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새로 바뀐 심폐소생술 지침, 초등학생도 한다

[김순용]

photo by Cushing Memorial Library and Archives from flickr

심폐소생술, 영어로는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줄여서 CPR이라고도 합니다. 주변에서 흔히 경험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몇몇 의학 드라마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장면이여서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심폐 소생술의 국제적 지침은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5년을 주기로 개정되는데, 지난 2005년 발표되었던 내용이 미국 심장 학회에서 개정되어 작년 10월 발표되었습니다. 뒤이어 지난주 금요일(2월 18일)에는 국내의 상황을 고려한 한국심폐소생술 지침도 새롭게 발표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심폐소생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한국 심폐소생술 지침 PDF 다운로드 링크>

심폐소생술, 의료진만큼 일반인도 알아야 하는 이유

심폐소생술이라 하면 의료인들이 하는 의료 행위라는 생각에 일반인은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경우의 60~80%가 병원 외의 집이나 직장, 길거리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는 일반인들도 충분히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상황을 만날 수 있음을 뜻하며, 또한 심폐소생술을 받는 대상이 남이 아닌 친구 또는,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일반인들도 소중한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도구로서 심폐소생술을 배워둬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2000년 프로야구 모 선수가 경기 도중 부정맥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변에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결국엔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반면, 2009년에는 초등학생이 집에서 쓰러진 아버지를 심폐소생술을 통해 큰 후유증 없이 살린 일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모르면 전혀 손을 쓸 수 없지만, 알아두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심폐소생술 입니다.

심폐소생술은 죽어가는 뇌에 피를 공급하는 행위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경우는 보통 부정맥 등의 심장 질환으로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할 때입니다. 병원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의료진의 조치로 대부분 심장의 기능을 빨리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야외에서 발생한다면 의료진이나 응급구조사의 손길이 닿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나 뇌는 혈액 순환이 중단되는 순간부터 급격히 나빠집니다. 보통 혈액 공급이 1분 중단되면 의식을 잃고, 4~5분이 넘어가면 뇌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하며, 10분이 넘어가면 뇌사로 회생의 가능성이 사라집니다.

심폐소생술은 이처럼 짧은 뇌의 생존 시간을 조금 더 벌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의 흉부를 반복해서 압박하면 심장이 펌프질 되게 되고 미약하지만, 뇌로 피가 흐르게 되는 것입니다. 통계적으로 목격자에 의해 심폐소생술이 시행되면, 시행되지 않은 경우보다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2~3배 커진다고 합니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하는 경우는?

누군가가 쓰러져 있다고 해서 모두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쓰러져 있더라도 의식이 남아 있고, 규칙적인 호흡이 있다면 심폐소생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몸을 흔들거나 이름을 불렀을 때 아무 반응이 없고 숨도 쉬지 않는다면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만약, 그러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재빨리 주변 사람에게 알리거나 119에 연락을 취해 도움을 먼저 요청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심폐소생술만으로 심장이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며 제세동기라는 기계로 심장의 리듬을 돌리거나 의료진의 조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움을 요청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쟤빨리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합니다. 이전 지침에는 구조 호흡이라고 해서 인공호흡을 2회 먼저 실시하도록 했었지만,바뀐 지침에서는 인공호흡 없이 가슴 압박을 먼저 시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분당 100회~120회, 5cm 깊이로 힘있게!)

가슴 압박이 더 중요!

바뀐 지침은 한시라도 빨리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것이 산소를 불어넣어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한, 인공호흡이, 일반인 구조자에게는 아부래도 좀 부담스럽고, 그렇다 보니 심폐소생술 자체를 꺼리게 되는 경향이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인공호흡을 하느라 가슴 압박까지의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단점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번 바뀐 지침에서는 인공호흡 보다 가슴압박을 먼저 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지 않았거나, 교육을 받았더라도 인공호흡에 자신 없는 사람은 가슴 압박만이라도 반복해서 하라"는 항목도 추가되었습니다. 이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보다는 가슴 압박만이라도 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누구나 더 쉽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도록 과정을 간략화한 것입니다.

"자동 제세동기"라고 하는 기계는 뭔가요?

요즘에는 비행기나 공항, 기차나 기차역, 지하철역, 또는 관공서 등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데요. 자동 제세동기, 영어로는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줄여서 AED라고 하며, 전기를 이용해 심장의 리듬을 원상태로 돌려주는 기계입니다. 심장이 정지된 환자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세동이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 기계는 복잡한 심장 리듬의 분석과 제세동을 자동으로 해줘 전문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따라서 주변에 이 기계가 있다면 119에 연락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빨리 가져다 달라고 해야 하며, 기계가 도착하면 준비되는 데로 빨리 제세동을 시작하는 것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제세동 전후에 흉부압박을 비롯한 심폐소생술은 계속하고 있어야 하며, 제세동 후에도 심장박동이나 호흡이 돌아오지 않으면 전문가가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계속해야 합니다.

2008년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 도입!

과거에는 심폐소생술을 하다 환자가 잘못되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사람에게 책임이 발생해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꺼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08년 우리나라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일명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라고 하는 면책 조항을 도입했습니다.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해당하는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해당 행위자는 민사 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 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사망에 대한 형사 책임은 감면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외국과 같이 선의의 구조자를 보호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심폐소생술을 하는 데에 따른 부담감을 가지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심폐소생술, 어디서 배우나요?

"대한 심폐소생 협회(링크)"를 검색하면 홈페이지가 나옵니다. 지역별로 의료인이나 일반인을 위한 교육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이나 각종 교육 자료를 찾아 배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실습으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최소한 가슴 압박 방법이라도 기억해 둔다면, 언젠가는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데 도움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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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s]

정말 맞는말씀이시네요~~^^* 꼭 알아야하는 정보인것 같아요~~~^^* 배우겠습니다!! 알긴하는데 실습을 안해봐서..
항상 좋은 의학정보 전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김순용]

지금까지 제가 올렸던 정보 중에 가장 실용적이고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 시간 되실 때 꼭 배워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