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트레킹-2013.08.31-산막이 옛길(충북 괴산)

[보나데아]

딱히 먹은 것도 없는데 뭘 먹고 체한건지 어쩐건지 며칠전부터 먹을 것만 들어가면 가슴이 뻐근하다.
며칠동안 밥도 잘 못 먹었는데... 오늘 여행을 따라나서야하나 말아야하나 조금 망설여지지만
이미 가겠다고 예약도 했고, 오늘 안나가면 일주일을 또 방안에서 죽칠까봐 정히 못 걷겠으면 차라리 차안에서 쉬던지하자 하고 가기로 결정한다.
허기져 길에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민폐지 싶어 죽이랑 마실 것을 좀 더 챙겼더니 배낭이 좀 무겁다.
컨디션이 별루 좋지 않은 탓인가보다.

오늘 여행지는 충북 괴산에 있는 산막이옛길 트레킹이다.
산막이옛길은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 마을에서 산골마을인 산막이 마을까지 연결한 총 길이 10리의 옛길을 복원한 산책로로
산 깊숙한 곳에 장막처럼 주변 산이 둘러쌓여 있다고 하여 산막이라 하며 예전부터 이곳에서 살던 산막이마을 사람들이 오가던 옛길이다.

아침 8시에 사당역에서 모여 출발...  10시 반쯤 괴산에 도착

아침 겸 점심으로 둔율로 올갱이(다슬기)국을 먹으러 간다. 시간이 어중간해 오늘은 아예 밥을 먹고 트레킹을 시작한단다.
둔율은 올갱이가 꽤나 유명한 곳인가보다. 마을 입구에 올갱이 석상까지 세워 놓았다.
둔율은 올갱이뿐만 아니라 대학찰옥수수로도 유명하단다. 그래서인지 식당 주인이 밥값을 깎아 주는 대신 옥수수 몇자루를 인솔자에게 내주었단다.
인솔자 옆에 앉은 덕에 얻어 먹을 수 있었는데 여느 옥수수처럼 크고 탐스럽지는 않았지만 맛을 제법 그럴듯했다.

차는 조금 더 들어가 외사마을 유래비가 세워진 곳에서 멈춘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어머나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동네가 너무 예쁘다.
한쪽으로는 달천이 흐르고 수많은 산봉우리들이 동네를 중심으로 첩첩이 둘러쌓여 마치 마을을 보호하는 담장처럼 느껴진다.
내가 살고 싶었던 마을이 바로 이런 곳인데... 시간만 있으면 우선 이동네부터  한바퀴 돌아보고 싶다.

뜨거운 것이 들어가니 오히려 속이 풀리는 느낌이 들어 밥을 제법 먹는다.

옛 어르신들이 뜨거운 국물을 후루룩 후루룩 마시면서도 시원하다고 표현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나이 들어보니 알겠다...

산막이옛길 도착... ▼

괴산 수력발전소
충북 괴산군 칠성면(七星面)에 있는 댐으로 남한강 지류인 달천(達川)을 가로질러 만들었으며 1952년 11월~57년 2월에 축조되었다.
댐의 축조로 이루어진 칠성호가 괴산군 칠성면 ·문광면(文光面) ·청천면(靑川面)의 3개면에 걸쳐 있다.
댐과 발전소의 규모는 비록 작으나 순수한 국내기술진에 의하여 조사, 계획되고 설계, 시공된 최초의 발전전용 댐으로 의의가 크다 
 

▲ 등산 시작...

조금만 더 가면 등잔봉 정상인데 아침을 먹은 것이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근 일주일 동안 제대로 먹지를 못한 탓인지
산에 오르는 내내 식은땀이 나고 급기야는 현기증에 다리까지 후둘거려 일행을 따라가지 못하겠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후미에게 도착 시간에 맞춰 주차장으로 가마 하고 일행을 먼저 보낸다.
힘들고 위험한 길로 까르르 거리면서 올라가는 일행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내려온다. 부럽다...

다들 떠난 숲속에서 한참을 쉬고, 걷고... 몇 발자국 걷다 현기증 나면 또 쉬고... 그렇게 몇번을 반복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다. 구름은 왜 또 저리 예쁜건지... 되돌아가기 아깝다고 하늘이 내 마음을 대변한다.
사방에는  칡꽃, 싸리꽃, 사위질방꽃... 그리고 이름도 알 수 없는 야생화들이 뒤엉켜 향기 폴폴 내뿜으며 어서 따라오라며 유혹한다.
그래 괴산까지 와서 봉우리 하나라도 밟고 가야지... 이대로 가기엔 하늘이 너무 맑고 꽃향기가 너무 진동한다.
편안하고 완만한 길로 들어서본다. 그런데 조금 오르니 그닥 편안하지도 완만하지도 않은 것 같다. ㅋㅋ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풍광...이맛에 산에 오른다. 역시 정상은 조망이 좋아야 기분이 배가된다.
오를 때 힘든 것은 어느새 다 잊어버리고 만다.

어찌어찌 등잔봉까지 왔다. 다행이 시간이 지나니 불펀했던 속도 차츰 수구러든다.
속병이란게 원래 그런것 같다. 꼭 꾀병처럼 자지러지게 아팠다가도 시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질 때가 있다.
오늘은 자지러지게 아프지도 았았고 아직 멀쩡해 지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견딜만은하다.
체력이 부실해 자칫하면 체하는... 그리고 오래가는 이놈의 속도 참 문제다.

옛날 한양으로 과거 보러간 아들의 장원급제를 위해 등잔불을 켜놓고 100일 기도를 올렸다고 하며 지금도 그 효험이 있다하여
자식들을 위해 정성을 드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봉우리가 등잔봉이란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네 부모들의 지극한 자식 사랑이 묻어있는 봉우리다.

한반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아래 풍경이다.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하여 한반도 전망대...비봉산하고 좀 닮은 듯도 싶다.

 여기서는 살아있는 나무보다 고사목들이 초가을의 강렬한 햇빛과 더 잘 어울린다.
또한 사방을 둘러보아도 겹겹이 둘러쳐진 능선들이 하늘에 떠 있는 뽀얀 뭉게구름과 너무 닮아 산막이란 말을 실감나게 한다.
아름답단 말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하늘아래 펼쳐진 자연경관이 울창한 노송과 더불어 장관을 이뤄 그 풍광명미의 수려함에 하늘도 감탄하여 숨겨 놓은 봉우리라는 천정봉...

▲ 시련과 고난의 소나무다. 소나무가 바위틈에서 시련과 아픔을 이겨내며 꿋꿋하게 뽐내고 있는 모습으로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교훈을 주고 있다고 하는데,  저 나무도 비좁은 공간에서 자기 영역을 넓혀 가느라 힘들겠지만
해마다 커가는 소나무를 받아줘야 하는 바위도 에지간히 힘들겠다 싶어 바위에게도 시련과 고난의 바위라 이름붙여 주고싶다.

그렇게 진달래 능선도 지나고... 산막이나루에 도착한다.▼

▲ 왼쪽길로 가면 괴산호 둘레를 따라 만들어진 나무테크를 걷는 산막이옛길 구간으로 주차장 쪽으로 가고
오른쪽으로 가면 굴바위나루 쪽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굴바위나루 쪽으로 간다. 양반길과 연결되는 구간인가보다.

▲  잠깐 걷다보면 노수신적소를 만난다. 적소(謫所)는 ‘귀양살이를 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조선중기 학자인 노수신(1515~1590)은 1545년 을사사화와 연루되어 파직되고 순천·진도·괴산 등에서 약 20여년간 유배생활을 하다가
1567년 선조가 즉위한 후 다시 등용되어 이조판서·대제학 등을 거쳐 1573년에 우의정, 1578년에 좌의정을 지내고 1585년에는 영의정에까지 오른다.
노수신은 이곳에서 1565년부터 1567년 유배생활을 마감할 때까지 거처하였는데 그후에도 수월정(水月亭)이라는 이름으로 보존해 오다가
1952년 괴산댐이 생기면서 수월정이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그대로 마을 위쪽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  삼신바위
괴산댐 건설 전에는 경치가 빼어나고 강물이 빠르게 흘러 살여울이라고 부르던 곳인데,
삼신(해,달,별의 신)이 내려와 목욕을 즐기다가 날이 밝아 승천하지 못하고 삼신바위가 되었다고 함.
옛날부터 이 바위에 아기를 점진하여 달라고 치성을 올리고 있음.
그 삼신이 그 삼신이 아닌데 치성을 들인다고 들어주실라나? ㅋ
그나저나 경치가 너무 좋아 아무리 신이라도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즐겼을 법도 하다.

소나무가 너무 멋진 산막이옛길...
햇빛따라 휘고 바람따라 휘고... 그 모습이 흡사 춤이라도 추는 것 같다.

굴바위나루도 지나고, 야생화가 그득한 굴바위 농원도 만난다.주인은 어디 외출 중이신지 아님 다른 곳에서 사시는지 기척이 없다.
잠시 객들이 주인이 되어 피곤한 다리에게 잠깐 쉴 시간을 준다.

이곳에서도 달콤한 향기가 진동한다. 오늘은 종일 꽃 향기에 취해 황홀지경이다.
무슨 향기가 이렇게 진한가 했는데 아마도 칡꽃 향기가 아닌가 싶다. 사방에 칡덩굴은 뒤엉켜 원시림을 만들고 칡꽃은 만개해 벌들을 부른다.

이렇게 칡이 많아 옆 마을 이름이 갈론마을인가보다.
갈론마을은 갈천씨지민(葛天氏之民 욕심없이 순박한 사람, 이상 세계의 백성)들이 은거하여 사는 마을이란 뜻이란다.
당초 칡이 많이 우거져서 은거하기 좋은 곳이란 뜻의 갈은(葛隱) 마을이었으나 언제부턴가 갈론(葛論)마을로 바뀌었다고 한다.
다음에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지금처럼 칡꽃이 만개하는 계절에 와야겠다..

예쁜 임도길을 걸어 다시 산막이 나루로 간다.
이제는 아까와는 반대 방향으로 산막이옛길을 걷는다. 괴산호를 옆에 끼고 걷기는 마찬가지인데 이쪽에는 나무테크 길이다.

가는 길에 계곡이 있어 잠깐 땀을 식히고...

요즘은 어디가나 나무테크로 잘 정돈되어 있어 딱히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그래도 호반을 끼고 도는 경치는 더없이 아름답다.
간간히 이야기 거리도 있어 걷는 내내 심심할 새도 없다. 더 좋은 것은 애써 인공적인 미를 곁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 앉은뱅이 약수는 진짜 약수일까? 혹시 계곡물을 끓어들인 것은 아닐까?
나무를 통해 세차게 나오는 물줄기가 신기하기는 하지만 웬지 나무가 아파보인다.

이대로 쭈~욱 걸어가면 우리가 출발한 지점이 나온다.
비경을 감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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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막이 명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