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06 (토) 윤석열, 47.85% 대통령 후보에… 일반 여론은 홍준표 우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역대 최고 투표율(63.89% · 선거인단 56만9059명 중 36만3569명)을 찍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다. 검찰총장에서 전격 사퇴한 후 제1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8개월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가공할만한 폭발력을 보였지만, 비교적 높은 당심(黨心)과 견줘보면 낮은 민심을 얻어 외연 확장에서 약점이 노출됐다. 선거 전문가는 “맞상대가 성남시장, 경기지사 출신으로 민심 잡기에 익숙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11월 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석열 전 총장의 득표율은 47.85%였다. 당원(선거인단) 투표는 57.77%를 찍었지만,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37.93%였다. 19.8%포인트 차다. 2위를 한 홍준표 의원의 여론조사 득표율(48.20%)보다도 10.27%포인트 낮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전 총장의 핵심 과제로 ‘민심 잡기’가 떠올랐다. 중도·무당층 공략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곧 비호감도 낮추기로 직결된다. 윤석열 전 총장은 이른 시일 내 광주를 방문한다. 경선 중 ‘전두환 옹호’와 ‘개 사과’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하기 위해서다. 윤석열 전 총장 측은 “호남 시민들이 마음을 열어줄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애초 제3지대 주자로 ‘빅 플레이트론’까지 내걸고 나온 윤석열 전 총장이었지만, 그간 당심보다는 민심을 향한 응집력이 강하지는 않은 편이었다. 정치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윤석열 전 총장은 ‘1일 1실언’이란 말이 나올 만큼 실수가 잦았다. “집이 없어 청약통장을 못 만들어봤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메이저 언론 통해 문제 제기해야”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한국리서치, 코리아리서치, 케이스탯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11월 4일 발표한 11월 1주차 전국지표조사(NBS) 가운데 대선 후보들에 대한 호감도·비호감도 조사 항목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비호감도로 56%를 기록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57%)에 이어 당시 야권 후보 4강 중 두 번째로 비호감도가 높은 인사였다. 국민의힘 당 지도부도 윤석열 전 총장의 외연 확장을 위해 팔을 걷겠다는 분위기다.
호남을 각별히 챙겨온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조기 등판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경선은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경선에는 본경선 투표 직전인 지난 9월 말까지 입당한 신규당원 약 19만명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면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도 이날 전당대회를 마친 후 곧 당의 체제를 선거대책위원회로 전환할 예정이다.
여당과 달랐다… 홍준표 · 유승민 · 원희룡 "깨끗이 승복"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11월 5일 한 목소리로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고 밝혔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선출된 이후 이낙연 전 대표가 즉각 승복하지 않았던 것과 대비된다. 홍준표 의원은 "이번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국민적 관심을 끌어주었다는 역할이 제 역할이었다"며 "윤석열 후보님 축하드리고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이 모두 합심해서 정권 교체에 꼭 나서주도록 당부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윤석열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하며 "저는 오늘부터 국민의힘 당원 본분으로 돌아가 대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이제 경선 과정에서의 일은 모두 잊고 당의 화합과 정권 교체를 위해 함께 힘써달라"고 했다. 또 "이번 경선에서의 패배는 저 유승민의 패배이지 여러분의 패배가 아니다. 여러분은 더 큰 무대인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저는 승리하지 못했지만 개혁 보수 정치를 향한 저의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함께 대선에서 승리해서 대한민국이 승리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지사 역시 경선 결과 승복 의사를 밝히며 윤석열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또 함께 경쟁한 후보들에게는 "함께 뛰었던 경선을 영광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지사는 "정권 교체 4개월 간의 길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대로만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면서도 "저 원희룡은 여러분과 함께 최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후보는 최종 합산 47.85%를 기록해 최종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홍준표 의원은 41.50%로 2위, 유승민 전 의원은 7.47%, 원희룡 전 지사는 3.17%를 기록했다.
유복했던 '9수' 칼잡이… 박근혜 잡고 일어나 文 겨눈 제1야당 후보로
정치권에 발도 들이지 않은 한 검찰총장의 학창시절 별명이 여의도에 소문으로 돌던 때가 있었다. 서울대 법학과 79학번으로 9수 끝에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기까지 그의 이름을 모르는 고시생이 없었다는 '고시촌의 산신령'. 11월 5일 오후 국민의힘 20대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의 이야기다. 윤석열 후보는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지만 친가는 충남 논산, 외가는 강원도 강릉이다.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소득불평등에 평생을 바친 명망있는 학자이지만 그는 오히려 경제학은 '구름 잡는 학문'이라며 아들에게 법대 진학을 추천했다고 한다.
지난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뒤 윤석열 후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소 앞 카메라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상 잠행을 이어가던 윤석열이 곧 정치권에 발을 들일 것이라는 사실을 예고하는 장면이었고 윤석열 후보의 옆에는 부친 윤기중 명예교수가 있었다. 윤석열 후보는 비교적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그를 잘 아는 인사들은 "옆집 아저씨 같은 소탈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시생 시절처럼 검사가 돼서도 연애에는 통 소질이 없었다는 그는 52세 나이에 늦깎이 장가를 들었다. 지금은 강아지 4마리와 고양이 3마리의 아빠다.
◇ 모든 대통령이 적이었던 윤석열, 좌우 가리지 않는 원칙주의자
정계 데뷔 130일차 정치 신인으로서 '정치인 윤석열'의 이미지는 아직 다듬어나가는 중이지만 윤석열 후보 측은 역설적으로 '정치적이지 않은 매력'을 윤석열 후보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모든 대통령이 적'이라는 농담을 들을 정도로 윤석열 후보는 검사시절부터 정권을 가리지 않고 수사의 날을 들이밀었다. 윤석열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수사팀장을 맡았고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는 '국정원 댓글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이 나온 것도 이 자리였다. 윤석열 후보는 이후 검찰 지휘부와의 갈등으로 좌천성 인사를 겪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터진 뒤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등판한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권에서 승승장구한다. 2017년 문재인 정권의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2019년에는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하면서 촉발한 여권과의 갈등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한 검찰개혁으로 극에 달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검찰총장을 징계 청구하고 수사지휘권을 박탈시키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인지도를 쌓은 윤석열 후보는 자연스레 야권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 정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까지 추진하는 등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기조가 가시화하자 윤석열 후보는 지난 3월 4일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며 사퇴했다.
◇ 정계 데뷔 129일만에 대선 후보로 정권교체 도전
윤석열 후보는 지난 6월 29일 "국민들이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누구나 정의로움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게 하겠다"며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한 달 뒤인 7월30일에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해서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하는 것이 도리"라며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화려한 데뷔는 '정치 신인'에게는 작지 않은 부담이기도 했다. 전·현직 정치인이 대거 합류한 윤석열 후보 측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녹취록, 경선 규칙을 둘러싼 날 선 신경전을 벌였고 윤석열 후보의 실언과 가족 관련 의혹, '고발 사주' 논란까지 더해졌다. 그러는 사이 '윤석열 대세론'은 홍준표 후보와의 '양강'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윤석열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정제된 정치인으로 변모하려는 윤석열 후보의 노력과 캠프의 조직력 등을 무기로 결국 국민의힘 본경선 1위를 기록, 국민의힘 대선 후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35년 차가 막내"… 뿌리산업, 뿌리째 흔들린다
"원래 6명 채용이 목표였는데, 외국인 근로자 1명 뽑는데 1년 넘게 기다렸습니다. 1차금속 업계 30년 동안 요즘 같은 인력난은 처음입니다."(중소 제조업체 대표 A씨) "35년 차인 내가 전국 주물업계 막내예요. 한국 청년들은 간혹 입사해도 힘들다고 금방 그만둡니다. 외국인 인력까지 줄어들면 결국 뿌리산업은 수년 안에 사라질 날이 올 겁니다."(경기 주물업체 50대 과장)
2년째 지속되는 코로나19의 여파와, 갈수록 힘든 일을 꺼리는 직업관 변화 속에 대한민국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으로 불리는 '뿌리산업'이 그야말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뿌리산업의 만성적인 인력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내 구직자의 취업 외면 속에, 코로나19로 동남아 등에서의 외국인 인력 공급까지 급감하자 공장을 돌릴 최소한의 인력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뿌리산업 현장에선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조만간 산업 자체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 외국인근로자 입국 10분의 1 토막… "갑을관계도 바뀔 판"
11월 4일 정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뿌리기업들을 특히 더 벼랑으로 내모는 요인은 코로나19다. 그나마 공장을 지탱해 주던 외국인 인력 공급이 코로나19 여파로 뚝 끊겼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1~8월 사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수는 각각 6,688명과 5,145명에 그쳤다. 코로나19 이전의 연간 5만 명대(2018년 5만3,855명, 2019년 5만1,265명)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제조업에선 외국인 입국자가 2019년 4만208명에서 올해 1~8월 3,496명으로 급감해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는 코로나19의 여파다. 방역을 위해 지난해 4~11월 사이 신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전면 중단됐고, 이후에도 예전보다 입국이 지연되면서 체류기간이 만료된 외국인 근로자의 대체 인력 수급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다. 이처럼 외국인 직원이 '귀한 몸'이 되자, 현장에선 고용주와 피고용인 사이 갑을관계 역전 조짐까지 감지된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와 경기 파주 적성산업단지 제조업체 대표와의 간담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눈치를 보느라 일을 못 하겠다"는 호소가 나왔다. 어렵게 뽑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단체로 회사를 옮기겠다고 엄포를 놓는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외국인 근로자는 △근로조건 위반 △부당한 처우 △상해 등 사유가 있으면, 최초 3년간 3회까지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일 "방역 조건을 충족하면 모든 국가로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입국시키고, 일별·주별 도입 상한도 폐지해 늦어도 11월 말부터는 외국인 근로자 공급이 확대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16개 외국인 근로자 송출국 중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등 6개국에서만 입국이 허용되고 있다.
♠"한국인 직원 충원 불확실… 외국인 더 허용해야"
하지만 코로나가 끝나도, 뿌리산업 인력난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한국인의 취업 기피와 비현실적인 제도가 구조적으로 인력난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0월 21일 찾은 파주 적성산업단지의 한 주물업체에서는 환갑이 넘은 '이사' 직함의 관리자가 소형 전기로 앞에서 직접 작업하고 있었다. 새로 뽑은 용해공은 두 달 전 회사를 떠났다. 신모(63) 대표는 "용해기술자는 중요한 자리인데, 새로 뽑아도 몇 달을 못 버틴다"며 "지금 일하는 이사가 은퇴하면 어디서 사람을 구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 업체의 강모(53) 과장은 "35년 차인 내가 전국 주물업계 막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한국 직원 2명을 채용했지만 금세 그만뒀다. 강 과장은 "청년층의 직업관이 바뀌어, 이젠 돈을 많이 줘도 한국인 생산인력을 양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인 직원 수에 비례해 외국인 근로자 채용 상한선을 두는 제도(쿼터제) 역시 큰 걸림돌이다. 현재의 고용허가제에서는 한국인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가 1~5명이면 외국인 근로자를 5명까지만 채용할 수 있다. 6~10인이면 7명, 11~30인이면 10명까지다. 한국인 직원이 없는 한, 외국인 직원을 맘껏 늘리기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중소 제조업계는 쿼터제를 없애지 못한다면 고용허가 인원이라도 대폭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에선 중소 업체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1명이라도 더 채용하기 위해 작업 공정별로 사업체를 쪼개는 '소(小)사장제'까지 도입하고 있다. 강 과장은 "지금의 쿼터제가 유지된다면 저 같은 고참 막내가 은퇴할 경우, 외국인 채용 규모도 줄어 결국은 뿌리기업이 사라지는 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국내 뿌리기업 수는 2018년 3만2,606개에서 2019년 3만602개로 감소했고, 종사자 수도 55만5,072명에서 51만6,697명으로 줄었다. 신모(63) 대표는 "최근 대구, 인천의 주물업체가 잇따라 문을 닫았다"며 "주 52시간제로 생산 효율은 떨어지고, 최저임금·원자재값 상승으로 생산비용은 증가하는데 납품가는 그대로니 버틸 재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손성원 중기중앙회 외국인력지원부장은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한국인 일자리 보호 차원에서 2003년 도입됐지만, 18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시대 흐름에 맞게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확대하는 것이 뿌리산업 인력난 해소에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뿌리산업이란 나무의 뿌리처럼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기술 분야.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등 6개 업종이 2011년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로 지정돼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월 500만원" 목수·도배사·해녀… '몸쓰는 기술'에 빠진 MZ세대
“호주에선 엔지니어·목수·건축업자 같은 기술직이 높은 대우를 받고 많은 청소년이 꿈꾸는 직업으로 꼽혀요. 그런데 한국에선 건설 노동자가 ‘노가다’라며 무시당하는 걸 보고 충격 받았어요.” 3년 차 목수인 이아진(19)씨는 한국에서 기술직에 종사하며 예상치 못한 편견에 부딪혔다고 고백했다. 그는 호주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건축업을 꿈꿨고, 대학 입시를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다가 자퇴를 결심하고 아버지와 함께 목수 일에 뛰어들었다. 일을 배우던 첫해에는 급여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어느덧 일당 11만원을 받는 경량 목조 주택 시공팀의 막내로 성장했다. 이씨는 “목수는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집을 짓는 기술자이자 예술가”라며 “직업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고 싶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기술직에 뛰어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늘고 있다. 책상에 앉아 밤새 코딩을 짜는 개발자·프로그래머가 아니라 현장에서 못질하고, 힘을 쓰는 블루칼라 기술직이다. 취업을 위해 너도나도 인공지능(AI)·빅데이터·딥러닝을 공부할 때 이들은 땀을 흘리며 몸소 배우고, 익히며 차별화된 노동자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대학입학률이 70%에 달하고 몇십년간 기술직이 외면받는 사이 젊은 기술 노동자의 수는 급감했고, 오히려 지금은 고수익을 창출하는 틈새시장으로 떠올랐다.
♠ “육체로 일하며 노동의 가치 느껴요
”젊은 기술자들이 말하는 블루칼라의 장점은 출퇴근, 승진압박, 직장 내 괴롭힘, 사내 정치 등 조직 내 스트레스가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땀 흘리는 만큼 벌어가는 정직한 시스템이라는 게 매력적이다. 도배사 배윤슬(29)씨는 이화외고와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2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사표를 내고, 도배 기술을 익혀 2019년부터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배씨는 직장을 그만둔 이유에 대해 “기업은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하던 대로만 하라는 지시를 받다 보니 내가 아니어도 누구든 이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회의감이 들었다”고 했다.
퇴사 후 일자리를 알아보던 배윤슬 씨는 “숙련된 기술이 있으면 조직 내에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도배사로 일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과 평가는 한순간이에요. 직장생활은 오래 해야 하는데, 그 찰나의 평가나 잠깐의 말들 때문에 평생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자신처럼 이직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배윤슬 씨의 말이다.
유튜브 채널 ‘목수수첩’팀은 2030대로 구성된 젊은 시공팀이다. 시공과 관련된 노하우, 경험담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올리며 청년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이들은 땀 흘리는 육체 노동에 즐거움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대 공대를 졸업한 조수성(35) 목수수첩팀 실장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온 것이기 때문에 즐기면서 하고 있다”며 “업무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2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변 대학 동기나 선배들을 보면 전공에 따라 취업할 뿐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라서 회사를 다니면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누군가에게는 힘든 일일 수 있지만 현장에 나가는 게 기대되고 설렌다”고 말했다.
♠ “능력되면 사무직 보다 더 벌어”
시공업체인 바론타일 홍재광(37) 대표가 시공업을 시작한 이유는 현실적이다. 대학 졸업 후 영업직으로 일했지만 아이가 생기면서 외벌이가 됐고 돈을 더 벌어야 했다. 현재 그의 월평균 수익은 1000만원 안팎으로 회사에 다닐 때보다 3배 이상이다. 홍씨는 “보통 20대에 타일 시공을 배우기 시작하면 30대에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도 않다”고 말했다. 유튜버 김스튜(28)씨는 영화 연출을 전공했지만 현재 도배사로 일하고 있다. 그의 월평균 수익은 400만~500만원 선으로, 또래 중에서는 가장 돈을 잘 버는 편이고 밝혔다.
♠“눈치 안보고 원할 때 일하는 자유”
최연소 해녀 거제도의 진소희(29)씨와 우정민(36)씨는 ‘요즘해녀’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해녀의 직업적 장점을 알리고 있다. 우씨의 경우 세 아이 엄마로 물질을 시작했는데, 아이가 아파도 쉽게 휴가를 낼 수 없는 회사 워킹맘과 달리 원할 때만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루 평균 물질은 4시간으로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쓸 수 있다. 그날의 수확물에 따라 수입은 들쭉날쭉하지만 운이 좋은 날은 하루에 30만원을 벌기도 한다. 다만 여전히 “대학 나와 왜 노가다하냐”는 부정적 인식은 존재한다. MZ세대 기술 전문가들은 의외로 기성세대보다 젊은세대가 더욱 큰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수성 실장은 “어르신들은 기술직에 대해 성실한 노동자로 좋게 봐주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주변 친구들의 시선이 신경 쓰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 모두가 의사 · 변호사 · 대기업만 선호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교육열은 중요한 자산이지만, 모두가 대학을 졸업해 똑같은 직업을 향해 달려가는 건 경제의 경쟁력 차원에서도 부정적이라며 직업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한파 학자인 휴 패트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소수의 좋은 대학과 몇 안 되는 일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다”며 “이런 야망과 근면성실함이 한국을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지만, 지금은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청년 패자’를 양산하는 사회적 문제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의사나 변호사, 대기업 직원이 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모든 직업이 존중받고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11월의 원주 용화산… 단풍나무숲-무실새골-무실로-남원로
09:45 원주 용화산으로.......
단풍이 물든....... 칠엽수
만추의 용화산 풍경길.......
며칠째 흐릿한 치악산.......
용회산 단풍나무.......
용화산 풍경길에서 단풍나무숲으로 하산.......
10:07 단풍나무숲에......
10:11 무실새골에..... 도담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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