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산 (天冠山 723m)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冠山邑)과 대덕읍(大德邑) 경계에 있는 산으로
천관산의 높이는 723m에 불과해 이보다 높은 산은 호남에 여럿 있지만, 천관산이 호남의 명산으로 대접을 받는 것은,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장흥반도 최남단에 우뚝 솟아 있고, 암괴로 된 봉우리 수십 개가 산 능선을 따라 곳곳에 흩어져 있으며, 가을철에는 이들 암괴와 억새가 환상의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택리지"에 “장흥의 천관산(天冠山)은 돌 모양이 기이하고 훌륭하며,
항상 산 위에 붉은 구름과 흰 구름이 떠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곳곳에 기암괴석이 많고 정상 부근에 바위들이 비죽비죽 솟아 있는데
그 바위들이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같아 보여서 '천관산'이라 부른답니다.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며칠 전, 영남알프스 억새하늘길중 달오름길과 억새바람길을 다녀왔지만
안개구름과 함께 펼쳐지는 몽환적인 풍광에 비해 정작 기대했던 억새의 미모는
생각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지 않았었기에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이번 산행지도 억새 군락지를 찾아
몇 군데 알아보던중 기암 괴석, 그리고 억새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광속에서 꼬박 하루를 보낸
옛 추억을 간직한 곳 천관산이 떠 올라 또 한번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천관산으로 길을 나섭니다.
청명한 하늘아래 상쾌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영월정(迎月亭)과 안내도가 있는 이곳을
오늘의 산행 들머리로 삼고 산행 시작!!
오늘의 산행 코스 : 주차장-장천재-선인봉- 종봉 -환희대-천관산(연대봉)-양근암-주차장(원점회귀)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장천재(長川齋)
1978년 9월 전남 유형문화재 제72호로 지정된 장천재(長川齋)는
조선 중종 때 강릉참봉 위보현이 장천동에 어머니를 위한 묘각을 짓고
승려로 하여금 이를 지키게 한 것이 그 유래가 되었다 합니다.
1659년(효종10) 사찰을 철거하고 재실을 창건하였으며,
1873년(고종 10) 현재의 형태로 중수하였고..
조선 후기 호남실학의 대가 존재 위백규(魏伯珪·1727∼98)가 이곳에서 수학하고
후배를 양성했다 하며, 여러 학자들이 시문을 교류했던 곳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장흥위씨 방촌계파의 제각으로서 이용되고 있답니다.
태고송
장천재 맞은편에 자리한 태고송은 조선시대 태종왕 때부터 자라기 시작했다고 하여 '태고송'이라 전해지며
600년을 날씨에 따라 바람결에 소리를 내며 지역사람들에게 날씨를 예측했던 태고송은
장흥군이 지난 1982년 12월 3일 군보호수로 지정한 높이 20m 나무둘레 2.8m의 큰 소나무입니다.
태고송은 천관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로 칭송을 받으며 600년을 살았습니다.
그러던 이 태고송이 수년 전부터 시름시름 아프더니 그만 죽어가기 시작하여
장흥군에서 죽어가는 고목을 살리기 위해 소나무에 영양제를 주사하고 썩은 가지를 베어내는 등
대수술을 하면서까지 살려내려 애를 썼다지만..
그림에서 알수 있듯.. 소나무의 상태는 매우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산행지 입구 비석에 '호남제(일湖南第一) 지제영산(支提靈山)'이란 글을 음각해 놓았는데
지제산은 불서(佛書) 화엄경에서 "천관보살이 머무르는 곳" 이라는데서 연유하였다 전해집니다.
하지만, 천관산의 기암들을 보고 있노라면, "흙이나 돌이 쌓인 무더기",
즉 "부처의 복덕이 쌓여 있는 것을 이르는 뜻" 을 지닌 지제(支提)로도 풀이해 봄직 하네요.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들머리를 출발해 연이은 오름길을 오르느라 한줄금 땀방울이 흐를즈음
시원한 바위군의 모습으로 마중나온 선인봉..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천관산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구정봉 바위군들의 위용과 설악산의 한 단면을 보는듯한 멋스러움..
그림 왼쪽부터 대장봉, 천주봉, 문수보현봉, 대세봉, 선재봉, 관음봉, 신중봉, 홀봉, 삼신봉 등,
이렇게 9개의 기암들을 통틀어 '구정봉'이라 합니다.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산의 규모는 월출산 보다 작지만 월출산에 버금갈 정도로 기암괴석이 많은 천관산.
거기에다 정상부근에는 억새 밭 약 40만 평이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으니
이렇듯 많은 산객들에게 사랑을 받는게 당연지사 아닐까..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남도에 위치한 천관산에도 여지없이 가을이 내려앉기 시작했습니다.
구름이 춤추는 파란 하늘아래 오색으로 물들인 단풍옷 갈아입은 천관산의 모습이 새색시처럼 예쁘고, 화사합니다.
단풍뒤로 부용산과 운봉산 조망.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넓직한 바위 하나를 고른 조망터에서 바라보는 종봉아래 관산읍내와
그 뒤로 제암산, 사자산, 일림산으로 흘러가는 호남정맥의 산줄기가 남해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듭니다.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작은 소나무 한그루가 터전을 마련한 중봉너머 금수굴 능선과 그 뒷편, 연대봉에서 하산할
양근암 능선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천관산의 이름은 화엄경에서 유래된 산 명으로
천관산은 곧 천관보살의 영(靈)이 머물고 있는 산 이란 뜻을 가진 이름이라 합니다.
화엄경에 따르면..
'동남방에 지제산(支提山)이라 부르는 산이 있다.'
'옛적부터 여러 보살의 무리가 그 속에 머물고 있었으며,
지금도 보살이 머물고 있는데 이름하여 천관보살이라 한다.'
그의 권속인 1천 보살의 무리와 함께 늘 그 가운데 있으면서 법(法)을 연설(演說)하고 있다..라고..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김여중(金汝重)의 유천관산기(遊天冠山記)에서는
'한 산이 남방을 진호(鎭護)하며,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아 있다. '
세인의 전설에, 통령화상이 가지산(迦智山)에서 오면서 멀리서 이 산을 바라보니
마치 기둥이 버티고 서 있는 듯 하므로 지제산이라 이름하였고..
서두에서 언급했듯이..가까이 다가가 이 산을 바라보니 마치 산정에 천자의 면류관(冕旒冠)을 드리운 듯 하므로
천관산이라고 이름하였다 말하고 있습니다.
천관산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왕중의 왕 옥황상제가 쓰는 왕관인 면류관에 비유를 했을까..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이성계와 천관산.
이성계가 위화도 에서 회군하여 사실상 역성혁명을 일으켜 정권을 잡을 무렵
무학대사의 말을듣고 전국 명산의 산신들로 하여금 자신의 혁명을 지지해 달라고 부탁하고 다녔습니다.
각 산의 신들은 이성계의 혁명을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이성계는 천관산의 신에게도 지지여부를 물었는데..
그러나 천관산의 산신은 "지지 할수없다"고 대답 하여 이성계는 크게 화가 났고,
곧이어 내려진 조치가 바다건너 흥양(興陽·현재고흥) 으로 귀양(歸鄕) 명령이 내려졌다 합니다.
이렇게 해서 천관산은 산가운데서는 유일하게 귀양(歸鄕)을 간 산이 됐다는 재밌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며
지금도 천관산을 흥양의 천관산으로 적은 기록들이 가끔 나온다고 하네요.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동국여지승" 에서는
천관산의 이름과 산세에 대하여 “천관산은 예로부터 천풍산 또는 지제산으로 불렸는데
산세가 몹시 험하여 가끔 흰 연기와 같은 기운이 서린다”라고 하였고..
조선 후기의 실학자 존재(存齋) 위백규는 그가 지은 지제지(支提志)에서
“천관산은 크기에서는 두류산, 무등산에 뒤지지만 신성하고 특이한 면에서는 그들보다 앞서며,
금강산, 묘향산을 거쳐서 온 사람도 천관산에 오르면 이런 산이 있었구나 하고 감탄한다”라고 기록 하였습니다.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웅장한 바위군들 틈사이로 보이는 비로봉과 석선 암봉.
비로봉은 진죽봉 서쪽에 있고, 돌더미가 포개어 산의 형태를 이루었으며,
가운데는 뾰쪽하고 서편은 낮아 바라보면 큰 일산(日傘)과 같은데 그 돌 사이를 이용하여 발걸음을 빨리하면
두루 돌아볼수 있거니와 가끔 선천시대(先天時代)의 굴껍질이 돌에 붙어 있는것을 볼수있습니다.
석선(石船)봉은 진죽봉 아래 있고.. 큰 돌이 배 같아 뱃전밖에 돌가닥이 있어 사람의 팔뚝 만한데,
그 끝이 나누어져 다섯 손가락이 되었고 ,엄지 손가락은 길지만 가운데는 짧아 펴지거나
불설에 서축(西竺) 사공(沙工)이 돌아감을 고하고, 그 한 팔을 잘라 관음보살께 시주하고
후세에 신표(信標)로 삼겠다고 하니 관음보살이 뱃전에 붙여 두라고 명(命)하였다 합니다.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1998년10월 13일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지리산(智異山)·월출산(月出山)·내장산(內藏山)·내변산(內邊山)과 함께 호남지방의 5대 명산 가운데 하나인 천관산.
신라 김유신(金庾信)과 사랑한 천관녀(天官女)가 천관산에 숨어 살았다는 전설속으로 들어가 보면..
김유신은 소년 시절에 기생인 천관의 집을 드나들며 서로 사귀었는데
어머니의 꾸중을 듣고, 마음을 잡은 뒤,
천관 집으로 자신을 태우고 간 말의 목을 쳐서 죽이고
오로지 무예를 닦아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이야기로 유명합니다.
김유신에게 버림받은 천관은 경북 월성군 내남면 일남리 뒷산에 암자를 짓고 숨어살면서
김유신이 성공하기를 바랬는데, 삼국을 통일한 뒤 경주로 돌아가던 김유신은
이 소문을 듣고 천관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함께 경주로 돌아가자고 했는데..
천관이 말하길.. 자기는 천관보살의 화신이며 김유신이 큰 일을 할 사람임을 알고
기생이 되어 그 마음을 시험했으나 이제는 자기의 일도 끝나고
두 사람의 인연도 끝났다.. 하면서 거절한뒤 떠나버렸습니다.
김유신은 말을 몰아 그 뒤를 쫓았는데 장흥 천관산에 와서 천관을 놓치고 말았다. 하여
장흥 천관사에는 천관보살이 산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고 합니다.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천관산.. 이 산을 대덕이나 관산에 사는 사람들은 그저 큰 산이라고 부르는데,
“큰 산에 비 몰려온다”라거나 “큰 산으로 소풍 간다” 또는 “큰 산이 울었다”라고 말한답니다.
산의 서남쪽에 위치한 대덕 사람들과 산의 동쪽에 위치한 관산 사람들은
이 산의 정기를 독점해서 누리고자 ‘네 산이다, 내 산이다’ 하고 다툼도 많았다고 전하는데..
그래서 관산만 해도 1936년까지 고읍면이었던 것을 천관산에서 ‘천’ 자만 빼버린 채 관산으로 개명하였다네요..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가을 바람에 뒤엉킨 구름들 아래로 진죽봉, 석선봉, 비로봉 조망.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오름의 끝인 환희대 이곳에서 지나온 암봉들을 바라보며 가을날의 천관산을 즐깁니다.
"산에 오르는 자가 위험한 길로 곤란하다가 여기에서 쉬면 기쁘다" 라는 뜻을 지닌 환희대..
고려시대 <천관산기> 에 나오는 환희대는 당시 등산로가 제대로 없어 천관산에 오르는게 위험하였다 라고 적고 있지만
지금 이렇듯 환희대에 올라 천관산의 풍광을 즐길수 있다는 건 행복아니겠는가..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환희대에서 정상인 연대봉까지 1km 가량 고운 억새길이 열려 있습니다.
지나온 등로가 멋진 암봉 지대 였다면 앞으로 걸을 등로는 아주 유순한 능선길로
억새가 무성한 가을엔 더욱 더 낭만적인 등로길 입니다.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바위위 빈틈없이 자릴 차지한 산객들.. 이곳 저곳에서 우와~ 하며 내뱉는 감탄사와
억새와 대면하는 얼굴엔 환한 미소만이 가득..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억새꽃
얼마를 참고 살면 밝은 웃음 지니시고
무엇을 버려야 가볍게 흔들리시며
누구의 사랑을 받아야 그렇게 맑아지나요
누굴 위해 살아야 서럽지 않으시고
어떻게 사랑해야 진실할 수 있으며
그토록 아름다운 소리는 노래인지요 숨결인가요
강규인~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억새의 호위를 받는 진죽봉.
진죽봉은 거석(巨石)이 기둥같이 대장봉 중대(中臺)위에 홀로 우뚝 서있는데,
자그마한 조각돌을 그밑에 고인것이 마치 사람이 만든 것 같고..
하면(下面)은 모나게 깎아졌고 두어자 위에 넓이와 길이가 판자(板子)같은데,
꼭대기를 뚫고 아래로 드리워져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배 의 돛에 자리를 걸어 놓은 것 같습니다.
불설(佛說)에 관음보살이 불경을 돌배에 싣고 이곳에 와 쉬면서 그 돛대를 여기 놓아둔 것이라 한답니다.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어린 시절 산에서 자랐기에 산은 친구이자 놀이터.
지금까지 산에 기대어 살아왔기에 나는 산의 일부분.
산을 떠난 삶을 꿈에도 상상 못할 만큼 산은 나의 전부.
산을 오르는 것은 신이 나에게 허락한 운명이라고 생각.
걸을 힘이 남아있는 동안은 신이 허락하는 한 산을 오를 뿐.
산은 오를수록 겁나지만, 죽는다고 해도 포기할 수 없는 산.
등산가는 죽음이 두려워 산을 떠난다면,
존재 이유 없기 때문이다.
엄홍길~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나무 한그루 찾아보기 어려운 환희대와 연대봉 사이 능선길은 걷는 길과 바위 빼곤 모두 억새..
빛을 좋아하는 억새에 최고의 환경인 셈입니다.
반면, 천관산을 찾은 등산객에겐 그늘 한곳 없이 태양을 고스란히 온몸 받으며 걷기에
고통도 따르지만.. 그도 잠시..억새밭에 시선을 두면 금세 위안이 됩니다.
바람에 몸을 맏겨 휘청거리며 일렁이는 억새 바다의 풍경은
그 너머 다도해와 겹쳐 환상의 조화를 만들어내니 콧노래 부르며 길을 나섭니다.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가을 여행
가을 속으로
가을 속으로
빠져들어 갔습니다
저마다 색깔로
물들어가는
나뭇잎새들의 손짓을
따라 갔습니다 ↓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찬란했던
여름을 잊고자
마지막 잎새 하나까지
떠나가는 계절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도 언젠가는
떠나가야 하는
시간들이 오고 있습니다 ↓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가을이면 천관산 억새밭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납니다.
억새밭이 바람 따라 은빛 물결처럼 출렁이는 광경이 아름답고,
억새밭 아래 펼쳐진 긴 능선, 산 아래 마을과 다도해를 보면 마치 구름 위에 떠 올려진 느낌을 받습니다.
오늘처럼 날씨가 맑은날이면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은빛 억새 물결이 아름답고',
구름에 덮이는 날에는 '안개 속을 거니는 듯한 신비로움에 젖어듭니다'.
달빛에 비치는 억새밭의 이색적인 풍경을 보기 위해 캠핑을 하는 등산객도 많아지는 천관산..
마지막까지
이 땅에서
고별의 시간이 올 때까지
우리들의 사랑 노래를
우리들의 색깔로 부르고 싶습니다
용혜원~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가을사랑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 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단풍산이 화려한 빛깔로 단번에 시선을 빼앗는 불꽃놀이라면,
억새 산은 밤하늘에 촘촘히 박혀 은은하게 빛을 내는 은하수라 할수 있죠..
억새는 자주색 꽃을 피워 시간이 흐르면서 갈색으로..다시 은색으로.. 나중에는 흰색으로 변하는데..
하루에도 여러 번 억새 꽃은 다른 빛깔로 반짝입니다.
해가 뜨고 질 때는 황금색으로 반짝이고
한낮에는 하얀 솜털 모양으로 나부끼니 억새는 온종일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도종환~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억새꽃 피는 언덕
부드런 손을 저어 드높은 가을하늘 유혹하는
그래 너는 억새꽃 은발의 너는 억새꽃
구절꽃 핀 공중에 은비녀처럼 빛나는 억새꽃
한적한 산마루에 앉아 춤추는 너는 억새꽃
어쩌다 초승달 떠오르는 언덕에 올라 언덕에 올라
먼 하늘 바라보면 내 마음은 새 날이 밝아온다 새 날이 밝아온다
그래 너는 억새꽃 은발의 너는 억새꽃 ↓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아득한 그리움이 밀려오는 가을언덕 유혹하는
그래 너는 억새꽃 은발의 너는 억새꽃
거울 같은 호숫가에 은날개처럼 나부끼는 억새꽃
한적한 산마루에 앉아 춤추는 너는 억새꽃
어쩌다 뭉게구름 떠다니는 언덕에 올라 언덕에 올라
먼 바다 바라보면 내 가슴은 노을에 젖는다 노을에 젖는다
그래 너는 억새꽃 은발의 너는 억새꽃 사랑의 억새꽃
홍윤표~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억새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세 가지 감각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첫번째.. 눈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빛깔을 보고,
두번째.. 귀로는 바람결에 사각대는 노랫소리를 담고,
세번째.. 손으로는 부드러운 억새꽃의 감촉을 느껴야 한다는 겁니다.
억새꽃
흐르는 것 어이 강물뿐이랴.
계곡의
굽이치는 억새꽃밭 보노라면
꽃들도 강물임을 이제 알겠다.
갈바람 불어
석양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의 일렁임, ↓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억새꽃은 흘러흘러
어디를 가나.
위로위로 거슬러 산등성 올라
어디를 가나.
물의 아름다움이 환생해 꽃이라면
억새꽃은 정녕
하늘로 흐르는 강물이다.
오세영~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연대봉쪽에서 넘어 온 다도해의 가을 바람에 억새들이 고개를 숙였다 일으켰다 하며 군무를 춥니다.
어른들 키 만큼이나 훌쩍 자란 억새의 너울따라 몸을 숨기면 덧없는 세상사의 고민도 어느새 사라집니다.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구름 위의 산책.. 천관산 억새의 풍광.. 이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천관산 억새 능선의 광활한 자태는 멀리서 보면 평온한 바다 같고,
한복판을 누빌 때는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으로 나 자신에게 자유를 선물하는 산행길이 됩니다.
억새
햇살이 뿌려질 때마다
곱게 빗은 머리결을 날리며
아가씨 숨결로 피어난
섬섬옥수 하얀 풀꽃
술취한 화공이 그린
숨겨놓은 낮 달 같은 여인이여,
요염한 자태로 태어나
바람에 흐드러지니
하얀 얼굴 세상이 밝구나. ↓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길 가에 늘어선 채
보고싶은 마음 가슴에 품고
노을빛 햇살따라
멋지게 춤을 추니
11월의 신부를 맞이하듯
그대 춤을 신청하세요.
들판에서 언덕에서
활짝핀 얼굴
하얀 손들의
화려한 群舞가 펼쳐집니다.
김영춘~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억새꽃 그리움
지난날 그리움
강 언덕에 묻고
억새꽃 따라
여기 찾아 왔어요
영상에 스쳐 가는 날
우리 좋아했었나요
아니 사랑 했었나요
나 지울 수 없어요
나 이제 목메인 한마디
다가 오는 저 물새 소리 처럼
다시 들리는 것 같아요
못 잊겠어요
이원문~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청동 빛의 가을 하늘과 소슬바람에
일렁이는 억새 물결을 헤치며 걷는 가을산행은 또 다른 운치를 느끼게 합니다.
억새꽃이여
어지러이 타는 가을햇볕 껴안고
독한 마음으로 하늘을 우러르는
가을 노래여 억새꽃이여
어쩌다 너희는 가을 벌판에서
비탈에서 외롭게 너울거리는가
사람들은 너희를 보고
애절하다고들 하는데
억새꽃이여
무엇 때문에 너희는
그리도 비애스러워야 하느냐 ↓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뭇 사람에게도 사연이 있듯
너희 또한 말 못할 사연이 있는 듯
억새꽃이여
우리는 안다 왜 너희가 가을햇볕
어지러이 타는 벌판에서
비탈에서 그토록 고독한지를
저 멀리 황혼에 사라져 가는
기러기 떼를 바라보며
지난날 사랑을 은빛으로 보듬어
미치도록 미치도록 너울거리는
애절한 가을 노래여
뭇 사람의 억새꽃이여.
이세방~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가을 날
숲 가의 가지들 금빛에 타오를 때
나는 홀로 길을 갑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몇 번이나 둘이서 걸었습니다.
이 좋은 날에
오랫 동안 마음에 지니고 있던
행복도 슬픔도 나에게서
이제 먼 향기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잔디풀 태우는 연기 속에서
농부의 아이들이 뛰어 놉니다.
거기 나도 끼어들어 어린이와 더불어
가락 맞춰 노래 합니다.
헷새~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천관산 장흥이 낳은 소설가 한승원.
한승원씨라 하면 "아제아제바라아제"를 쓴 소설가로
"아제아제바라아제"는 임권택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더욱 유명해졌으며
강수연이라는 배우를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해 일약 스타덤에 올려 놓은 작품입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한승원씨가 청년 시절 천관산 자락에 있는 천관사에서
글 공부를 할때 들었던 슬픈 억새 소리를 생각하며 쓴 소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억새
수줍어 어려워
머뭇거릴 새
그대 저대도록
아득히 가고
여린 맘 한 켠
차곡차곡 아픔 쌓여
어찌하나
그린 세월
밀물처럼 여직
일렁이는 가슴
흔들리어
흔들리어
잠결에도 꿈결에도
손짓하네
그대 부르네
이문자~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억새 버덩에서
사람이 그리워서 쓸쓸한 날에
일없이 한눈 팔 듯 버덩에 올라
억새들 서걱대는
사연 들었네
저마다의 목숨을 바람에 실어
기대거니 안거니 밝은 한세상
살아온 자리에서
한세월 깊데 ↓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어쩌면 그렇게도 실팍한 몸을
가볍게 흔들면서 삶을 이룰까
아픔이나 설움도 서로 기대면
저리도 모양 좋은 어울림 될까
들끓는 찌개냄비 떠도는 사내에게
조요히 속삭이는
억새들 소리
낮게 낮게 한세상 살아 보라고
깊어지는 마음에 노을이 들 때
화안한 얼굴들이 손을 내밀어
내민 손 오래도록
놓지 못했네
신관득~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환희대에서 천관산 정상 연대봉까지 걸음 걸이를 아껴가며 걸어왔건만.. 어느새 정상에 도착해 있습니다.
해는 구름에 가린채 뉘엇뉘엇 서산에 지려하고
억새와 이별이 아쉬운 이몸은 아직도 억새의 몸짓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시간과 타협합니다.
천관산,연대봉
천관산의 연대봉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왜적이 침입했음을 알리기 위해 봉화불을 올렸던 곳입니다.
고려 의종 3년(1149)에 처음 쌓아서 개축해오다가 왜적이 침입했을 때 장흥의 억불산(510미터) 및
병영(兵營)에 있는 수인산(561.3미터)과 교신을 했던 천관산의 봉수대는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기단석만 남았던 것을 1986년 3월에야 동서 7.9미터, 남북 6.6미터 그리고 높이 2.35미터로 쌓아올렸습니다.
천관산 봉수대에서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이가 있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1976년 5월 7일 새벽녘 천관산 연대봉 옆 전투경찰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중
벼락을 맞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전투경찰대원 이덕수(강진 군동면), 채규남(강진 옴천면)과
또, 이를 최초에 목격하고 살아남게 연락조치를 한 주민 이계현(장흥 관산읍)의 의로운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천관산 봉수대 낙뢰피해자 생존기념비」를 천관산 정상에 세웠답니다.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다도해를 배경으로 춤추는 억새의 장관..
정상에 오르면 다도해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며, 가을이면 온통 억새 평원을 이루어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너머로 다도해의 섬들이 동양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천관산은 참으로 많은 아름다움을 지닌 곳입니다.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억새밭에 파묻혀 가을의 추억을 그림에 담으며.. 가을의 정취를 맘껏 즐겼던 천관산 산행을 뒤로하고,
양근암 능선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재촉합니다.
해마다 다른 모습으로 꽃을 피워 마음을 설레게 하는 억새이기에
내년 억새의 또 다른 향연이 기대되고 상상하게 만듭니다.
오늘 산행도 무탈하게 마칠수 있음에 감사하고.
온몸 흔들며 배웅하는 억새와 작별 인사를 건내며 천관산 산행을 마칩니다.
▲ 아름다운 그림 photograph by 淸流 천관산 안내도
첫댓글 단촐하게 시작하더니
억세가 장관을 이루고 있군요.
전 아직 못가본 산인데 다비님의 산행기로 충분히 다녀온듯합니다^^
그 많은 자료와 시,
대단하세요,정성.
고맙습니다.
정성 가득한 천관산,
덕분에 잘 다녀갑니다.
여유로운 기을 챙기십시요~
지기님..
감사합니다.
영남알프스 산행때 기대했던것 만큼
억새를 보지못해서 이곳을 찾았는데..
하루종일 억새꽃과 노닐다 왔습니다.
지기님도
풍요로운 가을과 함께 하시길...
멋진 억세에 하늘의![구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2.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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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했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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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합니다
표현할수없는 감동이네요
늘 안산하세요
네..맞습니다.
천관산은 황홀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멋진 곳이더군요.
갈때마다 즐거움을 가슴 한가득
담아올수 있었습니다.
보라님도
늘 안산, 즐산하시고..
감사합니다.
여러차례 남도 기행을 하면서,
유심히 천관산 이정표를 주목하곤
하였는데 다비님 덕분에 산행의
여운을 대신합니다!
천관산의 철쭉도 유명하더군요!
30여년 전 외항선을 탈 때
출국하면서 가수 위금자의 메들리
노래테잎을 준비하여 즐겨 듣곤하였고
10여년 전에 가수 위일청의 노래를
자주 들었는데 오늘 문화방송에서
장흥위씨임을 알았습니다^^
두루두루 감사합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아~
위일청씨가 장흥위씨였군요.
제작년에 철쭉이 만개했을때 다녀왔었습니다.
철쭉도 장관이더군요.
천관산은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멋진곳이었습니다.
군불로님.
날씨가 쌀쌀해집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십시요..
맑은 하늘아래
하늘하늘 억새와
다양한 모양의 바위와의
어우러짐을
멋있게 담아 오셨네요
날씨가 좋아 자연의 선물
많이많이 안고 오셨네요
덕분에 잘 보았습니다
송향님.
안녕하세요.
천관산 산행땐 운이 좋았습니다.
연대봉에 도착하기전 까지
완연한 가을날씨를 보여주더니..
연대봉에 도착해서는 하얗게 구름을 두른
운치있는 하늘을 보여주더군요.
행복했던 하루였습니다.
송향님께서도 늘..즐산, 안산하시고.
감사합니다.
천관산의 억새가 한참이군요
기억에서도 희미해질만큼 아주 오래전에 천관산을 찾은적이 있었는데 그땐 절기가 여름이어서
저토록 황홀한 억새의 몸짓은 만나지 못했었네요
멋진 음악과 함께 천관산 억새의 향연에 푸욱 빠져듭니다 즐감 하고 갑니다
예..
천관산 능선길에
한 가득 피어있는 억새꽃 향연에
하루를 꼬박 보내고 왔습니다.
잠시라도 천관산의 옛 추억을
되살릴수 있으셨다니
그것만으로도 기쁩니다..
맑은하늘님.
감사합니다.
천관산 풍경 잘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자세한 설명과 함께 올려 주신 사진......
원1004님
관심있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늘 즐거움이 함께 하시길...
사계절 아름다운 천관산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억새의 향연이 최고지요.
즐감 했습니다.
초아님
고맙습니다.
가을의 천관산은 잊지못할
추억을 선물해준 곳입니다.
초아님도 가을에 꼭 한번 다녀오시길..ㅎ
천관산 그림을
겔러리에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