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항상 수고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강동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김주진입니다.
고등학교 선택과목 변경 업무와 관련해서 건의드리고 싶습니다.
아마 당장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겁니다. 그리고 이게 노조에 건의할 문제가 맞는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런 곤란함이 있다는 사실은 알리고 싶어서 일단 글을 써봅니다.
<고등학교 선택과목 변경 업무와 관련된 건의>
1. 고등학교 선택과목 신청 업무 흐름
-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공통과목을, 2,3학년 학생들은 학교 지정과목 및 선택과목을 수강하게 됩니다.
- 2,3학년으로 올라갈 때 본인이 희망하는 선택과목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 보통 1학기에서 2학기초(9월 이전) 기간에 3차에 걸쳐서 학생들의 신청을 받습니다.
- 9월 이전까지 3차 신청을 완료하는 이유는 9월에 내년도 교과서를 신청하기 때문입니다.
- 마지막 3차에 신청한 선택과목이 최종 선택과목이 됩니다.
- 최종 선택 후 학교의 교육과정 규정에 따라 변경신청도 가능합니다. 학생들의 진로나 희망이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보통은 학교 규정에서 신청변경기간을 정해두고 특정 절차에 따라 학생들이 변경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정해두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 저희학교의 경우 규정에 따르면 9월 전까지 3차 신청을 완료하고 11~12월 사이 변경기간을 한 번 두며, 새학기 시작 후 2주간 변경신청을 다시 받습니다.
2. 문제상황: 3차 신청 완료 후 변경을 원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습니다.
1) 변경 학생들이 많을 경우 일단 교과서 배급에 차질이 생깁니다. 이미 9월에 교과서 주문이 끝났기 때문입니다.
2) 또한 학급배정 및 시간표 작성에 차질이 생깁니다. 학생들이 계속 바꿔달라고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시간표나 행정학급을 계속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과목별 학생 수 변동에 따라 교사수급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과목이 폐강이 된다던지, 학급 수가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학교 규정에 변경 기간을 두거나 변경 제한을 둬봤자 사실상 소용없습니다. 학생이 바꿔달라면 무조건 바꿔줘야 합니다. 규정은 학생에게 설득을 시도해볼 수 있는 수단일 뿐이지 학생이 원하면 다 들어주어야 합니다.
5) 수강변경기간에 대규모로 변경하고나면 또 변경을 원하는 학생들이 계속 생깁니다. 교과의 수강학생 수에 따라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의 숫자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계속 반복입니다.
- 저희학교의 경우 11월 한 차례 변경 기간에 변경 인원이 60명 정도 되었습니다. 건수로는 100건 정도 됩니다.
- 3월에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 2월 개학기간에 다시 변경을 받아봤습니다. 건수로 150건이 넘습니다.
- 이걸 다 반영하니 학급과 시간표를 다 갈아엎어야 합니다. 지금 안 하면 3월 새학기에 해야겠죠.
3. 교육청 장학사님과의 통화 내용
1) 교육청 장학사님께 문의해보니 학생들의 '학습권'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학기 시작 전이라면 무조건 바꿔주어야 한다고 답변받았습니다.
2) 장학사님은 학교의 지정과목을 없애고 모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면 반편성이 좀 수월하지 않겠느냐고 조언하셨지만 지정과목을 모두 없애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학생들이 수능과 연계해서 반드시 들어야 하는 과목들을 듣게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지정과목을 배치해놓았을 겁니다.
3) 또한 학생들이 잘 선택할 수 있도록 진로진학교육을 잘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스스로도 별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계십니다. 막상 변경신청한 이유들을 보면 정말 터무니없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4) 학생, 학부모에게 교육과정규정이 완벽하게 전달되었다고 가정할 때 학교규정에 따라 과목 변경 제한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최종적으로 학생이 원할 경우 바꿔줘야 한다고 합니다.
5) 2022교육과정에서도 학생 선택은 계속됩니다. 계속 이 곤란을 지속해야 합니다. 학생의 선택변경을 비난할 문제는 아닙니다. 언제든 바꿔도 되도록 놔 둔 제도적인 문제입니다. 비단 대구만의 문제는 아닐겁니다.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3. 문제제기
1) 학생들의 학습권을 무조건 최우선으로 전제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대학교는 수강변경기간 이후에는 절대 과목변경이 불가합니다. 고등학교는 과목 선택이라는 대학교 방식의 교육체제를 가져오면서도 행정체제는 들여오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 학생들은 신중하게 선택과목을 선택하고 선택에 책임지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변경신청을 무조건 받아주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고 쉽게 과목변경신청을 합니다. 이건 그냥 학교에서 마땅히 해주어야 할 행정서비스일 뿐인 겁니다. 교육적 의미도 없고 교사의 권위도 없습니다.
4. 건의
1) 전국차원이면 더 좋겠지만 대구만이라도 교육청 차원에서 선택과목 신청 및 변경에 대한 강제력 있는 규정을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 학교에서 아무리 규정이니, 또 변경신청하면 안 되니, 어쩌고 저쩌고 해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교육청에 민원을 넣으면 학교에 바꿔주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 교육청도 학교 현장의 곤란함을 잘 알고 있을겁니다. 하지만 단호하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해결책을 강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학생의 학습권이 최우선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 학생들의 무조건적인 과목 변경은 교육적이지 않습니다.
- 학생의 학습권, 선택권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불가침의 절대적 권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상황과 여건에 따라 제한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제한 없는 권리가 어딧습니까. 현실적인 여건과 타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교육청 차원에서 규정을 만들기 어렵다면 입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2) 수강신청 시 대학교 수강신청처럼 실시간으로 과목 신청 현황을 볼 수 있고 수합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좋겠습니다.
- 학생들이 해당 교과의 수강자 수를 비교하여 과목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급 때문입니다.)
- 실시간으로 신청 현황을 볼 수 있으면 어느 정도 변경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수강 변경 시 학생이 직접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신청/변경하고 그 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현재 '리로스쿨'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신청하긴 합니다만 변경내역을 따로 확인하기 어렵고 실시간 신청 현황을 볼 수는 없습니다.
3) 교과서 신청과 선택과목 신청 관련 업무를 행정실에서 맡으면 좋겠습니다.
- 교과서의 경우 교육청 담당자도 주무관으로 교사나 장학사가 아닙니다. 과목별 수강자 수만 확인할 수 있다면 교육지원을 담당하는 행정실에서 교과서를 신청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수강자 수를 수합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는 2)에서 제시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행정실에서도 원활하게 수강자 수/변경신청 내역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업무를 하면서 많이 답답했던 부분은 이 문제가 한 두해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선택과목제도는 2022 교육과정에서도 지속됩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 계속 반복될 겁니다.
너무 큰 행정력 낭비와 업무부담입니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선생님, 좋은 제안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이러한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도입하거나 규정을 신설하여 선생님들의 행정력이 낭비되지 않고 안정적인 학사 운영이 될 수 있도록 건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단체협약 준비중으로 향후 단협 안에 포함하거나 하는 방향을 검토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