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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2월말 팀리그에서 우승한 4U팀. |
SK텔레콤의 게임팀 창단과 KTF의 투자 등으로 인해 요즘 프로게임은 그 위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지난달말 SK텔레콤이 거의 전 매체에 전면 광고를 집행한 것에 참 놀랐습니다.
저부터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평소 게임이라면 '애들 오락' 정도로 생각하시던 주윗분들이 요즘에는 거꾸로 '게임리그가 대단하다'며라고 먼저 관심을 보이시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니까요.
그 뒤에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이 있었는 지를 생각하면 결코 지금의 분위기와 관심이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한 노력의 댓가라는 거죠.
자, 본론으로 돌아가 볼까요. T1 창단 비하인드 스토리 두번째 입니다.
이번에는 2004년 1월부터 3월까지, 즉 계약 직전의 기간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죠. 지금에 그냥 하는 말이긴 하지만, 당시 같은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졌다면 아마 임요환은 은퇴라도 선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 봅니다.
일단 주 감독과 선수들이 왜 오리온의 조건을 뿌리치고 무소속의 험란한 글을 택했는지는 좀더 자세하게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단순한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다른 스포츠와 같은 확실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게 큰 이유였죠.
프로게임계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의 목표는 프로게임에도 프로야구나 축구, 농구처럼 대기업들이 참가하는 것 입니다. 이는 단순히 연봉을 더 받자는 차원이 아닙니다. 프로스포츠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립니다. 즉 많은 투자가 있을 때 프로스포츠는 비약적인 발전과 더불어 장기적인 비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2003년 12월22일 주 감독 등은 오리온과의 협상 결렬을 발표하고, 그날 저녁 한 대회에 출전한 김성제에게 4U라는 팀 이름을 붙입니다.
4U. 잘 알고 계시겠지만 'For Union(단결을 위해)'의 약자이기도 하지만, 우리말로는 '(우리 팀을)사유~'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 소식이 매체를 통해 알려지며 예상대로 4U팀에는 인수 협상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게임쪽과 관계된 어지간한 기업은 거의 대부분 4U팀 인수를 한번쯤은 검토했더군요.
그러나 주 감독의 입장에서는 이들 기업들도 오리온과 다를 바는 없었습니다. 물론 쉽게 계약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이는 오리온을 굳이 뛰쳐나올 대의명분에도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었구요.
좀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애시당초 주 감독과 선수들의 목표는 SK라는 기업이었습니다. SK쪽에서 먼저 4U에게 팀 인수를 제안한 것도 아닙니다. 주 감독은 1월초 자신이 만든 제안서를 들고 서울 중구 남대문로 SK커뮤니케이션즈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게 됩니다.
의외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고 주 감독은 회상합니다. 그리고 1주일 뒤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새로운 제안을 하기에 이릅니다. "이건 우리가 아니라 SK텔레콤에서 맡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말이죠. 그리고 한 가지 단서가 붙었습니다. "절대 비밀로 해달라."
이어 한주 뒤 주감독은 SK텔레콤을 만나고 나서 마음을 굳히게 됩니다. "아무리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SK텔레콤 유니폼을 입겠다."
SK텔레콤의 팀 창단은 2004년 2월 당시 임요환과 4U의 네임 밸류에 걸맞는, 그리고 국내 게임리그를 한단계 끌어올릴 만한 거의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러나 이후로는 길고도 힘든 시기를 맞게 됩니다. 금방이라도 될 것 같았던 계약이 두달 이상 난항을 겪게 됩니다.
잘 아시다시피 올초 각 기업들은 힘든 시기를 맞았습니다. 그 바람에 4U와의 계약은 뒷전으로 물러나게 됩니다.
주 감독에게는 이후로도 여러 기업에서 제의가 왔지만 언뜻 협상에 임할 수가 없었습니다. "계약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SK텔레콤측에서는 이런 저런 문제로 창단건이 자꾸 뒤로 미뤄지자 "다른 기업과 계약해도 우리가 잡을 수는 없지 않겠다"고 통보하기에 이릅니다.
"내 통장의 잔고가 바닥났다"라는 말이 주 감독의 입에서 나온 것도 바로 2월말부터였습니다. 과연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당장 다른 기업과 계약해야 하는지, 아니면 언제라고 기약은 할 수 없지만 SK텔레콤 하나만 보고 기다려야 하는지.
이쯤되자 게임판에는 이런 저런 소문과 함께 걱정어린 시선들이 모아집니다. "4U와 SK텔레콤의 협상이 결렬된 것 아니냐", "임요환을 보유하고도 계약을 못하면 게임리그의 비전은 없는 것 아니냐" 등등.
금전적인 압박과 심리적인 부담감. 그러나 주 감독과 선수들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없었습니다. 바로 '비밀 유지' 약속 때문이죠. 이래저래 선수도 감독도 모두 힘든 시기였습니다.
기억나실 분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는데요, 이 시기에 선수들은 자신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오버'를 좀 합니다. 밤새워 자체 평가전을 하고 그 결과를 팬 카페에 올리는가 하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반찬이 다 떨어졌어요"라는 멘트를 날려 나중에 숱한 반찬 선물을 받기도 합니다.
지금도 당시 4U선수들의 힘들어했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임요환을 비롯한 선수들의 모습에서 그늘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분위기를 글 몇줄로 표현하려니 한계를 느끼는 군요.
이 힘든 시기를 넘길 수 있었던 큰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팀리그 결승전에서 오른 것이죠.
당시 4U팀은 결승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선수들의 사기저하와 어려운 생활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하나에만 매달리는 게 필요했던 것이죠. 또 여기에서 이겨야만 팀의 가치를 극대화해, 계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당시 결승 상대인 KTF의 비장함과는 또 다른 무엇이 있었습니다. 결국 4U는 우승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암울한 상황은 조금 더 연장됩니다. SK텔레콤측에서 별 다른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사상 처음으로 팀 그랜드슬램을 차지하고도 당장 소속팀을 구하지 못한 4U. 이제 팀 계약건은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점점 벗어나고 무소속 장기화의 조짐마저 보이게 됩니다. 4U와 임요환은 이대로 공중에서 분해될 것인지.
물론 4U와 SK텔레콤은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았습니다만, 계약건은 여전히 지지부진했습니다. 2월초의 상황이 무려 2달 동안 계속된 것이죠.
그러나 이 상황을 한꺼번에 뒤집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아주 엉뚱하고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죠.
첫댓글 4U가 사유 였다니```
306번 기사를 보면 4U와 사유의 관계에 대한 언급이 있으니..참고하길...^^ 당시 김성제 선수 관련 기사에서 주훈 감독의 인터뷰 내용이 포함되었는데, 거기에 그런 언급이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