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점포수 400개, '미스터피자'회장
정우현
남 안볼 때 하는게 진짜 서비스 "신발을 정리하자 사훈으로 피자시장 1등에"
김덕한 기자/조선일보 : 2012.04.25.
- 배달 가서 신발 정리해주면 우리 직원도 변하고 고객 가정 분위기도 변하게 돼
- 꼭 필요한 건 생략 안해… 생도우·손으로 토핑·석쇠, 세가지 원칙 반드시 지켜
"우리 사훈(社訓)은 '신발을 정리하자'입니다. 허식이 아닌 겸손, 진심과 정성. 이것이 초일류의 실천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방배동 MPK그룹(미스터피자) 본사에서 만난 정우현(64) 회장은 "피자시장 1등이 된 힘이 무엇이냐"고 묻자 서슴없이 사훈 얘기를 꺼냈다. "피자 배달 간 직원이 고객 집 현관의 신발을 정리해주면 우리 직원도 변하고, 고객의 가정 분위기도 변하고, 우리 사회도 변하게 된다"면서 "남이 안 볼 때 하는 게 진짜 서비스 정신"이라고 말했다.
특이한 건 또 있다. MPK그룹 주초 직원 조회인 '우하하(우리는 하늘 아래 하나다) 월요일' 때에는 반드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다. 지난해 어느 날 초청 특강이 예정돼 사회자가 애국가를 1절만 부르자고 했다가 불호령을 당했다. 정 회장은 "아무리 바빠도 생략해선 안 되는 게 있다"면서 "미스터피자가 꼭 해야 하는 걸 그렇게 생략해왔다면 오늘날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24일 오후 서울 방배역 미스터피자 본사에서 정우현 회장이 피자를 만드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정 회장은 “3년 내 중국 시장에서 미스터피자 점포를 네자릿수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지호 객원기자 yaho@chosun.com
1990년 서울 이화여대 앞에서 1호점을 낸 미스터피자는 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서 2008년 18년 만에 점포 수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지금은 400개가 넘는 국내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중국·미국·베트남 등에도 진출했다. 미스터피자는 원래 일본에서 시작된 브랜드이지만 정 회장이 1996년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판권을 인수해 '한국 브랜드'로 만들어버렸다.
"냉동 도우(반죽)가 아닌 생도우를 반드시 사용하고, 일일이 하나씩 손으로 토핑했죠. 기름 두른 팬이 아닌 반드시 석쇠에서 굽는 '300% 원칙'을 지켰기에 1등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는 최근 3분이 넘는 긴 동영상 패러디 광고를 만들었다. 이 광고에서 그는 빈대떡 등의 예를 들며 피자가 한국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을 편다. 한 외국인이 "그럼 미스터피자가 피자를 발명했느냐(invented)"고 묻자 정 회장은 코믹한 표정으로 "우리는 발명했다고 한 적 없다. 그냥 '오리지널' 피자다"라고 답한다. 생도우를 화덕에 굽는 피자가 진짜 피자라는 뜻이다.
경남 하동 빈농(貧農) 집안의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그는 여섯 살 때부터 '죽도록' 농사일을 했다. 중학교에 입학한 후 일에서 해방됐지만 그는 유년 시절 지독한 노동을 통해 '일 머리'를 배웠다고 했다. 최근 간행한 자서전 '나는 꾼이다'에서 소년 시절 돌밭을 혼자 개간하려 작정하고 실행했던 일을 떠올리며 "일 머리를 가진 자, 일을 아는 자가 일을 지배한다. 특정한 '상상'에 '땀을 쏟아부으면 전혀 새로운 가치가 생성된다"고 적기도 했다. 서른 살 때부터 동대문시장에서 속옷 도매상 '천일상사'를 운영하며 속옷 거상(巨商)이 됐던 그의 경영 철학은 직원들을 모두 '사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천일상사, 미스터피자에서 나와 함께 일했던 직원 100여명이 진짜 사장이 됐어요. 지금 우리의 자산이죠."
그는 올해를 중국 공략의 첫해로 삼고 있다. 지금 22개인 중국 내 점포를 3년 내에 네 자리 수로 늘리고 홍콩에 직상장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우리나라에 와 있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중국 진출의 발판으로 삼으려 합니다. 1000명을 뽑아 우리의 정신과 서비스를 익히게 해 점장으로, 사장으로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중국에서도 미스터피자는 '사장 양성소'가 된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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