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People-최들풀 story, 꿈과 같이
나는 영화를 참 좋아한다.
감동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영화를 본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누구를 따라가서 봤는지 그 기억은 도통 없지만, ‘드라큐라’라는 공포영화가 그 처음이 아닌가싶다.
너무나 무서워서 두 손으로 얼굴 전부를 가려놓고 틈틈이 손가락을 조금씩 벌려서 그 틈새로 눈을 반쯤은 감고 봐야 했었다.
무서웠지만, 그래도 아찔한 재미가 있었다.
그 재미에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틈만 나면 영화관을 들락거렸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아예 영화마니아라고 할 정도로 영화에 깊게 빠졌었다.
빠뜨리지 않고, 영화감상문까지 썼었다
전쟁영화 ‘나바론’도 그때 봤었고, 서부영화 ‘셴’과 ‘건힐의 결투’도 그때 봤었고, 기마영화 ‘대장 부리바’도 그때 봤었고, ‘삼손과 데릴라’와 ‘십계’와 ‘왕중 왕’같은 기독교 영화도 그때 봤었고, 기사영화 ‘아이반호’도 그때 봤었다.
그 영화들과 함께 내 꿈의 세계를 열곤 했었다.
그 즈음에 내가 본 영화중에, 결코 잊을 수 없는 영화가 한 편 있다.
일생 본 영화중에, 가장 감동적인 영화 딱 1편만 꼽으라고 한다면, 내 단연 그 영화를 꼽는다.
바로 이 제목의 영화다.
‘푸른화원’
미국 여성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Louisa May Alcott)의 소설 ‘작은 아씨들’(Little Women)을 원작으로 해서, 머빈 르로이(Mervyn LeRoy)가 제작 감독한 1949년 미국 제작의 영화였다.
훗날 원작대로 ‘작은 아씨들’이라는 제목을 붙여져서 여러 차례 TV영화로 방영되기도 했었다.
아버지가 남북전쟁에 출전해서 어머니 홀로 어려운 생활을 꾸려나가는 마치 집안의 네 딸인 온화한 맏이 메그, 작가를 꿈꾸는 둘째 조, 내성적인 셋째 베스, 야무진 막내 에이미와, 이웃에 사는 부잣집 로렌스가의 손자 로리와 가정교사 존, 그리고 음악선생님 배어 등,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전편에 담겨 있는 영화다.
서울에서는 단성사에서 그 영화를 상영했지만, 대구에서는 중심가에 있는 송죽극장에서 그 영화를 상영했었다.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할인이 되는 조조부터 맨 끝까지 일요일 하루 종일을 영화관에 틀어박혀 여섯 번을 줄곧 봤고,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다음날 하루는 오전 시간을 빼먹으면서까지 해서 조조 한 편을 더 보고 오후 등교를 했었다.
메그를 분한 자넷 리(Janet Leigh), 조를 분한 준 앨리슨(June Allyson), 베스를 분한 마가렛 오브라이언(Margaret O'Brien), 에이미를 분한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의 그 참신한 모습과 열연의 장면들은 한 갑자의 세월이 흐른 지금껏 너무나도 생생하게 내 눈앞에 그려지곤 한다.
그때 그 영화에서 내 특별히 감동이 된 장면이 있었다.
괄괄한 성격의 조에게 반해버린 음악선생님 배어가 조를 어느 오페라 공연에 초대했었는데, 그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아리아가 내 가슴에 큰 울림으로 담겨들었었다.
‘마파리’
그렇게 시작되는 아리아였다.
남자의 음성으로 들리는 그 아리아에서, 내 딱 느낀 것은 사랑의 호소였다.
애절한 그 분위기가 내 마음까지 흔들었다.
그런데 그 아리아가 어느 오페라에 나오는지를 몰랐다.
굳이 알려고 하면 알 수도 있었겠지만, 그때만 해도 오페라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지를 않아서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기억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늘 그 곡을 콧노래로 흥얼거리고는 했었다.
무심한 가운데서 꾼 꿈이었을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일주일 전쯤의 일이었다.
우리 고향땅 문경의 폐선된 기차역인 불정역을 아름답게 꾸며가고 있는 성악가인 바리톤 최들플이 내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한 통 띄워 보내왔었다.
미국 뉴욕의 어느 라디오방송에 최들풀이 출연해서 클래식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녹화한 파일 한 통이었다.
15분 가까이 진행되는 클래식 이야기였다.
시간이 좀 길다 싶었지만, 풀어가는 내용이 알차서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그랬었는데, 그 마지막에 내 귀를 의심케 하는 아리아가 들리고 있었다.
‘마파리’
그렇게 시작하는 아리아였다.
진행자인 최들풀의 소개에 의하면, 독일 작곡가 프리드리히 폰 플로토(Friedrich von Flotow)의 오페라 ‘마르타’(Martha) 제 3막에서 농부 라이오넬이 왕궁의 귀부인인 마르타를 위해 부르는 ‘꿈과 같이’(M’appari tutt’amor)라는 제목의 아리아라고 했다.
드디어 그 궁금했던 오페라를 알게 된 것이다.
근 한 갑자 세월 만에 이루어진 내 작은 꿈이었다.
최들풀은 고맙게도 그 노랫말까지 풀어주고 있었다.
곧 이랬다.
꿈같이 사라진 아름다운 임이여! 이 마음의 괴로움을 남기고 간 그대여! 당신은 해같이 빛나고 어여쁘며, 속삭인 사랑은 항상 즐거웠도다. 그대 나 함께하면 이 맘의 괴로움을 이 날에 즐거이 잊겠네. 그대 위해 그대 위해, 꿈같이 사라진 아름다운 임이여, 이 마음의 괴로움을 남기고 간 그대여. 마르타 마르타 내 사랑아 내 너를 위하여 아름다운 그대의 이름 불러 마지않노라. 아 불러 마지않노라. 꿈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