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08년 8월 31일 ☆ 코스 : 노고단대피소-문수대-질매재-질등-느진목재-왕시루봉-선교사유적지-구산리. ☆ 소요시간 : 10시간(운해조망, 문수대의 깨우침, 문바우등과 전망대에서 지리와 섬진을 노래함). ☆ 함께한 인원 : 3명.
- 노고단 대피소의 여명 -
지리 十景
▶ 천왕일출 (天王日出):붉은 광채를 발하며 솟아오르는 해는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인다.장엄한 광경은 원시의 개벽을 보는 것 같다. ▶ 연하선경 (煙霞仙境):고색이 창연하게 이끼낀 기암괴석 사이에 기화요초가 어우러지고, 자연 고사목과 푸른원시림이 가득하다. ▶ 칠선계곡 (七仙溪谷):천왕봉에서 뿌리를 둔 급류가 절벽을 뚫고 바위를 감돌아 깊은 계곡을 이루며 최후의 처녀림이 울창하다. ▶ 벽소명월 (碧宵明月):벽소령 위로 떠오르는 달을 쳐다보면 차갑고도록 시리고 푸르다. ▶ 직전단풍 (稷田丹楓):조선시대 조식 선생이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은 사람은 단풍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할 정도다. ▶ 반야낙조 (般若落照):반야봉의 휘황찬란한 황금빛 낙조를 어느 시인은 [자연이 만든 가장 장엄한 잔치]라고 하였다. ▶ 노고운해 (老姑雲海);광활한 초원으로 구성된 고원지대에서 바라보는 골짜기마다 안개와 구름이 밀려오면 가히 환상적이다. ▶ 세석철쭉 (細石철쭉):6월경에 철쭉꽃이 만발하여 분홍색으로 화사한 꽃밭을 이루며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빛을 발한다. ▶ 불일현폭 (佛日懸瀑):청학봉과 백학봉 사이에 있는 폭포로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오색 무지개가 서고 소리는 천지를 진동한다. ▶ 섬진청류 (蟾津淸流):지리산을 감돌아 남해에 이르는 섬진강은 그 물이 맑고 푸르며 백사장은 명주천을 깐 듯 아름답다.
- 노고단 대피소의 아침 -
산! 보이는것과 보이지 않는것이 서로 뒤엉킨 유전자 처럼 공존하는 곳. 보편적인것,상식을 뛰어넘어 끊임 없이 확대되는 사유로의 비상구. 어두운 밤을 밝히는 빛처럼 내 삶의 오롯한 촛불같은 곳. 그곳이 산이다!!!
- 노고단 송신소 가는 길에 보여지는 왕시루봉과 흘러가는 백운산의 흰구름 -
智異 十臺
1.노고단에서 질매재로 가는 길에 있는 문수대-지금 부근에 문수암이라는 암자가 있음. 2.종석대 아래의 우번대-지금 부근에 우번암이라는 암자가 있음. 3.반야봉 중봉 아래의 묘향대-지금 묘향대가 자리 잡고 있음. 4.피아골 산장 위의 서산대. 5.불무장등에서 직전마을로 이어지는 능선의 무착대. 6.두류능선 사면의 향운대. 7.법계사 위의 문창대. 8.영신봉 아래의 영신대. 9.장터목 산장 샘터 옆의 향적대. 10.뱀사골에 있다고 할 뿐 아직 장소는 모른다 하는 금강대.
산은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이미 산의 이데아다. 모름지기 산을 사랑하는 사람은 산을 뛰어 넘어 산과 산들이 만드는 이념에 충실한 자 일것이다.
- 차일봉능선과 운해 그리고 구례지역의 산무리들 -
왕시루봉은 흔히들 '바라만 보는 산'이라고 말한다. 주능선을 답파할 때 바라보면 이 봉우리가 마치 독립된 하나의 산처럼 멀리 서 있다. 또 섬진강변 도로를 따라가며 올려다보면 실제 고도보다 훨씬 더 높게 보여 쉽게 오르지 못할 산처럼 생각된다.
왕시루봉은 산행기점인 구산리(전남 구례군 토지면 면소재지)에서 이 봉우리를 거쳐 노고단에 이르는 전체 코스가 19㎞로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이 때문에 이 산길은 다른곳보다 오솔길의 정취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다. 50리의 장쾌한 능선길은 아주 독특한 운취를 지니고 있고, 한없이 부드러운 길로만 이어진다. 철따라 능선전체가 진달래, 철쭉의 화원을 이루기도 하고, 게발딱지, 참취, 뻐꾹나리 등의 산채들이 싱그러운 냄새를 피우는가 하면, 억새풀의 군무가 장관을 이루기도 하고, 설화가 기막힌 선경을 빚어놓기도, 더욱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섬진의 청류와 건너편의 백운산의 조망은 가히 일품이어서 사진작가라면 꼭 찾는 산길이다. 왕시루봉 능선길을 따라가는 것은 이처럼 아주 독특한 맛을 안겨준다. 이 능선길을 따라가보지 않은 사람은 지리산 산행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낭만과 매력이 충만하여 생각보다 수월하게 답파할 수 있는 코스가 이 루트이기도 하다.
- 형제봉능선 너머로 차마고도를 떠올리게 하는 전주-광양간 고속국도 현장과 끝없는 구름의 바다(줌) -
시대정신이 깨어지면 조형이 무너진다는 것은 역사로부터 배운 일반화이다. 파괴와 기만이 끝갈 때 없는 지금 한적한 노고단 아래에서 동시대를 생각한다. 생각은 금방 지친다. 이것이 오늘날의 시대정신인 모양이다.
- MBC 송신소와 군락을 이룬 산오이풀(잎과 가지를 비비면 오이냄새가 남) -
- 문수대 가는 길에서 바라본 노고단의 아침햇살 -
여름에는 가을의 길들을 믿을 수 없다. 가을에는 겨울의 길들을 믿을 수 없다. 나에게 모든 길은 다시 가야할 시작 길이다. 나는 내 몸이 가지 못하는 길을 가지 못한다. 길은 몸 안으로 흘러 자꾸 나를 재촉하지만 지금 나아가고 있는것은 몸이 아니라 길일 뿐이다.
- 오늘 가야할 왕시루봉과 하얀옷으로 갈아입은 채 이름값을(?) 톡톡히 치루고 있는 백운산(광양) -
까뮈는 별들이 드리운 밤을 눈앞에 보며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다정스런 무관심에 마음을 열었다고 했다. 나는 완만하거나 혹은 가파른 산들을 눈 앞에서 보며 세상은 내가 가진 관심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느꼈다. 물소리, 새소리,매미 소리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사물에 無名을 붙이는 것은 사물을 바라보는자의 올바른 습관이 되지 못한다. 모르는 것과 더불어 그것을 알려 애써는 가운데 앎의 역량이 커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은 지혜의 도량이다.
- 단아하고도 청정한 내음이 피어나는 문수대 -
서로를 찾아 떠나는 길 어쩌면 우리는 서로 다른 하나의 조각인지도 모릅니다. 합쳐져 하나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세상은 본질적으로 가면과 가면의 마주침이다. 세상과 마찬가지로 인간들도 서로 각자의 가면속에 갇혀사는 것이다. 가면의 벽을 부수고 나올 때 비로소 우리는 자유스러울 수 있다. 가면을 벗어던진 인간들의 오수가 편해 보인다.
- 질매재를 지나 질등에서 바라본 노고단과 그 아래의 문수대(바위 절벽) -
죽은자가 산자의 마음 속에 묻히지 않는다면 그는 참으로 죽고 만것이다. 산에서 돌아 올 때 참으로 산을 가슴에 담아 돌아올 수 없다면 그 산은 산이 아니라 티끌일 뿐이다.
- 문바우등에서 바라본 천왕봉과 장엄하고도 유장한 지리의 품 -
땅이 우리의 몸이라면 물은 피이다. 거친 바위산과 아침이슬,향기로운 풀들도 다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이런 생명과 생명을 이어주는 끈과 같은 것이다. 저 맑은 개울 소리와 한가히 지저귀는 산새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인생에 과연 남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 왕시루봉능선에서 조망이 가장 빼어난 문바우등에서 천왕봉과 남부능선을 바라보며 -
근심에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 볼 틈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일까?
나무 아래 서 있는 양이나 젖소처럼 한가로이 오랫동안 바라 볼 틈이 없다면....
- 문바우등에서 일행과 함께 한 컷을 더 -
편한하고 단정한 산길. 아직 산길에 거만함 들 산행 경력은 아니지만 산길이 단조롭다는 생각만은 지울수 없다. 지루함과는 반대로 사색의 여유가 생긴다. 귀와 마음이 바빠진다. 한낮의 햇살이 거칠고 볼품없어 보인다.
- 왕시루봉을 지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섬진강의 유유함과 멀리 남부능선의 끝자락인 하동의 칠성봉과 구제봉 -
있는것과 없는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것. 결국 그것은 앎과 지혜의 차이이다. 무거움의 관념들을 버리니 문득 몸과 마음이 가벼워 진다. 시야가 시원하고 한가하다.
- 1920년대에 지어진 노고단의 선교사 휴양지가 한국전쟁과 빨치산 토벌 시에 파괴되고 1957-62년에 지어진 왕시루봉의 선교사 유적지(지금은 유적지로 보존할려고 관리만 함) -
- 11동의 건물 중에 지리산 사진작가이신 임소혁 님이 10년동안 머물면서 지리산과 섬진강의 자연을 노래하는 시를 짓고 사진촬영을 해왔던 A-TENT를 들여다 본다 -
- 예배를 보았던 곳으로 보이는 건물 내부 -
산길을 걷고 또 걷는다. 산길은 그 자체가 은유이고 나레이션이다. 그래서 산길을 걷다보면 혼자서 걸어 왔다기 보다 동시에 누군가와 함께 걸었다는 생각이든다. 내 가슴을 톡톡치며 나를 깨우는 소리. 내 내면의 소리. 이 얼마나 은밀한 즐거움인가!
- 날머리로 가는 길에서 보여지는 지리의 10경인 섬진의 淸流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
산정에서는 자유를 느낍니다. 오래 참았던 오줌이 한꺼번에 배출되는듯한 자유! 그러나 사실 자유란 어디에서도 있는 것입니다. 단지 정도의 차이일 뿐입니다. 기분일지도 모르죠. 진정한 자유란 책임의 부재가 아니라 나에게 최선의 것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능력입니다.
나무는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숲에 서면 나무의 시간들이 켜켜히 내몸속에 쌓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의 유장함은 결국 오욕에 물든 육신을 정화할 것이다. 善業을 향한 정갈한 마음이야말로 숲을 걷는 자의 의무인 것이다. 카펫을 밟는것처럼 발 아래가 순하고 평화롭다.
- 구례읍과 섬진강, 그리고 가을로 단장하는 들녘과 운조루가 자리한 넉넉한 오미리 마을 전경 -
뼈저리거든 저문 섬진강을 보아라. 내가 은연중 불러도 가까운 산들은 밝은 귀로 내려와서 더 가까운 산으로 강물 위에 진하게 떠오르지만 또한 老姑壇 마루가 꽃처럼 떠오르기도 하다. 그러나 강물은 저물수록 저 혼자 진간장으로 흐르는구나. 뼈저리게 서럽거든 저문 강을 보아라. 나는 그냥 여기 서서 산이 강물과 함께 저무는 큰 일과 그보다는 강물 가장자리 서러운 은어떼 헤매는 일과 華嚴寺 覺皇殿 한 채를 싣고 흐르는 일들을 볼 따름이구나. 저문 강물을 보아라. 한동안을 즈믄 동안으로 보아라.
누군가 지리산은 눈으로 보는 산이 아니라 가슴으로 담고 가슴으로 느끼고 비로소 가슴으로 보는 산이라 했습니다 아즉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지리지만 유목민님은 이미 가슴으로 지리를 보고 계시는군요 지리 십경은 구례골 사람들에 의해 불려진 측면이 많아 다분히 반야봉을 중심으로 지리 서부지역을 중점적으로 조명하여 지금 우리가 느끼는 지리십경과는 차이를 두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허나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그리알고 느끼면 그만이겟죠 ㅎㅎ 유목민님의 보석같은 글과 사진에서 오랜만에 지리의 목마름을 해소 합니다 수고 많으셨고 고맙습니다 지리를 다시 느끼게 해줘서요 ㅎㅎ
사색과 때로는 이성의 눈과 마음의 눈으로 지리를 보시고 마음속에 산을 담아가며 심오함과 혜안으로 산행의 묘미를 즐기시는 듯한 산행기를 대하며 제 자신이 산을 찾는 태도에 비추어 다소 부끄러운 생각도 드는 듯 합니다 눈으로도 보며 가슴으로 산을 담고 끝없는 대화를 통해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고 가슴으로 산을 품고 돌아올수 있는 산행길이 될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티끌만 많이 남는것 같아서 님의 산행기를 통해 앞으로는 조금 더 좋은 산행이 될수 있도록 노력할까 합니다 사색과 이성과 마음으로 설파하신 좋은 글과 산행기록을 의미있게 가슴에 담고 갑니다
첫댓글 아...그게 산오이풀이었군요...마치 서사시의 분위기입니다...이야기가 있는 지리산....잘 보고 갑니다...
넵..줄기와 잎을 손으로 비벼서 냄새를 맡으면 오잇향기가 난다고 하여 산오이풀입니다..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찾아와 허접한 산행기에 고운 맘을 내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다시한번 지리에 푹 빠져 들었다 갑니다. 지리를 조금더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저도 지리산에 대하여 더 많은 공부를, 아니 영원히 다 하지 못하리라 여겨봅니다..열심히 노력하는 흔적을 함께 공유하시기를 기대합니다..감사합니다...^^**
누군가 지리산은 눈으로 보는 산이 아니라 가슴으로 담고 가슴으로 느끼고 비로소 가슴으로 보는 산이라 했습니다 아즉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지리지만 유목민님은 이미 가슴으로 지리를 보고 계시는군요 지리 십경은 구례골 사람들에 의해 불려진 측면이 많아 다분히 반야봉을 중심으로 지리 서부지역을 중점적으로 조명하여 지금 우리가 느끼는 지리십경과는 차이를 두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허나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그리알고 느끼면 그만이겟죠 ㅎㅎ 유목민님의 보석같은 글과 사진에서 오랜만에 지리의 목마름을 해소 합니다 수고 많으셨고 고맙습니다 지리를 다시 느끼게 해줘서요 ㅎㅎ
네,,넘 고귀하고도 고혹함이 깃든 댓글을 주셨기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빡세게 주파하는 산행도 좋지만, 삶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철학이 감도는 기슭에서는 깊은 사고와 넓은 혜안을 배낭에 메고서 지나고 싶을 정도도 멋지다고 봅니다..감사합니다...^^**
반야를 중심으로 북사면과 남사면의 모습을 님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항상 지리의 품에서 안산 하시길...
네,,지혜로움을 갈파하는 반야성지를 둘러보는 산행이었습니다..또한 천왕봉은 上峰이고,반야는 지리산의 主峰이라고 하지요..이가 님께서도 늘 즐산과 안산하십시오..감사합니다...^^**
사색과 때로는 이성의 눈과 마음의 눈으로 지리를 보시고 마음속에 산을 담아가며 심오함과 혜안으로 산행의 묘미를 즐기시는 듯한 산행기를 대하며 제 자신이 산을 찾는 태도에 비추어 다소 부끄러운 생각도 드는 듯 합니다 눈으로도 보며 가슴으로 산을 담고 끝없는 대화를 통해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고 가슴으로 산을 품고 돌아올수 있는 산행길이 될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티끌만 많이 남는것 같아서 님의 산행기를 통해 앞으로는 조금 더 좋은 산행이 될수 있도록 노력할까 합니다 사색과 이성과 마음으로 설파하신 좋은 글과 산행기록을 의미있게 가슴에 담고 갑니다
네,,넘 과찬의 댓글이기에 감히 꼬리를 잡기가 버거워집니다..그저 스며드는 골과 마루금 하나하나가 다 느낌과 가르침, 그리고 고매함이 가득한 뫼가 지리산 아닙니까? 숭고한 정신으로 때로는 인내와 의지가 동반되는 민족의 영산을 다녀온 부끄런 게시물이기에 낮은 자세로 임하겠습니다..高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목(目)과 심(心)을 하나로 일치 시킨 것 같은 글. 가슴 구석 묵은 상심을 쓸어내는 시원한 산행기입니다. 저 넓은 지리의 한면을 가득채워 준 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지리를 하나하나 더 알아게 만드시네유,, 유목민님의 그림자 따라 함께 거닌듯 제 마음이 다 차분해 집니다,, 아름다운 그림과 고운글들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산행길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넘 심오하고 철학적인 어려운 말이 많아~걍 지나치며 음악과 그림만 감상하고 갑니다~참 조읍니다~~*^^*
지리는 그냥 그 이름만으로도 그리움을 자아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지리에 머물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