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인 보험모집인에게도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정황 등이 있는 경우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권익위는 최근 고용노동부에게 보험모집인인 이아무개씨의 근로자성 인정여부를 재검토해 퇴직금을 지급여부를 결정해 달라는 의견표명을 했다고 21일 밝혔다.
부산에 거주하는 이씨는 지난해 10월 퇴직 후 퇴직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보험사는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직원으로 채용한 것이 아닌 위촉계약 형식의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보험사 소속 직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이씨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보험사를 상대로 퇴직금 지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부산노동청은 이씨의 근로소득이 원천징수 되거나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사회보장제도에서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이씨는 비록 위촉계약 형식으로 근무했지만 실제 보험사에서 수행한 업무가 보험모집인 육성·교육·영업관리 등을 수행하는 영업·교육실장으로 근무했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지난 2월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이씨의 민원에 대해 △보험사가 매월 고정급 형태의 수수료를 지급했고 기본수수료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점 △독립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영위한다거나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휴가 등 근태에 대해 사용자인 보험사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는 점 등을 들어 근로자 인정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부산노동청에 이씨의 퇴직금 지급 여부를 다시 검토해 달라고 최근 의견표명했다. 부산노동청은 권익위 의견표명에 따라 이씨 사건을 재검토한 뒤 다음달 10일까지 결과를 권익위에 회신할 예정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직업 종류의 세분화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판단에 대한 새로운 개념정립이 필요하다"고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 "코레일관광개발·엠서비스,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정면 위반" 철도물류승무지부,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 촉구 (2013.04.23.) -매일노동뉴스
철도열차 물류 상·하차와 열차 내 식품판매를 담당하는 철도 하청노동자들이 22일 고용노동부에 원청인 코레일관광개발과 하청업체인 엠서비스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연맹 철도물류승무지부(지부장 김석)는 이날 오전 과천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인 코레일관광개발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추진지침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하청업체인 엠서비스는 근로기준법 위반·임금체불·노조 결성에 대한 보복 해고 등을 일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코레일관광개발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 및 추진지침에 부합하지 않는 고용행태를 저지르고 있다는 게 지부의 입장이다. 그동안 발표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과 지침을 보면 정부는 공공기관의 간접고용을 최대한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하면서 포괄적 재하청 금지, 근로조건 보호 관련 확약서 제출, 발주기관의 관리감독, 편의시설 제공 등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은 지난해 9월 대구백화점과 하청을 맺고, 대구백화점은 다시 엠서비스라는 아웃소싱업체에 포괄적으로 업무를 재하청했다. 2차 하청업체인 엠서비스는 이전 업체로부터 고용승계한 노동자들에게 적자를 이유로 10만~30만원이 삭감된 새로운 계약서 체결을 강요하는 한편, 이를 거부한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삭감된 월급을 지급했다. 일방적인 인원감축은 물론, 빈자리는 단기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웠다.
노조탄압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이 인력충원·원청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며 올해 1월 노조를 만들자 엠서비스는 지난해 9월부터 무단결근·지각 등을 이유로 시말서를 썼던 사람들 가운데 조합원들만 골라 한달 무급·10일 무급·직책 강등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고 지부는 밝혔다.
김석 지부장은 "고용노동부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추진지침을 위반하고 있는 코레일관광개발과 근로기준법 위반과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엠서비스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좀처럼 안 풀리는 불법파견 문제]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 결국 상경투쟁 돌입 서울 양재동 본사서 노숙농성 시도 … 사측 직원과 충돌 (2013.04.23.) -매일노동뉴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 해결이 장기화되면서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이 서울 본사까지 올라왔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울산·전주·아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을 포함해 금속노조 내 비정규직 조합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비정규직투쟁본부 소속 조합원 80여명은 22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신규채용 중단 등을 요구했다. 조합원들은 본사 앞에 노숙농성을 진행하기 위해 천막을 설치하려고 시도했고, 이를 막는 현대차 직원, 용역회사 직원들과의 충돌·대치를 반복했다.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다음달 15일까지 본사 앞에서 노숙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비정규직지회는 현대차측이 본사 앞 집회신고를 미리 내는 바람에 미처 집회신고를 내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노숙농성을 이어가려는 지회와 현대차·경찰 간 충돌과 연행이 잇따라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불법파견 판결이 나온 지 2년이 넘고 최병승·천의봉 동지의 철탑농성이 반년이 지났지만 정규직화는커녕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자살하거나 분신을 시도하는 일까지 발생했다”며 “정몽구 회장을 직접 만나 정규직화와 해고자복직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속노조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최근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교섭을 재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대차지부는 이른 시일 안에 특별교섭단 회의를 열어 교섭재개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오는 4월 28일,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시민사회가 추모주간을 선포하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4.28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시민추모위원회(시민추모위원회)는 22일 오전 11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28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주간’을 선포했다.
이들은 “2012년 한해에만 고용노동부 통계상으로 1,864명의 산재사망노동자가 희생됐다”며 “우리나라 산재사고는 대부분 최소한의 기본 안전장치도 되어 있지 않아 생기는 전근대적인 사고이며, 산재사망이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삼성, LG, 현대, 대우조선, 대림 등 대기업 공장에서 대형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정부의 안전관리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두용 한성대 교수는 “삼성 화학물질 누출사고와 구미 불산사고와 같은 대형 산재사고는 시민들의 안전까지도 위협하고 있다‘며 ”이제 산재문제는 사업장 노동자의 문제 만이 아닌, 우리사회와 가족의 문제가 돼 버렸다“고 강조했다.
최근 발생한 대형 산재사고의 희생자들이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추세여서, 위험한 업무가 하청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남희 변호사는 “대우조선, 대림 등의 대형 산재사고 희생자들은 하청, 외주노동자였다”며 “위험한 업무는 하청노동자들에게만 집중하며, 대기업은 이득만 취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기자회견단은 “현재처럼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에게 노동자 건강과 안전의 책임을 손쉽게 전가할 수 있는 구조 속에서는 현실이 개선되기 어렵다”며 “위험한 업종은 하청을 주지 못하도록 제도화하고, 하청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책임도 원청 기업이 지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서 정부에 “반복적으로 부주의한 산재사망이 발생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을 엄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며 “기업에 대한 지도, 감독 횟수를 늘려야 하고 감독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시민추모위원회는 22일부터 28일까지의 추모기간 동안 토론회와 추모문화제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 종교계도 추모법회와 미사, 예배 등 추모행사에 나선다.
24일에는 국회 도서관에서 ‘산재사망처벌강화 및 원청책임성강화 법개정 토론회’가 개최되며, 25일에는 ‘2013 최악의 살인기업 시상식’이 열린다. 27일에는 시민과 함께하는 추모문화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 ‘60세 정년 의무화’ 2016년부터 도입 22일 환노위 법안소위서 여야 의견 접근 … 사내하도급법 논의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가 (2013.04.23.) -매일노동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2016년부터 60세 정년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데 사실상 합의했다. 여야는 이 같은 내용의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의견을 모았다.
60세 정년 의무화에 상당 접점 … 23일 계속 논의하기로
이에 따르면 60세 정년 의무화 시행시기와 시행사업장에 대해서는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지방공사·지방공단은 2016년 1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300인 미만과 국가·지방자치단체는 2017년 1월1일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 최종 합의되지 못했다. 정년연장에 따라 임금을 조정하자는 데에는 여야가 의견을 모았지만 세부적 내용을 두고는 불일치했다. 민주통합당과 진보정의당은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사업장이 있을 경우에도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간주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에도 별도 벌칙조항으로 제재하기보다는 노동위원회 등 기존에 운영되는 분쟁절차 해결시스템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봤다. 또 야당은 정년연장을 할 경우 임금체계 개편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임금체계 개편이나 임금조정이냐를 두고 야당과 정부·여당이 줄다리기를 계속했지만 야당이 주장하는 임금체계 개편 속에 임금조정을 포함시키기로 합의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임금체계 개편이란 문구에 동의하면서도 노사 간 임금조정시 분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벌칙 규정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주와 노조가 임금 조정 협상을 하다 분쟁이 발발할 수 있으니 이에 대비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해당 조항을 두고 여야는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환노위는 23일 법안심사소위를 재개해 관련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사내하도급법 6월 임시국회로 심사 넘겨
법안심사소위는 이날 당초 65개 법률을 심사할 예정이었으나 사내하도급법안에 여야가 큰 이견을 나타내는 등 법안 심사를 속도 있게 진행하지 못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내하도급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논의가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60세 정년 의무화를 위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여야 정치권이 상당한 접점을 찾았다.
사내하도급법안이 법안심사소위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되면서부터 여야의 공방은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관련 법안이기도 한 사내하도급법은 노동계와 야당으로부터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새로운 비정규직 영역을 만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기업이 (사내하도급이란) 생산형태를 만들어 냈고 이는 우리 현실에서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사내하도급의 처우개선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 법안 말고 대안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반면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우리 법은 노무도급을 인정하지 않고, 합법적으로 하려면 파견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며 "사내하도급법은 간접고용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통과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진성하도급과 불법파견의 구분기준과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제출된 사내하도급법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노동부 수정대안과 함께 다음 회계에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여야의 논란이 계속되자 법안심사소위는 사내하도급법을 6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심사하기로 결정했다.
“단시간근로자 초과근무시 통상임금 50%이상 가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서는 여야가 일부 조항에서 합의해 개정안을 위원회안으로 만들기로 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제기한 단시간근로자의 초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지급 의무화가 반영됐다. 개정안은 단시간근로자가 초과근무를 할 경우 사용자가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사용자의 강압에 의해 단시간근로자가 원치 않는 초과근로를 하게 되는 문제가 일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가 기간제·단시간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고의적으로 반복했을 경우 근로자가 입은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해 10배 이내에서 금전보상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여야가 합의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간제법 개정안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 22일 제10회 차별철폐대행진 시작 (2013.04.22.) -매일노동뉴스
어느덧 10년째를 맞이한 ‘서울 차별철폐 대행진’이 22일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앞에서 시작했다. 골든브릿지증권은 오는 23일 파업 1주년을 맞이하는 사업장이다.
차별철폐 대행진은 2003년 서울지역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권역별 연대운동을 묶어내고, 투쟁사업장을 지원하며, 빈곤 문제, 사회공공성 문제 등 다양한 요구를 담아내고 있다.
행진은 서울 전역을 차량 또는 도보로 진행하고 있으며 초기 민주노총 서울본부 중심으로 진행오다 점차 지역 시민사회단체, 사업장 등이 결합하면서 여러 단위가 공동으로 준비해왔다.
2013년 차별철폐 대행진은 “노동자 민중이 살맛나는 세상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핵심의제로 △노조탄압 분쇄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민영화 저지 △생활임금 쟁취 등 5대 현안 투쟁과제와 민중생존권 쟁취, 반전평화를 전면 내세우고 있다.
차별철폐 대행진은 22일 서부지역의 골든브릿지증권 앞에서 발대식을 가진 후 북아현동 철거지역을 행진한 뒤, 콜센터비정규직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한국교직원공제회, KBS, 서대문구청, 가좌역을 거쳐 연신내 물빛공원에서 문화제를 개최한다.
10회 차별철폐 대행진 출발 집회 모습(사진=정영섭님 페이스북)
23일에는 서울시립대 정문에서 동부지역 발대식을 갖고, 티브로드 동대문센터로 행진하고, CNM 동부센터, 홈플러스 신내점, 서울의료원을 거쳐 청량리역 광장에서 철도민영화저지와 철도공공성 강화 집회를 가진다.
24일은 남동지역인 서울과학관 앞에서 발대식을 갖고, 보건복지부, 강남 삼성전자 본관 앞을 거쳐 국민체육관 앞에서 문화제를, 25일에는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북비지역 발대식을 갖고 수락산역 원케이블, 마들역을 거쳐 노원구청 앞에서 노점탄압 규탄 집회를 갖는다.
26일에는 쌍용자동차 구로정비사업소 앞에서 남부지역 발대식을 갖고 KT텔레캅, 구로공단, 숭실대학교, 한남운수, 조은케이블서비스를 거쳐 노동부 관악지창 앞에서 규탄집회를, 29일에는 서울교육청 앞에서 중부지역 발대식을 갖고, 흥국생명, 광화문, 동대문 거평 프레야, 세종호텔을 거쳐 대한문 앞에서 총화 문화제를 갖는다.
○ “파업 지지했지만…우리 문제 써준 언론이 없었다” 방송사 렌터카 운전노동자 “우리는 자동차 부속품이 아니다”… 기본급 없는 상시적 불안정 노동 호소 (2013.04.21.) -미디어오늘
MBC 차량운전을 맡고 있는 박기평(가명)씨는 요즘 파업 중인 KBS 차량서비스운전자들보다 처지가 나쁘다.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어 방송사를 상대로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그들에 비해 박씨는 가진 무기가 없다. 박씨는 “MBC는 차량대여에 대한 비용만 책정할 뿐 사람인 우리들의 인건비 책정은 하지 않는다”며 상시적인 불안정 노동의 괴로움을 호소했다.
박기평씨는 MBC와 계약관계인 P렌터카의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 렌터카는 법적으로 차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박씨는 C인력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었다. C인력회사 소속으로 MBC에서 P렌터카를 모는 운전자는 약 50여명. 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도 지급받지 못하며 일감이 없으면 오히려 빚을 지게 되는 현실에 놓여있다.
박 씨가 매월 지출해야 하는 기본내역은 P렌터카 월 회비 10만원, 자동차 보험료 10만원, 자동차 할부금 60여 만 원, 4대 보험 및 퇴직금 30만원으로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한 달 간 총수익의 18%는 렌터카가 수수료로 떼어간다. 이 금액이 보통 60만원 수준이다. 기름 값도 100만원 안팎이다. 한 달간 400만원을 벌면,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120만 원 정도다.
더욱이 P렌터카는 운전자에게 자차구입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계약관계는 P렌터카 소유의 차를 운전자가 임대하는 식인데, 차량구입에 따른 할부금을 운전자에게 부담하는 것이다. 3년간의 할부기간이 끝나면, 이미 렌터카는 20만km 이상을 달려 폐차수준이 된다. 박씨는 “이대로라면 늙어 죽을 때까지 할부만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송차량운전자는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한다. 새벽에 부산 당일치기를 배차 받은 적이 있는데, 힘들게 지방 촬영 현장에 도착했더니 10분 만에 서울로 출발한 적도 있었다. 박씨는 “나만 죽어라 운전한다. 자기들은 자면 그만”이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라도 나면 수리비는 모두 운전자가 부담해야 했다. 힘든 지방 일정의 경우 배차를 거부하면 “안 가요? 일 없어요 그럼”이란 답이 돌아왔다.
급하게 프로그램 재연이 필요할 경우에는 현장에서 즉석 출연도 해야 했다. 맛 집 촬영지를 가면 맛있게 먹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MBC <PD수첩>에서 재연 출연자로 등장한 운전자도 있었다. 보조출연자로서 받아야할 일당은 당연히 받지 못했다.
이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이 빠진 급여책정이다. 렌터카 운전자가 MBC에서 ‘한 대가리’(하루 일당을 뜻하는 은어)로 버는 돈은 11만 5천원. 이것도 6시간 이상 일해야 받는다. 4시간 이내로 일하면 11만 5천원의 50%만 받는다. 12시간 이상 운전하면 시간은 두 배지만 기본운임의 30%(3만 4천 5백원)만 더 준다. 만약 10시간을 일했다면? 급여는 6시간과 같은 11만 5천원이다. 나머지 4시간은 ‘서비스’가 된다.
박씨는 “우리가 받는 돈에 인건비는 없다. 보험료나 퇴직금도 우리가 전부 낸다. 새달을 시작하면 마이너스에서 출발한다. 회사는 이게 이 바닥의 원칙이니 불만 있으면 나가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보통 보름은 일해야 무조건 나가는 돈을 갚는다. (힘들면) 일 안 하면 그만이지 하겠지만, 할 일이 없다”며 서러움을 삼켰다.
박기평씨는 “MBC가 우리를 사람으로 본다면 최소한 근로자로서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기본급을 인정해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옆엔 커피를 한가득 담은 보온병이 놓여있었다. 그는 “졸다가 죽기 싫어 커피를 달고 산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사내 파견노동의 문제에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MBC 언론인들을 두고 “바른 방송 만들어 우리에게 도움을 달라고 파업도 지지했었다. 하지만 PD수첩과 불만제로에 아무리 말해도 아무도 취재를 안했다”며 서운함도 드러냈다.
방송사에 차량을 제공하는 렌터카 업체는 20여 곳 이상으로 알려졌다. 방송사 렌터카 운전자들의 총인원은 파악이 어렵고 처우 또한 계약서에 따라 제각각이다. 예컨대 KBS는 MBC와 달리 중앙배차를 통해 하루 운임으로 최대한 일을 많이 하게 운영되고, 식대가 운임에 포함됐다. 최정기 전국언론노조 조직쟁의부장은 “렌터카는 차량과 운전자가 자주 바뀌어 노조 조직이 어렵고 노동시간이 초과돼도 수당이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서금택 언론노조 방송사 비정규지부 MBC분회장은 “IMF 이전까지만 해도 차량운전자는 대부분 정규직이었지만 2000년 대 이후 해고와 명예퇴직이 이어지며 다들 파견직 신분이 됐고 동시에 수시차(렌터카)도 늘었다”고 밝힌 뒤 “수시차 운전자 또한 해고되면 갈 데가 없는 열악한 환경”이라고 전했다.
이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선 실태조사가 급선무다. 최정기 조직쟁의부장은 “현재 파업 중인 KBS분회가 한명숙 민주당 국회의원을 통해 노동부와 KBS측에 전체 방송차량 운영 및 계약 현황을 요구한 상태”라며 “KBS의 기초 데이터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렌터카를 포함한 방송사 전반의 차량노동자 실태를 확인해 개선을 요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