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다 말고
김 일 순
미루나무가 내어준 꼭대기 가지 사이
엉성하게 둥지 짓던 목수 한 쌍
며칠째 그림자만 총총거리고
거의 지워진 둥지엔 바람만 드나들고
집 짓다 말고 어디로 갔을까
아직도 바람이 세차기만 한데
나뭇가지 물었다 놓았다 물었다 놓았다
떨어뜨리면 다시 주워 물고
고개 갸웃거리던 까치 부부
내가 지쳐 있을 때는 힘내라고
까압까압, 까각까각
서툰 손짓, 서툰 발짓, 맑은 눈빛 남기고는
내 심장까지 물고 어디로 갔을까
미루나무가 내어준 그 자리 불안했던가,
부지런히 잎을 틔워 지붕이 되어 주고
수액을 발라 비바람 막아주려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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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시 10호
김일순/ 집 짓다 말고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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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1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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