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1월 02일
글 윤진섭/ 부동산뱅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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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차익 노리다간 ‘큰 코’
재개발사업 진행이 더딘 구역이 늘자 서울시가 재개발 기본계획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사업 초기단계부터 재개발 추진 구역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 의외로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재개발 투자는 ‘소문에 사고, 사실 확인 후 파는’ 투기적 행태가 일반화되어 있다. 일부 투기 세력들이 기본계획 수립도 안 된 지역의 토지와 주택을 사들여 ‘재개발 된다더라’는 소문을 퍼뜨리면서 투기적 거래가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재개발 투자를 염두에 둔 투자자라면 사업 초기단계인 지역, 막 구역지정을 받은 지역, 그리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지역, 투기 거래가 뜸한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 여부를 저울질해 볼 만하다.
재개발사업에서 구역지정은 사업의 시작을 의미한다. 구역지정이 이뤄지면 재개발 추진위가 인가를 받고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재개발 지분 가격은 단계별로 가격이 뛰는데, 통상 구역지정 단계에서는 지분 가격이 싼 편이다.
서울시 모두 7곳 재개발 신청단계
우선 서울에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을 살펴보자.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신청단계에 있는 재개발구역은 행당 4구역, 흑석 5구역, 불광 3구역, 수색 4구역, 응암 7~9구역 등 모두 7곳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각 지역별 사정을 살펴보면 흑석 5구역과 불광 3구역은 시가 요구한 정비계획안을 보완 중에 있고, 응암 7~9구역은 1종 주거지역에서 3종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을 진행 중이다.
이들 재개발구역 중 구역지정 고시가 임박한 행당 4구역과 최근 조건부로 지구지정이 가결된 불광 3구역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잦다. 또 3300여세대의 대규모 단지로 거듭나는 응암 7~9구역도 관심 지역으로 손꼽힌다.
행당 4구역은 강남과 강북의 중간지역에 위치해 입지가 뛰어나다. 여기에 2호선 상왕십리역이 가깝고 주변 일대가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형성돼, 주거 편리성도 좋다. 두산건설이 시공사로 용적률 237%에 20평~40평형 467가구(임대 114가구)를 지을 예정인데, 한때 203명에 불과하던 조합원이 370여명으로 늘면서 일반분양분을 확보하기 위해 30평형대 물량을 줄여야 할 상황이다.
구역지정 고시가 임박했다는 소문과 함께 가격도 높게 형성된 상태다. 4~5평은 평당 1900만~2천만원, 7~9평은 평당 1800만원선이다. 현 시점에서 투자수익을 점검하면 전용면적 18평에만 들어갈 수 있는 쪼갠 지분 5평 매입 가격은 1억원이다. 공시지가를 감안한 대지지분 감정가액은 2500만~3천만원선이다.
인근 행당 3구역의 추가 부담금액인 1억2천만~1억8천만원을 적용하면 25평형 입주에 들어가는 총 비용은 2억3천만~2억7천만원선이다. 내년 4월 입주예정인 인근 브라운스톤 행당의 23평형 조합원 분양권이 2억9천만원선인 점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은 있다.
2003년 11월4일 조건부 지구지정이 가결된 불광 3구역은 1억원 미만의 투자자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현대건설은 용적률 200%에 맞춰, 14평~42평형 1165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단지 경사도에 따라 층수가 조절되는 등 주거쾌적성과 조망을 극대화한다는 게 조합측의 단지구성 복안이다.
지하철 6호선 독바위역에서 걸어서 2~3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대중교통에는 큰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주변 도심으로 이어지는 단지 앞 도로가 좁아 도로 사정은 열악하다. 구역지정이 조건부로 가결된 이후 지분시세도 평당 100만원 정도가 올라 25평형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10평형 시세는 평당 1천만원선이다. 매매가격이 1억원인 대지 10평짜리 빌라의 전세가격은 4천만~5천만원선이라, 초기 투자자금은 5천만원이면 가능하다. 소형 매물은 찾기가 쉽지 않지만 15평짜리 빌라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15평짜리 빌라를 구입해 32평형에 입주할 경우 일반 분양가보다 1천만~2천만원 정도 싸게 아파트를 가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단기차익을 노린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다. 사업 초기단계에 800명 정도에 이르던 조합원수가 1100명으로 불어나면서 일반분양이 70가구로 줄어드는 등 조합원 추가부담금도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요구한 구역 내 도로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예상보다 공사비가 늘어나 투자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시세상승을 노린 단기차익보다는 실거주를 겸한 투자가 바람직하다.
응암 7~9구역은 서울시가 이들 지역을 한데 묶어 도로와 공원 등의 설계를 보완해 줄 것을 요구함에 따라 밑그림 자체를 다시 그려야 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업추진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지분시세도 쪼갠 지분 10평짜리가 2003년 8월 구역지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평당 100만원 이상 올랐다가 최근 들어 50만~100만원 정도가 떨어진 800만~85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이 지역은 학교용지 부담금 문제와 기반시설 설치 등의 걸림돌만 해결된다면 투자처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개 구역이 합쳐 3300여가구의 대규모 단지로 조성되는 데다 백련산 자락을 등지고 있어 주거환경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사업시행 인가까지 보통 3년 걸려
재개발 사업의 투자수익은 구역지정 후 사업시행 인가까지 걸리는 기간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기회비용 손실이 커져 투자수익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구역지정된 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사업시행 인가까지 걸리는 기간은 보통 3년 정도이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구역지정 고시가 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재개발구역이 허다하다. 행정절차가 까다로운 재개발사업에 주민 간 이해관계까지 얽힐 경우 이처럼 사업이 장기화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구역지정 단계에서 재개발 지분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라면 ‘구역 내 사업장기화 요인은 없는지’, ‘재개발 사업에 대한 주민 동의가 적극적인지’ 등을 살펴 투자에 나서야 한다. 또한 예정 건립가구수와 조합원수를 살펴 일반분양분이 아예 없거나 50가구 미만인 곳은 투자를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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