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발달장애인 가정 참사’ 애도, 전국에서 추모 물결전국 17개 시·도 추모 분향소 설치…“참사 방지 정책 마련하라”
‘주거생활서비스·종합지원계획 마련·가족지원센터 설치’ 등 요구
21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 설치된 청주 발달장애인 일가족 참사 분향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청주 발달장애인 가정 참사를 애도하는 추모의 물결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경기·광주·대구·부산·충북·경남 등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 각 지역지부는 21일 전국 17개 시·도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가정의 사회적 참사 추모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 발달장애인 일가족을 기리기 위한 분향소를 설치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충청북도 청주시의 한 주택에서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엄마인 60대 엄마인 A씨와 40대 아들 B씨, 딸 C씨는 모두 심한 장애 등급의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중 상대적으로 장애가 심하지 않은 아들 B씨가 어머니와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후 심각한 우울증을 겪은 누나를 돌봐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 일가족은 20년 전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아버지가 2009년 고엽제 후유증으로 사망하면서 기초생활 수급 가구로 선정돼 급여를 받아왔고 최근에도 병원에 입원하는 등 건강상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현장에는 B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과 함께 통장의 위치와 비밀번호, 장례에 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청주 발달장애인 가정 참사 추모식에서 추모굿을 하는 이삼헌 무용가. ©에이블뉴스DB
청주 발달장애인 가정 일가족을 기리기 위해 부모연대는 1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추모식을 열고 국회 앞에 49재를 위한 분향소를 설치한 바 있다.
이후 일주일이 지난 21일 생명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력을 규탄하고, 정부의 무능력과 사회적 고립으로 스러져간 청주 일가족의 평안한 영면을 기원하고자 전국적으로 추모식을 열고 분향소를 차린 것.
발달장애인 가정의 참사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2022년에는 언론을 통해 발달장애인 참사가 10건이, 2023년에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이 8건이 보도됐다.
올해도 청주 발달장애인 가정 참사를 비롯해 1월 경남 김해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은 어머니가 20년간 돌본 발달장애인 아들을 살해했고, 2월 서울에서 아버지가 발달장애 자녀 둘을 살해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21일 울산 시청 앞에 설치된 청주 발달장애인 가정 추모 분향소에서 분향하고 있는 사람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에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 가정의 참사가 단순한 개별 가정의 비극이 아닌 발달장애 가족 지원 정책의 총체적 부재 속에서 발생한, 국가와 사회 시스템의 구조적 무능력으로 인해 발달장애인 가족이 겪게 된 사회적 참사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발달·중증장애인 가정의 비극의 사슬을 끊기 위해 부모연대는 정부와 충청북도, 청주시에 ▲사회적 고립 발달장애인을 찾기 위한 청주시 행정전수조사 실시 ▲극한 상황에 처한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주거생활서비스 도입 ▲모든 기초 자치단체에 발달장애인 전문 지원을 위한 가족지원센터 설치를 촉구했다.
또한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통한 발달장애인 집중 사례관리사업 실시 ▲발달장애인 가족 사회적 참사 대책 마련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발달장애인 종합지원계획 마련을 요구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모든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온전한 지원체계 속에서 평안하고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가 책임을 다하고 국가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 방지 정책을 제대로 마련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