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작약
은분 /유혜영
골이 좀 깊어줘야
앉았다 일어서면 후북 젖어줘야
바윗돌이 어글 어글어
엇슬러줘야 좋은 자린지
귀한 것들은
죄다 흔한곳에서 피질 않고
꼭 숨어 핀다지
음지에 얼음이 녹을라냐 말라냐
숭숭 구멍난 사월 중순즈음
쩌 희게 핀 것을 보걸랑
그것이 백작약인줄 알어라
흰 것이 멀찌감치선
서낭당 삼신 할매가
흰머리 통채 뽑아 놓은줄 알았다
그래서 영험한거라 믿었다
*백작약 효능 ㅡ진정 진통.간기능개선.간기능 이상으로 오는 두드러기.생리통 등등
어그러질듯한 계곡 줄기에서 자라는 백작약은
뿌리를 다 드러내고 살아가는 것이 많습니다
산삼 마냥 캘것도 없이
돌을 치우거나 부슬 부슬 흙을 털면 드러나요
깊은 산속에서 하얀꽃을 만나면
왠지 겸허해지며 경이로움마저 들지요
번식은 뿌리삽목이나 씨로 하는데
적작약에 비하여 백작약은 번식이 까다로워요
비에 젖은 꽃잎은 무명속곳처럼
얍푸닥 하고 스며들듯 물빛이 베어 들어요
몽글 몽글 꽃몽울을 피울땐
작은 솜사탕도 닮았습니다
올해 싹을 보니 씨앗으로 발아된것이 댓개는 되어 보입니다
참 더디어서 애탐을 주는 백작약
또 어찌 그리 빨리도 지는지,
그저 아쉽다 아쉽다만 하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