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그 미지의 땅(가나/자원봉사 편)<1>
글 들어가기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캐나다 이민을 앞둔 시점에 전처와 나는 아프리카로 향했다. 그녀의 오랜 소망이었던 자원봉사와 나의 소망이었던 킬리만자로를 보기 위해서였다. 자원봉사는 뉴질랜드의 사설 봉사단체인 HASP(Help a School Project)를 통해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고 그들이 관리하고 있는 국가와 지역 중 한곳을 배정받았다.
얼마 되지도 않은 재산을 모두 처분해 세계 일주를 하자는 전처를 겨우 설득해 그나마 짧게 다녀 온 것이 두 달 이었다. 캐나다 이민수속, 이주준비, 자원봉사, 사파리여행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기에 나는 차근차근 계획을 짜야했다.
말라리아 약도 스케쥴에 맞춰 복용하고 황열병 주사를 맞고 확인증을 받았다.
1. 이동 스케쥴, 2. 상세사항, 3. 소요비용을 양식을 만들어서 정리했다. 2004.09.12 출발 -> 11.17 복귀. 예상소요비용 1,3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 여행기간과 전후기간 직장을 사직함으로 해서 발생하는 손실까지 고려하면 3,000만원에 육박하였다. 부족한 자금은 차량 두 대중 한 대를 매각한 대금으로 충당했다. 우리는 낡은 21평 복도식 아파트 한 채와 차량 한 대를 남겨둔 채 그렇게 떠났다. 키우던 고양이는 우리가 죽을 때를 대비해 작성해 둔 유서와 함께 외국친구에게 맡겨 두었다.
우리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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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09. 12 일
직업상 여행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그다지 긴장되거나 하지는 않는 아침이었다. 아파트 열쇠는 Cynthia에게 맡기고 Peter 차를 얻어 타고 10시 반 쯤 집을 나섰다. 어제 전라도 지역에 내린 폭우가 걱정되어 일찍 나선 것이다.
김해 -> 김포 -> 인천 -> 홍콩 구간은 낯익은 구간이라 별 문제 없었다. 처음 타보는 홍콩 ->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 JNB) 구간의 13시간 비행에 우리는 녹초가 되었다. JNB에서는 Transit 이라서 공항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지만 이착륙 시 비행기 창문을 통해서 내려다 본 JNB의 모습은 제법 잘 정돈되어 보였다.
2004. 09. 13 월
여정 중간에 날짜가 바뀌었다. 6시간을 기다려 많은 비행기 중 마지막 네 번 째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시간 합계 24시간, 집을 출발해 대기시간 포함 총 40시간이 걸려 도착한 Ghana(가나)의 수도 Accra(아크라)는 수도라고 하기엔 너무도 부족해 보였다. 하늘에서 보이는 길의 95%는 비포장처럼 보였고(실제는 포장된 곳이 많았는데 흙투성이라 그렇게 보였다) Accra 공항은 국제공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허접했다. JNB도 인천에 비하면 형편없다고 생각했는데 Accra는 한국의 시골 버스 터미널 같은 느낌이었다.
긴 여정이었지만 -여행 안내서에서 경고하던- 분실된 물건 없이 도착하여 다행이었다. 공항에는 Help A school Project(HASP)의 관계자가 약속대로 마중 나와 있었다.
<005> 40시간 후의 초췌한 모습, 아직 하룻밤을 더 자고 다시 이동해야 한다.
그들이 끌고 온 에어컨도 없는 낡은 승용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우리의 여인숙 같은 분위기의 호텔이었다. 이름만 호텔이지 침대 하나와 고물 가구 몇 점이 전부였고 화장실은 물이 나오지 않아서 버킷으로 물을 길어다 씻어야 했다. 침대는 불결해서(3년 쯤 안 빤 것 같았다) 준비해간 침낭을 깔았고 베개도 (누군가의 역겨운 머리)냄새 때문에 역시 준비해간 공기베개를 사용했다.
전기 사정이 나쁜지 형광등이 희미해 눈이 침침하다. 냉장고, 에어컨, 전화, TV는 물론 없고 인터넷이 무엇인지 이해나 하는지 궁금했다. 도심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 주위가 너무 어두워 근처를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006> 호텔 방 내부, 정말이지 침구류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두 시간 쯤 지나자 HASP 지원자인 두 미국여자가 옆방에 왔고 곧 1팀이 더 올 것이라고 한다. 같은 날에 와서 좋은 친구가 될 것 같다. 밤늦게 한국인 투숙객이 왔나보다. 한국말로 요란을 떤다.
<007> 다른 자원 봉사자들
<itinerary>
출발/도착(현지시간) / 여정 / 이동시간 / total 소요시간(대기포함)
10:30(12일) ~ / 창원 집을 출발
13:00 ~ 14:00 / 김해 -> 김포 / 01:00 / 03:30
19:55 ~ 22:30 / 인천 -> HK / 03:35 / 13:00
23:50 ~ 07:00(13일) / HK -> JNB / 13:10 / 27:30
13:05 ~ 17:00 / JNB -> ACC / 06:15 / 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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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09. 14 화
아침이 되자 Eric이라는 친구와 여자 한명, 남자 한명 등 HASP 관계자들이 승용차 두 대로 Pick-up을 왔다. HASP가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조직이라 HASP관계자들도 뉴질랜드 백인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모두 Local 흑인들이었다. 관계자들에게 자원봉사 소요비용 $490 x 2 = $980을 냈다.(주1)
<011> 자원봉사자들과 HASP 관계자 들
어제 마지막으로 합류한 미국 흑인 남성 1명을 포함해 5명의 Volunteer는 두 대의 차량을 나눠 타고 각자의 목적지로 출발했다. 중간에 미국 여자 지원자들을 유치원에 내려주고 Accra를 출발한지 3시간 만에 도착한 곳은 Akropong이라는 마을이었다. 오는 길은 모두 포장되어 있었지만 도로 상태가 좋지 않고 공사 구간이 많아 속도를 내지는 못했다. 마을은 해발 500m 정도의 구릉지에 위치해서 비교적 시원했다.
<013> 도로 풍경
<014> 도로변 상가
<015> 유치원생들, 상당히 부유한 집안 애들이다.
우리가 배정된 학교는 Akuffo Tom School Complex라는 사립학교로 6년제 초등학교와 3년제 중등학교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널빤지로 지어진 초라한 학교 건물과 정비되지 않은 운동장 등 우리나라의 50~60년대 수준이었다. 전기가 없어 수업은 낮에만 가능한데 양철지붕의 일부를 투명 플라스틱을 사용해 태양광으로 채광하고 있었다.
<017> 학교 가는 길 입구
<019> 교실 내부, 전등 없이 태양광으로 채광한다.
<071> 학교 전경
<074> 학교 건물
학교 관계자들과 인사 후 숙소로 안내되어 갔다. 개인 주택을 임대한 것으로 보이는 집은 침실 7개의 부유한 집으로 주인은 볼 수 없었다. 짐을 풀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Suzanne과 나의 전공에 맞춰 영어와 기술 과목을 가르치기로 했다.
<035> 숙소 앞 거리
<021> 우리들이 사용할 옷장, 옷걸이는 이전의 자원봉사자들이 남겨 놓은 것
14:05~16:30 시간 동안 월요일은 중 1, 수요일은 중 2를 가르치고 화요일에는 현지인 교사인 Watson이 가르치는 중 3 수업을 듣고 내 수업에 활용하는 것이었다. 교육 수준은 낙후되어 한국에서의 1~2년 정도 저학년이 배우는 것을 가르치는 것 같았다. 수업은 어려운 것이 없었으나 영어로 모든 것을 강의해야 하는 것은 부담이었다.
여행 안내서에서 읽은 대로 가나 사람들은 아주 친절했다. 같은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Vera는 우리와 같은 숙소에 머무는데 하루 세끼를 챙겨주었다. 그녀가 저녁으로 요리한 것은 양고기 덮밥으로 한국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고 매콤해서 먹을 만 했다.
<038> Vera와 한 컷
식사 후 우리는 Vera와 Akropong 주위를 둘러보고 맥주를 마셨는데 네온싸인이나 밝은 조명 없이 길옆에 낡은 오두막 상점만 줄지어 있어 볼 만한 것은 없었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여행의 피로로 씻지도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숙소는 -비록 밤 시간만이지만- 전기가 들어왔고 수세식 변기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가나의 두 번째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모레는 환전을 위해 Korforidua에 갈 것이다.
<024> 한국에서 가져간 학용품들. 녀석들 좋아하겠지?
-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