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핵심은 “광범위한 논문 표절”인데 ‘의도적 조작’으로 물타기하는 언론 김건희 여사 닮은 대역 쓰고 미고지한 MBC 또 거센 논란 (파이낸셜뉴스)
국힘 TF "MBC 김건희 대역 논란, '광우병 보도 시즌2' 부활인가" (중앙일보)
국힘 "MBC 김건희 대역 영상, 방송사고 아닌 의도적 조작" (서울신문)
PD수첩, '논문저자 김건희편'에서 대학원 관계자 무더기 대역쓰고 고지 안했다 (조선일보)
PD수첩 '김건희편' 논란 "음성 대독, 재연기법의 하나" (국민일보)
PD수첩, 국민대 '실루엣 제보자'도 대역이었다 (조선일보)
방송을 봤다면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해야 한다. 하지만 언론은 여당의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며 '대역 미고지'라는, 방송사 스스로 인정하고 사과한 문제를 '의도적 조작'으로 몰고 가며 방송의 핵심인 '대통령 부인의 논문 표절'에 대한 정당한 시선을 애써 돌리고 있다.
최승호 뉴스타파PD(전 MBC사장)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재연이라는 판단을 쉽게 할 수 있는 영상에 재연임을 알리는 자막을 넣지 않는 행위가 시청자의 인식을 얼마나 왜곡할까"라고 물은 뒤 "'관계자'라는 한 마디로 도저히 그 취재가 진실인지 검증할 수 없도록 위장막을 치는 신문의 관행에 대해서는, 심지어 인용문을 창작해내는 은밀한 악행들에 대해서는 과연 겨자씨만한 관심이나마 기울이고 있나"라며 PD수첩을 향한 신문의 과도한 비판을 꼬집었다.
최승호PD는 "자신의 주요 경력을 표절한 논문과 조작한 이력으로 만들어온 사람이 대통령 부인이 된 뒤 갑자기 매사에 진실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살기로 했다고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측은) 스스로 (논문 표절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새 출발을 하거나 내용을 강하게 반박하거나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언론도 그 점을 지적해야 하는데 당사자나 대통령실은 아무 반박이 없고 여당이 나서서 PD수첩을 폐지하라고 하고 있다. 보수언론은 PD수첩을 비난하며 여론의 방향을 PD수첩 마녀사냥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런 가운데 언론보도는 '김건희 미담'으로 채워지고 있다. '"2시간 묵묵히 설거지, 알고 보니 김건희 여사"…신부님도 깜짝'(중앙일보), '노숙인 시설서 말없이 설거지 하던 여성…알고 보니 김건희 여사였다'(매일경제), '정인이 찾은 김건희 여사, 목장갑 끼고 묵묵히 쓰레기 주웠다'(한국경제), '"아동학대 되풀이되지 않길"…'정인이' 묘소 간 김건희 여사'(서울신문) 등의 기사들은 '김건희 논문 표절'과 관련된 기사를 빠르게 포털사이트 검색페이지에서 밀어냈다.
▲지난 11일자 MBC PD수첩 '논문저자 김건희'편의 한 장면.
"광범위한 논문 표절" 가리키는 차고 넘치는 증거들
지난 11일 방송의 핵심은 '논문 표절을 가리키는 차고 넘치는 증거들'이다. 범학계 국민검증단은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총 860문장 중 220문장을 그대로 베껴 썼고 전체 147쪽 중 출처가 표시된 쪽수는 8쪽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검증단 소속 김용석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내용과 문장 개념과 아이디어 등 모든 면에서 광범위하게 표절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했다. 특히 놀라운 것은 학회에서 전혀 인정할 수 없는 점집 홈페이지나 사주팔자 블로그 리포트 거래사이트의 자료를 출처를 명기하지 않고 거의 그대로 복사해 붙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복 목원대 교수는 김 여사가 공동 저자인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 논문의 경우 "2005년 12월5일자 조선일보 기사 '2조 산업으로 커버린 운세산업'을 그대로 가져다가 썼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의 검증 결과 또한 총 118문장 중 50개 문장을 그대로 복사해 붙이고 내용, 문장, 단어 표절이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는 게 검증단 결론이다. PD수첩은 "이 논문은 9개의 학위 논문과 2개의 학술지 논문 등에서 복사하고 짜깁기해 작성된 것이며 타인의 논문을 거의 통째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난 11일자 MBC PD수첩 '논문저자 김건희'편의 한 장면.
유원준 경희대 교수는 "국민대에서 맨 처음 '검증을 할 수 없는 논문'이라고 하는 논문이 한 편이 있었다. 저희는 그 논문이 검증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통째로 베꼈기 때문에 차마 자기네들도 표절이 아니라고 말을 못 하니까 '검증할 수 없다'라고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새누리당) 문대성 의원의 박사학위 논문은 엄격히 연구윤리를 적용해서 학위를 취소했던 국민대가 나중에 나온 김건희 씨의 학위논문을 가지고 연구윤리 규정을 운운하면서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PD수첩은 "국민대는 카피킬러라는 표절 검증 프로그램으로 논문을 검사했고 표절률이 7~17% 사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범학계 국민검증단 교수들은 이 카피킬러라는 프로그램으로는 잡히지 않는, 그러니까 점집 사이트의 글이나 해피캠퍼스의 보고서, 또 업체의 사업계획서까지 찾아냈고 그 결과 표절이 심각하다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12월2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잘 보이고 싶어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고 말했으며, 경찰은 허위 경력 의혹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지난 11일자 MBC PD수첩 '논문저자 김건희'편의 한 장면.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3편, 논문 총 4편이 2007년 한 해 모두 작성됐다. 석사과정 2년차는 "표절 검사기 돌릴 필요 없이 그냥 의심이 되는 논문들 여러 개 가져와서 사람이 그냥 작업을 해도 다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혹평했다. 박사과정 5년차는 "텍스트를 다 읽어보면 애초에 '나는 박사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는 굉장한 자신감이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이날 방송에서 김 여사가 자신의 논문을 표절했다고 밝힌 구연상 숙명여대 교수는 말했다. "제 논문의 한 18쪽 정도 분량을 3~4쪽으로 짜깁기해서 한 편의 논문으로 만든 거죠."
PD수첩은 당시 국민대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 내부 관계자 증언도 담았다. "김명신(김건희 여사 본명)이 박사 한 번에 땄다고 하니 비웃죠. 모여서 '말이 돼!' 이러면서 한 명이 그러더라고요. '나는 좋아. 나도 쉽게 딸 수 있다는 얘기잖아' 그때부터 박사학위가 따는 게 너무 쉬워진 게 아닌가 싶어요."
PD수첩은 "논문 표절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이 이대로 쌓여만 간다면 학문적 윤리에 심각한 오점을 남기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배움의 길에 있는 학생들의 가치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바라는 건 의혹들에 대한 투명한 사실 규명과 인정, 잘못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일 것이다. 그것이 현 정부가 내세우는 가치, 공정과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방송을 봤다면 시선은 이 곳으로 향해야 한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첫댓글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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