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만큼은, 구디슨 파크에서 '피치 난입'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에버튼 선수들은 피치 안에서 다시 한 번 자력으로 프리미어 리그 잔류를 확정지었습니다. 이는 아주 험난한 환경 ㅡ 승점 8점 삭감과 수 많은 장외 이슈들 ㅡ 을 이겨내고 만든 대단한 성과였죠. 잔여 경기를 3경기나 남기고 잔류를 확정한 만큼, 이번 시즌 선수들은 이전과 달리 조용하게 자축했습니다.
물론 이번 시즌도 여러 번의 반전과 장외 이슈들이 있었기에 '드라마틱한' 시즌이었죠. 하지만, 에버튼은 리그 2경기를 남기고 18위 루튼 타운과의 승점차를 11점차로 벌렸습니다. (5월 13일 기준 승점차 14점차)
2년전 홈 최종전인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3-2 역전승을 만들어낼 때, 혹은 지난 시즌 최종전인 본머스전에서 극적인 1-0 승리를 거뒀을 때만큼 '구단의 모든 운명이 걸린 막판까지 가서' 에버튼의 잔류를 목격한 것은 아니죠.
이번 시즌은 이전 시즌 긴장한 것에 비하면 비교적 차분하게 임무를 달성했습니다. 4월 말, 머지사이드 더비 2-0 승리를 포함해 1주일 사이 기록한 홈 3연승은 에버튼의 '벼랑 끝 승부'를 막았죠. 피치 밖에서 승점 삭감, 재정 문제, 인수 여부 불확실 등의 골치 아픈 일들이 있었지만, 피치 안에서는 위기를 이겨냈습니다.
물론 여전히 구단 내 문제는 많습니다. 번리 감독 시절 팀을 유럽 대회 진출까지 이끌었던 션 다이치도 '이번 시즌 팀의 프리미어 리그 잔류가 내 감독 경력 최고 업적'이라 말할 정도였죠.
이달 초, 다이치는 기자회견에서 '지금 에버튼을 이끄는 일이 "모래로 저글링" 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만큼, (축구 인력) 스스로 뭘 하기도 쉽지 않고, 외부 상황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의미였죠.
팀 분위기에 얼음물을 끼얹는 사건들은 선수단의 사기까지 저하시켰습니다. 답답했던 다이치는 경기 복장까지 양복에서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을 정도였죠. 어느 순간에는 선수단 스스로도 '우리가 다시 이겨낼 힘이 있을까?'를 의심했습니다.
물론 먹구름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공식적으로' 언제 끝날지 불확실한 777 파트너스와의 인수 협상은 에버튼의 미래에 대해 큰 의문을 남게 합니다. 777 파트너스는 최근 미국 법정에서 '사기 혐의'로 민사 소송에 엮인 상태입니다. 피치 밖 상황은 여전히 답답함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피치 내에서는 감독과 선수단이 다시 한 번 생존 본능과 함께 팀의 (프리미어 리그) 생존을 달성했습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여유가 없어보였기에 대단한 반전이었죠.
0-6으로 대패한 첼시전 그리고 다음날 : 다이치가 '미쳐 날뛰는 빡빡이'로 변한 순간, 그리고 그 때부터 온갖 변화들이 일어났다
4월 중순 첼시 원정에서 기록한 0-6 대패는 의심할 것 없이 다이치 체제 에버튼에서 나온 최악의 결과였습니다. 이날 선수단이 보여준 '최악의 퍼포먼스'는 선수단 내 분위기 이슈 그리고 다이치의 능력에 대해 의문을 증폭시켰습니다.
경기 후, 다이치는 선수단의 열의 없는 모습을 비판했습니다. 특히, 이날 경기 중 중앙 미드필더 아마두 오나나와 제임스 가너를 교체한 것은 '(경기 내) 경쟁력이 턱없이 부족해서였다'고 말할 정도였고요.
한 번 무너지니 쉽게 무너졌습니다. 첼시전 초반부터 강한 압박에 나섰던 에버튼은 약점 노출 후 금새 무너졌죠. 하프타임때는 '거친 말들'이 오갔고, 다이치는 선수들을 거세게 몰아부쳤습니다. 경기 후에도, 첼시전 다음날 훈련때도 거친 분위기는 계속됐습니다.
첼시전 다음날, 다이치는 선수단에게 '니들이 나를 끝장나게 두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부주장인 제임스 타코스키가 해석해준 것에 따르면, 이는 곧 "(남은 시즌) 제대로 하거나 관두거나 정하라"는 의미였죠. 이때 코칭스태프는 '제대로 뛰지 않거나 훈련하지 않는' 선수들을 벤치로 보내고, 투지 있게 뛰는 선수들을 기용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드리사 게예가 다시 선발 라인업에 든 것도 이때문이었죠.
당시, 구단 내 일부 사람들은 "2024년이 시작된 시점부터 선수단 퍼포먼스는 서서히 하락세를 타고 있었고, 이때까지 존재하던 게으름이 첼시전에서 대패로 폭발한 것"이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첼시전 직후, 다이치의 연이은 '극대노'는 (선수단 입장에서) '진상'으로 여겨질 행동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선수단의 분위기 반전을 위해 불가피했던 행동이었다고 구단 스태프들은 회상했습니다.
선수단 드레싱 룸 내에서도 '기본기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 기본기에 집중하던 시즌 초에 좋은 성과를 내던 것과 달리, 지금은 그게 안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다이치, 코칭스태프 그리고 베테랑 선수들은 팀 미팅을 진행한 뒤, (잔여 경기에서의) 경기 전략을 변경합니다. 4-4-1-1 포메이션은 4-5-1에 가깝게 변했고, 낮은 지역 미드필드를 더 두텁게 형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선수들은 (이전보다)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다가, 특정 순간 상대 볼을 빼앗아 공격하는 전략을 택했죠.
Opta에서 기록한 에버튼의 볼 점유율 확보선 ('한 팀이 경기 내에서 주도권을 잡은 지역을 표시한 경계선)은 이전보다 더 낮아졌죠. 첼시전때는 (에버튼 골대에서) 44m 떨어진 곳이었다면, 머지사이드 더비때는 골대에서 단 27m 떨어진 위치로 가까워졌습니다.
다이치와 코칭스태프는 업무 주간에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했고, 훈련 세션을 통해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전달했습니다. 다이치 본인도 나름대로 피드백을 실행했습니다. 본인 감독 경력에서 최초로 경기날 복장을 양복에서 트레이닝복으로 바꿨습니다. 어찌보면 '웃기는 행동'에 불과하지만, 다이치 입장에서는 나 역시 조그마한 부분이라도 변화를 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포인트였습니다.
션 다이치, 에버튼 감독 (디 애슬레틱과의 독점 인터뷰를 통해) : "저는 선수들에게 제 생각과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할 수 있다'는 의지도 전달했고요. 그냥 "어떤 부분부터 변화를 줄까?" 까놓고 이야기했죠."
"그래서 트레이닝 일정, 분석, 심지어 선수 라인업 제출 같은 사소한 행동까지 변화를 줬어요. 제 (경기날) 복장 변경도 개인적으로는 큰 변화였죠. (최근 팀에 일어난) 가장 놀라운 변화는 아니지만, '뭐라도 바꿔보자'는 생각에서 결정한 변화들 중 하나였어요. 많은 것들을 바꿔보자고 판단했고요. 선수들한테도 '이런저런 변화를 주는게 어떨까?' 물어봤죠. 선수들도 그러자고 흔쾌히 답하더라고요."
"제 감독 경력에서도 슬럼프에 빠졌을 때가 여럿 있었죠. 하지만, 축구 감독으로서 가장 힘들 때는 팀이 부진할 때, 모두가 '왜 아무 것도 안하는거냐?'라고 물어볼 때에요. 심지어 요새는 미디어 보도량이 더 늘어나서 그런 질문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받죠."
"이번 시즌에는 변화를 줘야 할 부분들이 분명 있었어요. 때로는 꾸준하게 시즌을 치루다보면 언젠가 그 성과가 나오곤 하죠.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봐도 빨리 변화를 주는게 맞다고 봤고요. 스태프들의 동의를 구해서 여러 부분에 변화를 줬습니다. 그 성과가 곧 (연승으로) 나타났고요."
"저는 선수들에게 '번리 시절에는 10년간 감독 생활하면서 1년에 세 번 팀 미팅하면 '아슬아슬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여기서는 1년동안 팀 미팅만 벌써 네 번 했다'고 말했어요. 뭐 그 정도로 우리가 절실했고, 유대감이 깊었다고 봐야겠죠." 사실 이 팀에서도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두세번 정도 큰 변화를 줬어요.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선택한 변화였죠. 정말 필요할 땐 계속 변화를 주고, 성과가 나는지 지켜보곤 합니다."
타코스키 그리고 도미닉 칼버트-르윈 같은 팀 핵심 선수들은 부상과 몸살을 안고도 경기에 출전해 팀을 도왔습니다. 부인 메건이 지난해 12월 수술을 받아 '본인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낸 드와이트 맥닐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중요한 순간 팀 연승에 크게 공헌했죠.
익명을 요구한 선수단 측근 관계자 : "이 선수들도 구단의 미래가 걸려있음을 알았어요. (지난달 연승을 통해) 본인들이 이 구단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 보여줬고요."
절체절명의 순간, 다이치와 선수들은 할 수 있는 모든 변화를 주고, 견딜 수 있는 것들은 모두 견뎌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의 성과는 어마어마했습니다. 거의 모두를 놀라게 할 정도로요.
재정난, 승점 삭감 등 '경기장 외 "억까" 상황'의 연속 ... 선수단과 직원들까지 극심한 스트레스에 빠지게 한 슬럼프 기간
에버튼 구단 내부에서는 다이치가 '거센 물보라를 뚫고 무사히 항해한 것'에 비해 많은 찬사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에버튼 스태프들은 지난달 말, 팀이 브렌트포드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승점 삭감이 없었다면 브라이튼 & 호브 알비온과 승점이 같았음'을 짚었습니다.
지난해 여름, 에버튼은 심각한 재정 문제로 인해 핵심 자원들을 판매하고, 아르나트 단주마의 임대비 2m 파운드만을 일시불로 지출했습니다. (역자 주 : 당시 나머지 선수 영입 금액은 후지불 방식을 통해 지출하기로 계약.)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에버튼은 이전 시즌 (2022/23시즌) 자신들과 승점 26점차가 났던 브라이튼과의 격차를 ㅡ 승점 삭감이 없었다면 ㅡ 없애버린 셈입니다.
프리미어 리그 수익 및 재정 안정 규정 (PSR) 위반은 지난해 10월부터 에버튼의 시즌에 오점을 남긴 상황이었습니다. 이로 인한 승점 삭감이 없었다면, 에버튼은 웬만해서는 강등권 경쟁을 벌일 일도 없었죠. 지난해 11월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에서 3-2 승리를 기록한 직후, 다이치의 에버튼은 강등권과 승점 8점차가 나는 상태였고, Opta의 예상 강등 확률도 3.5%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승점 10점 삭감을 통보받은 뒤, 에버튼의 강등 확률은 34%로 급증했죠.
승점 삭감 직후, 에버튼은 '강등로이드' 효과로 급반등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다이치와 에버튼의 모든 이들은 경기장 안밖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물론 당시 팀의 부진을 모두 '장외 문제'때문이라고 말하기엔 과한 변명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단 관계자에 따르면, '승점 삭감을 통보받은 뒤, 선수들은 대다수의 휴식 시간때 '승점 삭감과 재정 문제때문에 클럽이 잘못되면 어떡하나'를 걱정했다'고 합니다.
승점 삭감은 선수들이 매 경기를 치룰 때마다 막중한 부담감을 체감하게 했습니다. 구단 직원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좋은 결과인지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죠. 증폭되는 긴장은 결국 에버튼의 플레이에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감독과 선수들도 늘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순 없었고, 구단 직원들은 어느 순간부터 '다른 문제가 터질 것에 노심초사하며 월요일 출근에 임하는' 상태에 놓였습니다.
구단 내부에서는 '프리미어 리그가 어떻게 이런 조치를 취하는가'라는 분노와 부당함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다른 클럽들에 적용한 징계에 비해 너무 과하고 부당한 징계를 받았다는 반응도 나왔죠. 실제로 PSR 위반 금액 규모를 보더라도, (2022/23시즌 재무 제표 기준으로) 노팅엄 포레스트는 에버튼보다 약 두 배 가까이 많은 돈을 지출했지만, 더 적은 승점 삭감을 부과받았습니다.
실제로 에버튼이 첫 독립 위원회 징계 (21/22 PSR ; 승점 10점 삭감을 받았던 재판) 재판 당시 프리미어 리그는 승점 12점 삭감을 주장했습니다. 이는 에버튼 구단 외부에서도 '지나치게 불손한 조치'라는 비판을 받은 행정이었죠. 몇 몇 비판가들은 '프리미어 리그가 택한 PSR이 클럽들을 죽음의 악순환으로 몰고 있다'고 강하게 표현했습니다.
많은 승점 삭감 등 과한 징계가 클럽들의 리그 순위를 떨어뜨려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을 만든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하나의 리그 순위 차이는 약 3m 파운드의 상금 차이를 의미하는 만큼, 승점 삭감은 이미 문제에 빠진 팀의 상금 획득까지 저지해 미래의 회생 가능성까지 악영향을 주니까요.
최근 몇 년간 재정 규정 준수를 위해 히샬리숑, 안소니 고든 그리고 알렉스 이워비 등 핵심 자원을 판매한 에버튼은 승점 삭감으로 피치 안 퍼포먼스 그리고 또 다른 재정 문제를 안게 됐습니다. 지난해 가을 일어난 승점 10점 삭감 사태는 충격이 곧장 분노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놀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후 발표된) 노팅엄의 2022/23 PSR 위반 규모가 에버튼의 2021/22 PSR 위반 규모보다 40% 높았지만, 독립 위원회의 징계 수위는 더 낮았습니다.
올해 4월, 에버튼이 두번째 승점 삭감 (2022/23 PSR 위반으로 인한 승점 삭감)을 받았을 때, 프리미어 리그는 "독립 위원회는 PSR 위반이 엄중한 징계가 필요한 조치이며 스포츠 청렴성에 대한 위반임을 강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이치와 선수단 그리고 팬들은 프리미어 리그의 '잣대 없는 행정'을 '에버튼을 모두가 억까(억지로 까려)한다 (Everton against the world)'는 멘탈리티의 원동력으로 삼아 투지를 불태웠습니다. 이는 기적적인 연승 행진의 발판이 되었죠. 구디슨은 에버튼을 사랑하는 모두가 공공의 적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고, 에버튼 선수단과 팬들은 다시 하나로 단합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전 시즌에 부족했던 부분들까지 채워나갔죠.
지난 1월, 에버튼의 퍼포먼스와 성적은 이전달에 비해 크게 부진했습니다. 다이치와 일부 선수들은 시즌 막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장외 이슈들이 정신적으로 괴로움을 안겨줬다'고 말했습니다. 선수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에버튼 선수단은 3시즌 연속으로 강등권 싸움을 벌이면서 지쳤고, 특히 이번 시즌에는 '충격적인 이슈'로 강등권 싸움에 들어간 만큼, 스트레스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물론 12월 말부터 4월까지 리그 14경기에서 1승에 그친 결과는 다이치의 코칭스타일에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던 이유입니다. 당시 이 같은 성적 부진이 이어지자, 팬들과 언론은 '다이치의 플랜 B가 없다' '플레이 스타일이 문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모든 선택지의 끝은 다이치였고, 다이치가 다 해야했고, 다이치가 다 이겨냈다
다이치 같은 감독들의 문제는 분명합니다. 결과가 좋을 때는 팬들도 (다이치가 말하는) '실리 축구'를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다이치 본인도 '플레이스타일보다는 이기는 거만 신경 쓰겠다. 에버튼을 잔류하는 거만 생각한다'고 말했으니까요. 물론 결과적으로, 다이치는 성적으로 증명해냈습니다.
하지만, 시즌 중 다이치가 해결책 혹은 다른 플레이 방법을 찾지 못한 순간들도 존재했습니다. 이때 다이치의 접근법은 (다른 선택을 찾기 보다는) '내 전략이 결국 통할 것'이라는 믿음을 고수하는 것이었고요.
2023/24시즌 프리미어 리그 경기당 xG (기대득점값) 실익 (기대득점값-기대상대득점(실점)값) 환산 표
기대득점값만큼 경기했다면, 에버튼의 순위는 리그 8위에 해당.
데이터를 보면, 다이치의 말이 완전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시즌 기대 득점값 (xG)만 놓고 봤을 때, 기대실익값 (기대득점값 - 기대실점값) 대로만 플레이했다면, 에버튼의 퍼포먼스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유럽 대회 진출을 다툴 만한 위치 (8위)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에버튼 임시 고위층은 부진 속에서도 다이치에 대한 믿음을 유지했습니다. 사실 구단이 믿음을 유지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죠. 만약, 다른 시기의 (혹은 몇 년전) 파하드 모시리 구단주 체제에서 14경기 중 1승을 거뒀다면, 다이치의 감독직은 위험했을 겁니다. 하지만, 모시리는 사비 지출을 거부했고, 구단은 돈이 부족했습니다. 777 파트너스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모두 구단 행정비로 쓰였던 만큼, '구단이 감독 바꿀 돈은 있는지' 조차 불투명했습니다.
에버튼 구단 내 몇 몇은 '다이치가 강등권 경쟁 경험도 풍부하고, 영리한 행정가인 만큼, 부족한 재정 속에서도 팀의 안정화를 이끌 것'이라 믿었습니다. 실제로 구단 내부에서는 '만약 시즌 막판 감독 교체를 결정하더라도, 어차피 다이치 같은 사람을 다시 찾지 않겠냐'는 의견이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또한, 구단에서는 최악의 경우, 강등되더라도, '과거에 팀을 바로 재승격시킨 경험이 있는 다이치를 믿자'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미친 듯이 못 넣었던 에버튼, 미친 듯이 막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2023/24시즌 에버튼에 자리잡았던 가장 큰 문제는 골 결정력입니다. 에버튼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기대득점값에 비해 가장 골을 못 넣은 팀이었죠. 또한, 에버튼은 오픈 플레이 상황 (세트피스 공격 및 페널티 제외) 득점이 가장 적은 프리미어 리그 팀이었습니다. 칼버트-르윈은 기대득점값에 비해 5골이나 덜 넣으며 프리미어 리그에서 '골 기회를 가장 못 살린 선수'라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또 다른 공격수 베투도 기대득점값에 비해 4골을 못 넣어 해당 부문 워스트 5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코칭스태프는 이 문제 해결을 시즌 최우선 과제로 삼고 큰 노력을 다했지만, 여전히 공격쪽은 손 봐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공격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에버튼은 수비 안정감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에버튼보다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더 적은 실점을 허용한 팀들은 리버풀과 아스날 뿐입니다. 이번 시즌 조던 픽포드보다 더 많은 클린시트를 기록한 프리미어 리그 골키퍼는 아스날의 다비드 라야 뿐이었죠. 제라드 브랜스웨이트 그리고 비탈리 미콜렌코는 이번 시즌 믿음직한 주전으로 확실히 자리잡았습니다. 구단 내부에서는 2022년 여름 자유 계약 (FA)으로 타코스키를 영입한 것은 구단 내부에서 '최근 몇 년간 에버튼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는 찬사를 표했습니다. 이러한 극찬이 나올 정도로 타코스키는 이번 시즌에도 잘해줬죠.
주장 셰이머스 콜먼, 픽포드 그리고 애쉴리 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단의 기강을 잡으며, '중요한 일정을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기준 그리고 해당 기준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션 다이치, 에버튼 감독 : "베테랑 선수들이 경험이 많은 만큼, 상황 판단도 확실합니다. 때로는 어린 선수들이 '왜 갑자기 변화를 주냐'고 의문을 표할 수 있어요. 그럴 때 영기 (영의 애칭), 셰이머스, 타키 (타코스키의 애칭), 조던 (픽포드) 그리고 가나 (게예의 애칭) 같은 경험 많은 선수들이 답을 하죠. 이 선수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어린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자신들 스스로 (어린 선수들의) 모범이 되거든요."
"에버튼에 대한 비판 여론은 (시즌 내내) 꾸준했어요. 사실 안 좋은 소리는 더 빨리 퍼지거든요. 어쩌면 우리 구단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커서 그런 거겠죠. 저는 어떻게든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구단 재정 상황이 3~4년 전 같지는 않아요. 그래도 저는 에버튼 풋볼 클럽의 감독으로 일하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
짙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기대상대득점값 대비 실제 실점 차이.
픽포드는 기대상대득점값에 비해 4.76골을 막아내며
2023/24시즌 프리미어 리그 골키퍼들 중 해당 부문 4위를 기록.
이번 시즌 픽포드가 꾸준히 클린 시트를 기록한 것은 세부 데이터로 보면 더 대단한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기대상대득점값 (상대 팀 선수의 슛에 따른 기대득점값을 나타낸 수치)을 보면, 픽포드가 해당 수치보다 4.76골이나 더 막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리그 내의 다른 평균적 골키퍼에 비해 4~5골을 더 막아낸 셈입니다.
구단 내 스태프들 모두의 노력이 시즌 막판 성과로 드러나다
세트피스는 에버튼의 최대 강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에버튼보다 더 많은 세트피스 득점 그리고 세트피스 기대득점값을 기록한 팀은 아스날 뿐입니다.
다이치는 훌륭한 세트피스 성과의 수훈을 이안 완 수석코치와 스티브 스톤 코치에게 돌렸습니다. 또한, 경기 분석가 알렉스 스캘론의 완벽한 상대팀 약점 공략 능력도 다이치의 큰 칭찬을 받았습니다. 구단 메디컬 팀과 스포츠 사이언스 팀은 이번 시즌 내내 1군 선수단 중 90%가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을 유지시켰습니다.
에버튼 구단 내 모든 스태프들이 '모두가 팀으로서 정말 잘해서 위기를 넘겼다'고 말할 만큼, 이번 시즌 성과는 모두의 진심 어린 노력이 발휘한 성과였습니다.
에버튼 선수들은 지난달 말 브렌트포드전 승리로 프리미어 리그 잔류가 확정된 뒤, 이틀간 휴식을 취했고, 수요일부터 루튼전 대비 훈련을 재개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루튼전은 '승점 6점짜리 경기'로 언급되던 경기였습니다.
다음 시즌 기초 목표는 (승점 삭감 없이) 승점 50점 돌파 ... '부정적인 요소는 이제 다른 팀에게 주자'
잔류를 확정한 뒤, 구단에서 즉시 내세운 다음 목표는 승점 50점 돌파 (물론 승점 삭감 제외시 승점)였습니다. 최근 구단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함의 연속입니다. 구단 내 거의 모두가 이번 시즌 후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예상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다이치와 텔웰은 기존 계약기간이 내년 6월 만료됩니다. 콜먼, 영 그리고 게예는 올 여름 계약이 만료되며 잭 해리슨과 단주마의 임대 계약도 올 6월 만료됩니다.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드레싱 룸 내 선수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분명 존재할 거고요.
션 다이치, 에버튼 감독 (브렌트포드전 후 인터뷰에서) : "제가 처음 에버튼 감독직 제안받을 때 상상한게 지금 상황은 아니거든요. 이번 시즌이 제 감독 생활에서 최고의 시즌이었다고 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즌 중 거의 절반의 기간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는건지 파악도 못했거든요. 몇 몇 이유는 사적인거라 말 못할 거 같고, 몇 몇 이유는 이제 잊는게 날 것 같습니다."
"에버튼이 다시 예전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갈 길이 멉니다. 이 구단의 현재 위치 그리고 미래에 원하는 위치의 간격은 꽤 크죠. 어느 순간, 에버튼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쉬운 팀', '화풀이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이런 상황을 바꿔야합니다. 이제 부정적인 요소는 다른 팀한테 줍시다."
저 말을 실천할 수 있다면, 오랜 기간 혼란에 빠졌던 에버튼이 다시 '성공의 길'을 향해가는 좋은 시작점을 마련할 것 같습니다.
https://theathletic.com/5469898/2024/05/06/everton-sean-dyche-safety-777/
https://blog.naver.com/evertonkorea/223447012100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선수단과 다이치, 코치진들이 하나로 뭉쳐 해결해나간 시즌이네요! 모시리는 역시나 한게 없고요!! 정말 다이내믹한 시즌이였습니다 다시는 겪고싶지않네요
감사합니다! 다이치와 선수단, 스태프들이 역경을 이겨낸 시즌임이 분명합니다! 강등권 싸움이나 이번 시즌 같은 악재들은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습니다 ㅠㅠ
션버지.. 그저 션버지..
션버지 -> 션다이치 -> 션버러지 -> 션버지의 과정을 거친 우리들의 션버지입니다...ㅋㅋ
길고 의미있는 글이었네요.
이번 시즌 에버튼 선수들, 다이치와 코치진 모두 수고했습니다!!
다음시즌에는 저도 에코님도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에버튼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