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2시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리츠칼튼 컨트리 클럽. 골프장이 쉬는 날을 이용해 SBS 특별기획드라마 <라이벌>(음악듣기) 촬영이 한창이었다.
<라이벌>은 이정길·박원숙 부부의 입양 딸이면서 프로골퍼인 채연(김민정)과 훗날 이정길의 친딸임이 밝혀지는 다인(소유진) 사이의 첨예한 갈등이 빠르게 전개되면서 최근 시청률 30%대를 넘기고 있다. 다인의 수호천사 우혁(김재원), 그리고 채연·다인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터프가이 태훈(김주혁) 등 주인공 4인방의 통통 튀는 연기로 젊은층을 사로잡고 있다.
스태프들이 촬영을 위해 세팅을 하는 사이 소유진 김재원 김민정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작진이 모습을 드러내며 17∼18일 방영분 시청률 얘기를 꺼내자 쪼르르 달려와 기록표를 유심히 살폈다.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며 즐거워했다. 밤샘 촬영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한 만큼 보람도 큰 모양이다.
잠시 후 김주혁까지 가세, 주인공 4명이 모두 모였다. 탁 트인 공간에서 산들바람을 맞으며 이어진 유쾌한 현장 토크.
"극중 캐릭터와 가장 닮지 않은 사람이 누구예요?" 기자의 질문에 소유진이 대뜸 "김주혁오빠요. 김가식이에요"라고 말하자 두 사람은 "맞다"며 손뼉을 쳤고, 김주혁은 얼굴이 빨개졌다.
"주혁오빠가 가장 유머러스하고 재미있어요. 극중에서는 꽤 무게잡잖아요. 그런데 촬영장에서 만나면 '민정아 안녕∼'(어린아이 목소리로)이라고 인사해요. 그럼 다 뒤집어져요."
"그런데 주혁오빠 너무 멋있지 않나요. 주혁오빠 대본을 보면 사실 너무 느끼한데 화면에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어요. 그만큼 연기를 잘한다는 증거죠. 전 주혁오빠가 너무 멋있고 좋아요. 배우는 점도 많아요."
김민정이 김주혁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자 김주혁은 "음, 이제 제 차례인가요. 민정이는 집중력이 강하고, 시청자들을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대단한 연기자죠"라고 맞받았다.
"채연이 일방적으로 태훈을 따라다니는데, 지겹지 않나요?"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현실이라면 절대 얼굴 안 보죠"라고 김주혁이 숨도 안 쉬고 받아치자 김민정이 "으악∼" 소리를 냈다. 그러고는 덧붙인 한마디. "극중 채연이 그렇다는 거지? 나도 대본을 보면 가끔씩 채연이 싫어."
조금은 미안했는지 김주혁은 "채연이가 왜 그러는지, 4회 때 친딸이 아니라는 암시가 있었잖아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쓰럽죠"라며 김민정을 감쌌다.
"<라이벌>은 형식적으로 악역과 착한 역이 구분돼 있지만 사실 저마다 속사정이 있어요. 그래서 더 재미있고요. 제가 착한 역이지만 채연이보다 더 영악할 때도 있어요. 착하다고 무조건 참고 당하기만 하는 다인이가 아니거든요"하고 소유진도 거들었다.
말없이 계속 미소만 짓던 김재원이 "MBC 새 드라마 <내사랑 콩쥐>와 겹치기라 힘들겠다"는 기자의 말에 "어제 2회분 촬영을 했다"고 운을 떼는 순간, 소유진이 "여기는 SBS 촬영장입니다"며 끼어들었다. 머쓱해진 김재원.
"1주일에 3∼4일은 골프장에서 촬영해요. 그 김에 골프를 배우고 있어요. 폼은 훌륭하다는데, 실력은 아직 멀었어요. 그런데 골프의 매력은 벌써 깨달았죠."
소유진이 골프예찬론을 펴자 김재원이 "나는 골프 재미있는 줄 모르겠던데, 야구방망이만 들고 다녀서 그런가"하며 바람을 뺐다. 태권도 복싱 등 격투기는 물론 구기종목에도 탁월한 실력을 갖춘 아마추어 스포츠맨 김재원은 "사실 요즘은 운동이 싫어요. 잠자는 운동만 하면 원이 없겠어요"하며 또 한번 '살인미소'를 지었다.
"김재원씨와는 아직도 존댓말을 쓰는데, 왜 살인미소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알겠어요. 정말 웃는 모습이 근사해요. 순수한 것 같고."
김민정의 칭찬에 "김민정씨는 연기 욕심이 대단한 것 같아요. 연기 대선배님이시잖아요"라고 김재원이 화답한다. 김주혁은 "민정이가 악역을 하다보니 눈을 크게 뜨고 분노하는 장면이 많잖아요. 가뜩이나 큰 눈인데 무서워요. 주변에서는 '그러다 눈 돌아가겠다'며 놀려요"라고 덧붙였다.
촬영준비가 끝났다는 스태프의 말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 주인공 4명. 풋풋하고 싱그러웠다. 일에 대한 욕심도 남달랐다.
라이벌이 누구냐는 마지막 질문에 일제히 "저 자신인데요"라고 합창했다. 마음이 이렇듯 잘 맞으니 드라마도 인기를 끄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