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 왼쪽에는 13세기에 제작되었다는 6각형의 구조물이 보였다. 대개 설교단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형태로 봐서 세례단(洗禮壇, 세례대)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성당 측에서 미사를 준비 중이었기에 현지가이드를 찾아 물어볼 시간도 없었다.
축복처럼 쏟아지는 빛을 찾아 고개를 드니, 여덟 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돔형 천정은 창으로부터 들어온 빛을 모아 아래로 보내고 있었다.
중앙공간은 미사를 준비하느라 의자를 채우기 시작했다. 서둘러 안쪽 제단(祭壇)으로 보이는 곳으로 다가가 살펴보았다. 대리석 단 위에는 성당을 축소한 듯한 성물이 있고, 그 위에는 금빛 천사 둘이서 역시 금빛 찬란한 사각의 성물을 들고 있는 형태이다. 그 위로는 사찰의 닫집(불상 위에 있는 작은 집 모양)에 해당되는 캐노피(canopy)가 금으로 구획을 나누었고, 각 구획 안에는 화려한 성화가 장식되어 있다. 시선을 내려 하단을 보니 하얀 대리석에 마치 자개를 박아놓은 듯한 각종 문양으로 치장되어 있다.
제단 뒤쪽으로 돌아들어갔더니, 좁은 공간에 별도의 의식 공간이 있었다. 중앙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상이 있었고 뒤쪽과 좌우벽면에는 성화가 가득했다. 미사 때 원로급들이 앉는 곳인지 아니면 별도의 의식에 사용되는 곳인지 궁금했지만, 가이드는 보이지 않았다. 그림 아래에는 고가구처럼 보이는 것이 여럿 있었는데, 성화가 조각되어 있다.
제단을 돌아 나오니 이미 미사를 집전할 준비가 끝나 있었다. 바삐 내부를 훑어보니 다른 제단이 하나 보였다. 다가가 살펴보니 남녀 인물이 관처럼 보이는 것을 받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아래의 하대를 보니 한 사람의 목을 칼로 내려치기 직전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전체적인 모양으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1427년에 새로 추가했다는 성 돔니우스 제단이 아닐까하고 혼자 생각했다. 돌아보니 대중들은 아무도 없었고, 관리하는 이가 나를 지켜보고 있기에 서둘러 성당을 나왔다.
종교시설은 참 많은 상징성을 숨기고 있다. 좀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그 상징성을 하나씩 살펴보는 것이 성소(聖所)를 참배하는 또 다른 기쁨이 되련만, 그저 시간에 쫓기듯 발길 옮기기에 바쁘다.
하긴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자기 앞에 나타나는 낱낱 현상 속에 숨겨져 있는 상징성을 읽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미래를 향해 내닫기에 바쁜 듯하다.
▣사진 - (1)성당 내부는 로마식 기둥과 화려한 장식으로 천정을 받치고 있다. (2)13세기에 제작되었다는 6각형의 석조 설교단이라고 설명하는데, 세례단(세례대)을 잘못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여덟 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돔형 천정은 창으로부터 들어온 빛을 모아 아래로 보내고 있다. (4)벽면에서 약간 안으로 들어가 있는 제단을 가까운 곳에서 광각렌즈로 촬영했다. (5) 제단의 상단에는 성당을 축소한 듯한 성물이 있고, 그 위에는 금빛 천사 둘이서 금빛 찬란한 사각의 성물을 들고 있는 형태이다. 그 위로 화려한 캐노피가 보인다. (6)제단의 하단은 하얀 대리석에 마치 자개를 박아놓은 듯한 각종 문양으로 치장되어 있다. (7)제단의 뒤쪽에는 좁은 공간에 별도의 의식 공간이 있다. (8)고가구처럼 보이는 것에는 성화가 조각되어 있다. (9)제단을 둘러보고 돌아 나오니 이미 미사를 집전할 준비가 끝나 있었다. (10)남녀 인물이 관처럼 보이는 것을 받들고 있는 모양과 아래 사형을 당하는 장면으로 보아 순교한 성 돔니우스 제단이 아닐까하고 짐작했다, (11)제단 하대에 있는 조각은 한 사람의 목을 칼로 내려치기 직전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