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배치 방안 의견나눠
北, 이번엔 순항미사일 도발
북한의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이 지난 12일 차량형 이동식발사대에서 솟구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사진 출처 = 조선중앙통신 / 연합뉴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한창이던 지난달 미국 전술핵을 한반도에 조건부·시한부로 배치하는 방안이 한미 간에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술핵의 조건부·시한부 배치란 미국의 핵자산 일부를 일정 기간 제한적으로 한반도 주변에 배치해 확장억제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국가안보 고위 관계자는 13일 "북한이 물리적으로 핵 무력화를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지난달 법률적인 완성까지 발표함으로써 한반도의 핵 위협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층위로 강화됐다"며 "확장억제의 집행력 강화를 위해 전술핵에 대한 조건부·시한부 배치를 포함한 다양한 대응 방식에 대한 논의가 정부 이외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술핵 재배치를 별도의 안건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확장억제 강화 방안 중 하나로 재고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논의에 앞서 지난달 중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는 한미 양국 정부의 안보실장·국방장관·외교장관이 북핵 억지 방안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지금 국내와 미국 조야에서 확장억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데 잘 경청하고 여러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전술핵운용부대에 배치된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우리 군당국은 전날 새벽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순항미사일이 발사된 것을 탐지했다고 전했다.
[한예경 기자 / 박인혜 기자]
제한적 핵배치·美전략자산 확대…韓, 모든 확장억제 방안 강구
전술핵 재배치 논의 왜 나왔나
핵확산금지조약 체제 아래선
한국 전면적인 핵무장 어려워
美정부 소극적 태도도 걸림돌
주미대사 "창의적 해법 찾아야"
北핵실험으로 긴장수위 고조땐
독자적 핵무장 요구 거세질듯
정진석 "군사안보 조치 다해야"
한미 간에 전술핵에 대한 조건부·시한부 재배치 논의가 이뤄진 배경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하에서 핵무장 또는 핵전력 배치를 강행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태용 주미대사는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식 핵공유가 필요하다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북한의 핵 위협은 이론이 아닌 현실적 위협이 됐다"며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상황 발전에 따라 창의적 해법도 조용히 점검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미국 정부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줄곧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실제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영상 브리핑을 통해 한국 정부의 전술핵 배치 논란에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라며 "우리는 아직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는 대답으로 즉답을 피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전술핵을 재배치하기보다는 우리가 현재 가용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함으로써 북한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 정부는 미국 전략자산이 충분히 한반도에 전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한미는 가용한 미 전략자산들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시기와 상황에 따라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는 항목들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은 일본 요코스카항을 모항으로 하는 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 등 제5항모강습단이 더 자주 동해 공해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거론된다. 미 항모강습단 전력 중 유일한 전방배치 전력인 제5항모강습단은 한반도는 물론 동·남중국해 등 서태평양 일대를 임무구역으로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핵타격이 가능한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한반도 주변 수역에 상시 순환배치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이는 탐지·추적이 어려운 미국의 핵타격 전력이라는 점에서 뚜렷한 대북 억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이 태평양 위의 대북 전진기지 격인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B-1B와 B-52H 등 전략핵폭격기들을 증강하고 한반도 출격 빈도를 높게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북한의 열악한 공군력과 방공망 등을 감안했을 때 확실한 '핵반격' 능력을 갖춘 미 전략폭격기들은 효과적인 확장억제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한미가 향후 실시할 연합 상륙훈련인 '쌍용훈련'의 규모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식의 대북 압박카드를 꺼내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미 해병대 전력의 압도적인 화력과 기동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하며 긴장 수위를 높인다면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적 핵무장에 대한 요구도 다시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그냥 탄도미사일이 아니고 전술핵 미사일 연습을 하고 있는 것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NPT 탈퇴를 제외하고) 군사 안보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우산이 갖고 있는 실효성·신뢰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한미 간에 구체적인 어젠다로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엄중한 안보 현실을 감안해 당내에 북핵 위기에 대응하는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 한예경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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