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날 단상!
내일이면 9월이 시작됩니다. 지난 여름(7월~8월)은 무더위와 싸우고, 홍수와 장마 그리고, 더위와 기후위기를 참으로 실감나게 겪은 2개월이었습니다. 앞으로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고, 온난화가 아닌 열대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도 생태환경교육과 기후위기교육을 강화하는 교육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공문마다 다르게 표현되는 "생태시민"과 "환경시민"은 그만큼 해마다 정책의 기조가 다르다는 단적인 표현인 것같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바라본 경기도교육청 신청사 건물은 저녁마다 야근과 초과근무하는 직원들이 많은 것같습니다. 밤 11시까지는 각층마다 모두 불이 켜져있어 불야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마도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국정감사 대비하는 자료 준비, 경기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 2024 예산심의 등이 예정되어 있어서 9월부터 12월말까지는 아마도 경기도교육청의 600여명 직원들은 그야말로 눈코뜰새없이 바쁠 것입니다. 머리감을 때는 눈만 감으면 되지만 코까지 바쁘니까 눈코뜰새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젊은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교직생활이 힘들어서 떠나고자 하는 마음이 많다고 합니다. 특히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희생을 계기로 전국의 유초중등 선생님들이 그동안 참았던 분노와 억울한 교권침해에 대해서 비로소 목소리를 내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용기있는 교직 후배 선생님들의 모습에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냅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중고교 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이 바로 "선생님"이었는데, 요 몇 년사이에 이렇게 세태가 변하고 교권이 추락해 버려서 선생님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고, 엄청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이 그저 답답할 뿐입니다.
엊그제는 그동안 친분이 두터웠던 교장선생님께서 이번에 정년퇴직하게되어 식사를 마련한 자리가 있었습니다. 제가 교감시절, 교장시절, 그리고 퇴임 후에도 계속 인연을 이어온 훌륭한 교장선생님께서 자랑스런 정년을 맞이하셔서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늘 열정적으로 활동하시고, 사회봉사활동도 폭넓게 하셔서 지역사회의 신망도 두터운 분이라서 앞으로 정년 후가 더욱 바쁘게 생활하실 것같습니다.
어제는 훈장 수여식이 있어서 훈장증과 훈장을 찍은 사진도 전송해주셔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모든 청춘을 바쳐서 오직 교직이라는 한길을 걸어오신 교장선생님께서는 아마도 교직이 천직이요, 하늘의 부름을 받은 소명직이라고 생각하십니다. 그야말로 대과없이 62세 정년까지 소임을 다하고 이제 평범한 자유인이 되셨으니, 앞으로 더욱 건강하시고 교직생활에서 하고 싶었지만, 못다한 소원을 차츰 이루면서 제2의 삶을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번에는 퇴임하신지 6개월이 되신 교장선생님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소일거리를 찾아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한동안 손을 놓았던 당구치기, 탁구연습, 복지관의 여러 프로그램 참여하기( 일본어, 영어회화 배우기, 그림그리기, 영상제작, 당구 및 탁구 교실 참여, 기타 및 색소폰 배우기......)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적당한 소일거리나 일자리가 있으면 재취업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유튜브에 보면, 광주의 고교 및 대학 동창 4명이 목포의 횟집에서 퇴직후 생활에 대한 취중 이야기가 20여분짜리로 편집되었는데 상당한 조횟수를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아직 현직에 있는 분은 앞으로 퇴직후 설계를, 퇴직하여 이것저것 해보다가 지금은 떡집에서 아르바이트 하시는 분은 아직 자녀가 학생들이라서 자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솔직한 담화가 공감이 되었습니다. 자녀들과 어렸을 때, 소원한 관계가 지금도 대학생과 성인이 되어서까지 아버지와 서먹한 관계를 후회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현역에 있을 때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 가정을 위하는 최고의 일로 착각하였고, 가장으로서 돈버는 기계 역할을 하였던 것이 후회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놀아주고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을 아쉬워하였습니다.
아마 은퇴자들이 공감하고 수긍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퇴 전문가들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무조건 독립시키도록 해야 한다는 것과 가급적 소일거리나 보수가 적어도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퇴직금 가지고 창업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조언합니다.
그래서 "불퇴족"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절대 은퇴하지 않고, 자신의 전공과 전문성을 살려서 일을 계속하거나 보람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최근 TV프로그램에 "60년대생이 몰려온다"는 내용을 수요기획으로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유튜브에도 탑재되어 있으니 한번 시청하시면 공감하실 것입니다. 60년대생이 680만명, 60년대생이 최초로 대통령도 배출하였고 이들이 계속 은퇴족으로 우리사회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내용이지만, 노인 빈곤이 OECD 32개국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우울한 현실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통으로 지적하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되도록 일자리에 오래 머무는 것이 최고의 복지이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다."라고 합니다.
교직에서 퇴직한 십여분의 선후배님들과 "퇴직자 공동체 모임"을 만들어서 지금까지 이끌어온 것도 어쩌면 소일거리를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교직에서 은퇴한 교직 선후배님들께서 함께 소일거리를 만들고, 작은 공동체 모임을 갖는 것, 봉사 수준의 낮은 급여라도 건강을 위해서 일자리를 창출하여 더 많은 분들이 일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노력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야 교직에서 퇴직 후, 제2의 삶이 보람되고 유익하며, 건강 100세 시대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오늘(8월31일) 퇴직하시고, 내일부터는 자유인으로 당분간 휴식을 취하시게될 은퇴 교직자 여러분들에게 축하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첫댓글 퇴직하신 선배교사들은 도대체 뭘 하고 계신지.. 후배교사들이 지난날의 모든 것들도 감당해내고 있는데
퇴직하면 좋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오라는 데 없고 갈 곳 없어도 스트레스 없습니다. 무슨 강박관념 때문에 여기저기 둘러보고 뭐라도 해야지 할 필요 없어요.내가 과거에 무엇했네하는 것부터 벗어나고요. 그러다 보면 자기를 찾게 되고요. 하나 더 말씀드리면 남 가르치려들지 않으면 신선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