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끝자락에 위치, 호남에서도 특이한 음식 다수
장어구이, 생고기비빔밥, 돼지고기 짚불구이 등 인기
글ㆍ사진=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
무안ㆍ함평은
호남의 서해안 끝자락이다. 아래로는 목포, 신안과 이어져 있다. 위로는 영광, 동으로는 광주, 나주 등과 붙어 있다. 무안ㆍ함평은 아래, 위로
연결되어 있는 지역이다. 광주, 나주, 목포, 신안, 영광 등은 이미 음식 맛으로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 도시들이다. 무안ㆍ함평 역시 음식으로는
결코 인근 지역에 뒤지지 않는다.
무안ㆍ함평의 음식들은 호남에서도 특이하다. 무안의 ‘강나루뱀장어’는 민물장어 전문점이고 ‘녹향가든’은 짚불 돼지고기 전문점이다. 함평의 ‘시골집’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닭 한 마리 요릿집’이고 ‘장안식당’은 국밥과 ‘생고기 비빔밥’ 전문점이다. 번화한 대도시도 아니고 한가한 지역들이다. 그런데 군데군데 특이한
음식, 음식점이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곳의 특색 있는 음식들을 소개한다.
우리가 만나는 장어는 4종류다. 민물장어는 뱀장어다. 바다에서 부화한 다음 민물로
돌아온다. 민물과 바닷물에 번갈아 살지만 흔히 민물장어라고 부른다. 일본인들이 ‘우나기’라고 부른다.
붕장어는 일본인들이
‘아나고’라고 부르는 바닷장어다. 바다에서만 살고 양식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먹장어는 눈이 없다시피 한다. 눈이 멀어서 먹장어라고 부르고
흔히 ‘꼼장어’ ‘곰장어’라고 부르는 녀석이다.
갯장어는 여수 지역의 특산이다. 잔가시가 많고 샤브샤브 등으로 먹는다. 칼집을 넣어서 뜨거운 물에 닿으면 마치 꽃처럼 피어오른다고 해서 흔히 ‘하모
유비키’라고 부르는 일본식 요리법에 어울린다. 한때는 생산 전량을 일본으로 수출했다.
재미있는 건 역시 뱀장어=민물장어다. 오랫동안 생활습성이나 이동경로 등이 밝혀지지
않았고 특히 산란과정이 알려지지 않았다. 필리핀 인근 해역의 깊은 곳에서 산란하고 여러 번 모습을 바꾸면서 남중국해를 거쳐서 한반도와 중국,
일본 등으로 향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최근이다. 남획으로 개체수가 줄어들었고 오염과 댐 건설 등으로 뱀장어가 민물로 들어오는 길은 막혔다.
뱀장어는 철저한 야행성이다. 게다가 공격성이
강하다. 캄캄한 실내에서 사료로 키우는데 조금만 걸리적거리면 옆의 녀석을 사정없이 물어뜯고 상처를 낸다. 양식장에서는 사료와 더불어 다량의
항생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자연 상태에서 잡는 민물장어, 뱀장어는 보기 힘들고 대부분이 양식장에서 키운 것들이다.
‘갯벌장어’는 갯벌에서 잡은 뱀장어가 아니다. 양식장에서 키운 녀석들을 일정 기간 갯벌에서 놓아기른 것들이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어느 정도 ‘해독’이 될는지 의문이지만 상당수의 유명 식당들에서는 ‘갯벌장어’를 내놓는다. 임진강 언저리나 풍천 주변,
강화도의 갯벌장어들은 모두 이런 방식으로 ‘해독’ 과정을 거쳤다는 것들이다.
‘강나루뱀장어’는 황토의 해독력으로 양식 장어를 어느
정도 해독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주인은 어린 시절 식당 바로 앞의 영산강에서 자연산 장어를 잡았다. 아버지는 그 장어로 장어구이를
만들었다. 이제 그 아들이 주인이 되고 ‘황토연못에 놓아기른 장어’를 구워서 판다. 가게 업력 60년. 반세기 넘는 동안 장어를 만졌다. 주인은
여전히 10대 후반, 영산강에서 쪽배로 잡았던 힘찬 장어를 그리지만 이미 불가능하다.
무안의 ‘녹향가든’은 돼지고기 짚불구이로
유명하다. 짚불이 얼마나 거세며 또 얼마나 빨리 꺼지는지 아는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짚불로 굽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의심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가능하다. 주문을 받으면 고기를 들고 식당 뒤의 간단한 ‘시설(?)’로 간다. 짚단을 풀어서 불을 붙이고 바로 석쇠의 돼지고기를 들이댄다.
고기는 쉽게 익는다. 짚불은 거세게 타다가 바로 꺼지지만 고기도 짧은
순간 쉽게 익는다. 짚의 향기와 짚 연기의 구수함이 돼지고기에 배어든다. 색깔은 그리 곱지 않지만 입에 넣으면 누구나 “짚 향기가 참 구수하고
좋다”고 느낀다. 짚불 돼지고기와 더불어 제공되는 밑반찬도 허술하지 않다.
함평의 ‘시골집’은 참 재미있는 ‘닭 한 마리
전문점’이다. 닭 한 마리를 다 먹는 구조인데 특이한 점은 회, 찜, 구이, 튀김 등으로 나눠서 다양한 방법으로 닭 한 마리를 다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문하고 나서 조금 기다리면 생닭을 해체해서 회, 찜, 튀김 등이 나온다. 구이용은 같은 접시에 나오지만 별도의 숯불로 구워
먹으면 된다. 이름 그대로 외진 곳에 있지만 큰 접시에 담겨 나오는 닭의 여러 부위가 참 아름답고 도시 스타일이다.
함평 읍내의 ‘장안식당’은 업력이 제법 긴 노포다. 원래 함평 일대에는 우시장이 있었고 그 우시장 곁으로 국밥, 육회 비빔밥 집들이 제법 있었다. 그런 국밥집 중 하나가 긴 세월 살아남았다. 바로 ‘장안식당’이다. 처음 ‘장안식당’에
들른 사람들은 누구나 이 식당의 구조에 ‘당황’한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좌우측으로 방들이 있고 맞은편에는 정문과 다름없는 문이 또 하나 있다.
앞뒤 문이 따로 있는 희한한 구조다.
메뉴도 재미있다. 곱창국밥과 선지국밥이 있고 육회비빔밥이 있다. 메뉴에는 육회비빔밥 대신 ‘생고기 비빔밥’이라고 표기했다.
곱창국밥이 유명한데 고기, 곱창, 콩나물 등을 넣고 얼큰하게 끓인 것이다. 고기 양도 많고 한 그릇 먹고 나면 든든하다. ‘생고기
비빔밥’ 육회의 양과 맛 모두 흠잡을 데가 없다. 시골 장터의 인심 좋은 국밥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하여 음식이 깔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