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파도소리가 나를 부르는 듯 싶어 한달음에 해운대역으로 달려간다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바다소리 펜션에 도착하니 주인아주머니가 김치전을 부쳐준다 덮석 한입 먹는 순간 회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묵직한 상자에 먹꺼리들이 가득하다 장을 가볍게 보랬는데 기어이 사고를 치는구나 한잔 술에 눈물 난다고 먹는 인심속에 정이 돈독해지는 법 그렇치 않아도 먹꺼리 문제로 골치를 썪혔는데 그래 일단 허리띠 풀고 먹고 보자 오랜만에 외출한 햇살님 반가웁고 지난번 모임에 불참했지만 거금의 찬조금을 투척하고 이번엔 떡상자로 또 한번 찬조의 멋을 보여준 아침들녘님 고마웁고 게시판 사진에서 나이든 모습을 연상했는데 앳된 티가 나는 모니카님 외모에 놀라고 처음 보는 다향정담님 정다움이 넘쳐나고 힘든 일을 끝마치고 뒤늦게나마 참석의 의지를 보여준 코헨님과 불원천리길을 허접지겁 달려와서 몇시간 머물지도 못하고서 먼길을 되돌아간 향이님 지극정성이 감탄스럽고 외부 초청에 좀처럼 응하지 않는 작고 깡마른 곽성삼님이 흔쾌히 등장하시고 동굴 동굴한 외모에 붙임성 있는 김민수님, 털털한 인상의 나비님이 좌청룡 우백호처럼 보필하듯 몰아온다 강인한 인상의 보헤미안님이 장난기 어린 웃음으로 인사를 나눈다 입실을 하니 넓직한 공간이 오늘밤 잠자리가 그닥 불편하지는 않겠다 싶다 바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풍경에 비로소 부산 느낌이 풍겨온다 모두들 끼니를 거른 참이라 민생고 해결이 시급한 참에 강진희님이 회를 아예 한 박스채로 운반해 온다 부산사람 손이 크다더니만 이건 좀 과하다 싶은데 허기진 이에게는 나비가 꽃 본 듯 반가움을 감출 길 없음에랴 이쯤 되면 예산초과는 불본 듯 뻔한 것, 어차피 벌어진 일 피할 수 없음 즐겨야지 골머리 아픈 문제일랑 접어두고 원 없이 한번 먹고 죽어보자식 식탁을 펼치고 푸짐한 먹꺼리로 함포고복을 만끽 한다 첫 만남으로 생소한분들 많은데 분위기는 어색하지 않다 인성들이 좋은 덕이고 노련한 나비님과 입심 좋은 김민수님이 풀어나가니 사회자 경력이 전무한 나로선 천만다행으로 우군의 지원사격을 받은 셈이다 곽성삼님 노래에 얶힌 이야기꽃이 피어 난다 아침들녘님은 곽성삼님의 귀향을 듣고 광주에서 서울까지 오는 내내 울었드랜다 모니카님, 다향정담님도 하나같이 곽성삼님의 노래에 푹~빠졌고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이라고들 한다 가만히 들어보니 모임을 주관(?)한다는 나만 곽성삼님 노래를 잘 모르고 있다 이런 무자격자가 카페회원으로서 행사를 하겠다고 나섰으니 허참~ 식후에 수야님이 기타를 메고 슬며시 나타난다 그간 수야님 초대를 위해 수없이 전화를 했지만 응답이 없어 애가 탔었는데 건강이 안 좋아서 부군께서 외출금지령을 내렸단다 그래서 모임참석을 일체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모임만은 필히 참석하고자 부군에게는 하얀 거짓말을 하고 나왔다니 쉿! 수야님은 타 모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인기가 높은데 정작 우리 회원들은 진가를 모르고 수더분한 모습에 노래하고는 무관한 듯 보여서 더욱 인지도가 낮다 그저~ 동네 명산 모르는 법이지라 지난번 모임 때 한번 보고는 눈썰미 있는 이 몸이 저 사람은 꼭 초청해서 우리 회원들이 노래맛을 느끼게 하며 합창도 진행하도록 부탁했다 어라~ 근데 독창을 위주로 하는 게 아닌가 동상이몽에 의한 나의 계산착오가 시작 된다 수야님은 곽성삼님 모임이라서 그분의 노래와 자신의 노래를 선보이고 싶었나보다 나는 곽성삼님 노래는 모양새만 갖추느라 두곡만 선정했었고 일반적인 노래로 도배를 했었으니 전적인 나의 실수였다 수야님이 노래를 할 때마다 찬탄이 쏟아 진다 50대 여인이 어쩜 20대 소녀같은 감성처럼 맑고 순수하게 노래를 할 수 있는 건지 모두가 놀란다 나 역시 처음 듣고 놀랬으니 당연한 반응이렸다 나로선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모두들 좋아하니 초청한 보람에 흐믓하다 오늘밤 편하게 주무시라고 손수 지은 옷을 각자 나누어 주는 착한 심성은 그녀가 동요에 전향한 이유를 몸소 설명해 준다 내게 두꺼운 노래책을 만들어서 줘서 고마움에 잠시 말문이 막힌다 김민수님 귀가시간이 임박해서 노래 진행을 떠맡기다시피 한다 많은 노래모임을 창단한 조직가며 합창 지도경력이 많은 김민수님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유쾌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수야님의 조용한 노래에 이어 흥겨운 시간을 유도했으니 음양 조화가 딱 맞아 떨어지도록 배분한 것이다 내가 선정한 노래 가사집 목차가 이런 식으로 뜻 깊은 안배로 비의가 숨어 있는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내 의도와는 상이하게 흘러가는 듯해서 가능하면 맥을 끊지 않게 자연스럽게 유도 하는 게 최선이렸다 헌데~ 가끔씩 예상치 않은 돌발 상황이 발생해서 좌불안석한 적이 많았다 귀가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을 우선순위로 재편성해서 다시 한번 궤도수정을 했다 1박2일을 30일만큼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시간의 압박감이 조여 오는구나 말쑥하게 차려입은 도사님과 그의 부인께서 환하게 들어 온다 행사를 마친 후 뒤풀이를 마다하고 달려온 것이다 오호라~ 고마운지고 도사님은 대학가요제 출신이며 노래모임을 주관한 검증된 실력자며 그의 부인께서는 클래식 기타에 일가견이 있는 모름지기 음악부부며 부산 대표선수들로서 등장하여 명성에 걸 맞는 무대를 보여 준다 올커닛! 어느 정도 나의 예상 안이 맞아 들어 간다 곽성삼님은 쇼팽의 “빗방울” 기타연주를 부탁했는데 이 곡은 단순하지만 마치 빗방울이 튀는 듯한 매력적인 멜로디라인에 누구나 호감을 갖을 수밖에 없는 클래식의 소곡이라 곽성삼님부터 찬탄을 한다 카~ 좋다 이곡을 유별나게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이 여리고 순수하다는 게 나의 평이기도 하다 덧붙이자면 이런 단순한 곡에서 연주 실력이 바로 드러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못한다” - 청율거사 어록 도사님 부인은 하필 손톱이 부러져서 제데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몇곡만 들어봐도 수준급이었으며 특이한 핑거링 주법을 보여줫다 최근 대세로 부상한 핑거링 주법은 마치... 꽃잎에 앉은 나비를 살며시 집듯이 현을 가벼얍게 살짝 터치하면서 소리를 죽이는 것 같지만~............... 섬세한 울림이 매혹적으로 끝. 일반모임에서 보기 힘든 연주를 보여줘서 을매나 고마웠던지 모니카님은 하모니카의 줄임말임을 내 일찍이 간파하였느니 하모니카 교사로서 하모니카를 키데로 갖추고 있다 그러니깐 키순으로 하모니카가 배열되어 있다는 것인데 조금 헷갈리지 그냥 다양하게 하모니카가 많은 줄로만 알면 된다 하모니카 연주곡의 대표선수로 리 오스카의 “비오기 전”만 연상하는데 하모니카의 세계가 파고 들면 의외로 드넓다 동요부터 시작하여 트롯까지 메들리로 주욱~ 이어지는 모니카님의 하모니카에 보헤미안님의 기타반주가 입혀지면서 가요의 재해석에 들어간다 흥겨움과 아련함이 버무려지는 복합적인 감흥이 방안을 휘감는다 그래 바로 이맛이야! 오늘 참석하신 분들 본전 생각나지 않게끔 감동 한 아름 안겨주는 것이제 아무렴 아직 끝나지 않았어 모임에서 좀처럼 노래를 하지 않는 보헤미안님께서 모임분위기가 좋았는지 특유의 감성으로 감동의 폭풍우를 몰아쳐준다 “연가”를 뉴질랜드 원어와 가요를 섞어서 쓰리핑거와 화려한 베이스런을 동원하여 느린 템포로 부르면서 색다른 맛을 안겨주나니 내가 연가를 칼립소의 흥겨운 스트록과 슬로우 고고의 아르페지오를 겸용해 보았는데 감동을 주는데는 역시 느긋하게 부르는 게 약발이 받더란 말이지 보너스로 개그송도 선보이며 한바탕 웃음판을 선사해 주니 요것이 프로의 맛 뒤늦게 기타를 들쳐메고 등장한 산마당님은 특유의 쓰리핑거 연주로 폴 사이먼 노래들을 선보인다 근데~~공포의 경상도식 영어발음이라고 들어는 보았는지 유사품으로 “텍사스 존” 발음도 있는데 번역하자면 충청도식 발음이라는... 암튼 영어의 매력적인 연음으로 이어지지 않고 탁탁 끊어져서 팝송인지 가요인지 아리송한 그리하여 “저거이 내가 아는 그곡이 맞긴 맞는겨”라는 뒷담화 무성해지는 노래로서 이럴 땐 듀엣을 해주면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즐길만한 노래로 거듭나게 해주지 그래서 주제넘지만 내가 듀엣 타자로 밑받침을 해주고자 하였는데 가사가 생각나지 않아서 죄송스러움이 남지만 관중의 호응도가 나쁘지 않아서 패스한다 산마당님, 도사님, 내가 급성 트리오를 결성해서 화음의 맛을 약간 보여 줬는데 오우~ 박수 쏟아지니 시건방지게 끼어든 보람 있었노라 약방에 감초끼듯 주책없이 끼어든 이몸의 속셈은? 잘하는 이들 사이에서 은근슬쩍 묻혀가려는 얌생이 전법이런가 산마당님 연주는 은근한 매력이 있어서 끝나고 나면 섭섭함에 또 다시 듣고 싶어진다 곽성삼님과 관련된 가요비사들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다향정담님의 차와 건강이야기들이 유익함을 보탠다 많은 분들이 귀가하여 아쉬웠지만 방이 갑자기 드넓어지며 잠자리가 편안한 점도 있다 남녀 합방에 그토록 흥분했던 보헤미안님은 그만 야반도주를 해버리셨다 야속한 지고~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라 으흠... 숨소리 새근거리고, 그리고 또....드르렁거리는 코골이 소리 요란했음을 움마~ 이튿날 남은 분들은 해변가 모래사장을 거닐며 한적한 바닷가를 만끽한다 곽성삼님은 어제의 복통과 과음에서 깨어난 듯 목소리 톤도 바뀌고 진솔함이 뚝뚝 떨어지는 자태가 엿 보인다 나비님 표현에 의하면 곽성삼님은 온몸이 악기라서 예민하여 주변 환경에 민감하다고 때론 괴팍스러움(?)에 당황하고 오해를 사지만 반작용으로 그만큼 여린 심성을 지닌 분 일 것이라는 나의 소감이다 먼 바다를 보고 담배를 피우면서 죽은 사람 생각이 떠오른다고 해운대역에서 나비님이 연주를 하고 모니카님이 하모니카를 부는 신나는 판에 나도 잠시 노래로 거들어 본다 주변사람들이 박수를 쳐주고 감흥이 일어난 아주머니는 찔레꽃을 신청하면서 박수를 치고 나지막히 노래를 한다 나비님과 나는 종종 이렇게 흥이 나면 아무데서나 판을 펼치며 방방곡곡 돌아 다녔었다 이런 일탈이 팍팍한 일상에 사는 맛을 더해준다 나비님의 반주는 노래를 못하는 분들도 부르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박헌중님과는 대략 20년 지기로서 뜻이 통하고 나비님과는 약 2년간 사귀면서 서로 죽이 맞는다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 즉 지기를 만나는 것은 생에 행복이다 존중과 배려는 삶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주며 힘든 일상에 새로운 다짐을 북돋아 준다 음악이라는 가느다란 연줄로 만난 인연이 굵은 동아줄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모임에서 여성분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가족같은 친근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나 역시 형, 친구, 동생을 만들면서 끈끈한 정을 나누었다 이번 모임에 멤버들은 어딜 내놓아도 각자가 단단히 한몫 할 정도로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분들로 구성되었다 본인들은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이런 훌륭한 멤버 구성은 좀체 만들기 힘들다 그간 수많은 모임에 참석하였지만 감히 자랑질을 해도 결코 부끄럽지 않은 모임후 짙은 여운의 감동이 남는 이유는 최종적으로 구성원에 자질 덕이다 새롭게 후기문을 쓰면서 나의 글은 시시때때로 변한다는 것을 밝히고 싶습니다 그간 쓴 감평도 마찬가지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새롭게 고쳐 쓰고 싶은 심정입니다 따라서 글에 너무 얶매이지 않기를 당부 드립니다 앞에 쓴 후기문은 참여자분들의 좋은 추억에 상반되고 불참한 분들에게 쓸데없는 오해를 야기시키는 대단히 바람직스럽지 못한 나의 턱없이 높은 기대치가 뒤죽박죽으로 섞인 나만의 반성문일뿐으로 제법 후기 좀 쓴다는 청율도 평균이하의 글을 쓰는구나하고 위안꺼리 삼으시면 됩니다 긴 후기를 썼지만 아직도 꿈결같은 1박 2일간 많은 일들을 마감하기엔 미진함이 많습니다 살신성인 정신이라고 박박 우기고도 싶은 주책 맞았든 소생의 언행들은 너그러히 양해를 바라며 한참 부족한 사람이 운영을 해보겠다고 우왕좌왕하기만 하고 별 도움도 못드린 점 사죄 드리고 함께 해주신 분들 좋은 추억꺼리 만들어 주심에 삼가 고개 숙입니다 고 맙 습 니 다 추신 ; 두 번의 후기문 난생처음인데 독자님들 당... 당황 하셨어요 부족하지만 그나마 제데로 된 진상을 밝히게 되어 찝찝하고 묵직한 짐을 던듯 홀가분함이 노곤함과 함께 몰려옵니다 곽성삼 1집['79 성현] - B02. 물레.wma
첫댓글 청률님의 후기를 읽고 있자니 어느새 입가엔 빙그레 함박 웃음이 가득해 집니다.
행복한 밤이였습니다 처음 뵈었지만 오랜세월 함께한 인연처럼 편안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들과의 함께 할 수 있음은 축복이라 생각 합니다.
감사한 마음 입니다 청률님 그리고 지기님 모두모두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또 다시 쓴 후기에 감동 입니다.
그날밤 곽성삼선생님의
취하셨지만 취하지 않은척 치켜 뜨시는 눈동자에서
순진무구의 봄이 도처에서 눈을 뜨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청율님 다시한번 쓰신 후기 감동입니다. ^^
작가 하셔도 되겠습니다. ^^
청율님.
여러모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청율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와우~ 이렇게 멋진 후기를 어떻게 쓰실 수 있는지요?
청율님의 춤사위 만큼 글솜씨도 멋집니다. ^^
음....
이번 모임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저도 혼자 노래 부르는 것보다 함께, 화음 넣어가며 노래 부르는 걸 참 좋아하는데...
참내~ 제가 왜그랬을까요? ㅎㅎ
이제 작은 글씨가 잘 안보이고 복사물 노랫말 보고 악보 찾기도 어렵고... 좀 그랬습니다. ㅠ
청율님, 다음 번 모임에 제가 참석하게 되면 "다함께 노래를" 시간 잘해보겠습니다.
다시한번 더 기회를 주십시오.
곽성삼님의 "그리운 얼굴" 은 잘 배우고 익혀서 다음 모임 때 꼭 함께 불러볼겁니다.
그렇게 해도 되지요? *^.^*
후기 감평 잘 읽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모임에 힘써 주신점 높이 감사 드립니다.
다음은 3집과 작은 음악회때 기대 합니다.
수시로 읽어보고 부산 봄 바다를 기억하겠습니다 ^^*
경희대 79 물리학과에 두 츤재가 있었다. 하난, 내 사랑 전지현의 성공작 <엽기적 그녀> 감독한 곽재용...머 이리...이곳엔 곽씨가 마니나오나..
또,,,하나. 청율이다......만...
더 천잰...우리 카페지기 박헌중님이다.
난 그이의 평생..노예할거다.
츙셩!!!
어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