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시작하면 절반가량은 창업한지 3년만에 망한다.’
상당히 충격적인 통계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버 부머를 비롯한 50대들에게는 아찔한 이야기다.
은퇴 후에 또 다른 직장을 잡아 봉급생활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못지않게 힘들다. 이른바 ‘모피아’나 ‘금융감독원’ ‘판검사’ 등 힘 있는 직장에 다니던 사람들이나 고액연봉을 받고 재취업을 하지 일반 직장인들은 100만 원 이하의 단순 노동이나 경비 자리 아니면 어림없는 일이다.
노후자금이 충분하면 등산이나 하고 소일꺼리를 만들어 유유자적 살 수 있으련만 그도 저도 준비가 미흡하면 뭘 하던지 해야 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비은퇴자 남녀(25~59세) 3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은퇴 후 평균적으로 필요한 금액은 월 235만원. 그러나 실제로 준비한 금액은 109만원으로 100점 만점에 46점에 불과했다.
그래서인지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인 50대의 자영업 창업바람이 거세다.
베이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경기침체와 재취업의 어려움에 따라 진입장벽이 낮은 자영업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창업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자영업자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50대의 자영업자의 수는 50대 경제활동인구수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50대 경제활동인구수는 519만 3천여 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수의 20.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05년의 15.5%보다 훨씬 높다.
특히 올해 50대 자영업자수는 168만4천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수 559만 명의 30.1%를 차지하고 있다. 자영업자 3명중 1명꼴로 50대인 셈이다. 이는 지난 2005년의 22.6%대비 7.5%포인트나 높다. 지난해까지 자영업자의 주류는 40대였으나 올해부터는 50대로 바뀌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2008년 기준 우리나라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31.1%로 OECD평균 15.8%의 약 2배에 달하고 있다.
이런 통계 숫자가 아니라 어디를 가든 눈으로 목도할 수 있다. 전국 어디를 가던 도심에는 음식점, 술집, 커피점, 숙박업소 등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니 자영업자가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약과다. 우리나라 인구추계를 살펴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자수는 최대 53만 명, 2015년부터 2020년까지는 최대 98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도 선배 세대와 마찬가지로 상당수가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돼 자영업자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생존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예측은 베이버부머 세대의 자산현황을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2010년에 50~59세 연령층 46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이들의 평균 자산은 3억3040만원(부채는 3407만원)으로 부동산자산이 83.2%인 2억7500만원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은 7%인 4499만원이었으며 부채 3407만원을 뺀 순수 금융자산은 1092만원에 불과했다.
전경련 조사결과 50대 베이버부머 세대 채용계획이 있는 기업은 9%에 불과하다. 앞으로 돈은 없고 부동산자산만 갖고 있는 이들이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사업자금을 마련해 자영업자로 변신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은퇴 후 창업시장에 뛰어들어 살아남기는 매우 어렵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3.4년에 불과하다. 업종별로는 부동산 중개업소로 대변되는 부동산 서비스가 2.4년으로 가장 짧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학원 교육서비스는 3년, 50대가 많이 뛰어드는 음식점은 3.2년이었다.
결국 휴폐업자중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50대의 3년 내 휴폐업률은 42.8%로 전체 자영업자와 비교해서는 다소 낮지만 전체 휴폐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8.4%에서 2011년에는 13.8%로 늘어났다.
이른바 창업해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창업해서 5년을 버터야 한다. 창업 5년 이후에는 폐업률이 5%이하로 떨어져 비교적 안전권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해서 자리를 잡아도 대박을 내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창업전보다 연소득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이 치열하고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아 겨우 자신의 인건비를 건지는 수준의 자영업자가 대부분이었다.
개인사업자의 창업 후 연간 영업이익은 평균 2811만원으로 창업 전 추정소득보다 16%나 줄어들었다. 50대 개인사업자의 경우 창업 후 소득이 25.1% 감소해 개인사업자 전체보다 높았는데 이는 50대가 소득감소폭이 큰 소매업 숙박업 운수업 부문에서 창업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면 베이버부머 세대는 은퇴 후 창업도 하지 말고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는가? 창업을 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이들의 창업 준비 부족을 지적한다. 개인사업자 창업 준비기간에 1년 이상을 투입하는 비중은 26%에 불과하며 창업자의 60%가 6개월도 안 돼 창업을 결심한다는 것이다.
준비가 부실하다보니 음식점 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 주변에 흔한 업종으로 집중되고 경쟁강도는 높아진다. 또 프랜차이즈 본사에 너무 의존해 제대로 시장을 연구하고 검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생애 최초 창업을 위해 자기 자산과 대출을 통해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준비를 소홀히 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많다. 불과 몇 년 만에 사업을 접고 나서도 대안이 없어 또 업종을 바꿔 자영업으로 회귀한다.
창업->폐업->재창업의 악순환 속에서 결국 퇴직 시 보유한 자산을 소진하게 되면 극빈층으로 추락하게 되고 심지어는 가정파괴의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연구원에서는 얼마 전 베이버부머 창업과 관련해 몇 가지 정책대안을 제시했는데 참고할 만 해 소개한다.
우선 무분별한 창업에서 역량기반 창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개인 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중고령자 역량 평가시스템을 마련하고 역량별 적합한 직무 및 창업업종 매칭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역량평가를 기반으로 취업상담->교육훈련->취업 및 창업알선 통합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에서 베이버부머를 정글과 다름없는 자영업자 창업시장으로 내몰지 말고 다양한 정책대안을 마련해 이들이 사업실패로 인해 헤어나지 못할 수렁으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런 후보자 어디 없나 눈을 씻고 찾아보자.
[윤형식 속보국장]