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제목 : ●※※그를 혼자 사랑하다※※●
작가명 : 초절정진서방
E-mail : never-_-kyesang@hanmail.net
연재장소 : 새싹소설① -10대
총편수 : 총 82편 완결 (장편)
장르 : 로맨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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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터넷소설닷컴 (http://cafe.daum.net/youllsosul)
"하아.......하아........"
이상 야릇한 소리가 작은 방 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
어두워 잘 보이진 않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침대의 덜썩거림과
활처럼 휘어 아름다운 나체의 곡선을 그리고 있는 여자의 허리,
그리고 그녀의 남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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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001
"오늘도 역시. 휴우"
기나긴 한숨소리를 내뱉은 그녀가 힘겹게 쇼파 모퉁이에서 일어난다.
키가 아주 작은 편은 아니였지만, 어느 정도 작다 싶을 정도의 키에
이쁘진 않지만 귀여운 얼굴과, 가히 아름답다고 할 순 없지만 그리 못봐줄 만하지도 않은 몸매를 가진
그녀는 울고 있었다.
언제부터 울고 있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서는 힘겹게 테이블로 걸어가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딩동.
그런 그녀가 짧고 굵게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에 활기를 찾아 마구 뛰어가기 시작한다.
후다다닥. 과연 저 작은 소녀의 걸음이 맞을 지가 의심되는 속도였다.
혼자 있기엔 너무나 거대하게 큰 그 집에서 마치 먹이를 앞에 둔 한 마리의 짐승같이 뛰쳐나간다.
활짝.
그리고 있는 힘 없는 힘을 모두 내어서는 대문을 활짝 연다.
" 현섭씨! 이제 오는 거예요?"
"..."
아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듯 싱글벙글 얼굴에 미소를 가득 품고서는,
아무런 말 없이 그녀를 스쳐지나가는 그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그녀의 행동이 너무나 귀찮다는 듯이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만다
그런 현섭의 모습에 기가 죽은 그녀는 금새 아까와 같은 표정이 되어버리고 만다.
사탕을 빼앗긴 아이의 표정이랄까
불안하고, 안타깝고, 곧 울 것만 같은 표정.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씨익 힘내는 거야!난 할 수 있어!!화이팅!
난 강현섭씨 아내, 유하영이니까! 화이팅이야 정말!"
그리고서는 차갑게 그녀를 스쳐지나간 그의 방으로 들어간다.
딸깍.
하영이 들어간 그의 방에서는 독특한 그의 향기가 난다.
코속으로 파고드는 시원함이 진하게 느껴지지만, 반대로 진하지 않은
딱히 뭐라고 표현할 만한 단어를 찾지 못한 그녀는 그저 '좋아!'라고 평가해냈다.
"현섭씨 많이 힘들었죠? 밥은 먹었어요? 또 일하느라고 끼니 못 챙겨먹었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있는 그를 향해 혼잣말을 하든 궁시렁 거리는 그녀 유하영.
"내가 지금 가서 맛있는 밥 챙겨줄까요? 그럼 먹을래요 현섭씨?"
".............."
"말 없는 것 보니까 배 많이 고프구나! 뭐 먹고 싶어요?"
"................."
"현섭씨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나 끓여볼까? 내가 맛있게 끓여올 테니까! 눈 좀 붙이고 있어요!"
"..........."
"그런데 현섭씨 아무리 많이 피곤해도 나 한번만 봐주면 안되나?"
".............."
"헤헤.................."
여전히 아무런 말도 없는 그를 향해 아프게 말하고 있는 그녀였다.
이렇게 살아온 지도 어느 덧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내가 이 사람을 처음 보게 된 것은,
그리 크진 않지만 어느 정도 알아주는 그룹 딸인 나 유하영이,
지금의 남편인, 현섭의 생일파티에 참석하던 날이였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밋밋하지 않은 곤색 정장을 입은 그가,
생일 축하 기념 파티에 와준 걸 감사한다면서 웃던 그 날.
처음으로 남자의 미소가 여자보다 이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한 날이였다.
그런 그에게 한 눈에 반한 하영은, 그날부터 아진을 졸졸졸 쫓아다녔고
지금의 결혼식까지 올릴 수 있었던 것이였다.
물론 현섭은 그런 하영이 귀찮고 짜증만 나는 존재였다.
자신보다 5살이나 어린 그녀가 졸졸 쫓아다니면서 좋아한다 사랑한다를 쉼없이 말해대니
귀찮을 따름이였다.
현섭의 눈에 비춰지는 하영은 그저 꼬맹이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지 못했다.
막말로 성적 매력이 느껴지는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것도 아니였고,
그렇다고 해서, 여성의 기본인 청순한 것조차도 아니였다.
그저, 바보같이 실실 웃기나 하고 철없이 떼쓰기만 하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와 결혼을 결심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자유.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였다. 그걸 이루기 위해 하영과 결혼했을 뿐이였다.
그녀와 결혼을 하면, 더 이상 본가의 질책을 받을 필요도 없고,
사업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받을 일도 없음을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와 법적으로 부부만 된다면, 난 더 없는 자유와 행복을 누리게 되는게 아닌가.
말이 부부지. 남처럼 행동하면 되는거고, 성적 욕구를 풀기 위해 다른 여자들을 만나면 되는거고
더 이상 자신의 인생은 틀에 박힌 인형이 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을 했을 뿐.
그런 조건에 의해, 하영과 결혼을 했던 것이였다.
결혼을 하자마자 당연지레 하영은 관심도 없는, 그저 옆에서 쫑알거리는 애완동물 정도로 생각을 했고,
집을 비우는 일은 다반사. 이런 저런 여자를 만나며 성적욕구를 풀기도 했다.
안고 있어도, 같은 침대에서 잠이 들어도 흥분조차 되지 않는 그런 여자 유하영에게는,
더 이상의 여성임을 느낄 수 없었다.
올해 나이 29세인 나, 강현섭은 여전히 철 없는 24세 유하영과 3년째 부부라는 이름아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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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섭의 방에서 나간 지 대략 1시간 쯤 흘렀을까,
조심스럽게 현섭이 자고 있는 방으로 무언가를 들고 오면서 낑낑거리는 하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구수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래저래 음식냄새가 순식간에 방안에 퍼지면서,
이제 막 잠들었던 현섭이 눈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현섭이 배고팠지요! 내가 맛있는 김치찌개 끓여왔어요!"
"............."
웃으면서 김치찌개를 끓어왔다는 하영의 모습에 왠지 모를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냥 밖에 테이블에 차려줬으면, 내가 나가서 먹었음 됐을껄
뭐하러 자신보다 더 무거운 그 상을 들고 오면서 낑낑대는 건지.
그리고 더욱더 자신의 화를 돋구었던 건,
자신의 방에 음식냄새가 가득 차 버렸다는 것.
그리고 이제 막 잠 들었던 자신의 참을 깨웠다는 것.
그것 뿐이였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맛있을 거예요! 다른 날보다 더욱더 열심히 만들......."
"나가"
하영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들리는 현섭의 모습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행복하게 웃던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진다.
"현섭씨.."
"나가라고 했잖아. 니가 해주는 밥 먹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도 현섭씨 배고프잖아요..."
"나가."
"내가 나갈테니까 먹어요."
"들고 나가."
"현섭씨. 이 시간에 당신 배고프잖아요. 내가 나갈테니까 먹어 응?"
"한번 더 말해줄까 유하영?"
"............"
"왜 이렇게 귀찮게 굴어? 처음에 말했잖아. 니가 앞에 있어서 먹기 싫은게 아니고
니가 해준밥이기에 먹기 싫다고.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들어?"
"............"
"다시 말 안해."
차갑게 내뱉은 그는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런 그의 냉정한 모습에 하영은 눈물이 가득 차 올랐지만 이젠 익숙하다는 표정으로,
손수 준비한 음식들이 올려져 있는, 자신보다 더 무거운 상을 들고 낑낑거리며 방에서 나간다.
그리고 조용히 그의 문을 닫고 쓰러지듯 주저앉아버린다.
울어선 안돼. 유하영 울어서는 안되는 거잖아.
자신을 자제시키며 벌떡 일어난 하영은 눈물을 닦고 상을 치우기 시작한다.
그리고서,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은 후, 집 밖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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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はるか; 하루카.
힘없이 걸어 온 것은 유일한 친구가 주인으로 있는 bar였다.
항상 현섭에게 채이는 날이면, 와서 한풀이를 하던 나에게 칵테일 한 잔을 건내며, 위로해 주던 친구.
칵테일 한 잔을 내어주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신경조차 쓰지 않은 것 같은 표정으로,
내 앞에 서 있지만, 나의 한풀이 한마디에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여 주던 그런 친구.
내 일생에서 강현섭 다음으로 소중한 내 친구. 임 혁.
딸랑.
はるか(하루카)안으로 들어온 나는 조용히 귀로 들려오는 발라드에 살며시 눈을 감았다 떴다.
하루카란 일본말로 '봄비'라는 뜻인데, 혁은 어릴 적부터 일본에서 커왔다.
bar에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일지 몰라도, 정작 그 곳은 그랬다.
조용히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음악 선율에 마음이 편해지고,
나즈막하게 건내오는 웨이터의 미소까지 눈물이 팽돌만큼 편했다.
"혁아!"
"병아리 왔냐?"
"응! 한참 바쁜 시간인데 내가 괜히 왔나?"
나를 병아리라고 불러대는 귀여운 친구 혁이는 나랑 눈조차 마주치지 못할 만큼 바빠보였다.
그런 나의 말에 혁이는 아니라며 손짓을 해주고서는 다른 손님에게 살며시 주문을 건내받는다.
"병아리 또 닭한테 치였어?"
"내가 그렇지 뭐. 헤헤"
"그런데도 좋다고 싱글벙글 거리는 니가 참 용하다 용해."
"헤헤. 오늘은 무슨 칵테일 줄꺼야? 딥따 맛있는 걸로 줘!"
"난 남는 장사를 하고 싶어. 매일 한잔씩 너한테 퍼주고 나면 남는 거 하나도 없다고! 알어!?"
투덜거리면서도 내 앞에 하늘색 칵테일 한잔을 내미는 친구 혁이.
그런 혁이의 행동에 피식 웃어주고서는 칵테일을 입 안 가득히 넣었다.
목구멍으로 넘기는 순간, 아찔한 칵테일의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병아리! 오늘은 닭에게 어떤 식으로 채였는지 중얼중얼 대셔야지?"
"헤헤. 항상 똑같지 뭐. 나한텐 매일 냉정한 사람이니까."
"도대체 왜 그럴까나"
"그러게 말이야! 나 아무리 봐도 여자로써 매력이 댑따 없는가봐 그치?"
"응-"
"뭐야!!그 당연한 듯한 대답은,"
"피식,"
"하여간 얄미워 임혁."
나의 중얼거림 하나하나에도 귀를 귀울여주는 혁이의 모습이 참 고마웠다.
그러나 곧, 나의 중얼거림은 마구 몰려드는 손님들에 의해 멈춰져야 했다.
'미안 병아리!'라는 말을 남겨두고서는 손님들의 칵테일 만들기에 정신이 없는 혁이의 모습에
'아냐. 좀 마시다 갈게' 라고 대답해주고서는 이내 생각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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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섭.
하영에게 냉정한 말을 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잠시 잠이 들었던 현섭은 사라져버린 음식 냄새에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침대에서 조심히 일어나자 주위는 소름끼칠 만큼 고요했다.
시간을 보니 11시를 향하고 있었다.
어제 육감적인 몸매의 여인과의 아찔한 관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을 지나 아침 8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오랜만에 들어온 집엔 다른 때와 다름 없이 날 기다리느라고 잠을 못 잔 듯한 하영이 보였다.
눈은 탱탱 부었것만, 정작 뭐가 좋은 지 싱글벙글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머리가 어질거려 온다.
조심스럽게 한 발씩 내밀어 방을 나오자, 아까와는 다를게 없는 조용함이 자신을 맞았다.
"배고파"
중얼거리듯 배고프다는 말을 내뱉은 현섭은 무의식적으로 테이블로 눈을 돌렸다.
항상 그렇듯,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데워져 있는 음식들이 보였다.
배가 고팠는지 테이블로 걸어가자 하얗고 작은 종이 한장이 보였다.
'일어나면 꼭 식사해요. 매일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곁에 있고 싶은 내 맘도 조금만 알아줘요.
투정인 건 알지만, 집에 오면 나 한번만 바라봐주구요. 나 당신이랑 눈 마주치고 인사한 지
되게 오래된 것 같거든요. 헤헤. 혁이네 bar에 갔다올게요. 맛있게 먹어요. 사랑해요♡'
사랑한다는 마지막 말이 조금 거슬렸는지 현섭은 그 종이를 구기며 어디론가 던져버리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늦은 아침을 먹기 시작한다.
그녀의 음식은 항상 이렇다.
최고급의 맛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훌륭하다 싶을 정도의 맛으로 항상 자신을 놀라게 한다.
먹으면 먹을 수록 그 맛에 빠질 정도로 완벽한 솜씨라도 과언이 아니였것만
이상하게 하영이 앞에 있으면 밥이고 뭐고 다 먹기 싫어진다.
자신이 나쁜 건 알지만, 그래도 툭툭 튀어나가는 모진 말에 상처 입은 하영의 모습에
잠시 눈을 감아버린다.
"휴."
※_002
혁의 bar에서 나온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중,
꽃집에 들러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후리지아 한단을 사고, 자신의 품안에 가득 넣은 채,
신이 나서는 마구 집으로 뛰어갔다.
"헤헤! 향기 좋다!"
그런 그녀가 집에 도착하긴 했으나,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망설이기 시작했다.
혹시 현섭이 자고 있는데, 초인종을 눌러 잠을 깨게 만든다면 낭패인데,
유난히 자신의 잠을 방해하는 걸 싫어하는 강현섭이였다.
"휴.날씨도 좋은데 조금만 기다려 보지 뭐!"
여전히 싱글벙글인 그녀가 문 밖에서 기다린 지 1시간 정도 지났을까?
기다리기에 지루해진 하영은 현섭씨에겐 미안하지만, 안되겠어!라는 얼굴로
초인종을 누른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을 열고 나오는 현섭이 보인다.
"아.현섭씨 일어났어요? 자고 있었다면 미안요.헤헤."
"....................."
"날씨가 좋긴 하지만, 후리지아가 목이 마르대요"
"..............뭐?"
하영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현섭이 '무슨소리야?'라는 얼굴로 하영을 바라보자
싱긋 웃으며 집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방금 전의 미소가 더욱더 커지며, 행복한 얼굴을 지었다.
"현섭씨!현섭씨!"
"왜."
"식사한 거예요? 정말?"
"........."
"헤헤. 맛있었어요? 다행이다!현섭씨가 밥 안 먹어주면 어쩌나했는데!휴우!휴우!"
"..........."
"내가 왜 항상 이 시간에 혁이 bar에 가는 줄 알아요?"
".......?"
"혁이 bar에 갔다오면 항상 좋은 일이 생겨요!이거 봐! 오늘도 그랬어!
현섭씨가 내가 차린 밥을 먹어줬잖아요!아!행복하다.정말!"
"............"
"헤헤!점심은 뭐 먹고 싶어요? 회사 안 나가도 되요?"
"시끄러워."
"......응?"
"조용히 좀 하라고. 시끄러우니까."
잠시뿐이라도 행복할 수 있었던 시간을 금방 깨어버리는 현섭에게 아쉬운 그녀였지만
그래도 자신이 차린 음식을 먹어준 그에게 고맙기만 할 뿐이였다.
현섭은 오늘도 역시 싱글벙글 웃어대는 하영의 모습에 짜증이 났다.
게다가 내 앞에서 임혁녀석의 자랑이라니,
정말 가지가지하는 군.
불쾌함을 팍팍 표현해대는 현섭의 모습에 하영은 움찔하고서는,
'꽃을 꽂아야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욕실로 쏙 들어가 버렸다.
"후.큰일날 뻔했다!"
그리고서는 욕실에 놓아둔 꽃병에 물을 가득 담아 후리지아 한단을 꽂아놓고서는
싱글벙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미소를 담았다.
"이걸 어디다 둘까나!랄랄랄!어디다가 놓을까나!"
후리지아가 가득 담긴 꽃병을 들고 욕실에서 흥얼거리며 나온 그녀가 현섭 앞으로 다가갔다.
쇼파에 앉아서 안경을 낀 채, 신문을 보고 있는 현섭이 조금 당황했는지 인상을 쓰며 하영을 바라본다.
"뭐야?"
"냄새 맡아봐요!향이 정말 좋아요!"
"지겹지도 않나. 그 놈의 후리지아"
"난 후리지아가 젤로 좋은 걸요! 향기 정말 좋아요! 맡아봐요 현섭씨도!"
"피곤하니까 저리 좀 가. 그 지독한 후리지아 향에 머리가 아파지려고 하니까"
"아! 미안해요!정말 미안!"
그리고서는 금새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서 쫄랠래, 이번엔 현섭의 옆 자리에 가서 앉는다.
풀썩.
신이 난 아이마냥 쇼파로 뛰어들자, 현섭은 한숨을 내쉬며, 보던 신문을 접더니만
안경을 내려놓았다.
"왜요?"
"휴. 회사 나가야 겠어"
"오늘은 회사 안 나가면 안되요?헤헤"
"......뭐?"
"같이 있는 거 진짜 좋다! 되게 오랜만이잖아요 우리!"
"..뭐라는 건지"
"항상 집에 늦게 들어오거나, 안 들어오는 일이 다반사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하루라도 같은 공간에 있으면 나 무지 좋고 행복하거든요!"
"..............."
"안 갔으면 좋겠지만! 안 되겠죠?"
"안 될 걸 뭐하러 물어."
그리고서는 쇼파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현섭.
그런 현섭의 모습에 '휴우~' 작게 한숨을 내뱉더니, 쇼파에 누워 버린다.
언제쯤, 사랑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랑 나랑.
난 처음부터 그대 사랑하고 있는데 그댄 나 같은 건 보이지 않죠?
마음이 많이 아파도 할 수 없어요.
난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니까.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도
돌아오지 않잖아요. 다 알고 있어요.
그래도, 하루하루 기대하는 거 알아요?
한번쯤은 사랑한다고 말 해주겠지!
그게 3년이 넘어가는 거 알고 있죠?
언제쯤........내 맘 알아줄 거예요?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하영은 딸깍하고 현섭의 방 문 여는 소리에 벌떡 일어선다.
검정색 정장을 입은 그가 옷자락을 털며 방에서 나온 모습에 하영은 '멋지다'라는 말을 내뱉으며
현섭 앞으로 총알같이 뛰어가서는 넥타이를 바로 잡는다.
"넥타이가 삐뚤어졌어요!"
"....................."
"자. 됐다! 오늘도 역시 멋져요.헤헤"
".............."
"내 남편 답다!헤헤."
"비켜."
"아......네!잘 다녀와요."
문 앞까지 배웅하는 하영이, 엘르베이터로 들어간 현섭을 향해, 씽긋 웃으며 말한다.
"사랑해요! 오늘은 일찍 들어와줘요♡"
드르륵.탕.
하영의 말에 엘르베이터문은 닫히고, 그녀의 웃음도 사라졌다.
꼭, 당신 맘같아. 날 향해 꽝 닫히는 저 문이 꼭 당신 맘 같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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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장님 오셨습니까."
"밀린 서류 오늘부터 다 올려"
"네."
"블랙커피 한잔하고."
"네.사장님"
회사로 온 현섭은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의자에 몸을 맡겼다.
젠장할, 왜 이렇게 피곤한 거야.
다른 날 같았으면, 거뜬 했을텐데, 오늘은 유난히 지독히도 피곤하다.
사장실 의자에 앉아서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는데 똑똑, 이라는 소리와 함께
비서가 들어와서는, 자신의 앞에 블랙커피 한 잔과,
밀려있는 서류라며 산더미 같이 내려놓은 파일들이 보인다.
"어제 캔슬되었던 M그룹의 유사장님께서, 이번주 토요일 2시에 만남을 원하십니다."
"후.알았어"
"그리고 세번째와 다섯번째 서류는 특별히 신경써서 싸인하시라는 회장님의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회장님? 아버지가 오셨다 가셨나?"
"예. 어제 낮 사장님이 자리를 비우시고 약 30분 후에 오셨다 가셨습니다."
"..젠장, 다른 말은 없었나?"
"말은 없으셨고, 사장님의 스케줄에 대해서 묻고 가셨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렸습니다."
"설마..?"
"...다 말씀드렸습니다."
"젠장!!나가봐!"
냉정하게 자신의 말을 하고서는 꾸벅, 현섭에게 인사를 하고 사장실을 나간다.
현섭은 머리를 쥐어 잡으며, 짜증을 낸다.
제기랄, 저렇게 멍청한 비서를 봤나. 도무지 쿵짝이 맞아야 해먹지!!
아무리 실력이 좋고, 영특한 비서라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회장님의 지시하에 강제로 사장의 비서가 된 그 여자는 최이연이였다.
그녀는 회장의 지시하에 움직이기에, 사장인 자신이 누구를 만나는지,
회장에게 모두 말하는 그녀였다.
어제 저녁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줬던, 한 낮 노리개에 불과하던 그녀의 모든 정보까지도
이미 회장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휴."
이젠 어쩌겠는가. 엎지러진 물인 걸.
유하영. 그녀만 피곤해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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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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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오셨어요?"
"................"
청소를 하고 있던 신혼집으로 갑작스럽게 방문을 한 현섭의 아버지인, 강현웅이였다.
"아버님, 뭐 드시겠어요? 녹차도 있고, 오렌지 주스도 있고 음..커피도 있......."
"앉아라."
"예."
오늘도 무슨 일인가 대충은 짐작 가지만, 시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엄청난 긴장감에 휩싸이는 하영이였다.
"내가 하려는 말은 어느정도 알겠지."
"..............."
"도대체 집안에서 뭘 하고 있는게냐?"
"..........."
"자신의 서방조차 관리 못하는 게, 감히 부인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저기"
"현섭이 녀석 어제 또! 값싼 여자랑 놀아났더구나! 알고는 있는게냐?"
"................."
"도대체 너란 계집애는 뭘 하고 있는건지!!이러려고 그렇게 결혼시켜 달라고 했던게냐!!!!"
"아..버님"
"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현섭이 그 놈 마음 잡을 수 있는 여자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니가 나에게 매번 실망을 줘?"
"............죄....죄송합니다"
"죄송? 그 말이라면 이미 수백번은 들었다!!아주 지겨워 죽을 지경이란 말이다!"
"............."
자신에게 다그치는 시아버지의 호통이 오늘따라 미워보였다.
난 아무런 잘못하지 않았는데, 왜 아버님은 저에게만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도 다 안다구요. 저도 막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제 심정도 알아주시라구요.
그런 말 할 수조차 없어요.
다른 여자 만나지 말아요! 나만 바라봐줘요.라는 말 하면
질리다고 할까봐. 유하영 너 질렸어! 라고 말 할까봐 두렵단 말이예요.
아버님.........제발.
"한번만 더 이런 일 있으면! 그 땐 가만두지 않아!"
그리고서는 집을 나가버리는 시아버지의 뒷 모습이 아프기만 한 하영이였다.
※_003
이미 이런 아픔엔, 익숙해졌다 싶을 쯤 되면 또 다시 아파오고,
그 아픔이 아물어졌다 싶을 땐, 또 상처를 내고,
도무지 내 마음은 아프지 않을 날이 없는 것 같아요.
울먹거리는 그녀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목 놓아 울어버리고 만다.
우엉우엉...........우엉우엉..
아무도 안아 줄 사람조차 없는데, 그런 그녀의 어깨가 한 없이 작아진다.
얼마나 울었을까.
지쳐 쓰러져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이미 날은 어두워져서는, 밖이 보이질 않는다.
그러고보니, 한끼도 제대로 먹질 못했네
현섭의 식사만 걱정했지, 정작 자신의 식사는 잊어버린 그녀였다.
"휴우."
문득 시계를 바라본 그녀는 또 한번 한숨을 내쉰다.
벌써 11시다. 그는 오늘도 오지 않을 생각인가 보구나.
오늘 같은 날은 일찍 오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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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하루카.
딸랑.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관능적인 여자 한명이 높은 하이힐 소리를 내며 들어온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는, 웨이터를 부르더니만 귀에다 대고 뭐라 속삭인다.
그러자 잠시 후, 혁이 다가와 그녀에게 주문을 받는다.
"임혁입니다.어떤 칵테일로 하시겠습니까?"
"피식."
"손님?"
"나 몰라요?"
"예?"
"나 모르냐구요."
"죄송합니다 손님, 잘 모르겠습니다만,"
"임서린이예요."
"............?"
"임서린이라구요. 나 정말 몰라요?"
"잘 모르겠는데"
임서린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밝힌 그녀를 바라보는 혁의 표정은 가히 폭소적이였다.
너무나 웃겨서는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이 여자가 왜 이러나?'라는 얼굴로 벙해져 있었다.
그런 혁의 표정을 바라보며 갑자기 소리내 웃어버리는 서린.
"푸하하하.정말 귀엽군요. 임혁이라는 사람은."
"예?"
"귀엽다구요.당신이란 사람"
"저..저기"
"오늘은 무슨 칵테일이 좋을까? 저기 저 분홍색 칵테일로 줄래요?"
"아예."
혁의 덤벙거리는 모습에 서린은 피식 피식 웃어버린다.
오랜만이군. 임혁.
그런데 감히 니 놈이 나를 못 알아봐?
정말 실망이구만! 우리의 우정이 이것밖에 안 되었다 이거지!?!?
분홍색과 약간의 노란색이 어울리는 야릿한 색깔의 칵테일이 서린의 앞 자리에 놓여지고,
서린은 칵테일보다는 혁의 표정에 관심이 많다는 듯이 혁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손님 칵테일 나왔습니다."
"피식. 이봐요 임혁씨. 정말 나 몰라요?"
"죄송합니다. 초면인데요"
"나 여기 맨날 왔었는데 정말 이렇게 몰라보다니 실망인데요?"
"...............흠흠"
"푸하하하하.정말 끝까지 날 이렇게 웃길꺼야 임혁?"
"예?"
"나라고 임서린! 임혁의 굿 베스트 프렌드! 임서린!"
".........?"
"오 이런 아직도 모르겠는거야? 나라구!!나!!미국으로 유학갔다온 임서린!"
"뭐..................그 못난이 임서린?"
"죽을래?!?!?!"
이제서야 서린의 정체를 알아챘다는 듯이 피식 웃어보이는 혁의 미소가 멋지다.
서린은 그랬다.
너무나 오래되 기억조차 바래진 그녀의 추억은 이렇게 다시 펼쳐진다.
혁과 하영이 남매보다 더욱더 진한 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면
서린과 혁은 부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더욱더 찐한 사이였다.
중학교 때부터 알아온, 그녀와 그는, 서로 좋아한다는 감정을 안고 지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린의 갑작스러운 유학행으로 헤어져야만 했던
안타까운 추억속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먼저 임혁을 찾아왔다?
"정말 너무 많이 변해서 못 알아봤다. 수술이라도 한 거냐."
"임혁. 못하는 말이 없다?"
"피식. 그런데 왠일이신가. 도도공주 임서린께서 임혁을 찾아오시다니?"
"그냥 한국에 왔는데 친구는 없고, 너란 놈이 무지하게 보고싶어서 달려오셨다!"
"우리 bar에 맨날 왔다며?"
"피식. 그래! 맨날 왔었지. 먼저 알아봐 주길 바래서 맨날 왔었것만,
너란 녀석은 정말! 병아리? 병아리라고 불러대는 여자랑만 같이 있던걸?"
"아...."
"누구야? 그새 나 대신에 더 찐한 애인이 생긴거야?"
"아니. 친구, 나한텐 목숨같은 친구. 병아리"
"...............피식"
.
.
.
.
.
.
.
.
딩동.
하영이 넋이 나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마루에 앉아있다가, 초인동 소리에 반사적으로 튕겨나간다.
'누구세요?'라고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벌컥 문을 열어본다.
"현섭씨!"
"눈 튀어나오겠다."
하영은 이게 꿈인가 싶어 눈을 비비고 또 비벼봤다.
이게, 도대체 몇 년만에 일이란 말인가.
안 들어오는 날이 많았던 그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를 한 것이다.
"너..너무 당황해서.이렇게 일찍 올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11시 30분이 일찍 온건가."
"...아니 그건 아니지만"
"뭐라는건지"
하영의 모습에 조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집 안으로 들어온다.
청소를 하다 만 것인지, 어지러진 모습에 인상을 썼다.
한 마디 하려고, 뒤로 돌았것만, 아직도 넋이 나간 듯 서 있는 하영의 모습에 한숨을 내쉰다.
"문 좀 닫아."
"아!알았어요!"
그리고서는 문을 빠르게 닫고서는 현섭을 따라 방안으로 졸졸 들어간다.
"난 아직도 꿈만 같아. 오늘 왜 이러지?"
"왜."
"몰라요.현섭씨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힘든 일 다 날아가 버린 것 같아!"
하영의 말에 현섭은 인상이 구겨진다.
또, 그 망할놈의 영감탱이가 왔다간 모양이군.
그런데도 저렇게 좋다고 철없이 웃고 있는 하영을 보고 바보같다는 생각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저런 성격이 가끔은 맘에 든다고 생각했다.
"밥은?"
"먹었어."
"아.......그럼 씻어요"
"어"
사실 안 먹었다는 말을 해주길 바랬는데,
그러면 같이 앉아서 먹었을텐데. 뭐 어쩌겠어.
배가 조금 고프긴 해도 참아야지. 휴.
씻으러 들어간 현섭의 욕실을 말 없이 바라보는 하영.
또 넋을 놓아버린다.
당신은 왜 한번도 나한테 물어보지 않아요?
밥은 먹었어? 어디 갔다 왔어? 오늘은 뭐했어?..
그런 사소한 말 한마디도 물어봐주질 않아요.
난 하루 왠종일 당신의 모든 게 궁금한데 당신은 아니죠?
당신 맘 속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렇게 꾹꾹 닫아놓으면, 아무도 못 들어갈텐데.
그러면 당신은 너무나 외로워 금방 지칠텐데,
아니면 정말로 다른 사람이 있는건가요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사람이라도 있는건가요.
말해줘요
그냥 당신에 관한거라면 슬프든 힘들든 다 알고 싶으니까
안아줘요.
오늘 하루 힘들었던 모든 거 다 잊어버리게
웃어줘요.
앞으로 힘들 하루 힘낼 수 있게.
.....................힘들.....겠죠?
다 씻었는지 젖은 머리칼을 닦으며 나오는 현섭은,
오늘따라 이상하게 넋을 놓고 있는 하영에게로 다가간다.
"이봐."
"..........."
"유하영"
"........아!네?"
"정신 차리라고."
"....아.....미안!"
"뭐가 미안하지?"
"....아니.......아...그게!"
"피곤해.나가."
"자려구요?"
"어."
"......응."
하영은 말없이 현섭의 방을 나가려 한다.
그러다가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훽 돌아서는
이제 막 침대에 누운 현섭의 곁으로 뛰어 올라간다.
풀썩.
"뭐하는거야!"
"오늘은 현섭씨 옆에서 잘래."
"뭐?"
"우리 부부잖아요.그냥 같이 자."
"유하영."
"잘래.잘래.잘래!"
"니가 어린애도 아니고 뭐하는 거야 지금!"
"피곤하다며, 화내지 말고 자요.응?"
"니가 없어야 자지."
항상 이런 식이였다.
서로 각방을 쓸 만큼 우리 사이는 멀어있다.
현섭과 같은 침대에서 자는 날은, 대게 그랬다.
현섭이 잠이 들면, 몰래 와서는 옆에서 잠이 드는 경우. 그거 외엔 없었다.
그런 그녀가 현섭 옆에 와서는 같이 자잰다.
"잘래요!응?나 잘래!!여기서 잘래!"
"유하영."
"하루만. 한번만."
"유하영!"
"제발..............한번만"
순간 놀란 현섭이 하영을 바라본다.
그런 현섭의 시선을 느꼈는지, 반대쪽으로 몸을 돌려버리는 하영.
....
분명 그녀는 울고 있었다.
"유하영."
"................"
"영감탱이....왔었지?"
"........!"
".............."
"피곤하다며 얼른 자요!나도 되게 피곤하다!자야지!"
"....억지로 그러지마"
".............."
"울지도 마."
".................."
"더 강해져"
"............"
"그리고, 나 버려."
"......!!!!!!!!!!!"
"내가 널 버릴 수 없으니까 참고 있는거야.
그러니까 힘들면 빨리 지쳐 떨어져 나가"
".......................현......."
"난 니가 옆에 있는 게 싫다."
"..........!!!!!!!!!"
하영의 가슴은 무너져 내려간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
그것도 당사자가 앞에 있는데, 그렇게 대놓고 싫다니
하영은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자존심을 주어담는다.
"아무래도!오늘은 그냥 내 방에서 자야겠다!"
그리고서는 현섭의 옆에서 일어나, 방을 빠져나간다.
그러나 들리는 현섭의 잔인한 목소리.
"잊지마, 내가 오늘 한말 절대로 잊지마."
빠르게 자신의 방으로 도망온 하영은
목을 놓아 또 울어버린다.
...........오늘 낮, 시아버지의 꾸중에도 괜찮을 것 같더니만,
더 이상은 무리인 듯, 울어버린다.
..................그러지마요.
가까이 안 갈테니까
더 이상 오지 말라는 말은 하지 마요.
............
..............
※_004
다음 날 아침.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빛자락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이,
인상을 잔뜩 쓰며 침대에서 힘겹게 일어나던 현섭이 옆에 놓여진 시계를 바라본다.
6시30분.
조금은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는 시간이였다.
다른 때 같았으면, '조금 더 자자'라는 식으로 다시 누워버렸을 현섭이지만,
오늘은 다른 날과는 달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 욕실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솨아'라는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물줄기를 내뿜는 소리가 들리고,
그 외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 젠장"
욕실 안으로 들어간 현섭은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낮게 지껄였다.
물론 그 아무리 크게 말한다해도, 들릴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다른 날과 달라 현섭의 얼굴은 잔뜩 그늘이 져있다.
뭔가, 잔뜩 짜증이 난다는 얼굴로 샤워를 해대는 현섭은 결국 참지 못하고 주먹을 세게 쥔다.
"씨발!"
거친 욕소리와 함께 샤워를 마치고 나온 현섭이 어디론가 무작정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금새 낭랑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머!자기야!왠일이야 새벽부터?]
"휴,지금 당장 우리 집으로 와."
[어?무슨 소리야?]
"샤워 대충하고 가능한 빨리 와."
[자기야!]
"오자마자 널 쓰러뜨릴 예정이니까, 빠르게 달려오는 게 좋을걸."
[알았어!최대한 빨리 갈게!달링!!]
낭랑한 그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통화는 끝나버렸고, 거칠게 슬라이드를 내린, 현섭은
앞머리를 쓸어올린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방에서 나가 하영의 방으로 들어간다.
하영이 한창 자고 있을 시간이것만, 꽝!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닫아버린다.
그 소리에 겨우 잠이 들었던 하영은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어?현.....섭씨?"
그런 하영의 모습에 왠지 모를 화가 나던 현섭은, 인상을 쓴다.
얼마나 울고 잤는지, 눈이 탱탱 부어 앞이 보일련지? 라는 걱정이 되기도 하고.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잠겨있었다.
뻔하다.
이 바보 같은 여자가, 잠 깨우는 걸 지독히도 싫어하는 내 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베개에 얼굴을 박고 혼자 울었으리라.
"일어나서 나가."
"......네?"
"곧, 손님이 올꺼니까 나가라고"
"손님이요?어떤 손님이?음식이라도 준비해야되나? 아침부터 왠 손님이람?"
"그런 손님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고 나가."
"현섭씨"
"휴.내가 직접 나가게 해줘?"
"..............아니예요.옷 갈아입고 나갈게요"
"최대한 빨리"
그리고서는 나가버리는 현섭의 모습에 하영은 머리가 아파온다.
분명, 그 육감적인 몸매로 현섭을 유혹하던 여러 여자중 한 여자가 오는 것 같다.
예전에도 몇 번 이런 일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곤히 자고 있는 자신을 깨워 밖으로 쫓아버렸던 현섭
그럴 때마다, 혁이의 bar에 가 있거나, 우울할 때는 혼자서 어디론가 간 적도 많았다.
하영은 욕실에 들어가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방에서 나왔다.
얼마나 빨리 자신이 나가길 바랬는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현섭이 보인다.
그런 현섭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파온다.
난 당신 부인이라구요. 난 당신 마누라란 말이예요.
그런데 다른 여자가 온다는 이유 만으로, 나를 내쫓다니.
하.....난 정말 당신에겐 그런 싸구려 여자보다 못 하다 이거예요?
"돈 줄테니까 대충 시간 때우고 있어."
".........."
"만일에 영감탱이한테 꼬지르는 날엔 정말 가만 안둬."
"..........."
"빨리 나가!"
"..........휴"
한숨을 내쉬던 하영이, 현섭을 한번 바라보고는, 힘겹게 웃어준다.
그리고서는 자신에게 건내주던, 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터벅터벅 힘겹게 걸어나간다.
몇 걸음 걸어가던 하영이 발걸음을 멈춰, 조심히 뒤를 돌아본다.
그러자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현섭에게 힘없이 말을 꺼낸다.
"현섭씨에게, 나란 여자는 그런 값싼 여자보다 못한 존재예요?"
".......뭐?"
"매번 이러는 거 정말 많이 힘든데, 현섭씨는 여자 맘 너무 몰라줘"
"그럼 나가면 되잖아. 아예! 나랑 인연을 끊으면 되잖아!"
"바보. 당신은 정말 바보야."
그리고서는 쓰디쓴 미소를 흘리고선 문밖을 나선다.
방안에 남아있는 현섭은 더욱더 짜증을 내며, 소리를 친다.
"씨발!"
.
.
.
.
집에서 나온 하영은 위태로웠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갔다.
띨릴리.
하는 소리와 함께 엘르베이터가 열렸다.
그와 동시에 하영은, 시선을 아래로 깔고 축 쳐진 어깨의 안쓰러움조차 신경쓰지 않고 걸어가다가,
누군가와 부딪히며 쓰러진다.
"어 미안해요!정말!"
".......괜찮아요."
"피식."
"..........?"
"어디서 많이 봤나 했더니, 현섭씨 서류상 부인?"
".........네?"
"피식, 오늘은 내가 현섭씨 부인 노릇할꺼니까 천천히 놀다와요"
".......뭐라구요?"
"현섭씨가 왜 멀쩡한 부인 놔두고,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고 다니는 줄 알겠네"
"........?"
"발육부진에다가, 과연 꼬맹이잖아? 미안하지만, 고등학생이예요?"
"저기요!!!!!"
"미안미안, 농담이예요. 그럼 잘가요. 유하영씨"
누군지도 모르는 그녀에게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다니.
그리고 당신은 누구길래 나와 현섭씨에 대해서 그렇게 다 아는 듯 말하는 거예요!!
왜......왜.......현섭씨와 나의 신혼집으로 들어가는건데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하영은 그 여자가 들어간 집 문을 벌컥 열었다.
"!!!!!!!!!!!"
차라리 그냥, 갈 걸 그랬다.
정말, 그냥 갈 걸 그랬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광경이란, 하영의 가슴에 큰 못을 박아놓는다.
현섭과 그 여자의 찐한 키스신.
한 손으로는 사랑스러운 듯,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한 손으로는 다 잡히지도 않을 것 같은
그녀의 가슴팍으로 가 있다.
얼마나 급했는지 현섭은 그녀가 들어오자마자, 그것도 현관문에서 이랬을까.
하영은 참을 수 없는 괴로움에, 눈물을 흘린다.
"어라.아까 그 꼬맹이잖아? 아직 안 갔어요? 피식."
"..........유하영"
비웃는 듯한 그 여자의 말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차갑게 부르는 현섭을 한 번씩 봐주고,
하영은 자신의 눈에서 흐르고 있는 눈물을 닦더니만,
뚜벅뚜벅 그 여자에게로 걸어간다.
그리고서는, 그 여자의 뺨을 힘있게 내리친다.
찰싹.
그 외에 소리는 나지 않고, 조용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유하영!!!!!!"
"당신이 들어올 만한 그런 곳 아니란 말이야!!여기가 어디라고 와!!오긴!!어?!
여긴.......여긴!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사는 소중한 곳이라고!!알아!?"
"뭐야 이 계집애!"
"니 까짓게 뭐라고!!!어디서 굴러먹다 온 년이야!! 너!!어?값싼 계집애야!!!너!!"
찰싹.
그 여자에게 마구 쏘아부치자마자, 자신의 뺨을 내리치는 한 사람.
...........자신이 무지하게 사랑하는 그, 강현섭.
"말 함부러 하지마!"
".....현섭씨......"
"니가 함부러 할 수 있는 여자 아니야! 알았어 유하영? 나가!"
"..........왜....."
"왜?니가 지금 무슨 짓을 한 줄 알어?평소엔 얌전하더니만 오늘 왜 이래?"
".................."
"가! 다신 들어오지 말아버려!"
".......난......"
"가라는 말 안 들려?! 꺼지라고 유하영!!!!!!!"
"피식,"
차가운 그의 목소리에 이은, 그 여자의 비웃음에,
더 이상 자신이 있을 곳은 이 곳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하영은 반사적으로 집밖으로 뛰쳐 나간다.
※_005
"정말 귀여운 아가씨네? 피식."
"...................."
"아무리 당신이 자유를 원한다지만, 저런 발육부진에 유아용 싸이즈는 좀 심했다. 그렇지?"
"..................."
"현섭씨?"
"방으로 들어가지."
하영에게 모진 말을 내뱉고 상처를 줬것만,
현섭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그녀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간다.
한편, 하영.
집에서 뛰쳐나온 그녀는 문득 걸음을 멈춰서는 그 자리에 넋을 잃고 서 있는다.
혹시라도 그 사람이 나에게 달려와서 미안하다고 말해주지 않을까.
혹시라도 그 사람이 나에게 달려와서 안아주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기다려도, 다 부질 없는 짓이다.
그런 줄 알면서도, 부질 없는 것인지 알면서도, 한 없이 기다리고 싶은
이런 바보 같은 감정이 드는 나를 어찌하면 좋을까 싶어 자꾸만 눈물이 난다.
차라리, 나만 바라봐주고, 나만 미치도록 사랑해주는 남자에게 달려가고 싶다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결국 헛된 생각에 불과할 뿐.
나 유하영은, 평생 강현섭이라는 남자 외엔 생각할 수 없다는 것.
강현섭이라는 남자 곁에 있지 않는다면, 유하영은 유하영이 될 수 없다는 것.
하영은 오늘도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머금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간다.
언젠간 현섭이 자신에게 달려와 안아주길 바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또 걸었더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어제부터 챙겨먹지 못한 끼니 때문에 배가 상당히 고팠지만, 그거 따위는 신경 쓸 겨를 조차 없었다.
위잉.........위잉............위잉
정처없이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 진동소리에
하영은 금새 얼굴이 밝아지더니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핸드폰을 꺼내고 수신자를 확인하고서는 또 한번 기가 죽은 듯 울상을 짓고
핸드폰을 귀에다 가져간다.
[병아리!]
"응.혁아."
[오늘은 bar에 안 오는 거냐?]
"오늘은 조금 피곤해서."
[또 한판 하셨나보군, 목소리가 완전히 갔구만 갔어?]
"...................."
[그래서 어디냐.집이야?]
"글쎄."
[글쎄? 병아리 너 어디야!]
"그냥 바람쐬러 나왔지. 헤헤"
[너.....설마...]
"내일은 혁이 너 보러 갈테니까 걱정말라구! 하여간 내가 보고싶어 안달이 나셨구만?"
[피식. 그래 안달이 났다. 쫑알쫑알 거리는 병아리가 없으니까 심심해 죽겄다.]
"이 놈의 인기는 언제쯤 사그라 들라나?"
[또 또. 병 돋았군, 손님온다. 이만 끊을게. 병아리.]
"응.혁아.수고해!"
혁과의 통화를 끝낸 하영은 문득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뭐가 좋은 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가는 연인들의 모습과,
신나 있는 꼬마 아이들의 표정까지,
세상은 온통 나란 여자만 빼고 모두 행복한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든 하영이다.
그리고서는 주위를 바라보다가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어라? 여긴 어디지?"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왔으며, 여기는 어디고, 또 어떻게 돌아가야 할 것인지
꽤나 멀리 온 것 같다는 생각에 앞 일이 막막할 정도였다.
그렇게 막막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안쓰럽고 안타까워 눈물이 나오려 한다.
분명 현섭씨는 나 같은 거 없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웃고 있겠지
아니면, 오히려 내가 없어서 행복할 지도 모르겠지
그 사람 행복한 모습만 보면 나 역시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많이 아프잖아.
툭........툭.........툭.
"으악!갑자기 왠 소나기야!!"
"그러게!!자기야!!저기로 피하자!"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주위가 시끄러워 지기 시작한다.
평화롭고 아늑하기만 했던, 그런 정체모를 이 곳이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하늘도 내 마음을 아는 걸까.
이렇게 아파서 문들어지는 내 가슴을 아는 걸까.
가끔은 이런 비도 맞으면 즐겁다. 라고 생각하던 하영이 피식 피식 웃더니만
휘청 거리고 만다.
그리고...
탁.
"아 씨발 뭐야!"
누군가와 부딪힘과 동시에 힘없이 쓰러지고 만다.
"이봐요!!!!!!!이봐!!!!!!!!"
.
.
.
.
.
..
.
.
띨리리리릴- 띨리리리리릴...........
"으음.....자기야.전화......으음.."
"여보세요?"
[유하영씨 남편 되십니까?]
"누구시죠?"
[저는 그냥 길 가던 사람인데요.]
"네?"
[아 그러니까 하여간 여기가 다츠 병원이거든요?]
"병원?"
[유하영씨가 길에서 쓰러지는 바람에 제가 여기로 업고 오긴 했습니다만,]
"아 그렇습니까? 대리인을 보내드리죠."
[대리인이라뇨? 당신 부인이 아픈데 대리인이라니요?]
"제가 지금 바빠서요"
[나참 어이가 없는 사람이로구만. 대리인이고 뭐고 필요없습니다!]
"뭐라구요?"
[이거 참 남의 일에 참견하긴 뭐하지만 말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부인이 아픈데
고작 그 얼마나 바쁜일이라고, 부인을 그렇게 준답니까? 대리인? 됐습니다.]
"댁이야 말로, 쓸데 없는 참견 마시지?"
[핸드폰 뒤져오니까 이런 저런 사람이더니만, 다른 사람한테 연락하겠으니, 그렇게 아십시오.]
뚝.
예의범절이라고는 하나도 없어보이는 어떤 사내새끼의 전화를 받고
기분이 상당히 불쾌해진 현섭이였다.
"뭐 이런 개자식이 다 있어?‥"
"현섭씨 무슨 일이야?"
".......씨발."
"현섭씨!!어디가려구?!?어라?"
현섭은 왠지 모르게 분함 마음에 옷을 입기 시작하더니만,
차키를 들고 무작정 집에서 나와 버린다.
다츠 병원이라니. 집에서는 차타고 2시간이나 넘게 가야 하는 곳인데
왜 거기까지 가 있는 거냐고!
도무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현섭은 거칠게 차를 운전하기 시작한다.
IN. 다츠병원.
"으음.."
"정신이 들어요?"
"...아..누구.?"
"김태혁이라고 합니다만"
"네?"
"아 그러니까! 아까전에 길거리에서 내가 그쪽이랑 부딪히는 바람에"
"...........아."
"그런데 갑자기 쓰러지니까 깜짝 놀랬잖아요!"
"죄..죄송합니다."
"죄송할 것 까진 없고 이젠 괜찮아요?"
"아예.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휴. 그리고 보호자 한테는 연락 해놨으니까 곧 올꺼예요."
"보호자......라니 누구요?"
"임혁이라는 사람한테 해놨는데."
"........아.....혁이요.."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하영을 보자 태혁은 왠지 모르게 불쌍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 전화를 걸었던 그, 강현섭의 통화에서 묻어나오는 냉정함이란,
남이 낫겠다. 싶을 정도로 차갑고, 냉철했다.
그런 남자를 남편으로 삼고 있다니, 꽤나 불쌍한 여자군.
"혹시,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서방♥ 이 사람한텐 전화 안했나요?"
"아.."
"...네?"
"안했어요. 그냥 막 아무 번호나 대로 전화를 하는 바람에,"
"그렇군요.다행이예요."
"다행....?"
"아니예요"
딸깍.
하영과 태혁의 대화가 단절되는 순간이였다.
딸깍하고, 병실의 문이 열렸고 그와 동시에 들어오는 한 남자.
"병아리!!!!!!!괜찮아?!"
"아..혁아."
"갑자기 쓰러지고 난리냐 난리는!내가 전화 받고 얼마나 놀랬는 줄 알어?"
"...헤헤^^"
"하여간 병아리 비실비실 해서는!!! 끼니랑은 잘 챙겨먹고 다니는 거야?"
"아, 다이어트 중이라서!..."
"그 놈의 다이어트가 사람 잡것네!! 사람 잡어!"
혁의 등장과 함께, 태혁은 도무지 이들의 대화에는 끼어들 수 없는 분위기다.
라고 생각하고서는 조용히 병실을 빠져나간다.
"아이고 깜짝이야!"
태혁이 병실에서 나가자마자 보이는 한 남자.
긴 병실 보조 의자에 앉아서는 한숨을 내쉬고 있는 남자였다.
약간은 은색 머릿결에 남자가 봐도 정말 멋지다를 연발하게 만드는 그런 미남이였다.
키도 훤칠하고, 티 사이로 비춰지는 근육들이 몸매도 좋네? 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_006
태혁은 혹시 이 남자가 아까 그 여자의 남편이지 않을까 싶어서 요리조리 쳐다봤다.
꽤나 여자 울렸겠어. 싶어서 쯧쯧 거리고 있는데 현섭과 눈이 마주치고 만다.
"뭐야?"
꽤나 가라앉아있는 중저음에, 부러울 정도로 멋있는 목소리에 흠칫 놀란 태혁은
현섭에게 말을 꺼낸다.
"혹시 유하영씨 남편되십니까?"
"..........그 개자식?"
"예? 개..개자식요?"
"당신이 나한테 전화했던 그 놈 아닌가?"
"맞긴 한데.."
"..예의범절이 꽤나 더럽더군, 한번만 더 그 딴식으로 전화한다면 가만 두지 않겠어.
물론 당신과 내가 전화할 일은 없겠지만 말이지."
"허..뭐요?"
"그럼 가던길 잘 가라."
그리고서는 그녀의 병실로 쏙 들어가 버린다.
태혁은, 뭐 저런 새끼가 다 있어? 라는 얼굴로 병실을 유유히 빠져나간다.
병실로 들어온 현섭의 표정은 구겨질 대로 구겨져 버리고 말았다.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의 아내 유하영과, 진심으로 안부를 묻고 있는 혁이 보였기 때문이다.
"현......섭씨?"
"흠. 오셨나보군. 병아리. 난 그럼 간다"
"혁아. 고마워."
"고맙긴 니 일인데. 그럼 간다! 내일은 bar와라. 제일 맛있는 칵테일 만들어줄게.
오늘 새로 만들어낸 거 있거든"
"와..정말? 알았어 꼭 갈게! 조심해서 가!"
"그래. 피식"
혁은 그런 하영에게 피식 웃어주고, 뒤에 있는 현섭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서는 병실을 나갔다.
그런 혁의 모습이 영 맘에 들지 않는 다는 듯이 현섭은 얼굴을 구겼고,
하영은 또 된통 혼나겠다 싶어서, 불안해 하고 있었다.
"혀..현섭씨 어떻게 알고 왔어요?"
"내가 오면 안 되는 거였나?"
"아니요!그건 아니지만, 좀 의외라서."
"뭐가."
"그냥요! 앉아요."
"됐어."
".........헤헤.."
"어떻게 된거지? 왜 이동네까지 와서 이러고 있어?"
"......밥..먹었어요?"
"유하영."
"..먹었겠지. 그 여자가 맛있는 거 해줬어요? 나보다 요린 잘해요?"
"유하영!"
"...천천히 노력할게요. 천천히.."
"뭐?"
"그런 여자, 아니, 오늘 만난 그 여자한테 상냥하게 대할 수 있을 때까지 천천히 노력할게요.
당신이 싫어하는 거라면, 고치도록 노력할게요...한번에 바꿀 순 없는 거 잖아요."
"............"
"미안해요. 내가 너무 철이 없어서 미안해요."
하영은 고개조차 들지 못한다
항상 이런 식이였다.
현섭 앞에만 서면, 항상 죄를 지는 것 처럼 고개를 숙여야만 할 것 같고,
뭐든 용서를 빌어야 했고, 세상에서 강현섭 앞에서라면 항상 바보가 되는 것 같고
그 사람에게 필요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 한심하면서도,
사랑한다고 수십번 말 하고 싶은 어린 여자, 유하영.
"휴. 그런 소리는 됐고, 왜 여기에 이러고 있냐고 물었어. 난."
"몰라요 나도 잘."
".....뭐?"
"무작정 걸어오니까 여기 였어요, 잘 모르겠어요. 잘...정말.."
"휴.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한대?"
"글쎄요. 그것도 잘 몰라요."
"......."
"어라? 어디가요!?"
잘 모르겠다는 하영의 말을 듣고서는, 발길을 돌려 병실을 나가려는 현섭
그런 현섭에게 어디가냐고 물었지만 말이 없다.
묵묵히 병실을 나갈 뿐.
"영양실조와 함께 쌓인 스트레스성 빈혈입니다."
".............."
"끼니를 잘 챙겨먹지 못했을 뿐더러, 내색은 하지 않지만, 뭔가 앓고 있는 스트레스가 많은 듯 싶습니다"
"........."
"여자란 동물은, 강한 척 하면서도 약한 존잽니다. 유하영씨 같은 경우엔,
심할 정도로 말라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체형이지 않습니까.
아픈 일, 힘든 일 많이 겪으면서도, 내색조차 하지 않고 웃고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도 그렇습니까?"
"...예"
"각별한 관심이 필요할 것 같네요."
"........휴"
"끼니를 잘 챙겨먹을 수 있도록 옆에서 지도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편하게, 좋은 생각, 좋은 감정,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십시요.
그게, 남편으로써 부인에게 할 도리입니다."
".............."
담당의사를 만나고 나온 현섭은 할말을 잃었다.
항상 바보 같이 웃기만 하는 여자.
그렇게 자신에게 채이면서도 행복하다고 싱글거리는 바보같은 여자.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조차 하지 않는 여자.
혼자 다 끙끙 앓고 있는 여자.
.....................
.........
자신에겐 항상 약한 여자........
.......유하영.
.....널 어떻게 해야 하니.
.
.
.
.
IN.하루카
"도대체 혁이는 언제 와요!?!?!"
"친구 분이 아프시다는 소리 듣고 바로 달려갔으니까,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연락해보시죠?"
"아휴! 그 놈 핸드폰 번호 좀 알려주세요!"
"아 맞다. 혁이 형, 핸드폰 놓고 갔는데!···"
"아이고 이 화상!!정말 죽겠구만!!흐!!"
혁의 bar에 온 지 벌써 1시간이 지났것만, 이 녀석은 자신의 자리를 비워놓고 어딜 간거야!
한참, 학교 일로 바빴던 서린이 오랜만에, 혁의 bar에 들렸것만
막상 보고싶은 사람은 없으니 속이 다 타 들어갈 지경이다.
딸랑♬
bar의 문 소리가 들리고 서린은 무의식적으로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임 혁이다·········!!!
서린은 걸어오는 혁을 보고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래도 자존심으로 버텨온 인생아닌가!
혁이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 때까지 튕겨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어라? 임서린!?"
"어디 갔다 오니?"
"병아리가 갑자기 입원했다길래 갔다왔지."
"아! 그 친구?"
"어.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왠일이냐? 한동안 안 보이더니만"
"바빴다! 누나가 워낙, 바쁜 사람이잖냐!!!"
"피식. 농담은."
"농담 아니야!!진짜란 말이야!! 나 우리 대학에서 꽤나 알아주는 퀸카라구!"
혁은 그런 서린의 말에 피식 웃고 넘겼다.
그래, 너란 여자는 어디서나 당당하면서도 귀여운 여자니까
언제나 남자들이 따르지 마련이겠지.
"알았다 알았어! 거참!"
"옛날의 임서린이라고 착각하면 오산이라구 오산!"
"피식. 뭐 마실래?"
"아까 소룡씨한테 들었는데! 오늘 니가 새로 개발한 그 칵테일 먹고 싶어!"
"......이소룡. 쓸데 없는 소릴 했군."
"왜! 나 그거 먹고 싶어!"
"안돼."
"왜 안되냐!"
"그거 아직 한번도 안 팔린거야."
"오호라 그래? 그럼 내가 처음으로 먹어주겠다 이거지!"
"...미안해서 어쩌냐. 이미, 첫 타자의 주인공은 따로 있는데"
"뭐? 누군데!!누구야!"
"우리 병아리."
"뭐? 이씨!!!!!!!"
서린은 왠지 모를 질투심으로 불타 오를 것만 같았다.
말이 친구지!!!이 자식은 꼭 지 마누라 챙기듯이 병아리 병아리 하면서
그 여자를 챙긴단 말이지?
나참, 그 병아린가 그 여자는 니 친구고!! 난 니 친구도 아니다!! 뭐 이런거야?!
"치사하다 임혁!"
"치사해도 어쩔 수 없네요."
"나 갈래!"
"왜 가?"
"너 때문에 기분 잡쳐서 여기 있고 싶지 않아!"
"야야..임서린!"
"부르지도 마!! 맘 약해져서 다시 앉을 지도 모르니까."
"피식, 다른 거 줄게. 마시고 가"
"됐어! 오늘 개발한 그 칵테일 주면 안 갈지도 모르는데~~~"
"다른 것도 맛있어···"
"쳇! 정말 치사하다 임혁! 나 간다!!잡지 마라."
"어어어? 이쁜이 누나 가요?!"
"소룡씨! 오늘은 기분이 확 잡쳤어요! 다음에 올게요!"
"어우.잘가요!"
하루카 bar에서 일하는 혁의 후배 이소룡.
그는 참으로 귀여운 남자였다.
실상 bar 에서도 혁 다음으로 제일 인기가 많은 남자라고 했것만
어쩨서 내 눈엔 혁밖에 보이지 않는건가.
나도 미쳤지. 친구 녀석이 이렇게 미치도록 보고 싶다니
이렇게 미치도록 질투가 나다니
이런이런.
몇 년간 유학생활 하고 온 댓가가 없잖아!
쳇........
.
.
.
.
.
"휴."
퇴원을 하고서 집으로 가는 현섭의 차 안에서 하영의 한숨소리가 가득하다.
그런 하영의 모습에 현섭은 의아할 뿐이다.
"왠 한숨?"
"...나 오늘은 집에 안 들어가면 안되요?"
"..뭐?"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어."
".........왜"
".................."
"말 안해?"
"....................."
"그럼 내리던가."
끼익...
조금만 더 가면 그들의 신혼 집이것만, 현섭은 말을 꺼내지 않는 하영을
내리라고 하더니만, 길 한복판에서 차를 세운다.
그럼 현섭을 본 하영은 알았다는 듯이 안전벨트를 풀더니, 문을 열려고 한다.
"야."
"..........."
"야, 유하영"
"왜요-"
"이유나 알자."
".............?"
"왜 집에 들어가기 싫은데."
알면서 왜 자꾸 물어요.
말하기 싫은데 왜 자꾸 물어요.
당신이 나가라고 한 집이였잖아.
우리가 함께 행복해야 할 집에서, 나를 나가라고 한 건 당신이였잖아.
그리고 우리가 함께 있어야 할 방에 그 여자를 데리고 들어갔을 거잖아.
우리 둘만 행복해야 할 집에, 그 여자와 함께 웃었을 거잖아.
.......우리 둘만 있어야 할 그 작은 공간에,
다른 타인이 내 몫을 해냈을 거 잖아.
울컥 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물이 나오려는 걸 애써 감추고서는 다시 한번 문을 열려고 하는데
탁! 하고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전체 잠겨버린다.
"...현섭씨."
"내릴 때 내리더라도, 말하고 내려."
"그냥, 그냥 들어가기 싫어서 그런다니깐"
".........유하영.난 세상에서 거짓말 하는 여자가 제일 싫어."
"휴..."
"............."
"그 여자 있을 것 같아서.."
"..뭐?"
"아까 그 여자 있을 것 같아서 싫어요. 설사 없다고 해도, 그 여자가 있었던 공간이였으니까."
"그래서 평생 안 들어오시겠다?"
"......뭐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쓸데 없는 소리 하지마."
현섭은 그런 하영의 의사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운전을 하기 시작한다.
※_007
현섭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말 조차 하지 않았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나서 집 앞에 도착하기까지도 말이다.
뒤에서 힘없이 걸어오는 하영의 걸음거리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자신은 긴 다리로 걸어왔던 것이다.
하영이 집 앞에 도착했을 땐, 이미 들어가버리고 없는 현섭이였다.
피식 웃던 하영은 들어갈까 말까 생각하고서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들어가면 아팠던 그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오를까봐 두려워.
내 뺨을 때리며, 다신 들어오지 말라고, 나가버리라고 말하던
현섭씨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을까봐, 두렵다구······
이런 내 맘따위는 알리 없는 당신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내가 얼마나 당신을 원하는지
알아주기라도 했으면 좋겠어·····
한숨을 깊게 내쉬고 있는데 문이 열림과 동시에
움찔하고 만다.
"....쳇. 니까짓게 뭐라고?"
아까 그 여자였다.
아직도 안 가고 있었군. 역시나 이랬다.
이래서 집에 들어오길 꺼려했던 건데·····
"아까 뺨맞고 뛰쳐나갈 땐 언제고 무슨 자격으로 집엘 다시 들어와?"
"..뭐요?"
"아까 봤잖아! 현섭씨가 얼마나 날 아끼는지!"
"........."
"너 같은 건 현섭씨한테 그저 호적상에 아내일 뿐이라고!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고 나!"
"............"
"피식, 앞으로 자주 보게 될껀데, 우리 통성명이나 할까? 아니지. 난 당신 이름 알고 있으니까,
내 이름만 말하면 되나? 훗. 내 이름은 수아야. 유수아. 피식"
"별로 그쪽 이름 알고 싶지 않은데요?"
"그래그래 꼬맹아. 이럴 때라도 도도한 척, 굴어야지?"
"........이봐요?!!!!!"
"차이고 나서, 버림받고 나서 엉엉 울걸 생각하면, 미리 이렇게 웃고 있는 것도 좋겠군.
착각하지마. 너 같은 건, 현섭씨에게 이용도구일 뿐이니까."
온갖 모진 말을 다 뱉고서는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유수아.
처음 알게 된 그 여자의 이름 유수아.
......이용도구라.
그거 참, 듣기 거북한 단어로군요. 유수아씨
하지만, 그 사람이 날 이용도구라고 생각한다면 마음껏 이용하라고 할 꺼네요.
....그렇게라도 그 사람 옆에 있고싶은 게 내 심정이니까
당신은 모르죠, 진정한 사랑이 뭔지.
..............아마, 모를 것 같네요····
한숨을 내쉬고서는 방금 그 여자가 나왔던, 아니 유수아라는 여자가 나왔던
집 안으로 들어간다.
여긴 내 집이고, 그 사람 집이고, 우리들의 집인데
왜 이렇게 멀어져 버린 걸까. 하아.
내가 들어가자, 샤워를 마쳤는지 욕실에서 나오는 그가 보인다.
"왜 이제 들어와?"
"..............."
"들어가서 씻고 빨리 자."
"..............네"
그리고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현섭.
강현섭.
당신은 온통 잘난 것 뿐이지요.
나 역시 그렇게 모자란 사람도 아니라 생각했는데-
당신 곁에 있으면 난 한없이 모자라고, 나약하고, 조그만한 존재네요.
난 언제쯤, 당신 옆에 떳떳하게 서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다음 날 아침.
현섭은 일어나자마자 어제의 짜증이 마구 밀려온다.
'아직도 안 갔어?'
'현섭씨! 오라고 할 땐 언제고! 말 없이 나가더니만 이젠 가라는 거야?'
'아무리 내가 불렀다지만, 어느 정도 예의는 지켜.'
'...자기야?'
'그래도 여긴, 유하영과 내가 사는 집이라고.'
'자기! 어떻게 나한테 이래!?'
'다음에 연락할게. 빨리 가라.'
'.....쳇!'
수아를 그렇게 보냈던 게 조금은 마음에 걸리는 그였다.
나중에 전화라도 해서, 밥이라도 사줘야겠다. 라고 생각하고서는
방에서 나오자, 구수한 냄새가 자신의 코를 찌른다.
분명 또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밥을 차리고 있을 그녀였다.
"우오와! 현섭씨 일어났어요? 되게 일찍 일어났네요?!"
"너야 말로."
"아..오늘은 왠지 모르게 빨리 일어나고 싶어서!헤헤!"
"........."
"씻고 와요!."
하영의 말에 관심없다는 표정을 보이고서는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온다.
내가 나오자마자 하영은 내 앞에 서더니만, 내 팔목을 이끌고 테이블로 데리고 간다.
"짜자자자자자자잔!"
"...............?"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욱 더 맛있어 보이지요?헤헤!아참 그리고 이거!"
".....뭐야?"
"도시락이요! 회사가서 드시라구요."
"............."
이 바보같은 여자.
고작 이런 도시락 하나 싸려고, 또 일찍 일어난 게 분명하군.
"빨리 와서 앉아요! 국 다 식겠어!"
다른 날과 비슷하지만서도, 뭔가 달라보이는 테이블 위에는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는 식의 음식들로 가득하다.
언제 이렇게 준비를 한 것인지 모를 정도의 정성에 조금은 감동을 먹었다라고나 할까?
"맛있게 식사해요!"
"...............?"
"..왜요? 얼른 먹어요!"
"............넌?"
"...응?"
"넌 왜 안 먹냐고."
"난..이따가 먹을게요!잠깐 혁이네 bar에 갔다 올게요!"
"................."
혁의 bar에 가겠다는 그녀의 말에 또 한번 얼굴에 구겨진다.
한숨을 내쉬고서는 그녀에게 먼저 말을 꺼냈다.
"앉아."
"...?"
"앉으라고.밥 같이 먹어."
".....저....정말요?!"
"..그럼 가짜야?"
"그래도..나 있으면 밥..먹기 싫어질 꺼 잖아요"
아.
이제야 알았다 싶은 현섭이였다.
일찍 일어나건, 늦게 일어나건, 항상 따뜻하게 데워져 있던 테이블의 음식들은
분명, 내가 깨기전까지 조심스럽게 챙겨놨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깬 후에 욕실에 들어가 씻을 때쯤 해서, 하영은 집을 나갔던 것이였군.
자신이, 하영과 밥을 먹기 싫어하는 말을 들은 날 부터.
"앉아."
"......."
현섭의 말에 테이블 의자를 꺼내서 자리에 앉는다.
싱글벙글 거리는 저 여자의 미소에 왠지 모르게 자신도 미소가 그려졌다.
"앞으론 같이 밥먹어. 한끼라도 빼 먹지 말고 밥 먹고."
".........지...진짜?"
"두번 말 시키게 하지말고."
"....흑.......흑흑.......흑...."
갑자기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울기 시작하는 하영때문에
순간 움찔한 현섭이, 반대 편에 앉아있는 하영을 바라본다.
"왜..울지?"
"미안해요. 너무 기뻐서. 너무 기뻐서 그래요."
"...뭐가 기쁘다는거야?"
"흑..나..항상 현섭씨랑 같이 밥 먹는 거 꿈 꿔왔거든요..흑흑.....흑...."
"뭐..?"
"....흑....흑........기뻐요.정말..흑.."
"휴...울지마."
"으응!!안 울게요."
눈물을 닦아내더니, 밥을 먹기 시작하는 하영의 모습에
한참동안 넋을 잃고서야, 밥을 먹기 시작한 나, 강현섭이였다.
"잘 다녀와요!."
"................"
"도시락 맛있게 먹구요!"
"................."
"사랑해요!"
촤르륵.
그렇게 엘르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하영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꼭 쥐어주던 도시락 통을 한 손에 들고서는 현섭은 그저 눈을 감는다.
.
.
.
.
.
.
"어쩐지 하루종일 싱글벙글 일 때부터 알아봤어!"
"나 정말 행복해 죽는 줄 알았다니까!!푸히히!"
"너 바보 같아···"
"바보라도 상관없어! 행복해 죽겠으니깐!··"
"그렇게도 좋냐."
"......응 너무 좋아 죽겠어!"
"피식, 이거 나 마셔."
어제 새로 만들었다던, 칵테일을 하영앞으로 내 놓자, 하영은 또 한번 빙그레 웃어본다.
약간 푸른 빛이 나면서도 파스텔톤의 노란빛이 나기도 한, 신기한 칵테일에
하영은 한껏 신이 나 있다!
"우와 진짜 이뻐. 이뻐서 먹기도 아까울 정도라구!"
"먹어. 많이 먹어."
"넵! 잘 먹겠습니다이용용용!"
그리고서는 한 입 가득 마시자 하영은 조금은 신 맛에 눈을 찌푸리더니
환하게 웃는다
"진짜루!맛있어!최고야 혁아!!!!"
"정말이냐? 잘 팔리겠어?"
"응!!!!!!진짜!!!!!!최고!!!!!!!!"
"피식. 그럼 됐다. 오늘부터 메뉴에 넣어야지."
"이름은 뭔데? 이 칵테일 이름은~?"
"글쎄 뭐라고 할지 생각중인데 말이지. 좋은거 없냐?"
"..음! 아이시테루.."
"아이시테루?"
"응!어때 어때? 이걸 마시면 왠지 모르게 사랑한다고 말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피식. 너 같은 생각이다 정말"
"왜 맘에 안들어?"
"아니다. 소룡아! 이리와봐."
내 생각에 피식 웃던 혁은, 소룡을 불러서,
'내가 어제 개발한 칵테일 이름 아이시테루라고 메뉴에 올려놔.'
라고 말하던 친절하면서도 착한 내 친구 임혁.
난 그 녀석에게 한번 더 환한 미소를 지어줬다.
아무래도 일기에 적어놔야 할 듯 싶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날♡'
이렇게 말이다.
※_008
"사장님 출근하셨습니까."
"어.블랙커피 한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회사로 온 그, 강현섭은 블랙커피 한잔을 외치며 사장실로 들어간다.
사장실로 들어간 그는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보이는 지,
그리 많이 표현되진 않지만 살짝 걸려 있는 미소에 보는 사람들까지 갸우뚱 할 정도였다.
아무리 큰 계약건을 따내셔도 저렇게 웃지 않으시던 분인데,
오늘은 해가 서 쪽에서 떴나. 싶은 비서였다.
회장에게서, 남 몰래 강현섭의 감시관이 되라고 지시 받았던 그녀 최이연은,
분명, 아직에 또 한 명의 여잘 침대 위에 쓰러뜨리고 온 게 분명하군. 싶어서
혀를 차내고서는, 블랙커피 한잔을 사장실로 가져간다.
똑똑.
"들어와."
현섭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커피를 들고 나타난 비서가 싱글 웃으며,
현섭앞에 커피 한잔을 내려놓고서는 말을 꺼낸다.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봐요?"
"그 쪽이 상관할 바 아닌데."
"사장님께서 웃는 일은 거의 없으시잖아요. 그런데 웃으시니까 조금 의외라서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아뇨 뭐. 아침부터 꽤나 힘 쓰신 것 같아서요."
"이봐. 비서면 비서답게 굴어!"
"비서 이기전에, 사장님의 감시관이라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말 안 해도, 하늘이 알고 땅이 다 아는 사실이니까 닥치고 나가기나 해."
"피식, 그러죠 뭐."
사장실에서 나간 비서를 보고서는 방금 전까지 조금이나마 기쁜 표정을 하던 현섭의 얼굴에
미소가 가셔버린다.
망할 놈의 할아범!!이게 뭐하는 짓 이야?!
무작정 전화기를 드는 그였다.
신호음이 몇 번쯤 갔을까,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중년의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왠일이냐.이 시간에 니가.]
"비서 당장 바꾸겠습니다"
[누구 맘대로?]
"사장인 제가, 제 직속 비서를 바꾸겠다는데!! 이렇게 일일히 보고하는 것도 웃기군요.
하여간 저는 비서 바꿉니다"
[바꾸는 거야, 니 맘이겠지만, 그 바뀐 비서를 설득시키는 것 쯤은 간단하지]
"아버지!!!!!!"
[니가 행동을 잘 하고 다니면 될 거 아니냐! 한번쯤 니 처신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긴 한 거냐?]
"......뭐라구요?"
[니 녀석이 내 아들이라는 게 한번도 뿌듯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넌 어찌 결혼한 지 3년을 넘어 이제 4년이 다 되어가는 무렵에, 아직도 그런 낯간지러운 짓이나 하고
다니는 게냐!! 남 부끄럽지도 않은게냐!]
"아버지!"
[누누히 말했지만, 너 하나면 처신 잘 하고 다닌다면 모든 경영권과 동시에,
비서를 바꾸던 회사를 바꿔버리던 그건 니 마음 대로 하는 게다!]
".......!!"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 어린 애도 아니고! 쯧쯧 언제 철이 들 거냐]
"그런 시덥잖은 소리 들으려고 전화한 거 아닙니다!"
[매일 고생하는 니 와이프 생각 좀 하고!]
".........."
[니 녀석이 낯 간지러운 일을 하고 다닐 때마다, 매일 가서 찾아가 꾸중을 해도,
항상 날 반기던 그런 착한 아이를 놔두고 어째서 넌!!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구나]
"안 찾아가시면 될 거 아니예요!"
[이 어리 석은 놈! 넌 언젠가 크게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후회 하게 되더라도 아버지가 아니고 제가 합니다! 아시겠어요?"
[언제쯤 철이 들어서 진귀한 보석을 알아보게 될 것인지, 쯧쯧.]
"아버........"
뚝....
현섭이 말을 꺼냄과 동시에 끊겨진 현웅의 전화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현섭이였다.
이 노친네가 정말 어디까지 날 병신 취급 할 셈이야?
안 그래도 그 망할 놈의 여자 때문에 신경질 나 죽겠는데!!
거칠게 전화기를 내려 놓은 현섭은 한숨을 내 쉰다.
젠장할!!!!!!
삐빅.삐빅
한참 화를 내고 있는데 들리는 인터폰 소리에 현섭은 숨을 갈아앉히고 버튼을 누른다.
"무슨 일인가."
[사장님, M그룹 명원희 회장님 오셨습니다.]
"모셔."
딸깍,
문 여는 소리와 함께 꽤나 멋쟁이 할아버지 한명이 들어온다.
현섭은 그런 그를 반갑게 맞이한다.
"오셨습니까.명회장님."
"허허! 오랜만이구만, 강사장! 그동안 잘 지냈는가?"
"저야 뭐 항상 잘 지내지요. 앉으시지요 명회장님"
"허허!!"
꽤나 인자해보이는 그의 인상에서 아버지라는 느낌이 강하게 풍겨왔다.
그런 그에게 현섭은 자신의 아버지보다 더욱 더 아버지 같다는 느낌을 받아
꽤나 존경하던 회장님이였다.
"내가 이 곳에 찾아온 연유는, 이번 계약건에 대해서 상의를 하고나 왔네"
"저를 부르시지요! 제가 직접 가도 됐을텐데"
"허허. 노인네라고 항상 편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회장님도..참.."
삐빅.삐빅.
명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데 또 한번 들리는 인터폰 소리에 현섭은 인상이 구겨진다.
"잠시만 실례요."라는 말과 동시에 버튼을 누르고 묻는다.
"무슨 일이지?"
[사장님, 사모님 전홥니다. 연결해 드릴까요?]
"됐어. 바쁘니까......"
"나야 뭐 괜찮은데 받지 그러나?"
"아......휴. 연결해."
연결하는 말과 동시에, 귀여운 목소리 한자락이 들려온다.
[현섭씨!]
"왠일이야. 회사에 전활하고"
[그냥 현섭씨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 했어요! 안 받는다고 하면 어쩔까 조마조마 했는데 헤헤!]
"할 말은?"
[네?...하하...그러니까 뭐....도시락 맛있게 드시라구요!]
"그게 단가?"
[아..예! 오늘 하루도 수고하세요.]
"어."
[사랑해요!♡]
뚝. 하영의 마지막 말까지 듣고서 전화를 내려 놓은 현섭이였다.
그런 현섭을 보고서는 앉아있던 명회장이 크게 웃는다.
"하하하하...하하하!"
"회..회장님?"
"젊음이라는 건 참 좋은거로군! 나도 한참 그럴 때가 있었지."
".................."
"참, 귀여운 숙녀롤세."
"............"
.
.
.
.
.
.
.
.
집으로 가던 길에 무작정 현섭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생각한 그녀였다.
하지만, 매번 전화 연결을 할 때마다 거절당한 터라, 오늘도 안 되겠지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들리는 현섭의 목소리에
역시 오늘은 행복한 날이 맞다니까!를 연신 되새기며 싱글벙글 웃어댔다.
꽤나 간단한 통화를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일방적인 전화였지만
현섭의 목소리를 전화로 듣는 것도 무척이나 맘에 들었던 하영은
집으로 가는 내내 방실방실 거리며 뛰어가기 시작했다.
"얏호! 오늘은 정말 해피해피 한 날이라니까! 피식! 아 매일 이렇게 행복했으면 댑빵 좋겠다!"
아직도 한 없이 아이 같은 하영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쳐다봐도
그 눈길엔 관심 없다는 듯이 싱글벙글 거리며 마구 뛰어가다가.
"으악....................!!!!!!!!!!!"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으잉 아퍼!!!으앙..."
"푸하하하!!엄마!!저 아줌마 넘어졌어!!!"
"아가야!그런 말 하면 못 써!빨리 와!"
"푸하하하하하 진짜 웃기다!!저 아줌마 빤쓰 보여!"
"쉿! 그런 말 하면 안된다니까!빨리 와 빨리!"
하영이 넘어진 걸 보고서 마구 웃어대는 꼬마와 그 꼬마를 말리며 민망해 하는 그의 엄마를 보고
하영은 아프다는 마음 보다 부럽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나도 언젠가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싶어.........
말썽 꾸러기라도 좋아. 장난 꾸러기라도 좋아.
현섭씨와 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나도...언젠간........
...내 아이와 놀이동산에도 가 보고 싶고,
맛있는 걸 먹으로도 다녀보고 싶고,
........함께 하고 싶어.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아기까지.
빨리 새로운 식구가 생겼으면 좋겠지만,
..........왜 항상 내가 원하는 건
바램에서 멈춰버리는 걸까?.....................
행복하기만 했던 그녀의 표정이 잠깐 일그러지나 싶더니만 일어나서는
피가 줄줄 흐르는 무릎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신나게 뛰어간다.
빨리 집에 가야지! 룰루랄라.♬
누가 보면 영락없는 꼬맹인 줄 알겠다.
집에 도착한 그녀는 열쇠를 찾았다.
한번도 논한 적은 없겠지만, 하영과 현섭이 사는 신혼집은 꽤나 비싸다는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 1205호 였다.
열쇠를 찾지 못해서 바둥바둥 거리는 사이에 시끄럽게 웅성거리는 옆 쪽에 소리에
귀를 귀우렸다.
"어라? 누가 이사왔나?!?!"
호기심에 살짝 옆쪽에 1204호를 바라보는 하영은,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누가 이사왔다보다. 우리 옆집에 새로운 사람이 왔나보다!
우오아! 어떤 사람일까? 뭐 하는 사람일까~?
한참 궁금해서 쳐다보고 있는데 그녀의 뒷쪽에서 들리는 낯익은 목소리 하나.
"유하영씨?"
※_009
"으악!!!!!!!!!!!!!!!!!!!"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깜짝 놀랬잖아요!"
"아휴. 난 또 누구시라고! 저야 말로 깜짝 놀랬어요! 갑자기 뒤에서 부르시는 바람에"
"피식, 여전히 귀여우시군요."
"예~? 그건 그렇고 여기로 이사오시는 거예요?!"
"그렇게 됐네요. 그건 그렇고 제가 기억나긴 하세요?"
"그럼요! 몇일 전에 만난 분인데 잊어버렸을 리가 없죠우!"
"제가 누군데요?"
"...네?..아 그...그건!"
"어? 피가 나요! 무릎에서!!"
"아!아까 넘어지는 바람에!!!"
"들어와요!! 얼른요!!"
그러더니 나를 끌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 버리는 그 남자는,
몇 일 전, 자신을 병원까지 데려다 준 그 남자였다.
이름이 뭐랬더라? 유하영 이 바보! 기억도 못해요! 아이고! 이거 낭패잖아!
"아직 짐 정리가 한개도 안 되서 지저분하죠? 앉을 곳이..아 여기 대충 앉아요!"
"저 괜찮은데, 제가 가서 치료 해도 ......"
"피식, 저 이래뵈도 의사예요. 의사!"
"정말요? 우와! 그렇게 안 생기셨는데!!"
"어떻게 생겨야 의사 같은 건데요?"
"아니 뭐 굳이 뭐라고 설명 할...."
"피식 잠깐 기다려봐요, 구급상자가 어디 있을텐데! 아 여깄다!"
태혁은 한참 복잡한 집 안의 짐들을 뒤지더니만, 금새 구급상자를 꺼내든다.
그 구급상자를 열자마자 3단으로 된 큰 3단의 칸들이 눈에 띈다.
"이렇게 큰 구급상자는 처음 봐요! 진짜 신기해요!"
"예?"
"구급상자라는 건 이렇게 생겼군요!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본 적이 없어요?"
"어렷을 적부터 조금만 다치더라도 의사 선생님들이 집에 찾아와서는 큰 가방을 들고다니면서
진찰해 주셨거든요, 그래서 이런 구급상자는 처음이예요"
"피식 곱게 자라셨나봐요?"
"아뇨 뭐 그런 건 아닌데-"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 하는 동안 태혁은 다신 하영의 무릎을 정성스럽게 치료해 주고 있었다.
치료를 하는 도중에 조금씩 따가웠는지 얼굴을 찡그리는 하영의 표정을 보던 태혁은
마냥 귀엽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식, 우리 대단한 인연 같지 않아요?"
"네~? 아유 따갑다"
"난 말이죠, 인연은 정해져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태어났을 때 부터."
".......?"
"하나님이 그렇게 정해줘 버린 거죠. 우리들의 조물주가,
우린 태어날 때부터 만날 인연으로 점 지어져 있었다는 거라구요."
"....무슨?"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가 어떻게 만났겠어요? 우리의 만남은 우연을 가당한 인연이예요.
조물주의 짖꿎은 장난이라는 거죠."
"으.복잡해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피식. 내 이름 기억 났어요?"
"아!!!!진짜 미안해요. 잘 기억이 안나요. 진짜 미안해요!진짜요! 한번만 더 말해주면 안 잊어 버릴게요!"
"그래요 잊지 말아요. 내 이름은 김태혁이예요. 김.태.혁.! 올해로 나이는 24살이구요"
"오와 정말 동갑이네요!?!"
태혁의 이름을 들은 하영은 알았다! 이젠 안 잊어버려야지 라는 굳은 의지의 얼굴로
그를 바라봤고, 24살이라는 말에 친구를 만났다 라는 생각에 빙그레 얼굴 표정이 밝아진다.
"피식 대단한 조물주의 장난이네요."
"네?"
"동갑이라면 말 놓자. 어때 하영아?"
"네? 아......응! 태혁아! 으흐! 어색하다"
"그러고보니, 혹시 1205호가 너네 집이야?"
"응! 맞아 맞아! 나랑 현섭씨가 사는 신혼집이야! 피식"
"아참 그러고 보니 너 유부녀였지?"
"유부녀! 그래 그거 맞지롱! 난 강현섭씨 아내니까 유부녀 맞다! 히히!>_<"
"피식, 치료 다 됐다! 뭐 좀 마실래?"
"아니 다음에 또 놀러 올게! 오늘은 집에 들어가서 청소 해야해!
혁이네 bar에 갔다 오느라고 청소를 못했거든! 으히! 할일 되게 많다! 먼저갈게!
치료 고마웠어 태혁아!"
"그래.다음에 또 놀러와"
"응!!!"
그리고서는 자신의 집에서 나가는 하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태혁은
행복하면서도 쓰디쓴 미소를 짓는다.
저렇게 귀엽고 예쁜 여자가 유부녀라.
게다가, 꽤나 싸가지 없는 냉정한 남자의 여자라.
"정말 꽤나 심한 장난이군. 망할 놈의 조물주 같으니라고."
몇 일전, 다츠 병원까지 그녀를 엎고 병원까지 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이상하게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첫 눈에 반했다랄까. 꼬마 아이같이 순수함에 반했다고 해야 하나
뭐라고 딱 잘라 표현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녀를 한번 더 만나고 싶다...
라는 생각을 수십번 했것만, 이런 식으로 보게 되나?
피식. 꽤나 즐거운 생활이 될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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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하루카.
아직은 손님이 그리 많지 않을 시간에 여유를 잔뜩 누리고 있는 혁과 그의 후배 이소룡,
두 명은 조용히 테이블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흐름과 함께 덩달아 정숙해지는 분위기를 깬 건, 소룡이였다.
"혁이 형! 오늘은 그 누나 안 와요?"
"누나라니 누구?"
"그 임서린 누난가? 그 누나 있잖아요! 몸매 예술! 얼굴 예술! 성격 예술이 쓰리 예술 누나!"
"푸하하. 쓰리예술은 뭐야?"
"그냥 그렇다는 거죠! 오늘은 안 오려나."
"왠일이야 여자한테 관심을 다 보이고?"
"몰라요. 그냥 막 보고싶어요"
"이소룡, 어린 것이 벌써 부터 사랑에 눈을 뜬 건가?"
"어리다니요! 벌써 22살인데요?"
"피식, 하여간 귀여운 놈이라니까?"
"헤헤 왔으면 좋겠다! 오늘 오면 핸드폰 번호라도 물어봐야지~"
소룡이 웃을 때마다 양쪽 볼에 들어가는 보조개가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그런 소룡을 보고서는 너도 남자구나 라는 얼굴로 피식 웃어대는 혁.
아무래도 오늘 소룡은 서린이 올 때까지 퇴근조차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나저나, 소룡이의 마음을 알고 서린이 녀석이 와 줘야 할텐데 말이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딸랑, 거리는 맑은 소리와 함께
또각거리며 도도공주 임서린이 나타났다.
"오예!!!!!!!!서린 누나 오셨어요?!"
"그래 나 왔다! 임혁 너는 친구가 왔는데 아는 척도 안 하냐?"
"소룡이가 했으면 됐지, 뭘 또 인사를 받으려고 들어."
멍청한 놈아.
난 니 인사를 받고 싶다고, 이소룡 저 녀석의 인사를 받고 싶은 게 아니고!
"누나! 지금 학교에 있을 시간 아니예요? 아직 bar에 오긴 이른 시간이잖아요!"
"응, 오늘은 오전 수업만 있었어."
"그렇구나! 누나 뭐 마실래요?골라요 골라! 내가 다 만들어 줄게요"
"그래? 어디 보자~"
테이블에 앉은 서린이 메뉴판을 보더니만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아이...시테루? 이건 뭐야?"
"그거요? 혁이 형이 개발한 칵테일 이름이예요!"
"왠지 모르게 이쁜데? 임 혁 어디서 이런 센스가 나셨을까~?"
"병아리가 지은거야."
"어?"
"병아리가 마셔보더니, 그걸 마시면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을 것 같다고 해서 지은 거라고"
그 고은 입에서 병아리 안 나오나 했다.
하여간 중증이라니까 임 혁,
"어디 한번 사랑한다는 말이 나오나 나도 한번 마셔볼까나~?"
"아 뭐예요 누나! 그건 혁이 형만 만들 수 있는건데! 왜 하필이면"
"피식, 다음에 만들어 줘. 소룡아"
"아휴! 몰라요 몰라! 형! 빨리 와서 서린 누나 칵테일이나 만들어줘요.
테이블 정리는 내가 할테니까"
볼멘 소리와 함께 테이블을 닦고 있던 혁의 걸레를 빼앗아서는 심술굳게
테이블을 빡빡 닦아댄다
그런 소룡의 행동에 서린은 왜 저러나 싶지만 혁은 귀여운 듯 피식 웃어보인다.
사랑에 빠진 자의 질투심이라.
피식, 하여간 저 녀석 귀엽다니까?
"자 여깄습니다."
"휴. 5분이나 기다리게 한 칵테일의 맛이 어떨까 어디 한번 마셔볼까나~?"
아이시테루를 한 모금 마신 서린이 눈을 찡긋 거리더니만 얼굴 표정이 확 살아난다.
그리고서는 신기하다는 듯이 혁을 바라본다.
"왜? 맛없어? 별로야?"
"아니 진짜 맛있어서. 와 이거 대단한데?"
"피식, 내가 원래 좀 한 대단 하잖냐!···"
"하여간 한번 띄워주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아가려 들어요!"
"뭐····?"
"농담 농담, 아참! 혁아 이번주 일요일날 시간 있어!?"
시간 있냐는 말에 걸레로 테이블을 닦던 소룡의 귀가 번떡 트인다.
하지만 그런 소룡에게는 관심조차 없는지 서린은 혁에게만 묻는다.
"갑자기 무슨 시간?"
"학교에서 친구 녀석이, 영화 공짜표를 두개 줬는데! 영화보러 안 갈래?"
"무슨 영화야···, 일 하기도 바쁜데"
"넌 친구보다 일이 더 중요하다...뭐 이거냐~?"
"야,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해!"
"그러니까 영화보러 갈꺼지?!응?!?!"
"나참···.."
.
.
.
.
.
.
.
딩동.
"네 나가요 나가! 지금 나갑니다!!"
병아리 앞치마를 두른 하영이 쫄래쫄래 문 앞까지 달려간다.
누구냐고 묻지도 않고 활짝 문을 열더니만 이내 환해진다.
"현섭씨!!!!!!!!!"
"나 귀 안 막혔다."
"어서 와요! 어서 와!"
".............."
요즘들어 꼬박꼬박 집으로 들어오는 현섭의 모습에 너무나 행복한 그녀였다.
"어라? 근데 도시락 통은~?"
"아.."
"맛있게 먹었어요?"
"............."
"응?......."
"................."
"................"
"아, 오늘..점심 약속이 생겨버리는 바람에.."
".....아...못 먹었구나?"
"........."
"그럼 도시락 통은 어쨌어요?"
".............."
"...........응?"
회사에 오자마자, 도시락을 구석탱이에 쳐 박아 놓은 게 생각 난 현섭이였다.
그런 현섭이 차마 말을 꺼낼 수 없게끔 행복해 하는 얼굴로 바라보는 하영.
"회사에····"
"헤헤! 안 먹은 음식을 거기다 두면 어떻해요! 내일은 꼭 가져와요!
다시 싸줄테니까, 그건 먹지 말구요!"
".........됐어"
"응?"
"도시락 같은 거 거추장 스러우니까 됐다고."
"..........아..그..그랬어요?"
"어."
"그럼 씻어요! 저녁 준비 할게요!"
"............."
씻고 오라는 대도 움직이지 않는 현섭을 보고서는,
하영은 갸우뚱 거린다.
"현섭씨?"
".......무릎"
".....응?"
"...무릎....다쳤어?"
※_010
현섭이 하영에게 물어보자 하영은 뛸 듯이 기뻐한다.
그리고서는 폴짝 폴짝 뛰면서 현섭에게 안긴다.
"우와!!!!!"
"뭐하는 거야 비켜!"
"현섭씨 최고다 최고!"
"비키래잖아!!!!!!!!"
큰 소리를 지르는 동시에, 하영을 밀어내버리는 현섭.
그런 현섭때문에 넘어져 버리는 하영이였다.
"아야.."
"그러니까 비키라고 했잖아!"
".......미..미안해요"
"정말 귀찮은 여자로군."
"................!!!!!!!!!!"
그리고서는 욕실로 들어가 버리는 현섭이였다.
...........뭐예요 현섭씨.......
이렇게 밀어내지 않아도 됐잖아요
그렇게 큰 소리 내지 않아도 됐잖아요.
.........난 당신이 나 다친 거 알아봐 준 거에 대해서 얼마나 감사한 줄 몰라요.
그 사소한 것 하나에 신경써줘서 고마워서 그런 건데...........
........휴.......내가 너무 욕심부렸죠?
알아준 것만 해도 어딘데, 또 거기서 당신을 안아요..
..................나 진짜 욕심꾸러기다 그쵸? 헤헤.
힘없이 일어나서는 절뚝 거리며 식탁에 앉았다.
15분쯤 지났을까? 욕실의 문이 열리고 현섭이 나온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더니 옷을 갈아입고 식탁으로 나오는 그가 보인다.
"오늘 저녁은 불고기를 좀 해봤어요!"
".......어"
"맛있게 먹어요.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서는 젓가락을 드는 하영이였다.
그런 하영의 모습을 보던 현섭은 방금 전 자신의 행동이 조금 심했다..
라고 싶어 사과를 하고 싶었으나,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삼켜낸다.
"있잖아요 현섭씨 오늘 무슨 일 있었는 지 알아요?!"
".........?"
"혁이네 bar에 가서 그 녀석이 새로 개발한 칵테일을 마셨는데요 너무 맛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이름도 붙여줬어요. 아이시테루....라고!"
"............"
"그리고 집에 왔는데, 옆 집에 누가 이사온 거예요! 그래서 봤더니! 저번에 병원까지 날 데려다 준 사람
그 사람 인 거 있죠? 깜짝 놀랬어요! 그 사람 의사구요, 저랑 동갑이래요!"
"............"
"그래서 친구 하기로 했어요! 잘했죠! 히히!"
"..............."
"무릎 다친 건, 그냥 현섭씨한테 전화 걸었다가 목소리 들어서 너무 좋았거든요
그래서 철 없게 촐랑 거리며 뛰어가다가 돌뿌리게 걸려서 넘어졌어요."
".............."
"그런데 하나도 안 아픈 거 있죠! 다른 때 같았으면 너무 아팠을 텐데!····
현섭씨 목소리 들은 걸로 너무 행복해서는 헤헤! 나 바보 같죠?"
"...................."
"앗! 또 시끄럽게 굴었다! 미안해요."
혼자서 떠들고 있다는 걸 이제서야 안 하영은,
묵묵히 밥을 먹고 있는 현섭에게 미안할 뿐이였다.
그러나 현섭은, 하영이 말 하는 내내, 기분이 상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너무나 더러워 져서, 마구 화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입을 열지 않았다.
"근데 있잖아요.."
"................."
"거추장스러워도, 당신 도시락 내가 싸면 안되요?"
"............."
"그냥, 해 보고 싶은데··· 역시 쫌..."
탁.
하영이 말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젓가락을 식탁에 거칠게 내려놓는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서는 하영을 바라본다.
"그만 좀 하지? 시끄러워서 밥을 먹을 수가 없잖아!!·······"
"아······"
"집에오면 편안한 감이 하나도 없어. 매일 이랬다 저랬다. 쫑알 거리는 너 때문에!"
"........."
"회사에 전화해서도 그게 뭐하는 거야? 사랑한다고? 니가 사랑을 알면 얼마나 알아서!"
".........고..곤란했어요?"
"곤란? 그 정도를 떠나서 굉장히 기분 더러웠거든?"
"....................!!!!!!!!!!"
"난 니 입에서 나오는 사랑한다는 둥, 좋아한다는 둥, 그런 말 다 가식으로밖에 안 들리니까
그런 말 이제 하지 마라."
".....현섭.....씨."
"어떻게 해야 니가 날 떠날래. 어?"
"........!!!!!!!!!"
"어떻게 해야 날 귀찮게 하지 않을 거냐고!!!!!!!!!!!!!!!!!!!!!"
현섭의 큰 소리에 하영은 그만 움찔 거리고 만다.
아무리 화가 나도 이렇게 큰 소리로 화를 낸 적이 없던 그였는데
이런 적은 없었는데.................
낯선 현섭의 모습에, 하영은 눈에 눈물이 잔뜩 고였다.
"이젠 니가 우는 거 보는 것도 지겹고! 뭐가 좋은 지 볼 때마다 웃고 있는 니 얼굴도 지겹고!!
니가 해주는 밥도 먹기 싫고! 그냥 너랑 있는 자체가 싫어!"
".............................."
"이 결혼도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했을 지 다 알잖아?!"
"........"
"나에게 필요한 건, 니가 아니라 자유였고, 너 같은 꼬마가 아니라 내 성적 욕구를 풀어줄 수 있는
관능적인 미인이였다고. 알아 듣겠어?"
".............."
"그래도 같이 살면 조금이나마 좋은 감정이 들꺼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이나 끝이나 똑같아!"
"..........난.."
"니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어. 어디든,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현섭....."
"알아듣겠냐?"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지만, 차가울 대로 차가워진 그 남자의 눈동자에 할 말을 잃었다.
정말 싫다는 눈빛, 내가 사라져 주길 바라는 눈빛, 나 같은 건 관심도 없다는 듯한 눈빛.
더 이상 아무런 말도.....할......수........없었다.
"하하....하하......혀..현섭씨......하.."
"....할말 있으면 해 봐."
".혀..현섭씨 많이 피곤했나보다...하..."
"아참, 그리고 말이지, 도시락. 거추장스럽다는 거 거짓말이였어."
그나마 거짓말이였다는 말에 하영은 희망을 갖고 그를 바라본다.
여전히 싸늘하게 식어져 있는 그의 눈동자를·····
"아니지, 어떻게 생각하면 맞는 말일 수도 있지, 니가 해준 도시락 들고 다니는 게
쪽팔리고 체면 깍일 것 같아서 꽤나 신경쓰이거든?"
"........!!!!!!!!"
"또, 도시락을 열었을 때, 사랑한다는 둥, 보고 싶다는 둥 그런 이상한 쪽지라도 있을까봐
난 그게 싫어서 열어보지도 않았어."
"............."
"회사에 가져간 것만 해도 대단한 거였지,"
"..........."
"불쌍해 보여서 들고 가긴 했는데, 도무지 쪽팔려서 보이기 조차 싫어서 버리듯 구석에
쳐 박아놨어."
"...........!!!!!!!!!!!!!!"
"이젠 알겠냐? 내가 널 얼마나 싫어하는지-"
응. 그래요 현섭씨.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당신이 날 얼마나 싫어하는지.
당신 말대로, 난 항상 그런 여자였군요····
그래도 너무 했다. 현섭씨.
오늘은 다이어리에 행복했던 날이라고 적으려 했단 말이예요.
그런데 이렇게 바보 같이..............
.........하........하..........
"먼저 잘게요. 잘자요 현섭씨"
힘들게 웃어주고서는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설거지라도 해야 할텐데····
도무지 거기에 서 있을 힘 조차 없을 것 같아서, 주저 앉아 울어 버릴 것 같아서···
"흑................"
울어버리고 만다. 또 울어버리고 말어.
바보 같이 주저 앉고 만다.
현섭씨의 심한 채찍질에도 버텨낼 거라고 마음 먹은 게
고작 몇 일도 가지 않아 매일 주저 앉고 만다.
그만 두고 싶다고 외쳐대도, 안된다는 심장때문에 어쩔 수가 없네
이렇게 아픈 말을 들어도,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니까···
이런 어리석고 바보 같은 심장아 그만......그만 두근 거리란 말이야!!!!!!!!!!
나도 당신같이 화를 낼 수 있었음 좋겠어.
나도 당신에게 그렇게 화를 낼 수 있었음 좋겠다고.
하지만 그게 안 되는 걸 어떻게.
나에게 모질게 대해서 당신에게 상처 입힐 수 없는 걸 어떻게!!!!!!!!!!!!!
"가식.....아니란.....흑흑.....말이야......사랑.....한다고.!!!!!"
떠날 수가 없다고, 당신 곁에서 멀어질 수가 없다고···
어린 아이 같아서 미안하다고, 당신이 원하던 여자가 아니라 미안하다고···
왜 그래요. 한번이라도 내 맘 조금만 알아달랬잖아요. 조금만..조금만!!
.....날 왜 그렇게 쳐 박아두는 거예요.
내가 이렇게 사랑한다고 외치는데도, 왜 두 귀를 막아요
왜 당신의 애꿎은 심장을 막냐구요!!!!!!!!!!
당신이 쳐 박아두었던 도시락은, 처량하게 혼자 밤을 보내야 겠죠
어쩜 그 도시락은 나의 전부를 걸었던 거 였을 지도 몰라요.
당신만큼이나 피곤에 쩔여 사는 나라구요.
그런데도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구요.
......그런 나였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래요.
.......왜 자꾸만 멀어지냐구요......
난 여기 있는데..............한 걸음 다가갔다고 생각하면
당신은 항상..........두 걸음 물러나버려.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쐐기를 박아버려.
........그러면 난 오늘도 숨을 쉬지 못해 허덕여야 해.
.............
.............
난 하루 하루 죽어가는 것 같아.
......당신의 사랑이 부족해서.
언제쯤 채워줄까 라는 그런 바보 같은 기다림도 이젠 지쳐가려해.
...............
.........
.........
당신은 내게 이렇게 모진말 내 뱉으면 안 되는 사람이잖아.
다른 사람은 다 손가락질 해도
내 편 들어줘야 하는 사람이잖아.
내 남자잖아.
........내..........남편이잖아.
난 당신 부인이라고!! 당신 와이프야.
그런데........
...............
.....내편은 못 되어줄 망정.
....................
.............적이 되어 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소설제목 : ●※※그를 혼자 사랑하다※※●
작가명 : 초절정진서방
E-mail : never-_-kyesang@hanmail.net
연재장소 : 새싹소설① -10대
총편수 : 총 82편 완결 (장편)
장르 : 로맨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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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터넷소설닷컴 (http://cafe.daum.net/youllso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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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진서방] ●※※그를 혼자 사랑하다※※● [ 01 - 10 ]
운영진)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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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513
06.01.22 16:38
댓글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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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요,,ㅠㅠ
너무 불쌍해 ㅠ^ㅠ
너무 슬퍼요.. 저 이거 읽는 동안 계속 울엇어요..ㅠㅠㅠ
아 봤던거지만 또 읽어도 또 슬프다 ㅠㅠ 내가 읽었던 소설 중 이게 젤 슬퍼
너무슬프다ㅠㅠㅠㅠ
불쌍해~~저런 남자는 죽어야 되-_-
아 진짜 눈물 콧물 나와서 옷 다 적셨어요.. 정말...
컴 앞에서 눈물 이 고여써요... 에잉 슬퍼라 우리 사랑하게해주세요 라고 골개적으로 외치는 커플도 있는데 이게 뭐람 현섭이라는 아줌씨... ^^
아 진짜 소설 보면서 이렇게 운적 처음이예요 ㅜ^ㅜ 자판기가 눈물 범벅..ㅜ^ㅜ
아..너무슬퍼요ㅠㅠ병아리....흑흑
다시봐도 너무 슬퍼요 ㅠㅠ
진짜 재미잇어요
봣던거지만 봐도봐도 너무 감동
이런거비슷한거봤는데 거기선 여자가 3년지나니깐웃음도잃구 어두워지던데 여기선 그나만 웃기라도하네요 ㅠㅠㅠ 나이거울면서봤어...슬프다 ㅠㅠㅠㅠㅠㅠ
어흑..ㅠ 슬퍼요..
완전 슬프다 .....아악 -ㅅ 욕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