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42의 과제는 흐린 하늘 아래 풍경을 그려보기.
<기다림>
생각해 보면, 나는 늘 누군가를, 무엇을 기다렸던 사람이다. 예전에 어떤 사람과 약속하면 그 사람이 아무리 늦어도 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편이었다. 그래서 그중에 두 사람은 내가 여전히 기다리고 있음에 깜짝 놀라워했다. 왜 그때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려 줬을까? 분명한 것은 그 사람들이 올 것 같다는 확신 때문에 그랬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사람들이 오지 않는 동안 마음속으로 충분히 그들과 해야 할 말들을 아마도 기다리면서 혼자 마음속으로 다했을 수도 있다. 지금은 누군가를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릴 일이 없다. 전화가 있고, 문자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사정이 있으면 중간에 알릴 수도 있다.
불안했던 젊은 날엔, 안정된 중년을 그려 보았고, 짐이 무거운 중년엔 은퇴 후의 여유로운 시간을 기다렸던 것 같다. 이제 몇 년이면 은퇴를 앞둔 지금. 내가 기다리는 것은 하루빨리 은퇴의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기다린다.
돌이켜 보면, 젊은 날, 좋아하던 사람들을 기다리던 일들이 이제는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고, 입구를 바라볼 때면, 그 문을 밀고 들어설 그들이 어떤 표정으로 들어올지 마음으로 그려 보며 기다렸었다.
지금 내가 가장 기다리는 것은 그리운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 휴일이다. 열심히 5일 일하고 맞이하는 달콤한 토요일이 내게는 그 어떤 애인보다 사랑스럽고 귀하다. 오늘 금요일 밤. 이토록 느긋하고 느슨한 마음이 될 수가 없다. 내일이 바로 그 토요일이다. 내가 기다렸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