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입국대작전"
00:30 뭄바이 IN!
드디어 인도 도착이다.
눅눅하고 뜨거운 공기가 여기가 머나먼 타국임을 실감케 하는 밤.
도착과 동시에 정신이 번쩍들게 하는 사건이 터지고 만다.
출국수속할 때 별생각없이 인도내 주소를 공란으로 뒀다가 출입국 사무소에 끌려간다...
으잉? 그러나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뭐 별일있겠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생전 첨 가본 공항 출입국 사무소 ㅋㅋㅋ
주소가 없으면 못받아 준다고 니네 나라로 돌아가라며 어찌나 정색하고 겁을 팍팍 주던지-_ - .......
아놔 인도에 집이 없는데 어쩌라고!!!!
결국 우린 다시 공항 안으로 쫓겨 들어가 어떤 중국인들 호텔주소를 컨닝해서(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간신히 주소를 빌림) 사기로 쓴 끝에야 출국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 두어시간을 허비했다. 젠장 입국도 못할뻔....
여하튼 천신만고 끝에 공항밖으로 궈궈!!!!!
오밤중인데도 공항에는 사람이 많다.
포트 구역으로 이동한다.
부탁하지도 않았건만 택시에 짐을 실어주고는 돈을 요구하는 정체불명의 남자.
알아들을 수 없는 힌디어를 나불대며 난폭운전을 하는 택시기사.
안개가 자욱한 뭄바이의 밤거리.
길에 널부러져 자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처음에 시체인줄 알고 몇번 깜짝 놀람;;;)
아무것도 모르겠고 겁이 난다.
난 무슨 배짱으로 여길 덜컥 온 거지?
우리의 첫 숙소는 Hotel Oasis. 이름은 호텔인데 시설은 우리나라 싸구려 모텔보다도 못하다.
심지어 하룻밤 숙박료가 1380루피.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지역 어지간한 숙소의 4~5배 가격이었다;;;;
뭄바이의 살인물가를 뭣도 모르고 일단 체험.
자려고 보니 현재시간 AM 04:30. 피로는 착착 쌓이고 감기기운은 심해져만 간다.
"뜨거운 첫만남"
아침이 되었다. 늦게까지 자고 싶었으나 더위와 창밖에서 나는 요란한 자동차 경적소리에 잘 수가 없다.
이렇게 잠도 충분히 못자고 첫날 여행 START!
뭄바이는 인도의 수도 델리에 이은 제2의 도시로 우리나라 부산같은 분위기.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복잡하고 정신없다.
날씨는 자기네 입장에선 나름 겨울인데도 기온으로 보면 우리나라 여름이다. 낮기온은 30도를 웃돈다. 헥헥..
저것들이 인도 택시. 뭄바이는 택시비만 이상하게 싸서 시내에서 이동할 때는 택시를 주로 이용했다.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다.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델리로 IN, OUT을 모두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인도에서의 첫 식사! 쨘~
피자, 커리(빠니르 라는 치즈가 들어간), 버터갈릭난, 밥. 생각보다 훨씬 맛있다!!
테이블 가운데 놓인 소스들 중에는 내 혀를 기겁하게 만든 것들도 있긴 했지만.
그런데 이것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인도에서 이정도면 상당히 고급이었다.
음식이 안 괜찮았으면 사장 멱살을 잡아도 괜찮을 가격이었다는. 역시 살인물가-_ -;;
식사 후 감기증상은 계속 스멀스멀 올라오고. 이마빡에 오르는 열과 어지럼증을 동반한 채
Gateway of india(인도문)와 타지마할 호텔을 보러 간다.
뭄바이의 주요 상징물 중 하나인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
1910년대, 영국 식민지 시절에 건축되었는데, 당시 영국에서 인도로 들어오려면 뭄바이 항구를 통해 들어와야 했기 때문에 이 문은 인도로 들어오는 관문이자 인도의 상징물이 되었다고 한다.
요런거 하나 찍고 가야 안 서운하겠지? ㅋㅋㅋ
이것은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 바로 옆에 있는 타지마할 호텔.
인도의 최고급 호텔로 하룻밤 숙박비가 500$란다. (내 인도 3주 총경비가 500$)
오른쪽 네모난 건물이 신관인데 개인적으로 왼쪽 구관이랑 부조화스럽게 느껴진다.
몇 년전 폭탄테러 사건 이후 입장을 하기 위해서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그나마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 투숙객이 아니어도 별 규제없이 로비 구경을 할 수 있다.
호화스럽다. 호텔안에 루이비똥 매장이 있질 않나ㅋㅋ
심지어 화장실에도 직원이 있어서 손씻고 나면 냅킨을 잽싸게 건네 주고, 변기커버를 매번 일일이 닦아주는 등,
사람을 몸둘바 모르게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린 더위와 인파,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졸졸 따라다니는 자칭 프로페셔널 포토그래퍼들의 호객행위에 지쳐간다.
결국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다시 숙소에 들어와서 해열제 먹고 뻗어버린다. 아이고야~
한숨자고 일어나보니 밖은 어두워졌고 날씨도 조금 선선해졌다.
저녁을 먹고 마린 드라이브를 산책한다. 마린드라이브는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길이다.
해안가에는 번쩍이는 고급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서 '여왕의 목걸이'라고 불리운다고,
우리나라 해운대 삘이다.
근데 배불뚝이 아저씨는 왜 나를 째려보시는 거지? ㅋㅋㅋㅋ
숙소에 들어온 후 내 컨디션은 더 저조해진다.
코가 너무 막혀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도 너무 느리게만 간다.
아... 인도.. 시작부터 호락호락하지 않구나.
모두에게 짐이 될 것 같아 아픈 티도 낼 수가 없으니. 내일은 회복해야할텐데. 플리즈!ㅠㅠ
"엘리펀트 섬"
다음 날, 숙소를 조금 저렴한 곳으로 옮기고자 꼴라바로 간다. 역시나 방 구하기가 쉽지않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땀 흘리며 발품을 판 끝에 인디아 게스트 하우스로 숙소를 잡았다. (1박 500Rs)
역시나 엄청 좁고 옆방과는 얇은 합판 한장으로 칸막이처럼 막혀져 있다.
그나마도 천장에서부터 50cm정도는 걍 뚫려 있어서 사생활 따위는 없음 ㅋㅋㅋ
그런데도 뭄바이는 방값이 너무 비싸 방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엘리펀트 섬.
인도에서 유명한 석굴 힌두 사원들이 있는 곳이다.
섬까지는 인디아 게이트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는데,
거리는 1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한시간이 소요된다. 그렇다. 통통배다 ㅋㅋ
배에서 내리면 석굴들이 있는 곳까지 꽤 걸어야 한다.
이 구간에 미니 열차도 운행된다. 걸어가는 것과 속도차이는 별로 없을 듯 하다.
기차 레일에서 장난이나 치고 ㅋㅋ
매표소 주변에 돌아다니는 소를 보고 신기해서. ㅋㅋ (인도에서 소는 눈만뜨면 보이는 존재라는 것을 이땐 몰랐다.)
엘리펀트 섬에는 원숭이가 많다.
저 망고 음료수는 내꺼였다!
걷고 있는데 갑자기 무언가 움직이는 생명체가 달려들어 눈 깜짝할 새에 음료수를 채 갔다!
꺅!!!!!!!!!!! 진짜 깜짝 놀라서 소리지르고 난리남 ㅋㅋㅋㅋㅋ
알고 보니 원숭이였다 으아
이 와중에 순간포착한 빡소 대단해 ㅋㅋㅋㅋㅋ 절대 연출샷 아님ㅠㅠ
바위산에 석굴을 파고 만들어진 사원과 그 안의 석상들. 6~8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1500년쯤 된 것이다. 와우.
옛날, 서구 열강들이 인도 대륙에서 영토싸움을 벌일 때 포르투갈 군인들의 사격 표적으로 사용되는 바람에
사원 안의 석상들은 아주 많이 훼손되어 있다. 아 이런 걸 볼때마다 너무 속상해ㅠㅠ
이 섬이 엘리펀트 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도 원래는 섬에 코끼리 모양의 조각상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는데
현재는 약탈로 인해 대부분 사라졌다고 한다. 실제로 나는 코끼리 조각상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
석굴들을 모두 둘러보는과정은 겁나 멀고도 더웠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인도 구자라트 주의 아메다바드 에서 소풍오신 가족들이 인도 음식을 대접해 주셨다.
같이 식사를 하겠냐는 말에 넉살도 좋게 "Why not!!" 배고프던 찰나였거든 ㅋㅋ
원래 인도사람들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왼손은 더러운것을 만지는 손이라서 반드시 오른손만을 사용함)
식당에서는 숟가락과 포크를 주기 때문에 손을 사용할 일이 없었지만 여기서는 정말 손으로!!
인도에서 처음으로 정말 순수하게 손으로 먹은 음식! 게다가 진짜 인도 가정식이라니. 재밌다.
식당에서는 절대 먹어볼 수 없는 맛이었다. 살짝 요상한 맛이 나는 것도 있었지만 나름 맛있다.
우리나라 시골인심처럼 배부르다는데도 어찌나 계속 주시는지..
우린 예의의 한국인이라 거절도 못하고 끝없이 먹었다. 조금 괴로웠다-_ -;
저 납작한 부침개 같은 것이 "짜파티"인데, 먹는 중에 남아 있던 짜파티를 원숭이가 통째로 채갔다.
이번엔 원숭이 땡큐! 니가 안채갔으면 우리가 꾸역꾸역 다 먹을뻔 했으니.
정말 훈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인도 인심 사랑해요♡
"도비가트"
다시 배를 타고 섬에서 나왔다.
오늘의 다음 행선지는 도비가트. "도비"는 "빨래"라는 뜻으로, 도비가트는 빨래터를 의미한다.
이 도비가트는 뭄바이 최대 규모로, 뭄바이의 온갖 빨래들이 밀려드는 곳이다.
여기에서 빨래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카스트에서 속하지 못하는 불가촉천민들이다.
불가촉 천민이란 접촉하면 부정이 타므로 접촉해서는 안 되는, 사회적 접촉과 삶의 기회를 제한받는 집단이다.
그들은 이 빨래터에서 태어나 죽을때까지 빨래를 하며 살아간다.
인도에서는 타액이나 땀 등 사람의 몸에서 분비되는 것들을 대단히 더럽다고 여기기 때문에
천민중에서도 빨래에 종사하는 도비왈라들은 아주 천한 직업이라고 한다.
한 평도 안될 듯한 작은 집에서 화덕에 짜파티를 굽던 소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죄인이 된 기분이다.
이런 안타까운 삶의 모습을 '진풍경'이라며 구경을 하러 여기에 온 내가..
그런데 신기한 것은 당사자들은 그러한 자신들의 현실을 그저 숙명이라 여기면서 묵묵히 살아간다.
이것은 힌두의 세계관과 관련이 깊은데,
힌두에서는 사람마다 타고난 본성이 다르고 수행해야 할 역할도 다르다고 보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 한다.
각 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의 본성을 인정하고 현재의 삶을 마치 자연현상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이 사회는 지금까지 이렇게 유지되어 가고 있는 거겠지. 그리고 언제가는 변화하겠지.
도비가트 바로 뒤에는 높은 빌딩이 그들의 고단한 삶을 내려다 보고 있다. 묘하게 불쾌하다.
어둠이 내려앉을때까지 도비가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데, 어느 소녀가 바나나를 사라며 끈질기게 말을건다.
그 눈빛을 외면할 수 없어 우린 하나에 2루피(50원정도)짜리 바나나를 하나씩 물고 돌아간다,
발걸음은 괜히 무겁다.
오는 길에는 교외전철 이용~
열차 밖으로 몸내밀기, 채 멈추지 않은 열차에서 뛰어내리기 등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위험 천만 시츄에이션 들이 모두 용인된다. 시원하고 재밌다♪ 히히
"뭄바이 프리덤"
숙소에 와서 씻고, 내일은 우리 급만남 일행이 뭄바이를 떠나 각자의 길을 가는 날이니 나름 쫑파티를 하자며.
술집에서 맥주 드링킹을 하면서 이별을 앞둔 이 시점에 우린 폭풍 情이 들어버렸다.
아쉬움에 팩소주들을 들고 해변가 길바닥에 앉아 화기애애하게 2차 음주를 시작하였다!!!
이건 뭐, 안주도 없는 걍 깡소주.
또 신났다 신났어. ㅋㅋㅋ
그런데.
진짜 딱 한모금 마신 순간이었다.
웬 남자 둘이 뚜벅뚜벅 다가온다. 뭔가 이상한느낌....
경찰이랜다.
에이 설마~ 우린 신분증 까보라며 의기양양했음ㅋㅋㅋ 근데 진짜였다? 어머 이런?
인도에서 허가없이 길바닥에서 술을 먹는 것은 불법이자 죄악이다. 그들은 음주를 금기시 하기 때문에.
여권 내놓으란다. 내 줬다.
경찰차 출동했다. 경찰서로 가잔다.
어머 이런???? 이거 지금 장난 아닌 상황인거야?????
"우리 힘들게 입국했는데 설마 추방되는거? 영사관에 전화해야 되나? 아 이런 똥됐네?"
별별생각이 다 들었지만 침착해지자 침착해지자를 되뇌이며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짓고 눈에는 눈물을 그렁그렁 장착하고
아임 쏘리를 200번쯤 연발하며 굽신거린 끝에야 1인당 벌금 500루피로 쇼부를 쳤다. 삥 뜯긴 기분.
우리의 거의 새 것이었던 술들은 바다로 던져졌다. 에라이!
별 경험을 다 해본다. 심장이 쫄깃해졌으나 사실 좀 재밌기도 했다. 푸하하
그러고 들어오니 새벽 2시가 넘었다.
우린 5시 비행기로 우다이뿌르로 날아가야 한다.
짐을 싸서 바로 공항으로 직행!!
뭄바이에서의 이틀은, 두달처럼 길었다.
사건도 많았고 즐거웠던 순간도 많았고. 두통과 열병을 앓았던 불안하고 혼잡한 도시.
그래도 행복했다.
곧, 계속됩니다.
제 블로그에도 놀러오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담편 기대되네요^^
담편도 빨랑 써서 올리겠습니다~^^
재미있는 추억 되세요. 2003년쯤 온가족 인도 여행이 새록새록 생각나네요. 참 다시 한번 찾기가 힘드네요. 앞으로 많은 일들이 앞을 기다리고 있겠죠. 그러나, 잘 헤쳐나갈 거예요. ....Good Luck!!
와.. 온가족 인도 여행이라니. 멋지네요. Good Luck!!
또 한명의 바람의 딸이 나셨군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와우 바람의딸! 정말 마음에 드는 별명이에요^^
저도 내일 뭄바이로 떠나요!!!기대만빵!!! 너무 재밋어요:) 더 읽고가고싶지만...저는갑니당
캬~ 부럽습니다.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힘들었던 추억이 오래남기마련입니다
좌충우돌 사건도 많았네요 ㅎㅎㅎ
네 정말 파란만장한 뭄바이에서의 이틀이었는데 정말 기억에 남아요^^
인도여행 한지 6개월지낫는데...기억이 새록새록 해지내요 잘보고가요
감사합니다.^^
재밌게 봤습니다. 저도 2005년 적지 않은 나이에 뭄바이 in 델리out 루트도 비슷하고... 사진보며 그때 생각하며 재밌어 합니다. 고맙습니다.
인도는 대학생들이 많이 오더라구요. 저도 더 늦으면 못갈 것 같아 올해 다녀왓습니다. 감사해요^ ^
뭄바이는 이상하게 외국인들에게 법이 상당히 엄격한 편 입니다...
2010년 10월 뭄바이에서 담배 껍데기 잘못 버렸다가...식겁 했죠,,
경찰하고 싸우다가 경찰이 나한데 영어로 욕해서 난 한국말로 막 싸우다가 경찰서 갔는데..
기적적으로 영어가 터져 그경찰 상관한테 싸대기 맞고 .. 나도 500루피 주고 사과 받고 왔음....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했어요,..
부정부패가 세계 최고수준 .. 인도 란점...잊지 마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소주인줄은 어떻게 알았을까???? 신기해... 돈냄새는 기똥차게 알아채는 인도 경촬...ㅋㅋㅋㅋㅋㅋ
와우 그런일이!!!!
정말 식겁했어요 ㅋㅋㅋ
멀리서부터 보고 돈냄새를 맡았는지 딱 다가오더라구요,,,,, 허허
정말 잘 읽고갑니다 ~ 3.2일날 출국하는데 좋은정보 얻고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