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가장 큰 자연재해는 산사태이다
많은비로 중국 남서부 쓰촨성 마오현 지역에서 초대형 산사태가 발생했다. 현재 당국의 초기조사발표는
46가구 141명이 실종상태이며 또 2㎞의 수로가 봉쇄되고 1천600m의 도로가 유실상태라고 밝혔다. 이
산사태의 원인은 역시 많은 비(雨)다. 비로인해 지반이 약화돼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엄청난 재해로 인한 재난은 재해예방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이처럼 재난으로 인한 재해는 우리의 상상을 벗어난다. 올 한해 우리나라의 재난 및 안전관리 국가예산
은 약 1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그 비용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재해는 홍수, 태풍, 산사태
등과 같은 자연재해와 교통사고, 화재, 폭발과 같은 인적·사회적 재난으로 나눈다. 재난은 이전에 미처 경
험하지 못한 자연적인 극한 사건이나 우리들의 부주의 혹은 관리 미숙으로 인해 일어나지만 재해의 크고
작음은 우리들의 준비태세와 대응전략에 따라 많이 좌우된다.
산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자연재해는 산사태이다. 태풍이나 국지성 폭우로 많은 비가 일시에 내리게 되
면 토양이 과다하게 포화되고, 이로 인해 토층이 순간적 흘러내리려 산사태가 일어난다. 2011년 서울 한
복판에서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가 그 좋은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평균적으로 약 456ha 산림이 매년 산
사태로 훼손되고 있다.
산사태가 발생하면 주택이나 농경지가 매몰되어 인명피해나 막대한 재산피해를 가져온다. 또한, 산사태
로 인해 붕괴된 암석이나 토양이 물과 섞여 계곡이나 하천을 따라 빠르게 이동하면서 피해를 일으키기도
하는 데 이를 토석류(土石流)라 한다. 최근에는 개발로 인한 산사태나 토석류가 도심생활권에 인접하여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산사태 피해를 예방하는 최선의 구조적 대책은 사방댐을 설치하는 것이다. 사방댐을 설치하는 목적은 여
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토석류의 이동을 저지하여 주택, 도로, 시설이나 농경지
등을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방댐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86년에 산림청의 신규 사업으로 전
국에 31개의 사방댐을 시공한 것이 최초의 공식적인 사방댐이다.
우면산 산사태 이후에는 산사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더불어 산사태 피해 예방에 효과적이
라고 알려진 사방댐 시공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3년에는 약 800여개의 사방댐이 산사태취약
지역에 설치되었다. 사방댐이란 이름이 언론매체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방댐의
기능이나 그 역할에 대해서는 정확히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댐 (dam)은 소양강댐, 충주댐과 같이 하천을 가로질러 인공적으로
제방을 쌓아 물을 가두어 홍수를 예방하거나 전력을 생산할 목적으로 설치되는 수공구조물을 말한다. 이
다 규모가 작은 저수지는 물을 가두어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벼농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크고 작은 저수지를 축조한 기록이 있다.
이러한 댐이나 저수지는 기능적인 면에서 사방댐과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댐이나 저수지는 제방을 쌓
아 물을 가두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사방댐은 폭 30m 정도의 아주 작은 규모의 댐으로서 물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물과 같이 흘러 내러오는 돌이나 자갈, 유목(流木)등을 저지하여 하류에 위치한 주택이나 농
경지의 피해를 막거나 줄이기 위한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사방댐은 콘크리트 사방댐이다. 주변 여건에 따라 돌이나 나무를 이용하여 친환경
적으로 사방댐을 설치하기도 하지만 콘크리트 사방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큰 힘에도 잘 견
딜 수 있고 균질하고 좋은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방댐 시공시에는 환경적인 것을 고려하
여 콘크리트 내부에 철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는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인상을 지
울 수가 없다.
사방댐의 또 다른 형태로, 투과형 사방댐이 있다. 투과형 댐은 물을 가두는 기능이 거의 없는 대신에 큰
나무나 돌 등을 저지하기 위하여 주로 시공하며, 생태적 기능이 매우 우수한다. 최근에는 생태적이고 주
변 경관과 잘 조화되는 사방댐을 많이 시공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호응도 매우 좋은 편이다.
군대는 궁극적으로 전쟁이 발생하였을 시에 국가와 그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평화로운 시기에
는 군대의 역할이 미비하다. 오히러 없는 것만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군대를 가지지 않는 국가는 없
으며, 역설적으로 말해 군대를 더 강하게 하기 위해 모두들 안달이다. 수려한 계곡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한 자릴 차지하고 있는 사방댐을 볼 때마다 이처럼 군대 생각이 난다.
백번 말해도 없어도 괜찮다면 없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산에서 산사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사방
댐을 없애자는 말은 그 누구도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군대를 없애자는 말을 못하듯이 말이다. 바위나
자갈, 나무 등을 막아 피해를 예방하는 사방댐의 역할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다. 폭우나 큰 홍수가 지나
간 후에 사방댐에 갇혀있는 엄청난 양의 토석이나 유목을 볼 때마다 만일 사방댐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되물어 보기도 한다.
자료에 의하면 사방댐 1개는 약 2,550㎥ 의 토석을 가둘 수 있다고 한다. 실로 엄청난 양이다. 다른 어떤
시설과 비교하더라도 결코 많지 않은 비용이지만 그 효과만은 확실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덧붙여 사방
댐은 계곡을 보호해 준다. 우리가 산을 가다보면 계곡이 무너져 내리거나 심하게 훼손된 것을 보게 된다.
산자락을 구비 구비 휘감아 도는 급물살에 씻기고 깍여 계곡은 조금씩 황폐해져 간다.
사방댐은 상류에서 내려오는 모래나 자갈을 가두어 두지만 이로 인해 계곡이나 하천의 급한 바닥을 완만
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하여 완만해진 계곡에서는 물의 흐름이 느려져 더 이상 침식이 일어나지 않
는다. 사방댐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상존하고 있다. 사방댐은 계곡이나 산지하천을 가로질러 시공한다.
사방댐으로 인하여 상·하류 하천 간의 생태적 교류가 단절되고, 계곡의 자연경관이 부분적으로 훼손되기
도 한다.
재산권 측면에서 보게 되면 사방댐이 설치된 곳은 사방지로 편입되어 일정 기간 동안에 행위 제한을 받기
도 한다. 그러므로 환경적이고 생태적인 사방댐을 건설하는 것은 재해 예방 못지않게 중요하다. 어류나
양서파충류에 대한 생태적 관심이 필요한 곳에서는 어도나 생태통로 등을 사방댐에 설치하여 야생동물
의 이동통로를 마련해 두기도 한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사방댐을 설계하고 주변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재
료를 이용하여 사방댐을 시공하기도 한다.
정책적으로는 재해에 대한 국민 의식의 강화와 교육 홍보를 위하여 일부러 사방댐이 잘 보이도록 하는
보이는 사방댐 정책과 경관적이고 친환경적인 사방댐을 설계하여 사방댐을 숨기는 보이지 않는 사방댐
정책을 병행하여 시행하고 있다. 재해는 우리 곁에 소리 없이 다가온다. 어쩌면 바로 우리 뒤편에서 안전
에 우리가 무관심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능력만으로는 재해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고 예언자처럼 재해를 정
확하게 예측하여 대피 하거나 미리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재해가 일어나기 이전에는 사전 예방대책을 수립하여 예방 역량을 갖추
고, 재해가 발생하면 인명 피해를 우선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하여 전략적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방댐은 산사태 등과 같은 산지토사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최고’는 아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지금은 가뭄에 속을 태우고 있지만 어쩌면 홍수속에 어려움이 닥칠지 모른다. 요즈음에는 이
상하게도 국지성 소나기가 자주 내린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소나기라고 하기 보다는 마치 열대성
소나기인 ‘스콜’에 가까운 폭우가 이곳 저것에서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 산사태 등이 발생할 위험성이 그 만큼 높아지고 있으며, 산사태 취약성은 증가하고 있다. 옛말에
사후약방문이란 말이 있다. 안전과 관련하여 ‘사후약방문’식 대책은 그 결과가 너무 잔인하고 가혹하다.
특히, 우리들의 생활공간에 대한 안전, 즉 ‘주거복지’를 위해 개인과 국가의 상호보완적인 노력이 더욱
더 요구된다. 사방댐도 그 노력의 하나이다.
글/임상준(서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