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호기심천국인 후배의 꾐?에 빠져 금전산 금둔사에 납월홍매를 보러 갔습니다.
금둔사는 순천 낙안읍성 인근에 있는 오래된 고찰입니다.
금둔사의 납월홍매는 음력 섣달(납월)에 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이곳의 매화는 다른 매화들보다 두 달 정도 빨리 핀다고 합니다. 매화는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법당에 들어 쥔장에게 삼배 드리고,
온김에 절구경이나 하자고 절 뒤편으로 올라 갔는데 크고 멋진 바위앞에 투박한 표정을 한 돌부처가 서 있습니다.
금둔사지 석조불비상,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으로 추정된다고 적혀 있군요.
매화는 다음 주에나 피겠지? 어디로 갈까? 동복에 둔동 들러 김삿갓 종명지에나 갈까?
잠시 군말이 없던 후배는 생각이 난 듯, 가는 길이니 천자암 쌍향수나 보고 가자고 합니다.
저의 탯자리 부근입니다.
차에서 내려 삼십분 쯤 가파른 길을 걸어 올라가야 했던 예전의 길 대신 새로 난 산길이 천자암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반기는 건 절집 강쥐 한 마리,
쌍향수 아래엔 출입금지 표지가 붙어 있어서 선뜻 들어가려는 후배를 말렸는데요,
청하지도 않았는데 스님 한 분이 오시더니 들어가서 나무를 만져보라고 합니다, 만지면 극락에 가실거라고...ㅎ
쌍향수의 속살은 거의 묵은 사리가 되었고 후세에 난 줄기들이 그 사리를 칭칭 감고 올라 가 크게 자라,
잎들을 내고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쌍향수의 잎들은 더러 끝이 구부러져 있어서 곱향나무라고 따로 부릅니다.
나무에도 온기가 있다는 걸, 혹시 아실까요?
식영정 돌계단을 오르면 수피가 아름답고 키 큰 소나무가 옹골지게 서 있는데요,
어느 겨울에 그 소나무를 안아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차갑지만 잠시 눈을 감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나무의 온기를 천자암 쌍향수에게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 누구라도 무엇이라도 내가 진심을 다해 안아주면 그도 나를 꼬옥 껴안아줍니다.
금기된 쌍향수를 만져보고 안아보고 뺨도 대 봤으니, 허락하신 스님의 말처럼 저도 한번 극락에 가 볼까요?
글쎄요, 지금 이렇게 한가로이 세상을 해찰하고 돌아다니는 자유로움이 제게는 이미 극락입니다. ^^
내려오는 길옆에 서 있는 덩치 큰 모과나무의 등걸이 참 아름다워서 한 컷 찍어 보았군요.
Chloe Agnew sings Vivaldi's ''Rain''
첫댓글 쌍향수 아주 값진 예술입니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멋진 작품을 탄생시켰네요~~
승속간에 분리 아닌 분리된 삶을 사는 스님들이 가끔 부럽습니다.
향기로운 차를 마시고 해롭지 않은 음식을 알맞게 먹으며, 좋은 공기로 숨쉬는 일상,
온 생을 오직 자기의 마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하루하루,
그러니, 쌍향수도 스님들처럼 딱히 인고할 것 없이 한 세상 잘 살았겠습니다.
마치 성철스님의 누더기처럼, 낡은 것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
순천 송광면 이읍리에서 30분 가파르게 올라서면
만나는 천자암 왼쪽 뜨락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쌍향수(곱향나무)
신성한 분위기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몇해전 주변에 혹난초와 감자난초 탐방을 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우보님께선 멀지 않은 곳에 계시니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만한 곳이네요,
조계산 자락이니 좋은 들꽃들을 만날 수도 있겠습니다,
매화꽃 필 때쯤, 광양 다압보다 조용한 금둔사에도 한 번 들러오시면 좋을 듯 합니다.
얼마전엔 장군목 용궐산에도 들르셨다구요? ㅎㅎ~~
그 예전 설레이며 매화보러 갔던 추억이 있네요 여러색이 피어 화사함에 좋았었지요 천자암은 수차례 가보고 싶었지만 걸어간다해서 못 갔어요 저 신비로운 쌍향수를 꼭 한번은 보고싶네요
아, 착희님을 위해서 산길을 냈나 봅니다.
지금은 가파른 길을 숨가쁘게 오르지 않고도 암자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으니,
운수 좋은 날, 한번 다녀 가시길 권합니다.
가시면 꼭, 마음 가다듬고 쌍향수를 품어 보시기를, 오랜 세월의 향기와 온기를 느껴 보시기를 바래요. ^^
오~,
직접 보지는 않았으나,
그 유명한 천자암의 천연기념물 쌍향수이군예~~~,
마치 神의 靈이 깃든듯 온갖 세속의 고뇌를 한 몸에 지니고 품어나가는 神靈樹~~~!!!
저 무늬무릇의 눈에는 그리 보입니더....^~^
참으로 멋드러진 고목중에 명작이여예...
볼수록 겸허해지는......♡
여행하실 때마다 접하시는 좋은 명작품들을 이리 올려주시면 보고 함께 즐기는 기쁨을 나눌 수 있을 것같습니더~~~,♡
클로에 애그뉴의 노래도 신비로운 쌍향수와 어울리는 아주 멋진 곡입니더.....^^~
마치 천상에 아니, 극락에라도 오른듯~~~,♡
어떤 사람들은 쌍향수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고 한답니다.
지난한 세월이 아기자기하게 몸에 박힌 나무들은 자연이 알아서 아름답게 가꾸어 주나 봅니다.
보조국사와 담당국사의 지팡이 이야기도 그렇지만 신령수라는 무릇님의 말씀도
대뜸 공감할 수 있습니다.
쌍향수는 얼핏 침묵하고 있는 듯 해도 가까이 다가가 껴안아주면 분명, 무언의 느낌을 줍니다.
음악까지 잘 들어주시니 무릇님께선 단연 1등 독자이십니다. 고마워요, ^^
우~~~와 사진으로 보는데도 그 웅장함에 입이 다물어 지지를 않습니다
직접보면 감탄사가 더욱 연발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네요
낙안읍성에는 몇번 가봤는데 천자암의 천연기념물을 몰랐었네요
풀피리님, 꼭 한번 다녀가십시요, 그럴만한 가치가 넉넉합니다.
승보종찰 송광사의 범종 소리와 법고소리를 오랜 세월동안 들으며 살아 왔으니
쌍향수는 마음씨 착한 사람들에게 침묵의 법문을 전해 드릴 것입니다.
머무는 시간동안 내내 행복하실거예요~~^^
납월홍매며 쌍향수며 곱향이며....숙연해집니다.
말이 필요없는 숙연함의 시간이 멈춘듯 합니다.
사진도 모두가 작품인 꽃시락님의 안목과 식견에 놀랐습니다.
납월홍매와 쌍향수는 꼭 한번은 찾아 가서 친견하고 싶어집니다.
꽃시락님께 감사드립니다.
앉아서 이 귀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해 주심을요....
겨울산 조심히 디디고 다니시길요,
참 고맙습니다.^*^
초원님께서 꼭 한번 찾아 가서 친견하고 싶다고 하셨으니 저는 성공한 셈입니다,
아무래도 직접 보고 만지는 것만큼 그려 드릴 수는 없으니 직접 보는 이의 느낌은 아직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제 꽃님들의 몫입니다, 정말 나무에게도 온기가 있는지 없는지, 빈말이었는지,
먼 시공간을 넘어 보조국사의 숨결이 남아 있는지, 그의 마음까지도 깊이 헤아려 보시길 바래요, ^^
쌍향수 두 그루 어깨동무하고 살아간다
서로 함께 더불어 상생의 두 손을 잡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간다.
참 멋지고 아름답다.
~~
꽃시락님 덕분에 눈이 호강하고 갑니다
기쁜마음님께서 상생을 보셨군요,
어깨동무하고 손잡고 참 아름답게 보였겠습니다,
사람들도 저 두 그루의 나무처럼 서로의 삶을 돕는 관계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허겁지겁 살아가는 사람들은 좀더 느리게,
저 나무들의 마음을 배우며 살아가면 참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