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9일>
애초 '백담사 → 영시암 → 수렴동 → 봉정암 → 소청 → 중청 → 중청대피소(1박) → 대청 → 중청 → 소청 → 희운각 대피소 → 공룡 능선 → 마등령 → 비선대 → 신흥사'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지만, 상황에 따라 대청을 버릴 수도 있고 신흥사가 아니라 백담사로 하산할 수도 있었다.
2018년 10월 7일~8일 1박 2일로 설악산 공룡능선 단풍산행을 하기로 했으나 천재지변을 비롯한 여러 사정으로 해를 넘긴 겨울에 공룡능선에 도전한다. 지난 얘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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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능선 - 설악산 산행 코스
설악산의 척추격인 공룡 능선
공룡 능선은 자체의 아름다움이 일품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공룡의 기괴한 등뼈를 연상시키듯 험봉이 줄기차게 솟아 이어져 있는 설악산 최대의 암릉으로서 산행하는 이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공룡 능선은 기묘한 암봉이 용트림하듯 화강암 봉우리들로 내설악과 외설악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공룡 능선의 가파른 등줄기는 빼어난 경관이 밀접한 대표적 능선이다. 천화대와 일곱 봉우리 칠형제봉이 천불동을 향해 내리꽂혀 있고 설악골, 잦은 바위골 등 깊은 계류를 형성하고 있다.
설악산의 척추격인 공룡 능선은 내·외설악의 면면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로 손꼽힌다. 서쪽으로는 용아장성의 기암 연봉이 뒤따르며 공룡 능선에서의 발걸음을 제왕의 그것처럼 장엄하게 만든다.
공룡 능선 산행은 많은 체력이 필요하고 겨울 등반 때는 길을 잃기 쉬운 전문 코스로 계절의 매력을 더한다. 마등령에서 나한봉을 우회하여 남동쪽으로 8km의 대청으로 이어지는 난이도 있는 코스이다.
산행 길잡이
공룡 능선은 동쪽 마등령에서 서쪽의 무너미 고개까지 이어진다. 산행은 마등령이나 희운각 산장이 있는 무너미 고개 양쪽 중 어느 쪽에서 시작해도 좋다.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이 무너미 고개 쪽에 있기는 해도 오르내리는 거리, 소요 시간이 비슷해서 어느 방향으로 산행을 하든지 5시간쯤 걸린다. 보통은 마등령에서 무너미 고개 방향으로 산행을 한다. 마등령은 설악동에서 비선대, 금강굴을 거쳐 오른다.
산행할 때 비선대를 출발, 금강굴 앞을 지나 등로를 따라 3시간 정도 오르면 마등령에 닿는다. 마등령 매점 뒤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공룡 능선의 상징물 같은 1,275봉과 그 뒤로 기암 괴봉군이 펼쳐지고 대청봉에서 흘러내린 화채 능선을 배경으로 천화대에 곁가지를 친 암릉들이 눈에 들어온다.
공룡 능선 종주의 백미는 1,275봉을 지나 연거푸 오르내리면 닿는 1,184봉에서의 조망이다. 이곳에서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보면 하늘에 걸린 마등령이 시야를 가로막는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1,184봉을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가야동 계곡 내려가는 길이 주 등산로처럼 보여 착각하기 쉬운데 공룡 능선의 정점인 신선암을 가려면 왼쪽 피나무 군락 사이로 접어들어야 한다. 신선암에서는 대청봉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깝게 보인다. 산맥의 동서를 넘나드는 운무의 한판 춤마당을 보는 행운, 수평선까지도 덮어버릴 것 같은 기세 좋은 구름바다를 접하는 행운도 공룡 능선에서 잡을 수 있다.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르는 공룡 능선은 내·외설악의 진면목을 살펴보면서 장쾌한 능선 산행을 경험할 수 있는 능선이다. 마등령 남동쪽으로 솟은 나한봉, 1,275봉, 신선대 등 기이한 형상의 암봉과 끄트머리에 우뚝 솟은 청봉 능선, 그리고 능선 양옆으로 천불동과 가야동을 향해 내리닫는 암릉 등, 한국의 산을 대표하는 산수의 절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능선인 것이다.
공룡 능선 산행의 유의 사항
공룡 능선은 설악에서 가장 인기 높은 능선 코스지만, 비선대에서 마등령까지의 급경사(오세암에서 마등령까지도 급경사 구간이다)를 이루고 있고, 마등령에서 신선대까지도 오르내림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이 많이 들어 간혹 탈진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일어나곤 하는 코스다.
신선대 부근은 탈진으로 인한 조난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 곳이다. 특히 초보자들은 마등령과 공룡릉의 아주 심한 오르내리막길로 인해 신선대 암릉 부근에 이르러 체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때 체력 저하는 집중력 저하로 이어져 실족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가능하면 1,275봉과 신선대 사이의 샘에서 충분히 쉬었다 출발한다.
또한 1,275봉 부근은 안개가 끼었을 때 길을 잃고 사고를 당하는 이들도 간혹 나타나곤 한다. 따라서 체력에 자신 없는 사람들은 들어서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경험자를 대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겨울철에는 바위면이 얼어붙고, 그 위에 눈이 덮여 있기 때문에 실족 사고의 위험이 높아 전문가가 아니면 산행을 하지 않아야 한다.
공룡릉을 지나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5시간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만만치가 않으니 희운각대피소에서 1박하는 게 안전하다. – 한국의 산하
설악산 공룡능선 단풍산행은 2018년 10월 둘째 주 추진도 여러 사정으로 취소되어, 단풍산행은 이미 끝난 시점이라 12월이나 새해 1월 설경산행으로 주제를 변경하였다. 2018년 12월 산행은 이미 계획이 잡혀있어 2019년 1월 3주 차 산행으로 결론지었다. 그리고 1월 2일 10시 대피소 예약이 시작되기를 기다려 바로 신청을 했고 중청 대피소 4자리 확보에 성공했다. 그리고 코스도 백담사에서 한계령에서 시작하는 백두대간 설악산 코스 종주로 변경했다. 이 시기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 셔틀이 다니지 않아 그 구간 7km를 걸어 올라가는 것도 부담이다. 그리고 백두대간 코스에 도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텔방에 4자리 확보 사실을 알리고 꼭 가겠다는 동무는 손을 들라고 했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여차하면 단독 산행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단독 산행도 문제 될 것은 없지만, 확보한 자리를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 2019년 첫 산행인 소백산 산행 뒤풀이에서 그 산행에 참여한 친구를 설득했다. 그 결과 경옥, 동숙, 진아에 나를 포함한 넷이 겨울 설악 공룡 종주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막바지에 동숙이 통증으로 불참하고 낙진이 참여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그 와중에 예약 취소와 별도 예약이라는 번거로운 과정이 있었지만.
매번 설악산에서 박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끼니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이번 경우 대피소에서 먹게 될 저녁과 아침은 조리해 먹으면 되니 문제가 없지만, 첫날 한계령 삼거리를 지나 먹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심과 2일 차 마등령에서 먹게 될 점심이 문제였다. 한겨울에 김밥은 바로 얼음과자로 변해 안되고, 그렇다고 발열제가 든 즉석식품 종류는 무게가 부담스럽다. 어쨌든 저녁은 삼겹살을 구워 먹은 후 그 기름에 냉동 볶음밥을 볶아 먹기로 했고. 아침은 떡국을 끓여 먹기로 했다. 그리고 두 끼의 점심은 일단 라면과 햇반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저녁과 다음 날 아침은 내가 준비하기로 했고 두 끼의 점심은 두 여성 동무가 준비하기로 했다. 코스가 코스인 만큼 최대한 짐을 가볍게 하기 위해 다른 것은 준비하지 않도록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출발 전날 합류가 결정된 낙진은 라면과 비상용 버너와 코펠을 가져오기로 했다. 금요일 퇴근하며 마트에 들려 삼겹살과 냉동만두, 상추 그리고 참이슬 오리지널 다섯 병을 샀다. 출발 전날 밤 버너와 코펠을 디팩에 담아 배낭에 싸고, 음식물을 담은 디팩은 냉장고 넣어 두었다. 그리고 오리지널 두 병, 뚜껑을 따 물통에 부어 배낭 옆 주머니에 꽂았다. 그 밖의 물건은 이미 배낭에 들어 있어 아침에 냉장고에 있는 디팩만 꺼내 배낭에 넣으면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했다. 아, 물론 주행이 준 보드카도 별도의 병에 담아 디팩에 넣는 것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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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일주일전 동서울발 한계령행 첫차인 6시 30분 차는 이미 매진이었다. 내가 산행 계획을 세울 당시에는 좌석이 남아 있었지만, 한계령에서 중청 대피소에 이르는 7.7km, 5시간 코스 때문에 새벽부터 서두를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다음 차인 7시 30분 차는 좌석이 7개밖에 남지 않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7시 28분 차가 있었다. 아마 임시 버스(확인 결과 토요일에만 있는)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어쨌든 이 차는 30석이 넘게 남아 있었다. 볼 것도 없이 이 버스를 예약했고 7시 20분 동서울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냉장고에 있던 디팩 두 개를 꺼내 배낭에 넣어 집을 나온 시각이 6시 10분이다. 그리고 7시 15분경에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했다. 낙진은 이미 와 있었고, 이후 진아 경옥 순으로 도착했다. 우리가 탄 버스는 정시인 7시 28분에 출발했다. 그 옆 승강장에는 7시 30분 차가 승객을 태우고 있었다. 출발한 버스에서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아 패드를 꺼내 읽던 책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찬바람을 맞기 위해 버스 밖으로 나가보니 등산객? 관광객?을 실은 관광버스가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낙진과 둘이 관광버스의 행선지가 어딘지 궁금해 차례대로 앞 유리창에 붙어 있는 목적지를 보니 산행은 아니고 자작나무숲 트래킹 가는 버스였다. 거기서 발견한 버스 한 대 동서울에서 떠난 7시 20분 시외버스도 있었다. 하긴 8분 차이니.
휴게소를 떠난 버스는 인제와 원통을 거쳐 9시 49분에 우리의 목적지인 한계령에 도착했다. 버스 예약 앱에서 보이는 버스 소요 시간 2시간 10분. 출발 7시 28분 도착 9시 49분이니 10분 지연이다. 한계령에서는 우리를 포함해 예닐곱 명의 등산객이 내렸다. 1박 2일 내내 이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산행을 했다. 어쨌든 볼일을 보는 등 산행 준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대략 10시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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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에 의하면 기온은 영하 10도 이하였지만, 바람은 강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온은 맞췄지만, 바람의 강도는 맞추지 못해 몸을 꽁꽁 싸매야 했다. 그리고 눈은 언젠가 내렸다는 흔적 정도만 보여줄 뿐으로 기온만 아니면 겨울이라기보단 나뭇잎이 다 떨어진 늦가을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었다. 그런데 그 풍경도 한계령 1km 지점을 지나는 순간 바뀌어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는 눈이 쌓여 있었고, 등산로도 곳곳이 빙판이었다. 그리고 고도에 따른 강한 바람과 추위로 상고대도 형성되어 있었다. 저지대야 어떻든 고지대는 겨울임이 틀림없었다.
빙판으로 바뀐 등산로에 설치된 줄을 잡고 가기도 하며 1차 목적지인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37분이다. 공단 기준 1시간 50분 거리를 1시간 40분 만에 왔으면 아주 양호하다. 점심을 포함한 휴식 시간 포함해 5시경에 중청에 도착할 거라 예상했는데 일행의 속도를 보면 그 전에 도착할 확률이 높았다. 그럼 남은 시간 뭘 할 것이지가 고민이었다. 우리보다 앞서가던 십여 명으로 이루어진 팀은 한계령 삼거리에 자리를 잡고 비닐로 집을 짓고 점심 먹을 준비를 했다. 소백산에서 제지당했던 쉘터를 가져올까 고민했었지만, 쓸데없이 배낭의 무게만 늘리는 거 같아 두고 왔는데 그 팀의 모습을 보니 가져올 거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도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점심으로 라면과 햇반을 먹기로 한 마당이라 가능하면 냄새를 풍기지 않는 으슥한 곳을 찾아 삼거리를 떠나 대청봉 쪽으로 계속 갔다.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해 계속 가다가 작년 말 한계령에서 중청까지 먼저 갔었던 낙진의 제안대로 그 팀이 점심을 먹었던 장소에서 먹기로 했다. 그 장소는 등산로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으로 많으면 10여 명이 둘러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비박을 한다면 서너 명이 가능한. 대략 12시경 그 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미 거기에는 우리와 같은 버스를 탔던 것으로 생각되는 두 명의 등산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공간의 크기로 봐서는 두 팀이 같이 앉아도 문제없었지만, 그래도 먼저 온 팀의 의견을 묻은 것이 예의라 우리가 옆에 자리를 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았다. 돌아온 답은 그 팀은 좀 떨어진 곳에서 먹을 테니 우리에게 넓은 공간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그 팀은 막걸리와 발열제가 든 즉석 밥으로 점심을 준비해 넓은 공간이 필요 없었다. 자리를 잡고 빙 둘러앉아 라면과 버너, 코펠을 꺼내 점심 준비를 했다.
반찬을 꺼내는 등 모든 준비를 마치고 라면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미리 라면 수프를 넣었다. 그러다 물이 끓기를 초조히 기다리며 상태를 확인하다 코펠을 엎어버리는 대형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아주 황당한 상황이었다. 가져간 물은 이미 다 넣은 상태라 다시 끓일 만한 충분한 물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마시기 위해 가져간 물 500mL 정도를 붓고, 수프는 내가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는 거 하나를 찾아 다시 라면을 끓이기로 했다. 라면 4개에 수프 하나, 물 500mL!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물을 엎는 과정에서 버너가 막혔다는 사실이다.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버너를 살리지는 못했다. 해서 낙진이 가져온 비상용 버너를 사용하기로 하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멀리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 자리를 양보한 - 두 등산객이 우리에게 오더니 버너와 코펠을 빌려주겠다고 제의를 했다. 산에서는 모두가 형제!
코펠은 필요 없고 버너만 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둘은 이미 점심을 먹은 후라 중청을 향해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버너를 빌려주겠다고 제안을 했던 산꾼이 어차피 그 팀도 중청 대피소에서 잘 거니 거기서 돌려달라고 했다. 더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 팀은 떠나고 우리는 빌린 버너를 이용해 최악의 상황에서 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어야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라면의 맛이 괜찮았다. 뭐랄까 물의 양에 딱 맞는 수프에 라면이 4배 많았을 뿐이라 짜거나 맵지 않은 쫄면? 뭐 어쨌든 저녁을 푸지게 먹기로 되어 있는 만큼 점심은 끼니를 때우는 수준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낙진이 가져온 머루주가 – 직접 키우고 따서 담은, 경황이 없어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 있었으니 별로 아쉬울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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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은 장소를 흔적 하나 남김없이 말끔히 치우고 12시 50분경 다시 중청을 향해 출발했다. 두 번에 걸쳐 라면을 끓이는 해프닝을 벌이는 동안 삼거리에서 비닐하우스를 짓고 밥을 먹던 팀을 비롯해 다수의 등산객이 우리를 지나 중청을 향해 갔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중청을 향해 가며 그 대부분을 추월했다. 내가 이번 산행에서 일행에게 느낀 놀라움이다. 재촉할 필요도 없이 - 재촉할 이유도 없었다. 이번 산행의 목적은 유유자적 - 2일 차 이른 시간에 회를 먹는 것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희망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북 능선을 따라 중청을 향하는데 곳곳의 길이 많이 달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공단에서 길을 정비하면서 새로 낸 길이 보였다. 무등산 이후 재미를 위해 짧고 위험하지 않은 들개 코스를 넣겠다는 생각을 이미 밝혔지만, 서북 옛길만 한 들개 코스도 없다. 마침 우리가 비닐하우스 팀을 추월하고 조금 지나 옛길로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그 팀도 우리를 따라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해서 바로 돌아서 우리를 따라오면 안 된다고 소리쳤다. 그 팀의 인솔자는 나이가 많아 보였고 나머지는 덩치 좋은 젊은 남성 다수와 초보로 보이는 다수의 여성으로 이루어졌었다. 당연히 인솔자가 갈림길에서 우리를 따라오는 게 아니라 누가 봐도 상태가 좋은 등산로를 따라갈 거로 생각해 미리 경고하지 않았는데 우리를 따라 왔다.
비닐하우스 팀을 정상적인 길로 보내고 우리는 짧은 들개 코스인 서북 옛길을 조금 걸었다. 극소수의 산꾼만 다니는 길이라 잡목과 잡풀이 길을 막고 있었지만, 그것을 헤치고 가는 재미는 있었다. 뒤로는 귀청을 앞으로는 끝청을 바라보며 중청을 향해 가다가 독주골(동행했던 봉의 제보에 따라 소승골에서 독주골로 수정)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난 시각이 2시 39분이다. 2018년 9월 26일 봉과 독주골을 오를 때 나는 바로 끝청으로 치고 올라가는 바람에 이 길은 내게는 미지의 코스다. 중청을 향해 가다 우리에게 버너를 빌려준 일행을 만났다. 그 일행이 왜 이렇게 빠르냐고 놀라워했다.
사실상 서북능의 마지막 깔딱이랄 수 있는 끝청 오르막을 가볍게 치고 올라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3시 3분이었다. 운해에 덮인 점봉산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으며 잠깐 휴식을 취했다. 이 페이스라면 중청 도착 시각이 4시 전이라 해가 있는 동안 대청봉을 갔다 오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 계획을 세울 때 2일 차 새벽에 대청에서 일출을 보는 것이었지만, 일기예보에 의하면 일출은 기대할 바가 없었다. 그렇다면 다음 날 공룡 코스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1일 차에 대청을 찍고 오는 것이 좋았다. 그런 내 생각을 일행에게 얘기하고 모두의 동의를 얻었다.
선두에 서서 중청 대피소를 향하는 길을 따라가다 중청봉 정상으로 오르는 샛길을 발견했다. 우리 일행과 200여 미터 떨어진 상태라 중청에 올라보기로 했다. 샛길을 따라서 올라 난생처음 중청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내려오니 우리 일행이 그 샛길에 막 도착하고 있었다. 다시 일행과 합류해 주변의 경치를 즐기며 유유자적 길을 가 1일 차 최종 목적지인 중청 대피소에 도착한 시각이 3시 46분이었다. 공단이 제시한 시각보단 조금 일찍 도착했다. 대피소 건물 안에 배낭을 벗어 두고 삼각대와 카메라만 들고 대청을 향해 출발한 시각이 3시 55분이었다.
남쪽 운해의 장관을 구경하며 대청을 향하는 길은 차고 강한 바람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해서 바람막이의 지퍼를 최고로 높이고 그 속에 얼굴을 묻고 정상을 향해 올라야 했다. 이런 때를 대비해 가지고 다니는 넥마스크는 배낭에 들어 있어 막상 필요할 때는 쓸 수가 없었다. 손이 얼어 사진을 찍기도 힘든 대청봉 정상에는 4시 10분에 도착했다. 강한 바람에 몸이 흔들리는 가운데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운해로 덮인 주변 경치를 찍었다. 일행이 도착해 바람에 쓰러질 거 같은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거치했다. 3초 단위로 3장의 사진이 찍히도록 타이머를 조작한 다음 셔터를 누른 후 추위에 떨며 정상석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행에게 달려갔다.
두 장의 사진이 찍히는 동안은 삼각대가 강한 바람을 버텨주었지만, 마지막 세 번째 사진에서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삼각대가 쓰러지며 카메라는 대청봉 정상 바닥 돌에 강하게 부딪혔다. 카메라를 주워 살펴보니 외관이나 기능상 이상은 없어 보였다. 물론 이상이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는 바람을 견딜 수 없어 대청봉을 떠난 시각이 4시 16분이다. 4시 반경 다시 중청 대피소에 도착해 자리를 배정받고 담요를 각 2장씩 8장을 빌려 아래층에 있는 숙소로 내려갔다. 자리에 담요를 깔고 딱히 할 일도 없어 누워 있다가 마냥 시간을 끌다간 취사장 자리가 없을 거 같아 저녁을 일찍 먹기로 하고 식자재를 꺼내 취사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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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 취사장은 실내에 있어 바람과 추위를 피하기는 좋은데 서서 먹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해서 우리는 취사장 한쪽 구석에 의자를 펴고 앉아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삼겹살과 같이 먹기 위해 가져온 상추는 취사장 물을 사용해 씻으려고 마트에서 산 그대로 들고 왔는데 가물어서 그런지 물이 없었다. 씻지도 않고 먹기도 그래 생수를 사서 씻기로 하고 매점으로 향했다. 매점에 올라간 김에 점심때 빌린 버너를 돌려주기 위해 그 일행을 찾아 대피소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2호실에서 짐을 풀고 있던 일행을 찾아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버너를 돌려주었다. 그리고 매점에서 2ℓ 생수를 사서 취사장으로 돌아갔다.
코펠에 상추를 담고 생수를 부어 대충 씻어 접시에 담은 후 그 물로 각자 손을 씻었다. 그리고 그 코펠에 삼겹살을 넣고 낙진이 비상용으로 가져온 조그마한 버너에 불을 붙여 굽기 시작했다. 버너가 작아 코펠이 쓰러지지 않도록 잡고 있어야 했지만, 화력은 대단해 놀라웠다. 물통에 들어있던 오리지널과 삼겹살을 같이 먹었다. 그리고 부족한 탄수화물을 보충하기 위해 삼겹살 기름으로 냉동 볶음밥을 볶아 나눠 먹는 것으로 만찬을 마쳤다. 우리가 삼겹살을 굽는 와중에 비닐하우스 팀이 취사장에 도착해 뭔가를 굽는 과정에 가스통에 불이 붙어 잠깐 난리가 나는 해프닝도 있었다. 취사장에 가져간 모든 짐을 한쪽 구석에 모아 두고 - 어차피 다음 날 아침에 쓸 것들이라 - 취사장을 떠난 시각이 6시경이다.
숙소인 1호실로 돌아가자마자 적당한 취기에 바로 잠이 들었다. 물론 핸드폰은 꺼놓은 상태로. 그리고 목이 말라 잠이 깬 후 혼자 생각에 대략 새벽 서너 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며 물을 마신 후 시각 확인을 위해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하니 11시 30 몇 분이었다.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자야 했다.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온 후 핸드폰을 끄고 다시 잠을 청했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침상 바닥이 차 뒤척이느라 잠들기가 더 힘들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잠이 깨 잠시 누워 있는 동안 요원이 와 숙소의 불을 켰다. 내가 대피소에 잔 이후 처음으로 공식 기상 시간까지 잠을 잤다. 이전 모든 대피소는 새벽에 등산객의 소음으로 깼는데 의외였다.
일출을 볼 것도 아니고 서두를 이유는 없었지만, 공룡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취사장으로 향했다. 어제저녁에 놓아둔 그대로 있는 식자재와 조리 도구를 사용해 떡국을 끓였다. 물론 가져간 만두의 반만 넣고 나머지는 점심에 라면에 넣어야 해서. 그리고 햇반 하나를 나눠 먹은 것으로 아침 식사를 마쳤다.
다시 짐을 싸고 각자 볼일을 본 후 대피소를 떠난 시각이 7시 30분이다. 내 예상 7시보다는 30분 늦은 시각이지만, 애초 일출을 보겠다고 대청을 다녀온 것에 비하면 1시간가량 이른 시각이다. 처음 계획을 세울 때보다 1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2일 차 산행 시간을 10시간으로 잡았으니 계획대로라면 5시 30분에 날머리인 신흥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그럼 속초에 들러 회 먹을 시간은 충분하다. 중청 대피소를 떠나며 대피소 벽에 붙어 있는 온도계를 보니 영하 12도였다. 어제 대청봉 칼바람에 코가 떨어져 나가는 경험을 했던지라 대피소를 떠나기 전에 넥마스크는 미리 배낭에서 꺼내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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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에서 소청에 이르는 능선은 어제의 대청봉 칼바람에 못지않은 강한 바람이 불어 견디기 힘들 지경이었다. 7시 53분에 소청봉에 도착해 이번 산행에서 설악산 청 오 형제 중 귀청을 제외한 끝청, 중청, 대청, 소청을 다 밟았다. 백두대간 설악산 코스를 밟아본 산꾼만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끝청이 서북능선의 시작이자 끝이라 그렇다. 귀청은 너덜을 좋아하는 친구 몇 모아 한계령에서 시작해 대승령으로 내려가는 산행을 계획 중이라 그때.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길은 수많은 등산객이 오가며 눈을 다져놓아 빙판길이 되어 위험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하산하다가 20분 정도 내려가니 빙판이 사라진 돌길이라 아이젠을 벗어 배낭에 매달았다. 그리고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한 시각이 8시 55분이다. 길이 빙판이라 예상보다 15분가량 더 걸렸다. 9시 2분에 무너미 고개에 도착해 공룡능선 산행을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공룡의 맛은 쇠줄을 잡고 거의 직벽을 오르는 신선대였다. 그 과정에서 남성 2명, 여성 1명으로 이루어진 팀을 만났는데 그들은 끝청에서 비박을 하고 공룡으로 넘어오는 길이라고 했다. 이 팀과 전날 우리에게 버너를 빌려주었던 팀과는 공룡 끝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마치 동행처럼 같이 움직였다.
의도치 않게 혼성 3인 팀의 뒤를 바짝 따라가는 일이 많았는데 이 3인은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들로 비박 장비를 다 짊어지고도 쉬지 않고 떠들면서 지친 기색 없이 공룡을 탔다. 그들의 얘기는 가정사에서부터 산악회 내부 얘기까지 누구에게나 다 들릴 수 있게 큰 소리로 떠들었다. 하긴 3명이 나란히 산길을 걸어가니 서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큰 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하다.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따라가는 동안 심심한지 몰랐다. 신선대를 올라갈까 생각하다 위험한 바윗덩어리라 같이 올라가지 못하고 혼자 올라가야 하는데 일행을 두고 올라가 봐야 의미가 없어 보여 9시 34분 신선대를 떠났다.
신선대 고개에서부터 2018년 11월 5일 갔던 범봉의 웅장한 자태가 전면에 보이기 시작했다. 1275봉, 범봉, 큰새봉, 마등봉으로 이어지는 공룡의 등줄기를 한눈에 보며 공룡 능선을 타고 갔다. 10시 18분에 1961년 12월 6일생 권 지운 씨를 추모하는 두 개의 동판이 설치된 바위에 도착했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추모 동판일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누구를 추모하는 것인지는 시간이 없어 확인을 못 했었다. 이번에는 일행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고 그것을 확대해 추모 문과 고인의 이름을 확인했다. 아래 동판에 '1986. 8. 16'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 설치일인지 사망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고 당시 많아야 25세였던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일행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 다시 공룡 등줄기를 타고 가다가 노인봉을 향하는 샛길을 확인하고 기록으로 남긴 다음 1275봉을 향해 갔다. 노인봉을 우회해 지나자 아래로 작년 11월 올랐던 설악골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던 울산바위가 확실한 자태를 드러냈다. 1275봉 고개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59분이다. 무너미에서 1275까지 2시간이 조금 안 걸려 내 예상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일행을 인도해 1275를 올라갈까 하다가 바람이 강하고 추워 다음 공룡 단풍산행 때로 연기했다. 대신 내가 가져간 갱과 행동식을 꺼내 일행이 먹을 수 있게 해 놓고 혼자 올라갔다 왔다.
간식과 충분한 휴식으로 체력을 보충한 후 11시 5분에 1275봉을 떠났다. 그리고 봉의 요청으로 탐방로에서 벗어난 큰새봉에 올라 사진을 찍었다. 큰새봉으로 올라가는 것을 2인조가 보고 따라 오려는 것을 낙진이 길이 아니니 오지 말라고 했다. 1275봉 고개에서 쉬고 있던 2인조가 내게 공룡을 자주 오는지 묻기에 1년에 한두 번 온다고 했더니 본인들은 처음으로, 그동안 자기들이 설악이라고 다녔던 곳은 설악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그 2인조는 길을 몰라 우리를 따라 오려고 했었다. 그리고 정규 등산로를 따라 지나다가 큰새봉에서 노닥거리는 우리를 본 혼성 3인조는 후에 마등령에서 만난 내게 그 두 여성분 대단하다고 했다. 비 탐방로 바위봉우리에 올라간 것을 보고 놀랐다고.
큰새봉을 떠나 공룡의 끝인 마등령 삼거리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58분이다. 우리가 큰새봉에서 노닥거리는 사이 우리를 지나간 2인조 팀과 3인조 팀이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들과 몇 마디 얘기를 나누었는데 혼성 3인 팀이 우리의 정체를 궁금해해 동창 산악회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오세암 쪽 길이 어떤지 물어봐 마등령 쪽보다는 양호하다고 알려주며 백담사에 버스가 안 다녀 하산길이 더 길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여성이 중청에서 만나 등산객이 눈이 안 와 버스가 다닌다고 했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눈이 안 와 길 상태가 양호한데 버스가 안 다닐 이유가 없었다. 우리 일행이 올 때까지 주고받은 재미난 얘기는 많지만, 여기다 쓸 내용은 아니고.
9시 2분에 무너미 고개를 출발해 12시 58분에 마등령 삼거리에 도착했으니 공룡을 주파하는데 3시간 56분이 걸렸다. 공단의 공식 시간 4시간 40분보다 40분이상 빨리 도착했다. 기대이상의 속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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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등령 삼거리에서 오세암 쪽으로는 가본 적이 없다는 혼성 3인조는 원래 계획을 변경해 백담사 방향으로 공룡이 처음인 2인조는 두 번째 마등령 삼거리를 향해 올라갔다. 우리도 2인조를 따라 마등봉을 향해 올라가 1시 14분에 도착했다. 북설악 신선봉에서 오는 길이 비탐방임을 알려주는 입간판 앞에서 왜 대간꾼이 무법자인지 일행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밥 먹을 곳을 찾아 내려가려는 순간 정상 옆에 10여 명이 둘러앉을 만한 곳을 발견해 우리도 법 없이 살기로 했다. 금상첨화로 그 장소에는 바람이 닿지 않아 밥 먹기에는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 당연히 비박을 위해서도.
의자를 펴고 앉은 후 라면 두 개, 컵라면 하나, 아침에 남겨뒀던 만두를 넣고 끓였다. 주행이 준 보드카를 한 모금씩 하며 면과 만두를 건져 먹은 후 대피소에서 데워온 햇반을 넣고 죽을 끓여 마저 먹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2시경 마등봉을 떠나 비선대를 향했다. 이 코스는 87년 여름에 한 번 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길 상태가 좋지 않아 오른쪽 무릎인대가 늘어나는 바람에 비선대까지 쩔뚝거리며 내려갔던 지옥의 코스로 기록되어있다. 무릎인대가 늘어나 고생했던 코스가 두 곳인데 다른 한 곳은 지리산 유명계곡(한신지계곡)으로 그것도 87년으로 기억된다.
그때 비하면 등산로는 거의 포장도로 수준이었다. 앞서가다가 눈에 보이는 봉우리가 있으면 올라가 주변 절경을 구경하며 유유자적 하산했다. 역시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아야 산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천불동이 왜 천불동인지, 그리고 늘 앞면만 보는 1275봉의 뒷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비선대를 1.8km 남겨둔 곳에서는 아침에 끓인 물로 타온 커피로 몸을 녹이기도 했다. 비선대를 향하는 길에 오른쪽으로 거대한 얼음기둥이 있는 것으로 봐 폭폰데, 이름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형제폭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저기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 바라보며 하산을 했다. 그리고 금강굴 갈림길에 도착한 시각이 3시 51분이다. 금강굴은 우리 관심사항이 아니라 바로 하산해 비선대에 4시 6분에 도착했다.
비선대에서 귀경을 위해 속초발 서울행 고속버스를 알아보니 정규편은 이미 매진이고 7시 40분 동서울행 임시편 좌석이 7자리 남아있었다. 그다음 차는 8시 30분, 너무 늦다. 일단 7시 40분 버스 네 자리를 예매했다. 그리고 길을 계속 가 이번 산행의 날머리 신흥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4시 56분이다. 7시 30분에 중청 대피소에서 시작해 4시 56분에 신흥사 주차장에서 산행을 마쳤다. 2일 차 산행 거리는 13.1km 휴식 포함 9시간 30분가량 걸렸다. 내 예상보다 조금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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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사 주차장에서 줄 서서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고 회를 먹기 위해 낙진이 제안한 물치항으로 가자고 했다. 그리고 고속버스를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시외버스와는 터미널이 다른 거 같아서. 역시 예상대로 터미널이 달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버스 회사에 따라 터미널만 달랐지 무정차 고속버스는 없었다. 물치항으로 향하는데 택시 기사가 같은 가격에 왜 그리로 가냐며 대포항이 더 좋다는 투로 얘기를 꺼냈다. 지역주민의 말을 듣는 것이 좋다는 평소의 소신대로 그럼 기사님이 추천하는 횟집으로 가자고 해 데려다준 곳이 대포항 머구리횟집이다. 그 시각이 5시 14분이다. 7시 40분 버스고 터미널이 바로 옆이라 했으니 최소한 2시간이 넘는 시간 여유가 있었다.
모둠회 대자 하나와 맥주와 소주를 주문해 소맥을 만들어 놓고 화장실 간 친구를 기다리며 스끼다시와 모둠회를 맛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아니 회가 이렇게 고소했었나? 내가 그동안 술을 마신 후 회를 먹어 그 진정한 맛을 몰랐다. 아니면 신선해서 더 맛있을 수도. 어쨌든 화장실 간 친구와 건배를 하기 위해 술 없이 맛본 회 맛은 새로운 세계였다. 매운탕과 서비스로 준 홍게를 안주로 소주 세 병에 맥주 두 병인가를 비우고 횟집을 나선 시각이 7시 2분이다. 횟집에 부탁해 부른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이 7시 18분.
버스에 타자마자 잠들기를 원해 술을 마셨건만 술이 부족했던지 잠을 잘 수 없었다. 우리 뒤에 앉아 있던 또 술이 부족한 노인이 일행으로 보이는 옆 사람과 떠들고 여기저기 전화하는 소리에 도저히 잠을 잘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휴게소에 도착해 볼일을 보고 빨리 오라는 기사의 말에 승객이 서둘러 돌아왔지만, 버스는 출발하지 않았다. 그 노인이 오지 않아 출발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휴게소를 떠난 버스는 동서울 터미널에 10시 7분경 도착했다. 터미널을 나와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
한계령 → 한계령 삼거리 → 끝청 → 중청 → 중청대피소 → 대청 → 중청대피소(1박) → 소청 → 희운각 대피소 → 무너미 고개 → 신선대 → 1275봉 → 큰새봉 → 마등령 삼거리 → 마등봉 → 비선대 → 신흥사'의 21.84km(트랭글 기준), 백두대간 설악산 코스를 1박 2일에 탐방했다.
경옥, 진아 두 여성 동무의 산행 노하우와 체력에 감탄한 산행이었다. 전반적으로 하산은 중급 정도 등산은 중상 이상의 체력을 보여 예상보다 빠른 산행이 가능했다.
우거진 녹음도 좋지만, 잎이 다 떨어진 나무는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겨울 산은 전체 산을 조망하기에는 더없이 좋다. 이번 설악산 겨울 산행도 산세를 잘 볼 수 있었던 산행이었다.
첫댓글 좋았겠어. 챕터 2-3에서 소승골이 아니고 독주골이디
그런가 수정해야 겠구만
@雲峰 ㅇㅇ 독주폭포 앞에서는 원시인이 되었었지
@우서락 오지를 많이 다니다 보니 헷갈린다.
@우서락 http://m.cafe.daum.net/snu85/hKqJ/68?svc=cafeapp
@雲峰 기렇지, 독주골로 해서 오르다가, 깔딱고개 인근에서 너는 끝청으로 바로 치고 혼자 갔던 거지. 소승폭포로 해서 갔던데는 귀청 인근이었고...작년에 둘이서 좋은데 많이 다녔고만...
@우서락 올해 작년 못 했던 길을
끄덕! 내년에도 그 후에도 설악에 갈데 많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