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에서 만우절 허위 신고 시, 엄중 처벌을 하겠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애들처럼 만우절에 장난 삼아 허위 신고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길래 저런 기사가 나오겠냐는 생각에 잠시 만우절 추억에 빠져보기도 했다. 중고등 학교 시절 만우절에 제일 빈번하게 일어났던 '반 바꾸기'~ 학생들의 앙증맞은 장난에 선생님도 모른 척 웃으며 수업을 진행하던 그런 누구나 가지고 있는 즐겁고 훈훈한 만우절의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내 두 발로 세상을 지탱해야 되는 나이가 되었기에 현실적인 이성과 감정의 메마름이 정당하다라고 각인시키고 있는 나에게도 지금보다 백배는 순수했던 시절의 추억들은 가끔 촉촉한 단비처럼 메마른 내 마음을 적셔준다.
학교 문방구에서 팔았던 불량 식품, 먼지 가득한 LP판과 테이프, 비디오로 섭렵한 홍콩 영화.. 그리고, 그 홍콩 느와르의 중심에는 '장국영'이 있었다. 당시 코미디언들이 자주 페러디한 '영웅본색 2의 공중전화 박스 씬', 롤 빗으로 앞머리를 감아 스프레이로 고정 시켰던 '장국영 머리', 모 초콜릿 CF에서의 빗속에서 자동차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장면 등 그는 우리의 기억에서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의 나이 46세.. 이제는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다. 만우절의 해프닝이기만을 기원했던 사람들의 바램을 뒤로 한 채, 그는 영화처럼 그렇게 떠나갔다.
이제는 유작이 되어버린 그의 영화들.
그가 연기하는 수 많은 영화의 주연들은 어쩌면 그와도 그리 닮아 있던지..
주변 사람들의 큰 기대를 받으며 장국영은 77년 [홍루춘상춘((紅樓春上春)]으로 영화계에 입문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흥행과 평가에서 동시에 실패를 하며, 그 이후 출연한 몇 편의 작품에서도 그렇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장국영은 [영웅본색]의 출연으로 일약 영화계의 중심으로 뛰어들게 되는데, 당시 '주윤발'이라는 거물에 빛을 가려 진정한 스타의 길을 걷지 못했다. 그 후, 장국영은 그의 영화 인생을 바꿔 놓은 작품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왕조현과 함께 출연한 정소동 감독의 [천녀유혼]이 그것이다. 어수룩한 서생인 '영채신'으로 연기한 장국영은 일약 여성 팬들의 "哥哥(꺼거)"로 거듭나게 된다. 이는, 왕조현이 [천녀유혼]을 찍을 당시 장국영을 哥哥라고 부르면서 이는 장국영의 예명이 되었다. 당시 꽤 어린 나이의 필자도 사촌 언니와 함께 영화를 보고, 장국영의 매력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 [영웅본색 2]에서의 잇단 흥행으로 스타의 반열에 등극하게 된다. [천녀유혼]에서의 영채신의 어수룩하면서 귀여운 모습, [영웅본색]에서 형을 사랑하고 믿는 동생의 순수한 모습과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마지막 메세지를 전하는 세심한 남성의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여성의 고유한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요소로 그의 초기 이미지를 형성한다.
1990년 그는 예전의 모습을 탈피하여, 퇴폐적이고 허무적인 '아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실제 장국영은 영화 속의 '아비'처럼 사랑에 대해 늘 목말라 했다. 10 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비록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부모님에게 따뜻한 애정을 받지 못했던 아이였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7년간의 영국 유학은 그를 더욱 외롭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어머니의 부재'로 입은 어린 시절의 상처가 '아비'를 무책임한 바람둥이로 만들었던 것처럼 장국영도 동일한 상처를 가지고 살아왔던 것이다. "발없는 새"로 비유되는 '아비(장국영)'는 이제는 지쳐서 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 은퇴 선언 후, 1993년 첸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로 컴백을 한 장국영은 6개월간의 호된 북경어 연습을 하면서 새로운 연기 영역에 도전했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패왕별희]는 장국영 '최고의 걸작'로 꼽히며, 샬로(장풍의)를 사랑하는 여장 남자인 데이(장국영)의 성적 혼란과 역사 속에서 일부분으로 몰락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형의 여자 쥬산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데이가 샬로에게 내 뱉는 한 마디.
그리고 자살을 택하는 패왕을 사랑하는 우희(데이)의 모습에서 잔인한 슬픔이 배어 나온다. 첸카이거 감독은 죽음을 선택한 장국영을 보며 [패왕별희]의 우희가 영화처럼 사라짐을 못내 슬퍼했다고 한다.
이 후, [금지옥엽], [해피 투게더], [성월동화] 등 수 많은 작품에서 마지막 그의 유작 [이도공간]까지 25년간의 그의 연기 생활은 막을 내렸다. 그가 생전에 남겼던 한 마디가 가슴을 울린다. 수 십 개의 생명을 가진 스크린 속의 장국영은 영원히 우리에게 기억될 것이다.
장국영을 배우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는 사실 영화보다는 음악으로 먼저 연예계에 데뷔한 케이스다. 77년 TV가 주최하는 '아시아 아마추어 가수대회(亞洲業余歌唱比塞)'로 음악계에 문을 두드렸다. 그 해 장국영의 첫 앨범 [I Like Dreaming], 79년 [情人箭]의 앨범을 발매했으나, 크게 주목 받지 못하였다.
하지만, 83년 [風繼續吹] 앨범을 발표하면서 세인들의 관심을 받으며, 그의 나이 29세인 85년, 'Monica' 라는 곡으로 일약 80년대 말 중화권의 대형 가수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당시 활동했던 알란 탐과 그는 극우 팬들의 "알란 탐 VS 장국영"이라는 대결 구조로 빈번한 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장국영은 화성 음반사에서 新藝寶 음반사로 이적하면서 '공동도과(共同渡過)', '니재하지(니在何地)' 등 성숙한 발라드 곡을 선보인다. [Summer Romance]가 바로 이적 후 발매된 첫 앨범이다. 그러나 89년 고별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음악계에 작별을 고하게 된다.
하지만, 락 레코드로 이적을 선언하며 1995년 [총애] 앨범과 96년 [홍] 앨범을 발매하면서 음악계에 화려하게 복귀를 한다. 장국영이 출연했던 당시의 인기 영화의 주제곡을 모아서 발매되었던 [총애] 앨범의 경우, 한국에서 아직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모으며 판매되었다. 그 이후 다시 유니버셜 뮤직으로 이적하면서, 남성의 성숙한 음악적 세계를 보여주었던 장국영은 황요명과 같이 작업한 [Cross Over] 앨범을 마지막으로 영원한 고별을 하였다. 유니버셜 뮤직은 장국영이 생전에 녹음해두었다는 5~6곡의 곡으로 그의 유작 앨범을 7월 쯤에 발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89년 당시 최대의 화제였던 장국영의 고별 선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던 팬들은 지금은 어떤 감정일까. 그의 죽음이 있던 다음 날 라디오에서는 유난히 그의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들려주는 음악들이 이렇게 마음 아팠었나 하는 생각과 자신도 모르게 울컥해지고, 코끝이 찡한 느낌을 여러분들도 느끼고 있을까. 사람들의 죽음에 점점 무뎌지는 나이, 더 더욱 나이 어린 소녀도 아니니 스타의 죽음에 아파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Tonight And Forever' 에서 그는 영원히 우리들의 곁에 있는다고 말했는데, 이제 남은 건 그의 음악뿐이다.
현재 그를 둘러싼 수 많은 의혹들.
자살에 대해 언론이 제시하는 말초적인 자살 사유, 그리고 원본을 알 수 없는 유서, 고소 공포증이었던 그가 선택한 자살의 방법, 자살과 타살의 팽팽한 의견 대립 등 그를 두 번 죽게 만드는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를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장국영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그를 좋아했던 그렇지 않던 80년대 홍콩느와르 열풍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게 그는 유년 시절의 소중한 추억의 단편의 일부분으로 존재한다. 퍼즐의 한 조각처럼 그 시절의 기억 중에 빠져버린 장국영의 존재는 불완전한 추억으로 남아 못내 아쉬움과 허전함을 전해준다. 그의 죽음 자체가 충격적이긴 했으나, 그 파장이 오랫동안, 그리고 크게 남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은 아닐까.
전혀 그를 좋아하지 않았던 친구가 남긴 한 마디.
"사실 난 장국영을 좋아하고 있었나 봐. 마음이 많이 아프고, 허전하네."
[총애] 앨범의 뮤직 비디오에서 장국영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내린 결정을 또 다시 부정하고 싶다. 만우절의 해프닝으로 그가 다시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아비정전의 '발 없는 새'의 대사가 글을 쓰면서도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가 정말 돌아올 수 없다면, 그가 쉬려고 했던 그곳에는 행복한 웃음만 가득한 장국영의 모습을 기원해 본다.
再見~ 我們的哥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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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젠 이런글을 읽어도 좀 괜찮을때가 됐는데... 너무나도 보고싶습니다.
꺼거없다는걸 아직도 인정하지 못하고 하늘 보며 어딘가 살아있을것만같은 그를 생각하는 바보같은 나.........ㅠ.ㅠ
아- 빽빽한글씨... 저도 백합님처럼 어딘가 살아있을것같은 생각이 들어요...ㅠㅠ
이거 벅스뮤직에 있어요!~ 벅스뮤직 중음에 들어가서-_-a zoom in중음 가시면 볼수 있어요~ 사진두 있구요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