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계를 딱히 말하자면, 적과 흑이 아닐까.
내 사랑은 죄가 되었고 이제 나는 벌을 받는다.
적과 흑
w.제발밥좀줘
" 당신은 소울메이트나 무슨 뭐 운명같은거.. 그런거..안 믿지? "
안 믿지가 뭐야 안 믿지가. 그냥 그런거 믿어? 이런 얘기두 아니고..
말을 끝내고 자신을 자책하며 후-하고 허공에 내뱉는 나의 숨에서
달큰한 레드 와인향이 느껴졌다.
은은한 붉은 조명 아래 나른한 몸을 이끌고 실크 소재의 금방이라도 벗겨져 버릴 듯한
분홍빛 속옷을 입고 그의 몸에 기대어 있는 나의 모습이 모텔 전신거울에 비춰지는 듯 했다.
" 음... 나는 딱히 그런거 믿고 그런거는 아닌데, 첫눈에 보고 어! 이 사람이다! 하면 나는
끌리고 그렇게 되더라. 이런것도 운명을 믿는건가? "
" 그럼 당신의 운명은 누구라고 생각해? "
내 말에 박힌 가시. 그렇다.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를 안고 사랑하고 느끼는건 나 혼자다.
혼자 이어가는 사랑에 지친 나는 그에게 종종 이런식으로 보채고는 한다.
남은 사랑의 찌꺼기라도 달라고. 5살 먹은 어린애처럼 가끔 속을 내보이고는 한다.
그럴때면 그 사람은 나를 가만히 내려다 보기만 한다.
키가 180이 훌쩍 넘는 사람이라 그는 항상 나를 내려다 보기만 할 뿐 절대로
눈높이를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나는 또 눈을 내리깐다. 마치 쓸데없는 것을 물어 본 사람마냥.
우리에게 달콤한 사랑따위는 없다. 아니 처음에는 있었지만 말이다.
현재 그의 아내가 그와 결혼을 한 뒤에도 우리의 만남은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불현듯 찾아온 딱 한가지의 변화.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항상 버릇처럼 말했다.
그녀가 있어야 할 자리는 나였다고.당신은 나를 더 사랑하고 나와 한 시간이 더 길고
나와 함께 있어야만 한다고.
그런데 그녀가 그 자리를 꿰차고 들어와 우리 사랑을 방해한다고.
그녀는 우리에게 방해꾼일 뿐이라고.
그렇게 말할 때 마다 그는 낮게 한숨을 내쉬거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나를 사랑한다거나 그녀를 사랑한다거나 하는 말을 꺼내지도 않는다.
그럴 때 마다 내 마음에는 불이나 목까지 타오르는 거 같다.
" 당신의 운명은 변함없겠지.. 안그래? "
그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나는 또 이렇게 혼자말로 스스로 자신을 다스린다.
오늘 그와 만나서 저녁을 하는 내내 들은 것은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얘기였다.
임신 4주째인데 어쩌고 저쩌고. 벌써부터 태동이 느껴진다니 어쩌고 저쩌고.
자질구레한 일들만 늘어놓는 바람에 나는 스테이크를 썰 던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 놓은 수 밖에 없었다.
당분간 항상 내가 바래왔던 그와 그녀의 이혼은 물거품이 된 거 같다.
그녀는 아이를 내세워 그와의 이혼을 거절 할 것이고, 그 또한 아이 때문에 이혼을 결정할 만큼
나를 끔찍히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다.
우리는 무슨 윤리와 이치를 따르는 사람 마냥 너무나도 익숙하게 식사를 마친 후 모텔에 들어왔다.
물론 우리 집으로 자주 가긴 했지만 이제는 우리집이 아니라 ' 내 집' 이 되어버린 곳이라
다시 그를 그 집으로 들여보낸다는 건 정말이지 눈물날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집'은 곧 '그와 나의 집.'이 그녀때문에 '내 집'이 되어버렸다.
그래. 그녀때문에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금이가고있었는데 그녀의 임신 소식으로
완전히 깨어진거 같았다.
그렇다. 나는 남들이 말하는 흔히 속된 말로 '내언녀'이다.
처음에는 연인이였다가 그가 갑작스럽게 결혼을 하는 바람에 나는 졸지에 '내언녀'가 되어버렸다.
세상사람들에게 들키는 순간 나는 '내언녀'로 평생 오명을 쓰고 살아가야 할 처지인 것이다.
그럼, 내가 먼저 그를 가졌더라면. 그가 떠날 수 없도록 결혼이라는 끈으로 단단히 메어두었다면,
그녀가 '내언녀'가 되었을까.
날마다 수십번이나 교차되는 이 생각에 끝에 항상 나오는 나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그저 피식,하고 퍼지는 나른한 웃음 소리일 뿐이다.
해답이 없다. 이제 그는 나의 남자가 아니다. 그녀의 남자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입버릇처럼 말한다.
당신은 내것이라고. 처음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훗날에도 그럴 것이라고.
" 당신 아이 보고싶다. "
정적을 깨고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와인잔을 들어보이며 성의없이 한 말에
그가 깜짝 놀라며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는 그저 왜?하고 희미하게 웃어보이며 찰랑이는 와인을 바라볼 뿐이였다.
그런 나에게 그가 웃으며
" 정말? "
하고 대답하는데 그 말을 믿는건지 아니면 믿고 싶은건지.
말투가 꽤 자신의 아이를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듯하다.
나는 그저 고개를 가뿐히 끄덕여 보이며 그의 눈을 바라보자 그의 눈이 조금 휘어지며
예쁘게 곡선을 그렸다.
" 태명이 뭐야? "
" 보배. 그냥 보배라고 지었어. 우리 와이프가 보배라고 하자고 해서. "
" 보배? 태명 이쁘네. "
" 응. 그래서 그냥 세상에 태어날 때도 보배라고 부를거야. "
" 그렇구나. 보배.. 이쁘네. "
나는 왜 당신 아이를 임신하지 않는 걸까. 이렇게 많이 사랑을 속삭이고 수차례
당신의 몸이 들어왔지만 나는 왜 그녀처럼 가뿐히 아이를 임신하지 않을까.
물론 당신이 콘돔을 끼고 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끼지않고도 할 때도 있었으므로.
문득 든 생각에 나는 절로 코웃음이 쳐졌다.
" 이렇게 당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참 행복해보이는거 같아. "
" 응? "
" 이렇게 말이지.. 고개를 삐딱하게..하고서 당신을 바라보면.. 그러면 당신은..
조금 기울어져 보여서 참 행복해 보이는 거 같아. "
" 그게 무슨말이야? "
" 이혁서씨. 이해 못하면 그냥 술김에 한 말이라고 쳐둬. "
그는 조용히 웃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한 아이의 아빠이고 한 가정의 가장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그의 말투,그의 행동, 그의 표정, 그의 모든것이 그대로인데.
조금 슬프네. 변하지 않을 거 같은 사람이 내가 모르는 사이 변해버렸고,
변함없던 우리의 사랑마저 당신때문에 변질 되어버렸으니까. 나는 내언녀로 전락해버렸고,
우리는 이제 숨죽이며 남몰래 사랑을 해야겠지.
꼭 한 여름에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에 걸려버려
마스크를 껴야만 하는 상황에 온 거 같아. 지금 나는 두꺼운 마스크를 낀 사람처럼
당신을 볼 때 마다 하나하나씩 변화되는 우리의 사랑을 볼때 마다 조금씩 무너져가는 나를
볼때마다 답답하고 미칠 거 같아.
이 마스크 좀 벗겨줄수는 없겠어?
*
나의 직업은 인터넷 쇼핑몰 사장.나는 30대 초반인데도 불구하고
아줌마들과 내 또래의 여성들을 공략하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그저 갓 20대들이 하는 쇼핑몰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로 조금 다른 가격으로 승부하다 보니
어느새 단골들이 꽤 늘어나 있는 상태이다.
요즘 유행한다는 신상품들을 내 놓은지 보름도 채 되지 않아 거의 70%가 품절행 기차를 탔다.
그렇기때문에 다시 재고를 해야되는 상황이라 재고할 수 있는 상품들을 최대한 다시 재고하기 위해
요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제는 꽤 넓어진 사무실에 붙들려 하루종일 전화기와 컴퓨터만 만지작 거리면
어느샌가 내 눈과 귀는 피로에 지쳐있다. 나보다는 어린 20대 초반인 직원들은 아직 조금
기운이 있는지 여기저기 재고품들을 정리하고 주문상품을 포장하고 분주해보였다.
나는 조금 쉴 틈을 노려 사무실을 나와 자판기 커피를 하나 뽑아들었다.
그리고 요새 열어보지도 못한 휴대폰을 열어보니 역시 그의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들어와있다.
안부를 묻는 것과 저녁에 만나자는 문자와 두건의 부재중전화.
그에게 답을 하기 위해 통화버튼을 누르고 지루한 신호음을 기다렸다.
신호음이 세번 정도 가자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동시에 끊어진 전화.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는데 갑자기 가시돋힌듯 신경질이
마구 뻗어져 나왔다.
물론, 이 사람도 바쁠 것이다. 요즘 불경기라 그런지 그는 내내 바빠보였다.
그런 바쁜 틈에도 나에게 연락을 하다니. 조금 의외인데.
우리가 사랑한지는 10년이 넘었다. 그 중에서 3년은 나의 짝사랑. 길고 긴 짝사랑이 결실을 맺은
순간은 7년 전 2월 14일. 눈이 내리는 발렌타인 데이날.
초콜렛을 주었는데 그의 표정이 꽤 밝아보였다. 든든해진 마음을 안고 돌아오는데
그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대학교 선후배사이가 아닌, 그저 친한 오빠동생 사이가 아닌,
연인이 되자고. 그렇게 말하는데 하늘에서는 눈이 내렸다. 우리 사랑을 축복해주는 신의 은총처럼
여겨졌는데. 꼭 7년 뒤 2월 14일인 지금 흩날리는 것은 눈이 아닌 비다.
2월 달의 눈과 비라.
꼭 우리의 사랑이 변한 것 처럼 모든 것이 변한 거 같아 보였다.
오늘 저녁에는 시간을 비우도록 노력하겠다는 말과 문자를 보면 전화를 해달라는
말을 적은 뒤 나는 확인 버튼을 눌렀다.
문자가 전송되고도 난 뒤에도 나는 한참이나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다.
어느새 자판기 커피는 조금씩 바닥이 나고 조금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려는데
많은 재고 상품들을 한가득 들고 사무실로 향하는 직원과 마주쳤다.
임도현이라는 26살의 일 잘하는 청년이다.
품에 잔뜩 재고상품을 안고 있는 그와 마주쳐서 나는 할 수 없이 흐물거리는 팔로
그의 품에 안긴 재고상품 몇개를 내 품에 안았다.
" 어이구 감사합니다 "
26살 답지 않게 어리고 훌륭한 외모는 나의 귀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사무실 안에서도 꽤 소문나있는 분위기 메이커라 몇 되지 않은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청년이다.
항상 나를 잘 도와주고 일도 척척 잘 해내고 이상한 걸로 트짐을 잡아 바가지를 씌우려는
몇 안되는 고객들에게도 상냥한 말투와 애교스러운 웃음으로 친절하기로 입소문이 나있다.
거기다 얼굴까지 훌륭하고 키도 크니 인기는 두말할 것도 없다.
" 사장님 "
이제 겨겨우 재고 상품들의 물량을 맞추고 하는 일을 마친 나에게 다가오는 도현.
나는 모니터를 끄고 그를 바라보며 응?하고 물었다.
그는 조금 머뭇거리더니 이내 환하게 웃어보이며
" 저녁식사 아직 안하셨죠? 저도 안 했는데 괜찮으시면 우리 같이 해요 "
뜻밖의 말에 나는 휴대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벌써 9시를 향해 있었다.
저녁을 먹기에는 늦은 시간이지만 점심도 대충 때운 지라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리라.
그에게는 여전히 문자 답이 오지 않은 상태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백을 들었다.
" 좋지 뭐. 배고프던 참이였는데. 도현씨 뭐 아는데 없어? "
" 아는데는 많죠~ 사장님과 저녁식사니까 분위가 좋은곳으로 모시겠습니다~ "
귀여운 애교까지 부리며 신난다는듯 손뼉을 짝하고 쳐보이는 도현을 보며
나는 그저 피식하고 웃을 뿐이였다.
" 밖에 나가서는 사장님이라고 부르지마. 그냥 누나라고 불러. "
" 에에- 그래도 사장님께 어떻게.. "
" 내가 너에게 사장이라고 들을 만큼 늙어보이니? 그냥 누나라고 불러도돼.
나 아직 안 죽었어! "
" 예예~ 누나! "
말도 안되는 매너와 애교를 부리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와 그의 차에 올라탔다.
물론 내 차도 있었지만 이왕이면 매너있게 모시겠다면서 자신의 차로 나를 끌고 오는 도현덕분에
나는 그의 옆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새 비는 멈추고 새큼한 비 냄새만이 온 세상을 적시는 거 같았다.
여전히 그에게서는 답이 없었고 나는 그저 이런 사실을 잊기 위해 담담한 척
도현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7년전 이날에는 7년 후의 내 모습이 이럴리라고는 상상 조차 못했으니까.
입 안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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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조아용굳뜨!
감사합니당~!!
★내연녀 아닌가여?;;;...움ㅋㅋ저도 잘 모르겟지만;;ㅎㅎㅎㅎ그래두 너무 재밌어요..*_*근데 여주가 좀 불쌍하네요..ㅠㅠ남주도 너무 나쁜 듯..ㅠㅠ그래서 재밌찌만,ㅎㅎ다음편두 기다릴꼐여,ㅎㅎㅎ
아,오타가있었군요ㅎㅎ;오타지적감사합니다~
너무 재밌어요..담편도 너무 기대되고요..건필요~ㅎㅎ..
감사합니다~ㅎㅎ다음편은 지금쯤 위에 가시면 있으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