 된다. 실제로 정말 별로 남는 것은 없지만, 편성에서 빠지지 않고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프로모션을 하는 경우다.
단기적으로는 놀라운 매출을 기록할 수도 있지만, 언제나 안심할 수 없는 시장. 그것이 홈쇼핑의 최대 물음표다. 홈쇼핑에서 오랫동안 판매를 지속하는 브랜드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상호협력? MD, 스텝과의 관계
MD는 팔릴만한 상품을 소싱하고, 쇼핑호스트와 PD등의 스텝은 방송을 진행하고, 판매 업체는 물건 공급과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다같이 협력해서 매출을 올리며 이익을 함께 나누는 것. 이론적으로 보면 간단하고 합리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어느 유통 채널이나 그렇듯이 홈쇼핑에 있어서도 ‘협력’관계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판매 업체 입장에서는 MD는 물론 스텝들 비위까지 맞추느라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알게 모르게 치열한 로비가 벌어지기도 한다. 한 시간의 생방송이 매출을 좌지우지 하기 때문에 방송 스텝 전체에게 일일히 좀더 신경 써달라 부탁하는 판매업체와, 때로는 이런 행동을 월권으로 받아들이는 스텝들 사이에는 미묘한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반면 홈쇼핑사 입장에서는 여느 유통과 차별화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위 ‘초짜’ 판매 업체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모 홈쇼핑사에서는 런칭 방송을 앞두고 바로 이틀 전, 제작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방송편성을 바꿔달라는 판매업체 때문에 팀 전체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었다.
판매 업체야 방송을 며칠 미룬다고 생각하면 될지 모르지만, 갑자기 비어 버린 그 시간을 다른 상품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그 황금 시간대를 노리는 수많은 MD와 판매 업체들의 때아닌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지나친 프로모션 경쟁
한편, 지나친 프로모션 경쟁으로 인한 제살 깎아먹기 식의 출혈도 홈쇼핑의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경품 및 추가 증정이 반복되면서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되고, 판매 업체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와 마진 구조에 큰 타격을 입게 되게 된다.
‘일단 매출을 올리고 보자’ 식의 단편적인 프로모션은 장기적으로 악순환을 불러 일으키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홈쇼핑. 이런 상품을 팔고, 이런 상품을 사라.
홈쇼핑에서 제대로 팔리는 제품의 조건
홈쇼핑에는 이상한 구석이 있다. 정말 좋은 제품이라고, 유명한 제품이라고, 저렴한 가격이라고 해서 무조건 판매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며 (그 중에서도 특히 30~40대 주부층을 메인 고객으로 분류하긴 한다),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상황에서 한 시간 안에 구매 결정을 유도해야 하는 시장.
그렇기 때문에 홈쇼핑에서 소위 대박 낸 제품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 보여주는 시각적인 효과가 뛰어난 제품
홈쇼핑에서 성공한 메이크업 제품 중에는 유난히 ‘커버’를 컨셉으로 한 제품이 많다. 홈쇼핑 빅 히트 상품이었던 커버덤을 시작으로, 올해 메이크업 제품 중 최다 판매수량을 기록하고 있는 농수산 홈쇼핑의 커버플러스가 대표적인 케이스.
홈쇼핑의 주요 고객인 30~40대가 잡티 등의 피부 고민이 많다는 점에서 이런 커버 메이크업 제품은 타겟 역시 맞아 떨어진다. 메이크업 전과 후를 드라마틱하게 비교해서 보여주는 컨셉은 다소 유치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방송이라는 특성상, 웬만큼 두껍게 화장해도 그저 뽀샤시~하게만 보인다는 점도 여기에 플러스 요인이 되겠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일부 방송에서는 메이크업 전후를 비교하면서 다소의 조작(?)을 하는 경우도 있다.)
- 스타 밸류를 제대로 소구한 제품
연예인 게스트 출연을 넘어서,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제품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이런 스타 마케팅을 제대로 활용할 경우,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이제는 전국민이 다 알고 있을 듯한 ‘김영애의 황토 솔림욕’. 이미지 좋은 이 중견 탤런트가 자신의 피부 관리 비결과 제품에 대한 애정을 술술 풀어놓는 방송을 보고 있자면, 누구나 한번쯤 구매 충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특히 김영애씨는 맛깔스런 비유와 표현을 잘 하기로 유명한데, 실제로 멘트를 연구하고 메모해 놓는 노트를 따로 가지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쇼핑 호스트조차도 김영애씨의 멘트에서 여러 가지를 배울 정도.
일부에서는 ‘너무 연기한다’ 라며 거부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자신의 네임 밸류에 방송에 보는 재미를 더하며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에 가격적인 혜택을 더한 제품
지독한 불황이다 하는 요즘에도 꾸준한 매출을 보장해주는 효자 아이템으로는 아이오페, 참존, 이자녹스 등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알만한 국내 대표 브랜드 제품들이 있다. 사실, 일반적인 소비자층에게는 수입 명품 브랜드보다 국내 시판 브랜드들이 더 익숙하지 않은가.
특별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기본적으로 제품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으므로, 방송에서 어렵게 설명할 필요가 없이 적절한 가격 혜택만 더해 준다면 어느 정도 매출은 보장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편성 시간대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가장 안정적인 제품군이며, 따라서 홈쇼핑 쪽에서는 가장 수수료가 낮게 책정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 컨셉이 명확한 제품
고가의 캐비어 성분을 강조한 스페인 에스테틱 화장품 ‘아인호아’는 올해로 5년을 맞고 있는 대표적인 홈쇼핑 장수 브랜드. 런칭 초기에는 브랜드 이름보다는 ‘캐비어 화장품’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기존에 피부과, 면세점 등에 유통이 되고 있었으나 대중적인 인지도가 부족했던 ‘셀렉스C’는 ‘비타민’이라는 컨셉을 강조하며 홈쇼핑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 제품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수없이 많더라도, 소비자들에게 가장 쉽고 명확하게 컨셉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홈쇼핑을 보면서 공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성분의 화장품이라 하더라도, 구구절절히 설명하고 소비자들에게 복잡하게 이해를 강요하는 제품은 외면 받기 십상이다.
반면, 아쉬움이 남는 제품들도 많다.
미국에선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국내 홈쇼핑에선 초창기 히트를 쳤다가 이내 시들해져 버린 ‘스매쉬 박스’는 홈쇼핑에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를 유지하기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
또한 미국 QVC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오프라인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네랄 메이크업 ‘베어이센추얼’은 국내에선 현지에 비해 아직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그 동안 커버 메이크업에 길들여지고, 저가 메이크업이 시장을 한참 장악하고 있는 탓일까.
뛰어난 제품력을 인정 받고 있는 피터토마스로스 역시 얼마 전 홈쇼핑에 런칭 하며 관심을 모았지만, 제품의 기능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멘트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제대로 제품을 홍보하기 못하고 있다.
그리고, 부르주아, 블룸, 로레알, 엘리자베스 아덴, 바디샵 등의 유명 브랜드들도 파격적인 구성으로 홈쇼핑에서 방송을 했으나, 생각보다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아니, 정말이지 그 정도 구성이면 매 방송마다 매진되어야 마땅할 구성인데도 말이다.)
웬만한 젊은 층이라면 다 알만한 브랜드 이지만, 반면 30~40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로 어필하기엔 제품 자체로 보여줄 수 있는 임팩트가 부족했던 것.
그 외에도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홈쇼핑에서 런칭을 하며 관심을 모았지만, 몇 번 방송을 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홈쇼핑이라는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시장이 이곳이다.
나라면 이런 상품을 사겠다
홈쇼핑 시장에 대한 얘기가 다소 지루했다면, 잠재적 소비자인 당신에게 줄 수 있는 몇 가지 쇼핑 Tips! ^^
홈쇼핑 방송이 한 시간짜리 광고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서두에도 언급 했듯이, 한 시간 내내 좋은 제품이라고 얘기해도, 모두 그만큼 좋은 제품은 아니다. 실제로 현지에서 별로 인지도 없는 제품도 한 시간 동안 방송을 보다 보면 정말 세계적인 명품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정말 저 화장품을 바르면 내 피부에 드라마틱한 효과가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사실은 이것이 광고라는 점을 잊지 말자.
잡지나 TV를 통해서 접하는 광고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믿지 않듯이 말이다.
얌체처럼 성공하는 쇼핑을 위해서는 홈쇼핑에서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세일이나 프로모션 챤스를 이용하길 바란다. 특히 연말이 되면서 홈쇼핑사 간의 매출 경쟁으로 인해, 강력한 프로모션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무이자 할부나 할인 혜택 등이 다양하므로 활용해 볼만 하다.
그리고 기존에 사용해보았거나 테스트 해보아서 이미 알고 있는 제품이 정말 파격적인 혜택으로 진행이 된다면 당연히 혹할만한 기회.
경우에 따라서 다르지만, 생방송 중 해당 홈쇼핑사의 인터넷몰을 통해 구입하면 추가 적립금 등의 혜택도 있으므로 정말 알뜰살뜰한 당신이라면 확인해보는 센스를 발휘해도 좋겠다.
홈쇼핑의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인 무료 배송, 반품 및 교환의 편리함도 적극 활용해보자.
일부 제품은 무료 체험용 샘플을 프로모션으로 걸기도 하니 일단 질러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단, 반품 및 교환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길 바란다.
본품 사용 후 반품 불가! 라는 안내문이 포장에까지 붙어있는 제품을 굳이 사용하고, 단순히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도 반품을 하는 ‘심하게 얌체 같은’ 행동은 부디 자제해주시길.
- 워낙 고객에게 유리한 시스템이므로, 끝끝내 우긴다면 사실 왠만하면 반품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지만,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서, 제품을 사용해서 재판매 불가능한 상태인데 단순 변심으로 반품 한다는 것…. 심하지 않은가.
실제로 홈쇼핑 유통을 하다 보면 정말 심하다 싶은 고객들이 유난히 많다는 점도 애환 중의 하나다.
홈쇼핑에서 성공하려면..
단기간 반짝 매출을 넘어서, 홈쇼핑 유통을 장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은 물론이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싫증을 내기 전에 방송 구성이나 포맷을 바꿔주는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것.
오랫동안 꾸준히 방송을 하는 제품들을 보면, 방송 인서트 자료를 바꿔 주거나, 게스트에 변화를 주거나, 시연을 다양화 시켜서 지속적으로 보는 재미를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가피하게 동일한 제품군만을 진행하는 경우, 이런 방송적인 다양함은 더욱 필요하다. 앞에서도 예로 들었던 김영애의 황토 솔림욕을 판매하는 ‘참토원’은, 비누와 황토팩이라는 단일 품목 만으로 방송을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민해오고 있다. 때문에 최근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스폰서를 하며 해당 ‘참토원 상’을 만들어 냈고, 이를 이슈화하고 방송 자료로 활용하기도 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 ‘린다 칸텔로’는 색조 제품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1년에 한 두 번 정도 ‘린다 칸텔로’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방송에 참여하는 특별한 기획을 하기도 한다.
한편, 홈쇼핑을 광고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하며 유통망을 확대하는 기반으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 홈쇼핑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호주 브랜드, ‘쥴리크’를 살펴보자.
‘쥴리크’는 ‘피지조절 파우더’라는 명확한 컨셉의 단일 품목을, ‘현영’이라는 스타 게스트와 함께 진행하면서 크게 히트 시켰다. 홈쇼핑에서는 파우더 단 한 품목만을 진행했지만, 동시에 브랜드 홍보 역시 톡톡히 한 셈이다. 그리고 동시에 유통망을 확대하면서 지금은 백화점과 직영샵,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서 수많은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물론, 현재 다른 유통망의 매출이 크게 성공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홈쇼핑을 통해 단기 매출과 함께 브랜드 홍보 효과를 확보한 것은 성공적이었다)
홈쇼핑 특성상 오랜 기간 운영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유통망이므로, 장기적인 브랜드 운영을위해서는 홈쇼핑을 통해 광고 효과를 노리면서 다른 유통채널을 확보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홈쇼핑과 마케터
홈쇼핑 유통은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만만치 않은 시장이다.
조명발이 강하면, 그만큼 그림자도 짙다는 점을 알아두지 않으면, 소위 본전도 찾기 힘든 바닥. 이 곳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마케팅 실무자들은 마케팅에 관련된 기본적인 실무는 물론이고, 방송국 작가와 맞먹는 크고 작은 자료 정리와 출연자 섭외, 영업직과 다름 없는 실무자 접촉과 커뮤니케이션, 때로는 홍보 대행사 직원과 같은 자료 활영 콘티 제작 및 스케쥴 어레인지까지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평일과 주말, 이른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방송이 편성되면 언제든 방송 진행에 참여해야 하므로, 때로는 몇 주 동안 주말에 내리 일을 하기도하고, 새벽 2~3에야 방송을 끝내고 퇴근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주말 출근이 부지기수고, 지난 추석 당일에도 방송이 있어서 차례 지내자마자 출근을 했었으며,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당장 방송 편성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케터라면 단기간에 많은 일을 배우고 경험 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적절한 자기 개발과 체력 관리가 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업무에 어려움과 한계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단기적인 매출이 눈에 보이는 홈쇼핑일수록, 여기에 정체되지 않고 동시에 장기적인 전략을 함께 가져가는 안목이 필요하다. 물론, 그게 가장 어렵다는 것이 딜레마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화장품이 좋은 마케터, vivid. okjulia@empal.com
마치며)
올해가 가기 전에 화장품에 대해 궁금한 내용 몇 가지 내용을 더 정리하려고 합니다. ^^
첫번째 내용은 주절주절 거창하게 길어졌지만, 앞으론 좀더 깔끔하고 가뿐하게 정리해야지! 하는 바램과 함께 계획중인 내용들은..
2. 인터넷 쇼핑몰과 화장품
3. 아는 사람만 아는 몇 가지 홍보 이야기
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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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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