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의 샴페인, 트럼펫이다. 한 트럼피터는 이렇게 트럼펫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트럼펫의 연주 모습은 적진을 향해 선두에 서서 돌진하는 선봉장의 강인함, 거대한 빙산이라도 녹일 듯한 뜨거움, 영웅의 가슴과도 같은 부드러움의 조화다”라고.
소리와 단단하게 생긴 모습부터 영웅적인 트럼펫은 오래 전부터 왕권과 신권을 상징했다. 중세에는 트럼펫이 귀족의 악기로 취급되었고, 왕이 등장할 때 울리는 팡파레에 사용되었던 트럼펫은 성서를 주제로 한 성화에 천사들이 연주하는 악기로 등장했으며, 찬송가에서도 자주 하나님을 찬양하며 등장했다.
트럼펫은 원래 목제 악기였던 찡크에서 출발했다. 르네상스에서 바로크에 이르는 시기에 사용된 찡크는 상아나 뿔, 나무를 다듬어 구멍을 뚫은 관에 단추만한 마우스피스를 달아놓은 악기였다. 연주법도 달랐다. 정면에서 불지 않고 입술의 한쪽 면만을 이용해서 부는 것이 달랐다. 하지만 자연재료로 만들었기 때문에 현대 트럼펫보다 부드러운 소리가 났다. 하지만 찡크는 현대적인 악기로 발전하지 못했다. 보다 가공하기 쉬운 금속제 트럼펫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옛날에 팡파레에 사용된 트럼펫 연주의 계명을 살펴보면 매우 간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의 트럼펫은 밸브가 없어 4,5가지의 음만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밸브가 고안되었고, 그 결과 트럼펫 안의 공기 통로를 바꿔 관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밸브를 세 개 달아 반음계를 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 밸브를 바꿔주는 방법에 따라 피스톤 식과 로터리 식으로 트럼펫을 나눌 수 있는데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트럼펫은 거의 모두 피스톤 식이다. 로터리 식은 독일과 동유럽에서 사용되곤 하는데 특별한 사운드를 갖고 있는 빈 필하모닉의 트럼펫이 로터리 식이다. 피스톤 식은 음색이 날카롭고 화려한 반면 로터리 식은 음색이 부드럽고 장중하다.
플루트를 제외한 목관악기들은 거의 리드(reed)를 사용하는 악기들인데 비해 금관악기는 입술의 떨림을 공명시켜서 소리를 낸다. 그래서 립리드(Lip reed)라고도 한다. 이 입술의 소리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마우스피스다. 마우스피스는 좋은 연주에 크게 기여했다. 마우스피스를 입에 밀착시켜 소리를 내면 입술이 옆으로 가늘게 밀리게 되고 자연히 진동이 짧아지므로 고음을 내기가 쉽다. 반대로 마우스피스를 가볍게 대면 입술은 힘을 조금 받게 되어 느린 진동의 저음 발음에 적합한 상태가 된다.
트럼펫이 강인하고 강력한 소리를 뿌려대는 것은 야구로 말하자면 홈런 타자이자 강속구 투수에 비견할 만한데 가끔은 교타자가 되기도 하고 체인지 업도 구사한다. 바로 약음기를 사용할 때가 그렇다. 17세기에 우렁찬 트럼펫의 음량을 줄여보고자 사용되기 시작한 약음기는 특히 재즈 연주자들에 의해서 폭넓게 개발되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약음기는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재료와 모양으로 되어 있어 트럼펫의 음색을 다양하게 변화하게 한다. 오케스트라에 많이 사용되는 약음기는 원추형으로 약음기를 잡고 벨의 구멍에 끼워 넣으면 된다. 포르테로 연주하면 거친 소리를, 피아니시모로 연주하면 부드러운 소리를 내게 해준다.
음색을 변화시키는 도구에는 둥근 원판도 있다. 벨을 막고 여는 주법을 반복하면 “왕왕와우와우와왕~”하는 만화에 나오?코맹맹이 소리가 난다. 빅밴드 오케스트라에서 원판을 이용, 익살맞게 연주하는 트럼펫 주자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좋을 것이다.
금관악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트럼펫은 특히 말러 교향곡 5번 1악장 서주의 독주를 비롯,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드보르작 교향곡 9번, 베르디 오페라 <팔스타프>와 <아이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J. S.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 등에서 금빛 찬란한 소리를 만끽하게 한다.
장일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