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이 너무나 많아서 3일 야근으로 겨우 끝낸 오후에
나는 사람들이 가장 없는 한적한 카페에서 들어가서 쉬고 싶었다.
여러곳을 돌아다니면서 찾아다닌 끝에 어느 작은 카페를 발견하고 곧바로 직행하였다.
햇살이 비치는 곳에서 쉬고 싶기 때문에
내가 맨 마지막 창가 자리를 잡으려고 하자
젊은 종업원이 와서 그쪽은 안 되는데요. 라고 대답하자
나는 너무 쉬고 싶은 나머지 왜 안 되냐고 날카롭게 물었다.
소심한 것인지 내가 너무 날카롭게 했는지
종업원은 그 소리에 우물쭈물해서는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자마자 나가버렸다.
“실례합니다.”
나는 그 목소리에 종업원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들어 보았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종업원이 있지는 않고 왠 남자가 서 있었다.
“죄송하지만 착석해도 됩니까?” 그가 묻는 동안 나는 남자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검은 청바지에 검은 바탕에 약간 흰줄이 있는 와이셔츠에 회색과
검정색이 대각선으로 교차한 심플한 모양의 넥타이,
재킷은 언뜻 보면 검은색처럼 보이는 진한 청색이었다.
왠지 묘한 느낌이었다. 게임으로 말하면 오래전에 만렙 찍은 상태랄까.
그에게는 무언가가 있었다. 젊은것인지 젊어 보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자기 자신과 세상을 초월한 느낌이 들었다.
안 좋게 말하자면 애늙은이고 좋게 말하면 성숙하다는 느낌.
그의 직업이 그런지 아니면 차림? 묘하게 풍기는 느낌?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묘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이 사람 목사구나 라고 말이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예, 앉으세요.” 그런 느낌에 나는 동석을 허락하고 그는 그제야 나의 맞은편에 앉았다.
허락하지 않으면 그냥 아무 말 없이 가려고 했는지 표정에는 화나는 기색도 없었다.
보통사람이면 상대방을 찬찬히 살펴보고,
왠지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에 대해서 화가 났을 것인데 그의 표정은 차분하다. 역시 이 사람 목사이다.
나는 왠지 새로운 동물을 발견한 학자처럼 호기심에 동했다.
그는 외적으로 말고 내면적으로 성숙한 느낌,
요즘 애들 같이 보이지 않았고 왠지 요즘 목사 같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느낌의 목사는 처음 보았다. 어쩌면 실제로 목사를 처음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고 있는데 아까전의 젊은 종업원이
나에게 파트너가 온것으로 착각한것인지 다시 와서 주문을 받으려고 걸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하지만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틀렸다.
그녀는 남자에게 영업용 웃음이 아닌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웃음을 지어주며 인사를 한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남자는 그녀의 웃음에 대답하면서 햇살이 비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그녀 쪽을 보면서 말했다.
“풋, 오늘도 변함없으시네요. 로즈마리 티(tea)랑 녹차 케익 한 조각이면 되죠?”
“네, 변함없이 그것으로 주세요.”
그 대화에서 그에 대해서 2가지 정보를 얻을 수가 있었다.
그는 항상 여기에 온다는 것
그리고 한결같이 같은 메뉴를 시키고 같은 자리에 앉는 단골손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종업원은 나를 흘끗 보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까전 종업원이 안 된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았다.
여기는 그가 매일같이 오던 자리였던 것이다. 그것도 단골손님을 위해 마련한 자리 말이다.
이런 자리가 내어질 정도의 단골손님이면 가게가 열리는 시점부터 지금까지 왔을 것이다.
가게에서는 단골손님에 대한 배려가 각별하다.
어떤 가게에는 예약 석으로 지정해서 그 손님이 오시면 바로 앉을 수 있게 마련하는 가게가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단골손님에 대해서 신경을 쓴다는 말이 되기도 하고, 예우라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그 예우라는 것을 배려하지 못한 몰상식한 사람이 되고 말아버린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종업원의 탓으로 돌리면 사회의 몫을 하는 어른으로서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이쪽은 안 됩니다. 라고 말하는 시점에서 나는 눈치를 챘어야 했다.
무슨 이유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챘어야 하는데, 라고 나는 한숨을 쉰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눈치 못 챈 사람은 말이 없지만 눈치 채고도
그냥 있는 사람은 정말로 사회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자리에 일어나려고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나를 멈춰 세웠다.
“죄송합니다. 동료가 힘든 것 같아보여서 제가 먼저 들려 보냈는데, 많이 놀라셨죠?”
그는 종업원을 보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하자
종업원은 아, 네. 그랬군요!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나는 종업원이 안심하는 듯한 웃음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쪽은 제 동료이니 걱정 마세요. 먼저 시키지 않으셨어요?”
다시 한 번 그녀를 안심시키 위해서인지 동료라는 것을 못 박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종업원이 난처하지 않기 위해서 배려를 해준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애송이는 아니었다.
“네,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어요. 잠시 메뉴판을 보여주시겠어요?”
그녀는 나에게 메뉴판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어느 가게처럼 평범한 메뉴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런 순간 먹고 싶은 것이 있었다.
핫 밀크랑 쵸쿄케익.
누가 보면 단순히 여고생 취향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대순가?
내가 이런 거 먹겠다는데 사람들이 왈가불가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일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자상하지 않다.
속으로 비웃고 욕하고 웃기다면서 나이에 맞지 않는 취향이라면서
생각하니 짜증이 올라왔다. 아아, 나는 쉬려온것인데 이러면 안 되지.
그렇게 메뉴판을 보는척하며 흘끗 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 남자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일까?
아니면 이런 여자는 관심도 없다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다 왠지 모르게 오기가 올랐다.
어른처럼 하자. 뭐 이미 어른이지만.
“블랙커피 한 잔 이랑 크루아상 두개 주세요.”
어른의 향을 보여주면서 내가 그렇게 시키고 그를 보려고 했지만 내가 내려놓은
메뉴판이 그의 얼굴을 가려서 안보였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서 나는 약간 당황했다.
“음, 저는 핫 밀크랑 초쿄케익 두조각으로 주시겠어요?”
그는 내가 시키고 나서 갑자기 메뉴를 바꾸었다. 그것도 내가 먹으려고 했던 메뉴로.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종업원에게 메뉴판을 건네주었고 종업원은 네 알겠습니다. 하고
주문을 받은 것을 주방에 전달하고 다른 쪽으로 가버렸다.
“우유 좋아하세요?”
앗차, 나는 그에게 그렇게 물었다.
처음 물어본 질문 그리고 말한 것이 우유 좋아하세요? 라니 비웃음 사기에 너무나 좋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네에, 스피노자가 사과나무 심을 시간에 우유를 먹을 정도로 괘나 좋아합니다.
라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수 없는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각자 시켰던 메뉴가 나오고 그는 종업원이 가고 나서
“음,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어지네요. 제 것이랑 바꾸실래요?”
라고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렇다. 그는 우연히 아니라 일부러 메뉴를 바꾼 것이었다.
나는 여기서 고민했다. 바꿀 것이냐 아니면 그대로 할 것이냐?
여기서 그에게 손해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손해가 되지 않는데
그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생각하니 왜 라는 의문이 걸렸다.
“무슨 생각이죠?”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들기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동요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수치스러운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직접적으로 물었다. 까다롭다는 인상을 주기 쉽지만 상관없었다.
이 사람은 여러 번 볼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 라고 그는 감탄사를 내뱉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아니, 음, 그러니까~.” 라고 하면서 곤란한 모습을 보였다.
이것도 계산된 행동일까? 아니면 순수하게 나타난 모습일까?
나는 생각하다가 피식 웃어 보이고 말았다. 휴식하려고 왔는데 오히려 경계하면서
오만가지 생각하는 나의 모습에 웃음이 나와 버린 것이다.
그는 그런 나의 웃음소리를 들고 있었다.
이런 나의 모습에 가만히 있는 그를 보자 왠지 나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도 휴식하려고 여기에 온 것일지도 모르는데 어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와서
자신의 자리에 자리 잡고 방해하고 있는데, 자신의 자리인 듯
허락을 구해야지 앉을 수 있어야 되고 그리고 남의 시선을 경계하며 배려해야 한다니.
“죄송합니다.” 라고 그는 나에게 먼저 사과를 했다.
정작 사과해야 할 사람은 그에게 이방인은 나인데 말이다.
“괜찮아요. 제가 잘못 했는걸요. 그래요 메뉴 바꾸죠.”
그렇게 우리들은 그것으로 시작으로 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이름은 ‘상연우’ 였다. 나이는 나보다 연하였다.
실상 그의 모습을 보면 조용할 것 같지만 그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그 부분에는 나는 또다시 웃고야 말았다.
그것은 의외였다. 조용할 것 같던 사람이 말을 많이 하다니 말이다.
여기서 사람은 나이와 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존칭을 쓰다가 나의 의견에 한 단계 낮추어 불렀다.
“나이가 많아서 그렇게 부르는 것인가요?” 나는 날카롭게 물었지만
그는 “ 아니요, 습관이라서 그런 것이니 봐주세요.” 라고 곤란한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배려하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는 것인지 나에 대한 것은 한 마디도 물어보지 않았고,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해서 성실히 대답해주었다.
간간히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농담이나 자신이 겪은 이야기 등.
여기로 온 것이 나쁘지 않을 정도로 그는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그는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란 모습에 나도 시계를 한번 보았다.
오후 5시34분 이었다.
어느새 이야기 하다 보니 3~4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 것이었다.
나는 그 상황을 너무나 잘 알았다.
‘그것은 이만 저는 가봐야겠습니다.’ 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자리를 일어나려고 했지만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나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여기에 들릴 때는 연락 한번 해주시면 그날은 여기에 안 오겠습니다. 아, 이거 받으세요.”
나에게 얇은 하얀 봉투를 건네주었고 나는 그 봉투를 건네받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뜯어보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그 자리에서 뜯어봐도 되요." 라고 말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뜯어서 내용물을 보았다.
그것은 이 카페 주변인지 어떤 장소를 빌려서 하는 갤러리 티켓이 두 개가 있었다.
특이한 것은 갤러리의 이름은 약자로 gk라고 해서 순간 골키퍼를 떠올렸으나,
그것은 gray korea 회색의 한국이었다.
“음? 이거 미술 전시회 티켓이네요.”
“네, 유명한 사람들의 미술품을 전시 해놓는 그런 거창한 전시회는 아니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미술품을 전시해 놓는다든지 어느 유명한 작품을 모방한 작품이
있는 작은 화랑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죠.”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나는 순간 화랑에 시선이 갔다가 그가 앞에 했던 말에 의문이 들어서 말했다.
“그런데 왜 안 오겠다는 거죠?”
“아니요, 아니요. 별뜻은 없었으니, 그리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요.”
고개를 기우뚱하고 있자, 그는 곧 바로 일어나면서 그럼,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다시 볼 수 있으면 다시 보죠. 하고 말하고 나갔다.
행동력이 빠른 사람이었다. 보통사람들은 시계를 보고 생각을 하는데,
그는 지체 없이 가버렸다.
예전에 상사가 해준 말이었다.
‘사람들 중에 이상한 사람이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그냥 이상한 사람이고
나머지는 미워할 수 없는 이상한 사람이야.’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대충 느낄 수가 있었다.
이러저러 고민하고 있는데 종업원이 그의 자리에 있는 잔과 접시를 치우려다가
어라? 라는 표정으로 반 정도 남아있는 커피를 보고 있었다.
“커피에 뭐라도 있나요?”
나는 한 것 가라앉아 있기에 부드럽게 물어보았다.
“아니요, 남자 손님은 평소에 커피를 싫어한다고 했거든요.
오늘은 웬일인지 커피를 절반이나 먹었구나! 해서요.”
종업원은 생각하는 듯이 으음~이라고 중얼거리면서도 접시와 컵을 치우고 부엌으로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