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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닥복닥 흥성흥성, 문화를 팝니다!
서울 지하철역 주변 플리마켓
남하하는 가을을 숨가쁘게 좇기도, 겨울을 맞기도 어정쩡한 계절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지하철역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골목 귀퉁이에서 한바탕 난장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까이 두고도 몰랐던 플리마켓 4곳을 소개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이색 아이템을 보물찾기하듯 뒤지는 재미는 필수, 문화와 감성 쇼핑은 덤이다.
쇠락한 재래시장이 생활예술가들의 아지트로, 연남동 동진시장
“주의! 망설이다 들어오세요. 들어오면 반합니다.”
‘핫’한 상점들이 오밀조밀 모인 연남동 골목에 들어서면 수상한 팻말이 걸음을 붙든다. 열에 아홉은 멈칫거리고, 팻말을 따라 들어선 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골목 안의 또 다른 골목, 동진시장의 흔한 풍경이다. 평소에는 텅 빈 창고 같지만 플리마켓이 열리는 금요일(오후 5시~9시)과 주말(오후 1시~7시)이면 북새통을 이룬다.
동진시장 입구. 9개의 입구마다 카페, 식당, 술집이 빙 둘러섰다.
45년 전쯤 문을 연 동진시장은 20여 년 전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14년 봄, 폐허가 된 동네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주인공은 수공예 생산자들의 모임인 ‘모자란협동조합’이다. 100% 손노동의 가치를 내걸고 젊은 감각을 덧입혔다. 이곳의 매력은 공간 자체가 주는 특유의 분위기다. 재래시장 느낌을 살린 노란 조명, 주워온 널빤지로 만든 좌판, 직물로 짠 샹들리에까지 낡은 듯 멋스럽다. 물을 길어 올리던 펌프도, 50년 된 ‘불조심’ 팻말도, 피부미용 마사지 간판도 그대로다.
재래시장 냄새가 물씬 나는 플리마켓 현장
매주 바뀌는 30여 개의 좌판에는 핸드메이드 제품들이 주르륵 깔린다. 온갖 액세서리부터 수제 초콜릿과 비누, 독특한 무늬의 천가방과 파우치, 향수, 직접 말린 꽃을 수놓은 엽서 등 지갑을 열게 만드는 물건이 차고 넘친다. 평일에도 문을 여는 ‘덤스터’는 동진시장 플리마켓의 터줏대감이다. 쌈지 아트 디렉터로 활동했던 안데스 작가가 운영하는 헌옷 가게로, 100% 기증 받은 옷만 판매한다. 기증자의 이름과 직업, 거주지를 적어놓은 옷 라벨이 흥미롭다. 명품이나 신상 옷도 있으니 눈을 크게 뜨고 뒤져볼 것!
[왼쪽/오른쪽]기분 좋은 흥정이 오가는 좌판 / 트렌디한 감성의 패션 소품들
시장 밖에서는 느린 골목 산책을 권한다. ‘플레이스막’(
)에서는 이따금 공연이나 전시를 연다. 그림책 전문 서점인 ‘책방 피노키오’(070-4025-9186), 동남아와 일본 등지의 이국적인 소품이 가득한 ‘천가계 바람’(02-334-9245)도 골목 여행자의 발길을 끈다. ‘커피상점 이심’(070-4235-5050), 홍차와 마카롱 전문 카페 ‘실론살롱’(070-8742-3310)이 지척이라 느긋하게 티타임을 즐기기 좋다.
[왼쪽/오른쪽]‘천가계 바람’ 입구 / ‘이심’의 터키식 커피
친환경 먹거리 다 모여라! 마르쉐@혜화
매달 둘째 주 일요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유쾌한 소동이 벌어진다. 소란의 진원지는 전국의 농부와 요리사, 수공예가 60~70개 팀을 불러모은 마르쉐@혜화. ‘마르쉐@’는 장터를 뜻하는 프랑스어 ‘marché’와 장소를 나타내는 전치사 ‘at(@)’의 합성어로, 2012년에 시작된 신종 플리마켓이다. 명동성당, 양재 시민의 숲에도 문을 열었다.
마르쉐에는 소규모로 재배한 친환경 식재료부터 홈메이드 잼, 빵, 소스, 건강하게 배를 채워줄 요리까지 믿음직한 먹거리가 천지다. 참여팀의 선정 기준은 까다롭지만 명쾌하다. 유기농 인증서 한 장보다 어떤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어떤 재료로 만드는지에 중점을 둔다. 여기에 현장 원칙이 뒤따른다. 생산자가 소비자를 직접 만나 대화의 장을 이룰 것!
[왼쪽/오른쪽]마로니에공원을 가득 메운 좌판 / 못생겨도 신선한 유기농 채소
오전 11시. 장을 열자마자 몇몇 좌판에 긴 줄이 늘어섰다. 독보적인 인기를 누린 메뉴는 ‘달키친’의 곡물채소버거. ‘sweet studio DAL D’의 당근케이크와 사과카스텔라, 프랑스 시어머니 레시피로 만든 수제햄인 ‘말마햄’도 불티나게 팔린다. 오디수수와플, 찰강냉이범벅 등 지역 특산물로 만든 간식도 눈에 띈다. 참고로 마르쉐에서는 일회용품 대신 텀블러나 개인 식기 사용을 권장한다. 미처 챙겨오지 못했다면 보증금을 내고 식기류를 빌려 쓸 수 있다.
오후 1시. 폐장까지 3시간이 남았지만 ‘완판’을 외치는 코너가 속속 생겨난다. 보온병까지 챙겨왔건만 ‘트레블러's bar’의 인도 짜이는 입에 대지도 못했다. 세계 여행을 다니며 맛본 음료를 직접 만들어 파는데, 쌉싸름한 라임모히또가 주력 메뉴다.
[왼쪽/오른쪽]약 15가지의 곡물, 제철 채소로 만든 달버거 패티 / 제철 사과로 만든 카스텔라
세계 각국의 음료를 맛볼 수 있는 ‘트레블러's bar’
장터 곳곳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수공예품도 가득하다. 밤껍질로 염색한 스카프, 열매로 장식한 리스, 말총으로 만든 차거름망이 특히 눈에 띈다. 은곡 이규석 작가의 통원목 도마는 주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회적 기업 ‘문화로 놀이짱’도 주목할 만하다. 이날은 자투리 나무로 만든 트레이와 냄비받침을 선보였다. 버려지는 목재로 뚝딱뚝딱 생활소품을 만들어내는 발상이 흥미롭다.
[왼쪽/오른쪽]침대맡에 걸어두고픈 열매 리스 / 문화로 놀이짱
미술관 앞마당에 풀어헤친 예술 난장, 서울예술재단 아트플리마켓
‘성곡미술관 가는 길’로 잘 알려진 경희궁 뒷길에 최근 새로운 문화 공간이 속속 문을 열었다. 지난 4월 성곡미술관 곁에 개관한 서울예술재단도 그중 하나. 개인 사택을 임대해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하고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수영장 딸린 정원이 펼쳐진다. 매주 화요일(오전 11시~오후 3시)이면 40여 개의 좌판이 정원을 따라 늘어선다. 평일이라 점심을 먹고 배 두드리며 들른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아이 손잡고 나온 동네 주민, 여자친구 선물을 고르는 젊은 남자도 간간이 눈에 띈다.
[왼쪽/오른쪽]서울예술재단 입구 / 조각품과 수영장이 어울린 정원
주말에 열리는 길거리 마켓처럼 왁자지껄한 맛은 덜한 편. 그보다 미술관 플리마켓답게 톡톡 튀는 아이템이 차고 넘친다. 가죽반지, 아트 넥타이, 정성스레 물들인 스카프, 방향제, LED 화분 등 저마다 개성 넘치는 좌판을 서성이다 보면 선물하고 싶은 이들이 절로 떠오른다. 작가가 직접 나서 판화나 드로잉 작품, 손수 그린 티셔츠를 팔기도 한다. 손수 만든 잼과 달달한 쿠키 등 간식거리도 많아 야금야금 맛보는 시간마저 즐겁다. 2층 전시실에서 다양한 장르의 기획전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왼쪽/오른쪽]각양각색 천연 비누 / 앙금 플라워 쿠키와 샌드위치를 선보인 자매 셀러
오후 3시면 셀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미술관 안팎은 다시 한적함을 되찾는다. 조용한 시간을 틈타 경희궁길 산책에 나서보자. 맞은편 ‘커피스트’(02-773-5555)에서 멀미가 일 정도로 커피 향이 밀려든다. 성곡미술관(02-737-7650)이 코앞이니 정원 속 찻집에서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해도 좋겠다.
성곡미술관 찻집
여행정보
첫댓글 바쁘다 바뻐........울 총무님.................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