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제가 작년에 했던 요양원 생활 원고가 이제야 정리되어 여기에 올립니다. 카톡을 통해 상당한 부분이 소개되었던 글임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5개월간의 요양원 생활
저는 40년 전 치명적인 교통사고로 지금까지 제대로 걷지도 못합니다. 말이 어눌하여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제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를 못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 일생을 불구의 몸으로 살아가게 한 교통사고도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사랑의 선물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집 안에서도 자꾸 넘어져 얼굴이 깨지는 등의 사고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곤 하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2021년 3월 1일, 저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있는 요양원에 입원하였습니다. 말로만 듣던 요양원에 입원할 때 마음이 아주 심란하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허락하신 것이라는 것을 믿으면서 저도 사랑이 되자고 다짐하였습니다. 입원한 날 저녁 제 방에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상을 치우는 분이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 몸도 추스르기가 어려워 상을 치우기가 어렵습니다. 벨을 눌렀더니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구석이라 안 보여 몰랐는데 알려주어 고맙다고 하였습니다. 식사 후 화장실에 가서 치아 세척기로 치아를 씻는데 물을 담을 컵이 없었습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부르려다 바쁘신 분을 호출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약과 칫솔을 담은 컵을 비우고 그것을 사용했습니다.
제가 3월 초 요양원에 들어온 다음 가장 불편한 것 중 하나는 일주일에 한 번만 목욕해야 한다는 요양원 규칙입니다. 저는 집에 있을 때 매일 샤워하였고 특히 머리는 하루라도 감지 않으면 떡이 되는 느낌이 들어 감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만 목욕을 하라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따졌습니다. 입원자들 가운데 많은 분이 저처럼 걷는 것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요양원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는 제 처지에 무어라고 항의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을 목욕시켜 주시는 요양사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규칙에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며칠 동안 머리를 감지 못하자 정말 참기가 힘들었습니다. 다시 저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일주일에 두 번은 머리를 감게 해달라고 청하자 그렇게 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와 오랫동안 모임 했던 한 분이 저의 사정을 듣고 물 없이 머리를 감는 샴푸와 물 없이 목욕할 수 있는 바디로션을 보내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오늘 물 없이 사용하는 샴푸로 머리를 감았습니다. 머리가 시원해지자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샴푸를 보내주신 분께 감사드렸습니다.
제가 있는 요양원 3층 요양보호사 팀장은 본명이 ‘보나’인 가톨릭 신자이십니다. 저도 천주교 신자라고 해서 그런지 저에게 특별히 잘해주시려고 합니다. 저는 왼손이 자유롭지 못해 오른손을 주로 쓰는데 오른손도 자주 떨려 면도할 때마다 얼굴에서 피가 나곤 합니다. 그분은 저의 사정을 아시고 면도도 해주시고 손톱도 정성껏 깎아주십니다. 처음에는 그분의 그런 사랑을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특별히 그분에게 잘해 드리는 것도 없는데 바쁘신 분이 저에게 그런 특별 봉사를 해주시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분이 저에게 잘해줄 때마다 저를 40년 이상 뒷바라지 한 저의 아내가 생각나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이 겹쳐져 더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주는 것도 사랑이지만 받는 것도 사랑이라는 패스워드의 말씀이 저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분의 정성스러운 봉사를 받기 전과 받은 후 고맙습니다. 라고 말씀드립니다.
저는 요양원에 들어와서도 집에서 하던 거와 같이 영적영성체를 배령하였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성당에서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고 제방에서 그날의 독서와 복음 말씀을 읽고 제가 작성한 “나의 기도”를 바치고 주님께 감사를 드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님께서 사랑을 베풀어 주신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라는 로버트 훼리시 신부님 말씀대로, 주님께서 사랑을 베풀어 주신 순간을 정리한 150개를 매일 되새겼습니다. 형제로부터 미사를 참례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고 3월 23일부터는 티브이에서 평화방송 미사에 참례한다든가 그렇지 않으면 입원할 때 가지고 온 노트북 컴퓨터에서 YouTube로 미사참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더욱 좋은 점은 신부님 강론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3월 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는 일찍 일어나 YouTube로 가톨릭 평화 방송에서 미사에 참례하였는데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해주신 가장 중요한 것이 자유의지라는 말씀과 하느님 없이 너를 창조하신 하느님, 너 있어 너를 구원하시는 하느님이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물론 나의 기도도 계속해서 바치고 있고 주님께서 베푸신 은혜 150개도 되새기고 있습니다.
제가 요양원에 입원한 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요양원을 제가 입원한 수도원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특히 <솔선자들은 세상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지만, 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그곳이 자신들을 실현하고 성화시킬 수 있는 특권의 장소다>라는 말씀을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저를 성화시키기 위해 매일 패스워드를 살려고 노력합니다. 몸이 불편하여 구체적으로 몸을 움직여 살 수 없을 때는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면서 하루를 지냅니다. 패스워드에서 강조하는 <사랑은 이웃을 섬기는 것>이라는 말씀을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 생각으로 실천한 몇 가지 경험담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혀 부위가 마비되어 먹다가 자주 흘립니다. 얼마 전에도 간식으로 나온 과자와 야쿠르트를 먹다가 과자 부스러기가 책상 아래도 떨어졌습니다. 저는 청소하시는 분들을 위해 주어서 휴지통에 버렸습니다. 컵에 담긴 물을 마시다가 자주 흘립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휴지로 잘 닦습니다. 이런 일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별것도 아닌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휠체어에 의지하고 사는 저에게는 엄청 힘든 일입니다.
식사 후에는 화장실에 설치해 놓은 치아 세척기로 치아를 닦는데 치아 세척기가 변기 위에 있어서 이를 닦을 때마다 변기 옆으로 물이 튀어 변기 뒤로 옆면으로 물방울이 떨어집니다. 매번 휴지로 닦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담을 올리기까지 손이 떨려 몇 번을 시도할 때 철자법이 제대로 된 글이 나옵니다. 그런 어려움을 사업회를 위해 기꺼이 바칩니다.
제가 요양원에 입원한 지 어느덧 한 달 반이 넘었습니다. 저는 아침 5시 반에 알람을 해놓고 잠이 듭니다. 알람 소리에 잠을 깬 저는 아침 기도와 나의 기도를 바치고 주님께서 저에게 사랑을 베푸신 순간들을 정리한 150개의 순간들을 암기하여 되새깁니다. 아침 6시 가톨릭 평화방송에서 부활삼종기도를 바치고 매일 미사에 참례합니다. 미사 참례 중 옛날을 회상하고 주님의 모든 업적을 묵상하며 주님 손이 이루신 일들을 되새깁니다. 그리고 우리 사업회원들 솔선자들이 주님 말씀을 삶으로서 주님을 증거하고 주님께서 베푸신 사랑을 우리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은총과 그 외 필요한 은총을 청합니다
4월 11일 부활 제2주일 아침에는 누클레오 책임자로부터 물질적 나눔을 통하여 서로 간의 사랑을 증거하자는 패스워드를 받았습니다. 저는 쥬스, 맛밤, 과자 등을 두 개씩 주문하여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과 동료 입원자들과 나누어 먹고 있습니다. 저녁에는 일산성당 구역 형제자매들과 함께 카톡으로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하여간 저는 이 요양원이 수도원 생활이라 생각하고 자신을 성화하고 주님을 증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금년 3월1일 요양원에 입원할 때 아내 크리스티나의 배려로 노트북을 마련해 가지고 들어왔는데 컴퓨터와 책상을 놓을 공간 때문에 독방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치아세척기 모터가 고장이 나서 새것으로 바꿔야 하는데 인근에 의료기기 상회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요양원 3층 요양보호 팀장에게 얘기하였는데 쿠팡 물류업체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컴퓨터로 이 사이트에 들어가서 치아세척기를 구입하고 그 후로 쿠팡에 들어가 간식을 이것저것 주문해 택배로 받아먹었습니다.
바둑친구가 한 명 생겼습니다. 그 친구는 4인실에 있습니다. 6월 19일 토요일 제가 주문한 간식이 도착하였습니다. 바둑친구 방 네 명에게 한 봉지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바둑 두는 친구 말이 당신이 그렇게 나눠 먹는 마음을 나는 이해하지만 대금을 받고 내 이름으로 주문한 자기 상품이 도착했을 때 신경이 쓰이는지 나에게 쓸데없는 일을 했다고 불만스럽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앞으로는 저와 바둑을 안 두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쉬웠지만 그 얘기를 들은 다음부터 바둑 두는 동료가 나와 함께 바둑을 둘 수 있도록 해달라고 수시로 주의 기도를 바쳤습니다.
6월 20일 내 방 앞 거실에서 저는 워커를 밀고 그 동료는 휠체어를 밀면서 운동을 하였는데 제가 그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동료들이 내가 나눠 먹는 것을 이해 못하더라도 하느님께서는 그 마음을 헤아리실 테니 그것으로 충분하며 당신(개신교우) 크리스찬답게 간식 택배 오면 서로 나눠 먹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겨야 한다고 얘기하였습니다. 그리고 6월 21일 월요일 코로나 백신 예방주사 아스트라제네카 2차 주사를 맞았는데 그 바둑친구가 그날 밤 체온이 올라가 당분간 바둑을 못 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식사 후 그 친구가 내 방에 와서 한 수 하자고 하여 반상의 오묘함을 즐기며 친교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주님을 찬미합니다.
요양원에 입원한 지도 벌써 5개월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이곳에 입원하면서 올린 글을 보신 많은 분이 기도하여 주신 덕분에 곧바로 적응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경험담을 영어로 번역하여 올려준 덕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 사람들이 기도해주시고 당신들의 고통을 저를 위해 바쳐주시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끼아라께서 <모두가 한 가족이 되십시오.>라는 말씀이 가슴에 깊이와 닿았습니다.
저는 이곳에 입원하여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비록 TV로 중계되는 미사이지만 이를 잘 참례하기 위해 준비를 합니다. 일어나면 즉시 하느님께서 새로 주신 삶을 오직 주님을 위해 살도록 해주시기를 기도하며 하루를 주님께 봉헌합니다. 그러다 보면 아침 6시 TV 평화방송에서 하는 삼종기도를 바치고 미사에 참례합니다. 특히 신령성체 기도문 자막이 나오면 이 기도문을 낭송하시는 분과 함께 정성껏 바칩니다. 참으로 거룩한 시간을 주신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곳에서도 저는 건강을 잘 지키기 위해 하루 3번 식사가 끝나면 30분간 워커를 밀며 걷기운동을 합니다. 걸으면서 저는 시편을 암송합니다. 그리고 묵주기도를 하고 입원한 사람들 중에서 가까워진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하루가 저뭅니다. 특히 여기서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종종 바둑을 두는 것은 큰 기쁨입니다. 당뇨 합병증으로 두 다리를 절단한 분을 만나 먹을 것을 함께 나누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인생은 고해라는 말의 의미가 새삼 다가옵니다. 저에게 고통은 하느님께서 특별히 허락하신 십자가임을 깨닫고 있기에 삶을 바라보는 저의 태도가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다른지를 알게 됩니다. 이는 참으로 복된 깨달음으로 저를 그리스도인으로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어느 날 아내가 뇌동맥에 꽈리가 생겨 7월 16일 서울대 병원에서 시술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매우 놀랐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하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다음부터 저는 아내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결혼하여 얼마 안 되었을 때 아들을 낳아 기뻐한 일, 그리고 얼마 후 끔찍한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오랫동안 병석에 누운 저를 지성으로 간호해준 아내, 퇴원 후 지금까지 그 후유증으로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걷는 것도 매우 힘들어하는 저를 지금까지 보살펴 준 아내. 거기에다 결혼하여 지금까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착한 며느리. 저를 대신하여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면서도 늘 밝은 태도로 사는 아내 크리스티나를 생각하면 우선 미안하다는 생각뿐입니다. 그리고 감사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많은 사람이 뇌동맥 꽈리 수술이 위험하다고 하여 걱정을 많이 하였습니다. 이 소식을 몇 분에게 알리자 어떤 분은 절두산에 가서 성모님께 촛불을 봉헌하면서 기도해주었고 어떤 분은 내외분이 모두 마음을 모아 기도해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수술이 잘 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의 가정에서 둘째 아들이 취업이 안 되어 많이 힘들었는데 요즈음 같이 취업이 힘든 때 마침내 취업하였습니다. 저는 기도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이는 기적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아내는 아들이 취업하여 직장 가까운 곳으로 방을 얻어 나갔다고 하면서 97세이신 어머니를 위해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요양원에 입원한 것을 가슴 아파하십니다. 마침내 7월 31일 토요일 5개월의 요양원 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는 아버지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