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토씨 하나에 엄청난 의미전달의 다름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말 조심하라는 격언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 조직의 리더들은 정말로 말 조심해야 한다. 말 자신이 없으면 종이에 써 가서 말해야 한다. 그래야 실수가 없다. 다른 것은 주어 담을 수 있지만 물과 말은 그렇지 못하니까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 못지않게 요즘 세상의 주목을 받는 인물들이 스포츠 인물들이다. 특히 요즘 전세계에서 가장 핫하고 가장 영향력이 있다는 영국 프로축구 그러니까 프리미어리그의 감독과 선수들의 인터뷰가 세인들이 관심을 끄는 것은 그들의 영향력이 대단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들이 종이에 인터뷰할 내용을 적어 발표하는 형식을 빌면 조금 격이 떨어지고 모양새가 좋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서양에서 인물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의 말하는 솜씨 즉 언어적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유럽의 대규모 프로축구리그에서는 경기전과 경기후에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른바 바둑의 복기하는 기회를 준다. 그것이 전통이다. 그들의 경기를 지켜본 관객들을 위해 일종의 팬서비스이다. 대부분 감독과 그 경기의 스타플레이어들이 등장한다.그래서 그들은 오랜 전통으로인해 자신이 경기에 임하기 전에 관객들에게 전할 말과 경기후에 전할 말들을 이미 숙지해 놓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 시간으로 2023년 9월 30일 밤과 10월 1일 새벽사이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여러 경기가 열렸다. 한국 선수들 그러니까 손흥민 선수와 황희찬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였다. 손흥민선수가 소속된 토트넘은 최대 라이벌팀인 리버풀과의 경기를 벌이고 황희찬선수가 포함된 울버햄튼은 잉글랜드리그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대단하다는 맨시티와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토트넘과 리버풀의 경기에 관심이 있지 맨시티와 올버햄튼과의 대결은 관심밖이었을 것이다. 토트넘과 리버풀과의 경기는 상위권 순위다툼의 중요한 경기이자 손흥민선수와 리버풀 클롭감독과의 일화로 이미 경기전부터 심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었다. 적수가 없는 무적함대 맨시티와 강등권순번에 몰린 울버햄튼과의 경기는 그야말로 하나마나하는 그런 경기임에 틀림이 없었다. 울버햄튼에게는 대단히 죄송하고 황희찬선수에게도 미안한 소리지만 말이다.
그런데 요상하게도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경기 전날 인터뷰가 구설에 올랐다. 경기전 의례적인 기자 인터뷰에서 기자가 울버햄튼의 선수들 가운데 경계해야 할 선수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펩감독은 솔직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했다. 대놓고 경계할 선수가 없다고 하기는 뭐하니 생각나는 데로 이 선수 저 선수 그리고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간혹 골을 넣는 아시아 변방의 선수 아 그가 코리안이이까 코리안 가이라고 표현했다. 영어에서 가이라는 표현은 그 친구 그 녀석 그런 말이다. 예를 들면 톰과 제리는 기억나는 데 그외에 별 기억이 없으면 톰엔 제리 어나더 가이라고 표현한다. 그냥 그런 친구라는 표현이다. 펩 감독은 코리안 가이라고 표현했다. 손흥민 선수때문에 코리안은 기억나는데 이름을 몰랐던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어떻게 대단한 세계 최고 구단의 감독이 일개 강등권에 놓인 구단 그리고 그 구단에서 아시아변방인 코리아에서 건너온 황희찬을 알리가 있겠는가. 그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것이 경기전에도 여러 이야기를 낳았다. 펩 감독이 상대 팀을 얼마나 우습게 생각했으면 그 팀의 공격수 그리고 이번 시즌 득점순위 5위인 선수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까 하는 것이었다.
펩 감독은 애당초 울버햄튼은 관심밖이었다. 기라성같은 세계적 스타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리그 우승뿐 아니라 챔피언스 리그등 3관왕을 당연히 차지하리라는 욕심에 놓여 있는데 리그 강등권 가능성 팀에 그것도 아시아 변방 출신에 경기력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황희찬 선수의 이름을 기억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코리안 가이라는 표현은 좀 과했다는 지적이다. 시중잡배들의 모임도 아니고 나름 여러 검증을 거쳐 스카웃해온 선수의 이름을 기억못할 지 모르지만 그래도 코리안출신 축구선수정도의 표현을 해주어야 했을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가이라는 것은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아주 친하면 친숙한 표현이지만 모르는 사이에는 그냥 그렇고 무시해도 되는 그런 인물의 표현이라는 것을 펩 감독이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얄궂게도 천하의 맨시티의 발목을 잡은 것이 바로 코리안 가이였다. 상상도 못한 패배를 안긴 것이 바로 코리안 가이였던 것이다. 날고 기고 펄펄 승천하는 홀란드도 골이 없는데 코리안 가이는 결승골을 넣은 것이다. 페널틱 킥도 아닌 필드 골이다. 펩 감독의 얼굴이 사색이 된 것은 당연하다. 결국 맨시티는 패배한다. 철저하게 코리안 가이에 의해서이다. 바로 전날 그 코리안 가이라는 무시하듯한 그 선수의 발끝에 맨시티는 무릎을 꿇은 것이다. 이번 시즌 들어 첫 패배이다. 그 패배를 그 이름도 알지 못한 코리안 가이에게 당한 것이다.
사실 구단 맨시티와 울버햄튼은 여러면에서 차이가 난다. 맨시티는 중동자본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최초로 점령한 구단이다. 아랍에미리트의 세계 거대 갑부 만수르가 바로 맨시티의 구단주이다. 그야말로 돈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은 주어모았다. 지금 세계적 축구스타인 노르웨이의 홀란드와 벨기에의 케빈 더 브라이너 등등 듣기만 해도 엄청난 다국적군의 집합소가 바로 맨시티이다.하지만 울버햄튼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울버햄튼은 1877년 울버햄프턴에 있던 교회의 두 신부가 만든 축구팀이 그 원조이다. 구단의 재정난으로 엄청난 선수들을 영입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축구에 열정과 투지를 가진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당연히 맨시티처럼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영입해 지금의 난공불락을 만든 구단과는 애초부터 차이가 너무도 많은 구단이다. 그래서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전에 역공을 받아 무너지고 마는 것이 바로 울버햄튼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축구에 대한 자존심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지핀 것이 바로 맨시티의 펨 감독이었다. 울버햄튼 선수들은 코리안 가이라는 그 표현을 인종차별이라 여겼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대단한 선수출신이며 바르셀로나 감독을 비롯해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 감독을 거쳐 지금의 맨시티 감독까지 승승장구하는 펨감독에 대한 응어리진 축구의 혼이 만든 것이 바로 이번 맨시티와 울버햄튼 간의 경기였다. 축구공은 둥글다. 그래서 기적도 일어나고 상상하지 못한 결과도 도출된다고 한다. 축구공앞에서 누구나 겸손해야 한다는 말이 그래서 존재한다.
2023년 10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