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후의 새벽 산길은 시원하고 향기롭다. 떡갈나무 잎사귀는 물을 잔뜩 품고있어 그 무게로 휘청거린다.
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솔방울 하나가 발길에 채여 또르르 구른다. 복자기 단풍나무는 여름인데도 연두색 어린색을 그대로 띄고 있다.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짙어 언제 소나기가 쏟아질지 모르겠다. 무게를 못 견딘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땅바닥에 딩군다. 뭇새들의 재잘거림이 숲의 새벽을 깨운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너풀너풀 춤을 추며 아침공기를 부드럽게 한다.
쉼터에 가만히 앉아 멍하니 앞을 쳐다본다. 잡념이 끼어드니 멍때리기도 쉬운 게 아니다. 먼 곳에서 숫탉 울음소리가 마치 달마사 스님의 목탁소리같다.
인생의 무상함속에서도 어느것과도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찬란히 빛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깨어있는 인간 정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