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차례 영남알프스를 종주한 바 금년에는 그냥 넘어가자고 했더니, 혹시 모르니까 시간 나는대로 한 곳씩 찾아보자는 친구의 말에 다시 진행해 보기로 하고 그 첫 번째로 고헌산을 오르기로 한다. 고헌산만 오르기에는 너무 짧으니까 같은 낙동정맥 상에 있는 백운산, 그리고 호미지맥이 시작되는 삼강봉을 더불어 가보기로 한다.
겸하여 지난 번 백운산에 오를 때 찾아보지 못한 김유신장군기도굴도 찾아보고...
외항재(와항재라고도 한다)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외항재는 상북면 덕현리에서 소호리로 넘어가는 약 550m 높이의 고개로 고헌산 정상에 오르기에는 가장 편한 곳이다.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인증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산인들이 늘어나면서 짧은 산행을 선호하는 동호인들이 많이 이용하게 된 들머리이다.
들머리에서 들어서니 활짝 핀 진달래가 반겨 주는 듯하고,
바로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되는데 지난 해 없던 나무계단이 놓여 있다.
멋진 휴식처를 지나,
너덜길을 오르면서 조망이 서서히 트이기 시작한다.
오르며 돌아보니 문복산(지난해까지 영남알프스 9봉 인증 대상이었으나 금년부터 제외되었다)과 드린바위, 그리고 서담골봉이 흐릿하게 보이고,
진행방향으로는 서봉이 가까와 보인다.
다시 뒤돌아 보면 문복산 좌측으로 가지산과 상운산, 그리고 쌍두봉도 보이고...
그런 가운데 멋진 호랑버들도 감상하고,
고헌산 정상을 바라보면서 서봉부터 먼저 오른다.
오르면서 계속 따라오는 듯한 가지산과,
문복산.
미세먼지 탓에 제법 흐리다.
돌탑 수는 지난 해에 비해 늘었네.
고헌서봉.
서봉에서도 사방으로 시야가 트인다.
영남알프스 상의 우측 가지산과, 그 너머 중앙에 천황산, 재약산, 그리고 좌측으로 능동산과 오두산, 배니봉, 간월산이 눈에 들어오고,
살짝 좌측으로 시야를 돌리면 신불산도 보인다.
진행방향으로 보이는 고헌산 정상.
고헌 정상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데다 나무계단이 놓여 있어 걷기에 편하다. 군데군데 진달래도 피어 있고...
지나온 서봉.
정상이 보이는데 인증객들로 인해 바글바글하다.
고헌산 역시 사방으로 조망이 확 트인 멋진 곳이지만 봄철이면 성행하는 그놈의 미세먼지 탓에 기대만큼의 모습은 보여주질 못하네!
재약, 천황, 가지, 운문, 상운산.
오두산, 능동산,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고헌산.
영남알프스의 8위 봉인 고헌산은 동국여지승람 언양현 산천조에 '언양 북쪽 10리에 있으머 고을의 진산이다.'고 기록되어 있다. 옛 언양현의 진산인 고헌산은 '높은 산'을 뜻하는 고언산, 고언뫼로 불렸다. 고헌산은 울주군 상북면과 언양읍, 두서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높은 산으로 가뭄이 들면 산 정상에 있는 용샘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던 곳이다. 산 정상의 옛 성터와 억새군락, 장쾌하게 이어지는 전망이 볼거리이다.
대기중인 산객들이 많아 옆에서 가볍게 인증을 하고,
동봉으로 향한다.
소나무에 핀 진달래(?).
좌우가 전부 진달래군락지인데 아직 봉오리조차 맺지 않은 나무가 많았다.
동봉에 있는 산불감시초소.
우측에 보이는 고운산.
돌조각에 동봉이라고 써 놓았다.
쓰다듬어주고 싶도록 예쁘게 핀 호랑버들.
동봉에서 바라 본 백운산과 삼강봉.
지나온 고헌산과 중앙의 문복산과 서담골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백운산을 향하여 동봉을 내려서는데,
우와!
활짝 핀 진달래가 내려가는 동안 좌우에서 호위를 해주는 듯 줄을 이어서 따라오네!
정말이지 너무 아름다워 내내 탄성을 금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에 만족해서야 어찌 진달래를 보았다 할 수 있으랴!
대성사를 지나는데 조그만 암자였다.
소호령을 지나 임도를 계속 따라간다.
패러글라이딩을 위한 곰돌이 활공장도 지나고...
목책이 있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산길로 들어선다.
지금부터 백운산까지는 계속 오름길.
곳곳에서 노랑제비꽃을 보았는데 나무사이로 핀 꽃이 괜찮아보여서...
백운산 오름길의 좌우 숲들은 마치 흐트러진 방처럼 뭔가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백운산 도착.
울산 울주군 두서면에 위치한 893m의 산으로 신라 때는 열박산(咽薄山)으로도 불렀다. 신령한 산으로 신라의 김유신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무예를 닦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백운산에는 태화강 최장거리 발원지인 탑골샘이 있다.
황폐해진 산림을 회복하기 위해 소나무를 많이 심어 놓았는데 곳곳에서 말라죽은 어린 소나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물어서 그런지 몰라도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멋진 조망처가 나타났다. 삼강봉이 보인다.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우측은 천마산. 2년 전에 저곳을 거쳐 탑골샘을 지나 이곳 백운산을 오른 적이 있다.
서봉과 가지산, 문복산.
조망처에서 내려와 김유신장군기도굴로 내려간다.
60m정도 내려가니 김유신기도굴이 나타났다.
김유신 장군이 삼국통일을 염원하며 기도했다고 알려진 곳이지만 어떻게 알려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네.
안에서 내다 본 모습.
다시 능선으로 올라가 삼강봉으로 향한다.
백운산을 지나서부터는 문복산을 좌측에 두고 계속 따라가는 듯한 모습.
삼강봉이 지척에 다가섰다. 뒤는 853봉.
두 번째 조망처에서 암릉구간을 내려서는데,
다시 신천지가 나타난 듯한 광경이 연속해서 펼쳐진다.
고헌 동봉을 내려올 때 본 것 보다 더 화사하고 멋진 진달래가 능선을 따라 한동안 이어지는데 꽃가마를 탄 것보다 더한 꽃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지루하게만 생각했던 오늘 산행이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되었던 것이다.
색깔도 너무나 선명하니 단순히 화사하다는 표현으로는 이 느낌을 도저히 나타낼 수가 없을 정도.
절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한동안 진달래에 취해 문자그대로 황홀경을 헤매다가,
삼강봉(三江峰)에 올라섰다.
삼강봉은 호미기맥의 분기점이다. 삼강봉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지세를 따라 울산 태화강, 경주 형산강, 그리고 낙동강으로 갈라진다고 하여 삼강봉이라 부른다고...
삼강봉을 지나서도 꽃길은 이어지고...
낙옆이 수북한 곳도 지나간다.
다시 좌측을 돌아보면 문복산이 아직까지 따라오고...
선바위도 지나고,
쩍바위(?)도 지난다.
쩍 갈라져서 그렇다나...
다시 꽃길을 지나,
소호고개에 도착했다. 곧 이어가면 낙동정맥길.
좌측 임도를 따라가지 않고 바로 계곡으로 내려선다.
계곡에는 물이 거의 없이 말라있고 길은 제법 거칠다.
사람이 많이 안 다닌 듯...
태종잿골전원마을로 내려선다.
거의 모든 집들이 마치 전원주택 별장인 양 비슷비슷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마을 이름마저 전원마을이란다.
태종잿골전원마을.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백운산 자락 서쪽에 위치한 이 마을은 산세가 아름다워 신라 태종 무열왕이 잠시 쉬어갔다는 역사를 지닌 쉼(休)이 있는 마을이라 하여 '태종잿골전원마을'이라 한다. 2000년 이래로 택지가 조성되고 개발이 시작되었으며, 40여 세대의 전원형 주택이 들어서있다. 북동쪽으로 경주, 남쪽으로 석남사와 울산이 지척이고,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소호체험 마을'의 중심에서 주민들의 건강과 여유로움을 바라는 휴양 마을로서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활짝 핀 개나리와 멋진 조화를 이루는 벚꽃.
도로에 도착하여,
도로 옆을 따라 흐르는 개울에서 잠시 씻은 후 산행을 마무리한다.
도상거리 13.5km, 5시간 소요.
자주 찾던 곳이라 크게 내키지 않은 산행이었으나, 의외로 진달래꽃밭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으니 봄철 산행치고 이만한 호사를 어디에서 누릴 수 있겠는가!
최근 몇 년간 산행을 다니면서 만난 진달래 중에서 최고의 아름다움과 화사함을 보여 주었으니 언제 또 이런 멋진 꽃향기에 취해 볼 수 있을까.
온몸을 휘감아도는 진한 향기가 행여나 빨리 사라질까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귀로에 오른다.
첫댓글 조금씩 푸르름이 더해 가는듯 합니다......수고하셨습니다
예. 맞습니다.
봄이 차츰 무르익어가는 느낌입니다.
건강하십시오.
저희 동네까지 다녀가셧네요
후기 잘보았습니다
아! 이쪽 동네 분이시군요.
진달래가 만발하는 봄은 정말 정겹습니다.
물도 맑고 공기도 좋고 말이지요.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